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12년, 한반도 질서의 변화와 전망(3월 4일 간담회)

by KG posted May 17, 2005







일   시: 2005년 3월 4일 오후 8시부터
장   소: 코리아글로브 회의실
사   회: 김현인(편집주간)
토론자:
고한석(연구위원, 열린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윤여상(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정낙근(연구위원, 여의도연구소 통일안보팀장)
조민(연구위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배근(운영위원장, 건국대 경상학부 교수)
홍상영(운영위원, 우리민족서로돕기 기획부국장)

토론 목차 :
1. 2.10선언과 3.2 비망록에 대한 평가
2. 1차와 2차 북핵사태 12년의 의미는?
3. 다자틀 속의 한반도문제 - 6자회담의 평가와 전망
4.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전략과 선택은?
5. 북일관계와 일본의 선택은?
6. 2005~2006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7. 북한인권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편집자 주]
한반도위기설을 뒷받침해주듯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 북단을 주목하고 있다. 과연 김정일 정권이 핵실험이라는 카드를 던질 것인지 아니면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부시 정권의 인내심의 끝은 어디인지 무성한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향적인 결과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서울의 처지가 안타깝기만 하다.

3월 4일 진행한 북핵간담회는 지난 2월 10일 북한의 핵보유 및 6자회담 탈퇴선언 이후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반도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의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특히 12년을 끌고 있는 북핵문제의 본질과 미-중의 대한반도 전략, 그리고 6자회담의 평가와 전망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12년을 끌어온 북핵문제는 결국 한반도문제의 국제적 성격을 드러낸 것으로써 국제문제의 해결없는 한반도문제의 해법은 불가능하다는 현실 위에서 미국과 중국이 동의하고 협조할 수 있는 한반도의 미래비전을 구상하고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또 북한의 2월 10일 핵보유 선언은 한국과 중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에게 보다 적극적인 선택을 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하고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미간 양자회담을 통한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며, 나머지 참가국들이 그 합의를 보장하는 속에서 북핵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서울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중심으로 미-중간의 구도에서 제 역할을 찾고 있지 못한 서울의 전략부재를 지적하고 긴 흐름속에서 남북을 포괄하고 내부구성원과 주변 국가를 설득할 수 있는 한반도 비전 수립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 글은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간담회의 내용을 주제별로 재편집한 것으로, 가급적 토론자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실었다. 당장 오늘내일의 시급한 현안을 판단하기에 앞서 1차 북핵위기 이후 현재까지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흐름을 차분히 읽는 것이야말로 당면한 북핵위기를 포함한 한반도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찾는데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읽어야 만이 양자회담을 거부하고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는 미국의 행보와 인권을 중심으로 한 일본과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가지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마지막 부분에 게재된 ‘북한인권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는 간담회와 별도로 서면질의를 통해 토론자들의 의견을 받아 편집한 것임을 밝혀둔다. 당일 토론에 참가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편집자의 부주의로 소중한 의견이 코리아글로브 회원들에게 늦게 공개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5월 9일)







“북한은 2.10선언을 통해 중국과 한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적극적인 선택을 요구”
“미사일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변화 가능성 높아”
“자국의 확실한 이해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 주변 4국은 기존 질서의 변화 원치 않아”



사회자 :
2월 10일 선언과 3월 2일 비망록까지 2005년 들어 북핵사태가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선언과 6자회담 탈퇴 그리고 미사일실험 재개선언의 의미와 향후 전망, 그리고 우리의 대응을 논의해보고자 이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 12년에 걸친 1차와 2차 북핵위기의 원인과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변화흐름에 주목하면서 자연스럽게 2005, 2006년 북핵문제의 해결과 북핵 이후 한반도 전망과 대안을 만들어가는 토론을 진행했으면 한다.

