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7월 31일 일요일 오전 10시
장소 : 죽산 묘소(망우리공원묘지)
모이는 곳 : 당일 오전 9시, 상봉역 3번출구 앞(7호선)



                                                죽산연구소 준비위원회를 시작하며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일을 없애고, 모든 사람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고, 모든 사람이 착취당하는 것 없이 응분의 노력과 사회적 보장에 의해서 다 같이 평화롭게 행복스럽게 잘 살 수 있는 세상”은, 모든 민족이 공존공영하는 지구문명은, 영원히 실현불가능한 공상가들의 꿈일 뿐인가. 탈냉전과 뉴밀레니엄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늘어만 가는 전쟁과 테러, 재난과 기아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일이야말로 인류사회가 공통의 노력으로 풀어야할 과제인 것이다.

이산과 분단으로 흩어진 민족공동체를 복원하고 한반도를 평화와 국제협력의 진원지로 만드는 길을 무엇인가. 전쟁과 냉전의 체제, 그로부터 파생해 반세기 동안 강요되어온 굴절과 왜곡, 억압과 반목의 문화를 걷어내고 진실과 정의, 조화와 상생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민족구성원의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으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인류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민족통합을 이뤄낼 팬코리아의 중심으로서 우리 공동체의 현실은 불안하기만 하다. 리더십의 붕괴와 극한의 이념대결, 그리고 성장잠재력의 저하와 공동체의 양극화란 내파에 시달리고 있다. 또 주도적으로 민족의 장래를 설계하지 못한 결과 한반도는 기아와 분쟁지역으로 한편으로는 WTO체제 속에서 해외투기자본의 천국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 앞에 닥친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는 길은 흩어져버린 공동체의 의지와 역량을 모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생존과 부활’의 기적을 보여준 헌정사의 역사를 복원함으로써 통합의 신화를 창조하고 팬코리아를 재결집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단절된 헌정사의 마지막에 위치했던 죽산 조봉암을 주목하고자 한다. 항일독립투쟁과 건국의 과정에서, 그리고 전시상태의 극우반공체제에 맞서 평화통일을 주장하고 진보당을 조직했던 죽산의 애족애민과 대중적 리더십이야말로 오늘 우리 공동체가 복원해야 할 첫 번째 역사이기 때문이다. 또 국내외의 변화를 읽으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수입된 이념이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던 죽산의 사상과 실천은 이념적 양극화를 제어하고 사회통합을 위한 한국적 길, 한국적 진보의 개척이었던 것이다.

오늘 우리는 죽산의 뜻을 이어 당면한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팬코리아와 인류사회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죽산연구소의 문을 열고자 한다. 죽산연구소는 철저하게 지워져버린 죽산의 사상과 실천, 비전과 구상을 복원하고 이를 우리 공동체에 구현하기 위한 학술, 실천, 연대활동을 대중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다. 그 길이야말로 공동체 역사통합의 전기를 마련하고, 21세기 한국적이면서 인류보편적인 진보의 길을 개척하며, 무엇보다 극우반공독재에 의해 희생된 죽산이 부활하는 유일한 길임을 믿기 때문이다. 뜻있는 선배, 동지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촉구한다.

                                                        2005년 7월 31일
                                죽산 서거 46주기를 맞아 죽산연구소 준비위원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