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하 회원 <도덕경> 출판

by 希言 posted May 11, 2005
1. 노자는 카멜레온이 아니다.

도덕경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널리 읽히는 동양 고전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그 사랑만큼이나 오해와 주관적 해설도 많은 책이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주석서가 그 수효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니 가히 도덕경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주석서와 해설서에도 형식이나 관점에 몇 가지 공통 요소가 있다. 먼저, 형식에 있어서는 도덕경을 81장으로 나누어서 본다는 점이다. 관점에 있어서는 노자를 현실과 괴리된 신비주의자로 바라보거나 혹은 노회한 처세술가, 실패한 현실정치인으로 바라보거나 아니면 이 둘을 적당히 얼버무려 놓은 식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틀로 바라볼 때 도덕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처럼 거의 관습적으로 굳어진 도덕경에 대한 거대 담론으로부터 벗어나야 노자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자는 더 이상 관전자의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는 카멜레온이 되어서는 안 된다.

2. 도덕경은 당대 역사적 현실 속에서 읽어야 제대로 보인다.

저자는 노자 도덕경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두 가지 큰 원칙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첫째, 도덕경을 81장으로 끊어 읽지 말고, 전체를 하나로 이어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81장의 구분은 후한의 하상공에게서 비롯된 것이며, 마왕퇴에서 발견된 고본들은 그 구분이 없다. 그런데 81장으로 나누어 읽고 해석하면서 폐단이 나타나는데, 즉 각 장마다 독자적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도덕경 전체를 조망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노자가 명상가, 혹은 성리학자, 물리학자, 정치인, 처세술가, 심지어 신선 등의 모습으로까지 해석되게 된 것이다.

과연 도덕경 전체를 꿰뚫는 노자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노자는 도덕경 전체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던 것일까?

둘째, 도덕경을 당대의 역사적 현실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도덕경은 고도의 함축적 언어로 이루어진 짧은 글이다. 그런 만큼 그것을 바라보는 입장이나 관점에 따라 다양하고 때론 극단적 해설이 이루어진다. 주관적이고 자의적 접근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자의 의중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시의 현실 속에서, 즉 노자가 살았던 당대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사상적, 심리적 토대 위에서 그의 사고와 언어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럴 때 주관적 해석에 치우치지 않고 해석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3. 도덕경은 고도로 압축된 한 편의 글이다.

이 책은 크게 한글 번역문과 해설, 원문과 주해로 구성되어 있다. 편의상 기존의 장들을 몇 개씩 묶어서 큰 단락을 구분하였지만, 여기에서 장은 해설을 위한 형식적 구분에 불과할 뿐 의미는 없다.

먼저 한글 번역문은 가급적 문법에 기초한 원문 직역에 충실하였다. 의역으로 인한 또 다른 오해를 우려해서이다. 하지만 도덕경의 특징인 함축성으로 인해 그 의미가 곧바로 전달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다음, 해설 부분은 이 책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단락 구분에 매이지 말고 먼저 해설 부분 전체를 별도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기존 81개의 장이 서로 놀라울 정도로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도덕경이 일관된 흐름을 가진 단 한 편의 글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자가 처한 당대 현실과 도가사상의 흐름 속에서 진정으로 노자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이 무엇인지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문은 그 음을 달아 읽는 데 편의를 도모했으며, 주해에서는 원문에 대한 뜻풀이와 그 배경 등을 설명하였다.

4. 노자는 무위의 정치를 꿈꾼 혁명가이자 자연인이었다.

도덕경은 전국시대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즉 도덕경은 춘추전국시대를 사회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시기는 중국역사상 제자백가라 불리는 다양한 사상들이 출현하였는데, 이는 사회의 혼란을 반영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춘추시대 170여 개의 나라가 전국시대의 7웅으로, 그리고 다시 진으로 통일되는 전쟁의 시기로, 백성들의 삶은 그야말로 피폐 그 자체였을 것이다. 아울러 국가는 전쟁에서의 승리와 생존을 위한 온갖 기재들이 필요하였고, 그것이 다양한 사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노자는 학문을 하거나 도덕을 닦을수록 세상이 더욱 혼란해지고 사람들이 소박함을 잃어 가는 현실을 고민하였다. 인(仁)을 가르치고 예(禮)를 가르치고 법(法)을 가르치고, 그것을 배우고 익히는 사람은 많은데 현실은 왜 거꾸로 가는가?

노자는 그 원인이 인위성에 있다고 보았다. 즉 옳고 그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이 국가나 지배계급의 유지를 위한 상과 벌, 이익과 손해, 명예와 천박을 가르는 수단이 된 것에 혼란의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위적 정치를 버리고 무위(無爲)의 정치를 펼칠 때 이러한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공자의 유가나 법가 등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의·예·법·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반면 노자는 반대로 현실의 그러한 인위적인 것들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고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자연의 도를 주장하며, 정치가 무위자연의 길을 걸을 때 소박함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도덕경에서 그러한 자연의 길과 자연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인간과 만물 속에 살아있는 자연의 활동(德)을 해명한 것이 덕경(德經)이며, 인간의 실상(道)을 규명한 것이 도경(道經)이다.

이처럼 노자 도덕경은 혼란과 모순이 극대화된 춘추전국시대에 그 당시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고, 인간과 자연의 실상을 규명하여 그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이 해설서를 통해 춘추전국시대 예와 학문에 숨겨진 위선을 벗겨내고 무위의 정치를 꿈꾸었던 혁명가 노자, 유가와 법가에 대해 통렬히 비판하고 자연의 도를 통한 평화로운 삶을 꿈꾸었던 자연인 노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이름 : 노자 도덕경
출판사 : 너울북
    값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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