먼저 핵보유와 6자회담 탈퇴를 내용으로 하는 2월 10일 선언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하자. 12년을 끌어온 북핵사태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는데, 핵보유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핵보유국 북한과 공생의 방법을 찾아야 할지, 아니면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지켜갈지 올해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최배근 :
2005년과 2006년에 걸쳐서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질서에 중요한 변화를 예상할 수 있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북한에 대해서 계속 정권교체(Regime Change)나 체제전환(Regime Transformation)을 얘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북한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이 핵카드를 들고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미국의 답변인 셈인데, 2월 10일 선언은 미국의 압력에 대한 북한의 답변이기도 하다.

결국 북한입장에서는 시간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당장 이라크문제 등 중동문제가 해결된 이후 다음은 북한이라는 위기감, 북한이 내부적으로 시도한 7.1경제관리개선조치나 남북경협 등의 개혁성과가 성공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 가능한 내부적인 반발과 권력승계 등 내외부적으로 시간이 넉넉치 못하다는 제약조건이 사실이다. 결국 북한이 혼자 미국을 상대하기 힘이 드니까 중국과 한국을 지렛대 삼아 미국에게 보다 적극적 선택을 요구하는 것 같다.

특히 지난 해 노무현정부는 부시행정부의 대북 무력사용을 반대하는 LA발언 등을 내놓았는데,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선택을 막아줄 수 있는 세력은 남한의 노무현정부라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6자회담이 실패하거나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한국 정부의 당면 현안인 경제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주는데, 한국시장에 대해서 해외자본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북핵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은 한국과 중국에게 보다 적극적인 지렛대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고 그것이 2월 10일 핵보유 선언의 의미라고 판단한다.


정낙근 :
사실 2월 1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핵보유 선언은 발언자의 직위와 발언장소(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발표) 등을 보면 그 강도에 있어서 놀랄만한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지난 해 9월 UN총회에 참가한 최수헌 외무성 부상은 기자들에게 ‘이미 8천대(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서 무기화했음을 선포한 바 있다’고 발언했었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이라크와 이란문제로 말미암아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북미양자회담에 미국이 응하도록 독려할 목적에서 톤을 높이는 것이다. 사실 미국이 북한 체제나 인권에 대한 발언을 하고는 있지만 북핵과 관련해서는 의도적으로 무시정책을 펴고 있고 이번 2.10성명에 대한 반응을 봐도 그렇다.

결국 북한은 핵개발과 분리된 6자회담 참가라는 새로운 카드를 등장시켜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부터 대북지원을 얻어낼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북한은 긴장을 먹고사는 유기체로서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자신에 대한 관심을 잡아두어야 생존할 수 있으며, 이는 북한이 자립력이 없기 때문에 대외의존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조민 :
북한은 핵에 대해서 부정했거나 긍정도 부정도하지 않는 NCND정책을 펴왔는데 2월 10일 선언을 통해 그 라인을 넘어섰다. 핵무기의 실재 여부를 떠나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인정된다면 우선, 한반도에서 기존의 재래식 군사균형이 완전히 깨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향후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나 한미동맹의 기본적 성격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뿐만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 그리고 한반도의 균형과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또 3월 2일 비망록은 1999년 8월 30일 대포동 미사일(북한은 광명성 1호) 발사실험 이후 워싱턴커뮤니케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미사일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서, 지난 클린턴 정부 당시 미국과의 약속을 부정하는 것으로 역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다만, 2월 10일 선언 이후에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봐서는 안된다.


정낙근 :
북한은 3월 2일 외무성 비망록에서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국제조약이나 그 어떤 국제법적 구속을 받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드디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는 핵심이 나왔다고 본다. 핵문제와 다르게 미사일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미사일문제는 양자건 3자건 회담의 대상이 구체적이다. 2000년 10월 미국 클리턴 행정부 말기에 북한 조명록의 방미,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 등을 통해서 미사일개발 유예 조건으로 1년 10억불 씩, 3년 30억불 지원협상이 구체화 되다가 부시정권이 들어오면서 중단된 상태다. 협상은 북한과 미국이, 돈은 일본이 내는 것까지 구체화되었었다.

