새로운 시작 그리고 도전

by 유동걸 posted Jan 03, 2003
지난 연말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사회 변동의 지표를 찾기 위한 원탁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뒤에 녹취겸 소감을 요악한 글입니다.


'기우뚱한 균형' 속에서 희망이 꽃핀다

                                                               유동걸/역사문화아카데미


스칸디나바이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중략)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란다. (1968.11 신동엽, 산문시)


한 인간이 세상을 바꾼 것일까?
한국 정치사의 새로운 지형을 닦아나가는 한 사람이, 아니 그 한 사람을 둘러싼 복잡한 한국 사회의 민의(民意)가 불가능한 꿈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그 꿈의 중심에 노무현이 있다. 아직 국민들로부터 검증받지 못했지만 그의 등장은 한국 정치사뿐 아니라 한국 사회 변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누구나 반쯤은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반쯤은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그 자리에 성과 나이와 계급을 초월한 사람들이 모였다.

빗방울과 어둠 속에서 그 만남은 시작되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그리고 첫걸음도 불확실한, 열 아홉에서 육십을 넘나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행복을 꿈꾸는 20대에서 대통령 비서실의 정치학 박사까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자리. 새로운 혁명은 조용히 시작되는구나 싶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도전'

이른 바 '노무현 현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 이야기로 대화는 시작되었다. 역선택론, 세대교체론, 보수-개혁-진보 속에서의 위상론 등 다양한 해석의 지평에서 '개혁 실패에 대한 우려'와 '개혁 주체와 속도에 대한 경계'는 대화의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준 음미할만한 화두였다. 과거 정권보다 취약한 지지기반과 인력풀 속에서 새 대통령 당선자와 주변 개혁세력이 신중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다가 실패할 때 한국사회에 밀려올 좌절과 자괴감에 대한 우려 속에서 자칫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개혁독재-개혁파쇼 현상의 주체가 될 것을 경계하자는 주장이 이야기의 물꼬를 텄다.

극단적 우려라는 비판을 포함하여
이번 선거 혁명에서 국민들은 단순한 주변인이 아니었다,
권위적인 체제 속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이제 체제 밖으로 나와 이룬 혁명이다.

조광조의 개혁 실패를 거울삼아 새 정부가 미래에 대한 철학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노무현의 입지 강화를 위해 이제 노사모를 비롯 주변 사람들이 더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

개혁이 킬링 필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제도-시스템 개혁이어야 한다.

노사모 가운데도 온-오프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사람들은 유연하고 열려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 자체에 대한 권력적 가치를 약화시키자.

사회 변화의 여건은 성숙해졌다, 민의를 대변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할 단계다.

정체성의 위기와 단절을 느끼는 세대지만 현실인식 능력을 키워야 한다

노동자, 빈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

포퓰리즘의 실패를 거울 삼아 다른 정치를 해야한다.

지역과 세대와 빈부간의 세 가지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1인1표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를 만들자

올바른 정보의 공유로 새로운 통합을 이루어내자

극우 보수언론의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

지지기반의 확대 속에서 민노당 뿐만 아니라 환경 세력도 커갈 수 있다.

조선일보 젊은 기자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시대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기득권 사람들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고민한다.

어린 학생으로서 낡은 기성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들이 싫다. 보수나 진보나 다 필요하니 둘 사이의 대화가 필요하다.

낙관적으로 세상을 보면서도, 지식인의 자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한 마디 한 마디 다 경청의 가치가 있는 소중한 말씀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을 계기로 변화의 흐름을 짚고 음미하면서 관계 속에서 고민의 틀을 만들어나가자는 말씀이, 서로 낯설지만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시대를 호흡해나가는 마당의 자리였음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제 우리가 바라만보던 대통령의 시대가 아닌 우리 백성이 주인인 시대를 꿈꾸어봅니다. 지역에서 거리에서 학교에서 대사관에서 모두가 자기의 삶에 충실하면서 ...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 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신동엽 산문시)

기우뚱하지만 균형을 잡아나가면서 희망을 찾아나가려는 우리들의 소박한 만남이 평화와 통일의 작은 디딤돌이 되는 날까지 잘 이어져 갔으면 합니다

참석자 - 자리에 둥글게 앉은 순서대로

조민(통일연구원)
최배근(건국대 경제학)
강진욱(연합뉴스 북한부)
조용일(민족문제연구소)
이호준(부천 노동자)
한미현(고3 예비 대학생)
김석규(민족문제연구소)
최성주(경실련 미디어와치 대표)
김근식(경남대 극동연구소)
이주원(아침을 여는집)
윤여진(한국 건설기술인 협회)
정용국(서울대 박물관)
이동건(성대 철학 대학원생)
유동걸(역사문화아카데미)
이상훈(에너지 대안 센타)
홍상영(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권찬호(청와대 통일 비서실)
진월(세계 종교연합)
김남이(주미대사관 공보과)
김완석(노사모)
이복남(건설인)
박순성(동국대 북한학)
권병희(노동부 공무원)
이정남(고대 연구교수)
이정화(테네시대 영문학)

그리고 뒷풀이에 나타난
강명원(회사원/일굼 홈페이지 운영자)
이강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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