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잘 만나고 왔습니다.

by 윤여진 posted Apr 21, 2003
비온 후의 하늘은 참으로 청명합니다. 하늘뿐 아니라 봄날의 새순들이 고운 빛으로 분주했던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도 한답니다. 그러니까 토요일 아침, 잠시 하늘에 취하고, 푸른 빛에 취하여 마라톤대회를 뒤로하고 수락산으로 행선지를 바꾸었습니다. 산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군요..ㅎㅎㅎ

일요일 아침, 석규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비가 오는데...
곧 개일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수락산역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속에서 석규씨, 그의 딸 한백이, 민문연의 이봉훈씨, 그리고 전혀 산에 오르지 못할 모습으로 나타난 왕재씨를 만났습니다. 미현이는 약속장소로 오는 길인데 너무 늦게 출발하여 기다리시는 분들께 죄송하다며 학교로 향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조박사님과 최교수님도 마음은 산을 오르고 싶으나 몸이 허락지 않는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음..부시시한 모습의 왕재씨도 자의반 타의반 산입구에 떨구고 네사람이 단촐하게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비는 오는 듯 멈추는 듯.. 기대했던 맑은 하늘은 보이지 않고 1시간쯤 오르니 한백이가 어디에서 점심을 먹을까 노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석규씨는 아직 12시도 안되었다는 이유로 한백이를 구슬르고 달래고..정확히 12시를 넘기면서 산 중턱의 평평한 곳에 자리를 폈습니다. 여전히 부슬부슬 비는 내리는데.. 준비해온 초밥과 인절미, 빵 그리고 한백이만 우산을 씌우고 꿀맛 같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계속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으니 그만 내려가자고... 석규씨와 한백이는 이미 하산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정상에 오르지 않고 산을 내려갈 수 있을까... 봉훈씨와 저는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산행은 예상치 않았던 암벽을 오르고 밧줄을 타고, 깔닥고개, 독수리 바위를 넘어서도 수락의 정상은 운무로 제 모습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지는 수락,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운무를 헤치면서 맑은 날 왔음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더군요. 석규씨와 헤어지고 1시간은 족히 왔을 시간에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비 때문에 등산객이 많지 않은 한적한 정상에서 봉훈씨와 커피도 마시고 다음번엔 산사춘도 한병 가지고 오자고 하고..맘껏 기분을 냈습니다.. 근데 이제부터 어떻게 내려가나...

산을 오르고 내리고... 그것뿐일까요.. 산을 만난다는 것, 아낌없이 산이 주는 것을 받을 수 있다는 행복감을 저는 하산길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맑은 봄날을 기대하고 투정을 부리고 있는 제게 수락은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하더군요. 하얀 구름사이로 아무도 없는 수락에서의 신비함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그 느낌이 전해질까요.. 아직도 비는 오는데, 산 아래는 석규씨와 한백이가 기다리는데..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 있고 싶었답니다..이럴때 산사춘이 한잔 있어야 하는긴데,,,ㅎㅎㅎ  그사이 한백이와 석규씨는 맑은 계곡에 발을 담그며 놀다가, 비둘기에게 빵을 나누어주며 놀다가.. 신선(?)이 되어 돌아온 저와 봉훈씨를 만났습니다.

어디선가 말숙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왕재씨와 따끈한 버섯찌게에 소주,맥주, 산사춘을 말끔히 비우면서 일굼이라는 이름으로 홍성에서 창립총회를 한지 백일이 되는 자축도 하고, 요즘 새로이 가입하는 신입회원과 화요일에 있을 연구모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조금씩 회원도 늘어나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도 적지않게 느껴집니다. 수락에서 받은 냉철하고 허허로운 기운들이 우리모임에도 전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번 산행에는 정상탈환조가 산밑대기조나 중턱하산조보다 많았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산을 만난다는 것, 혼자 느끼기에는 너무 아깝거든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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