이렇게 미사일 문제는 과거 구체적 선례가 있기에 계산이 나온다. 핵무기는 있건 없건, 미국이 그 실체를 못믿겠다고 하면 어려워진다. 밖으로 나오지만 않게 하면 되기 때문에 북한이 구체적으로 돈을 요구하기가 힘들지만, 미사일 문제는 구체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기에 뭔가 논의나 합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북미관계의 실질적 개선이든 한반도문제의 변화든 미사일문제를 풀어가는 가운데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발사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고한석 :
북한이 왜 핵문제를 이슈화시켰는지, 또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한반도의 어떤 상황이 가장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는가를 생각했을 때,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반도의 분단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는 강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는데, 내부 붕괴 시나리오 등 한반도가 남한 주도하에서 통일이 되었을 때, 결국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동북아에서 중요한 군사적 기지의 철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북핵 등 긴장은 유지되겠지만 미국 자신은 크게 위협받지 않으면서 중국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을 원한다.

결국 북한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이고 반대로 북한으로서는 어떤 식이든 해결이 되어야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빅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게 2월 10일 선언의 의미라고 본다.


최배근 :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2002년 발생한 2차 북핵위기가 고한석 위원의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한반도 구도에 변화가 생겼을 때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현상태의 유지를 원할 것이다. 미국이 레드라인이라고 설정한 것도 핵물질의 반출인데, 한반도 긴장이 적절히 유지되면 미국의 지역 안보동맹구도 역시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김대중정부와 북한의 변화 의지에 대한 미국의 반대 태도를 보면 더욱 그렇다. 현재 미국은 노무현정부을 신뢰하지 않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친중국으로 가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고, 친미정권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은 원하겠지만, 그건 또 중국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은 남한 주도의 통일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기 때문에 북핵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키고 사태를 반복시키는 전략을 취하는 것 같다. 반면 북한은 매우 취약한 내부구조 때문에 사실상 벼랑끝 상황으로 끌고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결론적으로 미국과 중국간의 긴장이 어떻게 귀결될 것이냐가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조민 :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서 기존 4국은 자신들의 득실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을 경우에는 지난 60년 동안 이어져 온 관행, 즉 분단과 대치상황이 깨지기를 원치 않는다. 북핵문제의 본질은 이렇게 고착되어 온 상황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 변수라는데 의미가 있다.  

최근에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북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각각의 득실에 어떻게 부합될 것인가를 보면서 저울질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확실한 계획이 없다면, 동북아문제를 미국이나 중국이 일방적으로 끌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계속 진행시키는 것이다. 다시말해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두 분의 분석에 동의한다.





“1994년 제네바합의는 북한붕괴 염두에 둔 미국의 미봉책일 뿐”
“中-양빈구속, 美-우라늄 핵개발 제기는 남북 주도의 한반도 변화에 대한 거부”
“북한 체제와 핵을 교환하지 않는 이상, 북핵의 근본적 해결 쉽지 않아 ”



사회자 :
논의가 자연스럽게 한반도를 둘러싼 각 국의 이해, 국제관계로 진행되는 것 같다. 그 전에 먼저 12년을 넘게, 사실 1993년부터 따지면 올 해가 13년째인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핵문제에 대한 평가를 해봤으면 한다. 흔히 1차위기와 2차위기로 나누는데 무엇이 다른지, 또 무엇이 잘못되어서 2차위기가 재발한 것인지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


조민 :
여기서 당시 상황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1992년 가을 북한이 플루토늄 방식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고, 1993년 3월 12일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1차 북핵위기가 발생한다. 결국 1993년 5월 UN안보리의 ‘북한의 NPT탈퇴 철회 재고 및 NPT준수를 촉구하는 대북결의안 제825호’가 채택되는데, 이 과정에서 북핵문제를 봉합시키기 위한 미국 클린턴정부의 노력이 진행되어 1994년 10월 21일 북미 제네바기본합의가 체결되면서 1차 북핵위기는 마무리된다.

당시 합의사항을 보면, 미국은 3개월 내로 대북경제제재를 해제하고 경수로를 지원키로 하고 북한은 IAEA사찰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995년부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중유만 지원했지 경제제재를 철회하지 않았다. 경수로 역시 지연되다가 2000년 5월에 들어서야 콘크리트 타설 등 본 공사를 시작한다. 결국 제네바합의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가 왜 나왔는지를 살펴봐야한다. 기본적으로 양자합의지만 북한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었는데, 미국의 경우는 민주당 정부에 공화당 의회라는 정치적 한계가 있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김일성 주석 사망 등 북한 정권이 오래지않아 붕괴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클린턴정부의 대북한 인식이 너무 소박했다고 볼 수 있는데, 민주당 정부가 12년간 정권을 놓치면서 국제정세에 감각을 상실(레이건, 부시정권에서 소련 붕괴를 처리했는데 공산권에 대한 전문가가 없었다)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조지 부시 행정부의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1994년 제네바합의는 쉽게 체결되었지만, 미국의 준수 의지가 없었다는 것은 확실하고 그 책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역시 미국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속에서 IAEA사찰 수용에 소극적이었다.  

다음으로 2002년 상황을 살펴보면, 10월 3일 미국의 제임스켈리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하고 같은 달 15일 미국에서 우라늄방식에 의한 핵개발을 북한이 시인했다고 공표하면서 2차 북핵위기가 발발한다. 미국은 북한이 1994년 제네바합의를 어겼다면서 공세적 입장을 표명했고, 2003년 1월 10일 북한이 다시 NPT를 탈퇴하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1차위기와 2차의 차이점은 핵개발 방식에서 플루토늄이냐 우라늄이냐도 있겠지만, 그 해결방식에 있어서 북미 양자가 아닌 6자회담이라는 다자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4년 미국 민주당의 대북구도는 양자간 구조였으나, 2002년의 경우 부시 정권은 양자간 대화를 거부하고 다자구도로 전환시켰다. 그래서 남한,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을 3차까지 진행했다.


최배근 :
2차 북핵위기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북한문제의 본질로서 북핵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북한문제가 북핵문제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질서의 새로운 변화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북핵문제 해결 이후의 한반도 질서, 동북아 신질서의 등장 가능성과 관련해서 2000년 6.15선언부터 2002년 북핵사태까지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2000년 1차 북러정상회담, 6.15 남북정상회담, 2002년 7월 1월 북한의 내부적인 경제개혁조치,  2002년 신의주특구 선포,  9월 북일정상회담이 있었다. 그러다가 10월에 미국의 켈리 차관보가 방북한 이후 북핵문제가 터진다.

이런 과정을 보면, 결국 국제협력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남북이 주도하는 새로운 한반도질서의 창출 시도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분단을 포함한 한반도문제의 해결은 한반도내의 갈등해결과 함께 국제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못하면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2차 북핵위기의 해결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북한은 북미 양자중심의 대화를 주장하다가 다자간 테이블로 전환함으로써 일본, 러시아를 끌어들이면서 변화를 불러온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 소외를 느낀 나라가 중국이었고, 가장 기분이 나쁜 나라가 미국이라고 본다. 중국은 신의주특구에 대해서 시비를 걸어 행정장관으로 내정된 양빈을 구속했고, 미국은 우라늄방식에 의한 2차 북핵문제를 제기했다.

사실 미국은 냉전 이후 새롭게 태어나는 한반도구도를 보면서 자신들에게는 별다른 이득이 없다고 판단하여 크게 협조적이지 않았다. 때문에 김대중정부의 남북화해정책, 한반도 신질서 창출 시도가 큰 소득없이 끝나고 말았다. 결국 12년을 끌어온 북핵문제나 그 해결과정으로서의 6자회담은 한반도 문제가 민족문제이자 국제문제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윤여상 :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된 문제가 12년을 끌어왔지만 아직도 제자리라는 사실이다. 또 핵카드를 본질적으로 누가 시도하였는가를 봐야한다. 북한의 근본적인 의도에서 시작되고 진행되었다. 종착점도 역시 북한이라고 본다.

1993년과 2002년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북한이 1993년에는 왜 핵을 가지려고 했는가. 당시 북한은 체제위기였다. 냉전종식과 소련해체 후 대내적, 국제적 위기상황을 핵카드로 돌파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래서 제네바 북미 양자회담으로 합의를 하고 체제안정을 보장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조 박사님 말씀처럼, 미국이나 북한이나 둘 다 지키지 않을 약속을 했다. 미국입장에서는 북한이 약속된 시간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경수로 공사도 마찬가지로 더디게 진행시켰다. 미국이 한국정부에게 대북 경수로 지원 약속을 받아낸 조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1993년부터 1994년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미국 정보라인에서 제공한 6개월 또는 1년 내 북한 붕괴시나리오에 대한 신문보도가 쏟아졌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면 된다. 결국 미국은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했다. 북한도 미국이 약속을 지키든 지키지 않든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을 진행시켰다. 한국정부나 국민들은 그 합의가 존중될 것이라고 봤는지 모르지만 사실 한국을 제외한 어느 주변국가에서도 제네바합의가 지켜지리라고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사회자 :
2002년도 2차 북핵위기의 원인과 관련해서 1994년 제네바합의의 한계랄까 미봉책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씀하셨는데, 미국은 2003년을 목표시한으로 국제컨소시엄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1,000MW급 경수로 2기의 건설공사를 함경남도 신포에서 진행중이었다. 그런데 이 공사가 지연되면서 2003년의 목표시한은 물론이고 핵심부품의 이전과 관련해서 또다시 긴장이 발발할 것이 예상되었다. 또 2001년 공화당의 부시대통령이 취임을 하고 네오콘이라고 하는 신보수주의적 외교정책이 구현되면서, 특히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상당히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서 2002년 2차 북핵위기는 예고된 것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조민 :
2003년이라고 목표시한을 두었지만, 실제로는 2004년이 경수로 완공 예정이었는데 준공을 2년 남겨놓은 상태에서 공사의 진척도는 15%였다. 물론 북핵문제가 다시 터지면서 2003년 8월부터 잠정 중단한 상태이고 한국의 9억 달러 등 총 10억 달러를 이미 투자한 뒤였다.  물론 북한 입장에서는 공사의 진척도와 관련해서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북한이 다시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봉인된 8,300개의 폐연료봉에 손을 대는 수준으로 봤던 것이 당시의 예상이었다.

돌이켜보면 1993년의 레드라인은 북한이 폐연료봉에 손을 대느냐, 즉 이 플루토늄의 재처리를 한계상황으로 봤다. 최근 외신에 이미 플루토늄 재처리가 끝났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2002년의 상황은 우라늄방식에 의한 핵개발 프로그램이다. 같은 핵개발이지만 상황이 많이 변화했다.


정낙근 :
1994년 제네바합의로 2003년 12월 경수로 공사가 끝났어야 하는데, 미국으로서는 그것을 뒤로 밀어두고 북핵사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문제제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것이 1993년에는 플루토늄이었지만, 2002년에는 우라늄방식이라는 새로운 아젠다로 문제제기된 것이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 8,300여개의 폐연료봉은 순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하며 과학적으로 플루토늄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우라늄방식이라는 새로운 카드로 기존 카드를 덮으면서 북핵문제의 해결은 장기적으로 가게 된 것이다 .


윤여상 :
국제질서에서 핵무기 개발이라는 것이 카드를 꺼낸 사람이 실리를 보는 전형적 카드이고 또 핵개발을 북한의 마지막 카드라고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게 조각조각 카드를 만들어서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루토늄방식에서 우라늄방식으로 전환되었고, 또 1차에서 2차까지 10년 걸렸듯이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게 시간에서부터 간단치 않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체제를 보장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주권과 핵을 맞바꿔주지 않는 한, 핵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와 대북지원을 위해 누가 어느 정도의 재정을 부담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겉돌고 있다. 결국 북한은 10년 넘게 시간을 벌었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좋아서, 또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제어가능하다고 보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아쉬워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핵이 없어지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해결책은 체제를 보장해주든지 아니면 체제를 스톱시키든지 둘 중의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6자회담은 평양, 워싱톤, 북경의 입장차만 드러냈을 뿐 합의는 쉽지 않아”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뿐 아니라 중국, 한국까지도 묶어둔 상황”
“6자회담에서 북핵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은 UN안보리 등 다음 수순으로 가는 명분 생겨”



사회자 : 우라늄방식의 핵개발 의혹이 불거지면서 발발한 2차 북핵위기는 6자회담이라는 해결의 틀을 마련하고 2003년 8월과 2004년 2월, 6월 3차례의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진전없이 참가국간의 입장만 확인하다가 2.10선언으로 무기한 유보된 상태다. 과연 6자회담이라는 틀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평가와 전망을 한다면.


조민 :
6자회담에 참가하는 각국의 기본 전략을 살펴보자. 사실상 핵심은 북한, 미국, 중국 3국이다. 먼저 미국과 중국은 상호 신뢰보다는 상호 의혹구도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6자회담 틀 내에서 중국의 역할이 북한을 통제하고 어느 정도 규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자꾸 공을 넘기고 있다. 중국이 대북경제지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지렛대로서 미국과 공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6자회담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하면서 자신의 발언수위를 높이면서도 그 틀을 깨지 않고 장기간 유지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북한은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미국과 양자로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을 중국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자국에 이익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것을 북한도 알고 있다. 때문에 평양은 더 이상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6자회담 틀에서 평양, 북경, 워싱톤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합의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틀까지 깰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 틀 내에서 3자가 상호 바라는 역할을 아무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윤여상 :
6자회담이라는 다자간 합의는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약속의 실천성을 높인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데, 어떤 형식이든 그 약속이 전제 되려면 미국, 일본 등 주변국가가 북한이 요구하는 제도적 안전 확보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월 10일 선언 이후 미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움직이도록 하고 있는데, 사실 중국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대만카드라고 본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중국을 움직이게 할 수 있지만 양안관계가 더 중요하다. 결국 북한의 체제안정을 다자가 어떤 식으로 보장해주느냐가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라고 본다.


홍상영 :
조박사님 말씀처럼, 북한 입장에서는 6자회담 틀에서 특별히 얻을게 없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악의 축, 정권교체, 그리고 폭정의 전초기지까지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가장 큰 안보위협이기 때문에 북미간의 양자대화만이 현재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결국 북미 양자회담만이 현실적 해법일 것이다.


조민 :
중국으로서는 일회성이라도 북미간 양자회담을 마련해주게 되면 이후에 자신의 역할이 그렇게 고착됨으로서 미국의 구미에 맞는 역할만 하게 된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기에 상당히 복잡한 제스처를 써야하는 상황이다.
6자회담이라는 틀은 당장 실효성이 없다고 할지라도 동북아시아 정세에 있어서 쉽게 깰 수 있는 틀이 아니다. 이 틀에서 북핵문제 외에도 중일간 센카쿠열도 문제 등 다양한 국제관계의 현안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유용성을 중국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접근하기 보다는 미봉책 수준에서 접근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핵의 유지든 폐기든 꼭 양자택일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전제는 한반도의 정치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중국이 지금 당장 꼭 답을 내릴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최배근 :
6자회담을 고정된 상황으로 볼 필요가 없다. 참여국들이 처음 만들 때의 목표가 지금까지 계속된다고 볼 필요도 없다. 변화했고 또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동인은 북한이 핵개발, 미사일 등으로 계속 던지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현 상황을 유지하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6자회담에서 중국의 입장을 보게 되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현상유지를 바라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북한 내부 상황이 오랫동안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중국이 무작정 오래 끌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작년에 북중관계 개선 속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측면을 보면 결국 북한이 중국에게 숙제를 주고 있는 상태로 봐야 한다.

또 중국과 미국이 현 상황의 유지를 바란다고 해도 꼭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남한과 북한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문제, 체제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 거기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구려 역사왜곡으로 알려진 동북공정에서, 동북3성의 경제개발 내용이나 전략 등을 보면 중국 상무부 부장 보시라이는 신의주를 독립적으로 개발하기 보다는 단둥지역과의 연계를 고려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체제의 유지가 어렵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변화에 대한 대비 속에서 6자회담의 틀을 활용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 할 것이다. 물론 미국과의 관계도 고려할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1994년 양자구도에서 2003년 다자구도, 그리고 최근에 북한이 다시 양자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봤을 때, 결국 북한이 김정일 체제의 보장문제를 다급하게 처리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받아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미국이 6자회담이라는 틀을 통제가능한 이상에는 북한은 결국 핵카드 밖에 없는데, 미국도 이미 알고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낙근 :
6자회담은 근본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테이블이 될 수 없다.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건 북미 양자회담이고, 다자회담은 약속의 이행자리, 이행의 댓가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6자회담은 북한의 문제를 잡아둔 상태이지,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의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아니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그 속에서 양자간 대화를 통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고 약속을 하고, 나머지 참가국들이 그 합의를 보장해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예전에 많이 논의되던 ‘2+4형식’이 그것이다.

결국 2월 10일 선언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는 것 자체가 카드가 되었는데, 사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 않더라도 현 상황을 묶어두고 중국, 남한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입장에서 6자회담은 북핵문제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문제를 묶어두고 유지하고 논의하는 자리라는 것이며, 그 내부 혹은 외부에서 양자회담이 해결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최배근 :
정박사님 의견에 동의하면서 6자회담이 북핵이나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솔직히 한국정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정부가 6자회담이 깨졌을 때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 당사자격인 한국의 경우 그나마 입지조차 깨어지고, 한반도가 긴장상태로 가는데도 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또 그 해결을 위한 논의구도에서조차 배제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 옆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고, 러시아는 6자회담 틀 안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리한 게 없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숙제를 얻은 격이다. 한국은 6자회담이 깨지면, 한미간 신뢰가 손상된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갈 때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한국이 매달리는 형국이지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풀거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북한이 미사일문제 등을 들고 더욱 강경하게 나갔을 때, 6자회담에서 중국과 한국이 이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문제의 UN안보리 회부 등 다른 수순으로 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그리고 6자회담이라는 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UN으로 갔을 때 안보리에서 중국이 대북제재에 반대할 명분을 잃게 된다.

단기적으로 미국으로서는 나쁜 게 없다. 묘하게도 북한과 미국이 공존하는 것 같다. 하여간 2003년 처음 6자회담을 시작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면 회담 참가국들의 입장은 많이 다르고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中 2008년 올림픽 앞두고 동북아 안정이 최우선 과제”
“북한 체제와 핵개발을 중국이 제어할 수 있다는 확신 어려워”
“한반도질서의 변화는 美-中 이해의 대립 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사회자 :
6자회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면서 북한은 계속해서 핵과 미사일, 또 회담불참이라는 카드를 던지는 형식이고, 미국과 중국은 상황을 저울질 하면서 해결을 위한 진전없이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논의가 모아지는 것 같다. 앞서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북핵이든 미사일이든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정에는 주변국 특히 미국과 중국의 이해와 입장이 상당히 큰 작용을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로서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면 냉정하게 수용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게 합리적일 것이다. 과연 미국과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은 무엇인지, 특히 당면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전략은 무엇인지 논의를 진행해보자.


최배근 :
중국의 경우는 2008년 북경올림픽, 2010년 세계박람회 등을 앞둔 상황에서 대만문제를 포함해 동북아의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 북핵문제의 해결 없는 올림픽이라든지 동북아의 핵확산 등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적극적으로 중국의 지렛대 역할을 요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번에 중국의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상황이 변했다(3월 2일)고 했는데 결국 미국의 양보를 얻기 위한 제스츄어라고 본다.

반면에 미국이나 일본은 북한이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것은 라이스 국무장관이 유럽 순방자리에서 북한, 이란 등을 지목하면서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표현을 썼는데, 북한이 반박을 하니까 그 표현을 전체의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결국 미국이 북한에까지 민주화와 자유를 확대한다는 것은 미국을 적대시하는 가능성을 폐기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중국이 역할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핵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최근 국제원자력기구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북한을 비난하면서 UN안보리로 몰고 가려는 것 같다.향후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라크 문제가 끝날 때까지 북한을 적절히 압박함으로써 북한으로부터 최대한 양보 또는 굴복시키고 북핵사태 해결 이후에는 북한과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발언권,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윤여상 :
미국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하시는데, 오히려 중국이야말로 현재 상황을 즐길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북한의 완전한 핵무장은 막아야하고, 특히 경제붕괴, 중국으로의 대규모 탈출 가능성에는 대처를 하겠지만, 중국의 통제권 안에서 경제도 좋아지고 비핵화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결국 중국에게 유리한 방향일 것이다.

북한은 중국을 지렛대 삼아서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한국의 지원을 많이 끌어내달라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북한의 핵보유라는 중국의 우려를 막아주겠다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시간을 끌면 북한이 핵을 가질 수 있겠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은 통제할 수 있어도 북한체제는 통제할 수 없고 중국은 북한의 핵은 몰라도 북한체제 자체를 통제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은 북한과 최대한 등거리 외교를 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통해 북한의 경제회복이라는 자신들의 이익을 회복하고, 또 언제든지 핵개발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 지금 가장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중국은 북한의 경제개선을 자신의 손으로 풀어내고 자신의 영향권에 안에 두면서 대대적인 추가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 완전한 핵무장의 전 단계에서 북한을 언제든 막을 수 있는 경제봉쇄라는 자신있는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등을 돌리면 체제는 유지할 수 있지만 중국이 등을 돌리면 체제유지가 위험하다.


조민 :
중국이 북한의 유사시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국가 목표는 분명하지만, 북한 핵문제를 핸들링 하는데 여유롭거나 즐긴다고 볼 수는 없다. 한반도 북쪽에 친미적 성향의 정권이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더욱 그렇다.

또 3월 2일 북한 외무성이 미사일문제를 들고 나왔는데, 이는 일본을 자극하는 것이다.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오마에 겐이치는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면 일본사람 1만 명이 죽더라고도 북한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 90일 만에 수천 개의 핵폭탄을 만들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나까소네를 포함해서 일본 전략가들은 북한의 미사일을 자신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의 강경한 반응에 제일 불안을 느끼는 것이 중국인데, 일본의 핵무장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양안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대만의 핵개발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북한이 계속 수위를 높여가는 것을 보면서 중국도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중국 입장에서 현재 북한의 핵카드는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본다. 중국의 보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단순논리로 볼게 아니다.


최배근 :
북한의 유일한 카드는 핵무기이고 2월 10일 핵보유 선언의 의미는 아주 크다. 또 3월 2일 외무성 비망록의 미사일 실험 등은 다들 예상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핵보유를 선언했는데도 미국에서 반응이 없을 경우에는 미사일 등 추가조치가 나올 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일본한테 반응을 보여 달라는 소리인데, 이 상황에서 일본이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추가로 핵실험을 하겠다고 한다면, 과연 일본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주변국가들이 용납할 수 있는지를 봐야한다.

객관적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북한의 핵 보유 유무에 상관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을 고사시켜서 친중정권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마음대로 북핵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또 마음대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닌 것 같다.

주변국가의 인내심의 한계 등을 보면 중국입장에서는 곤란하다. 미국은 오히려 무시나 침묵 등 원칙적으로 접근했을 때, 한국, 중국 등의 발언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다음 카드로 UN안보리 회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여유있게 나갈 것이라는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고한석 :
얼마 전 중앙일보 문창극 논설주간이 한국의 핵무장론을 제기했다. 논지의 핵심은 한국이 핵을 가져야 한다거나 아니다의 차원이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고 봤을 때 어떻게든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를 위해 한국정부가 하나의 시그널로서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를 재고할 수 있다는 수준의 뉘앙스를 비춘다면 중국이 더 적극적이 될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중국이 나서야한다는 발언을 한국이 해줘야 할 때라고 본다. 한반도 비핵화의 재고가 역설적이지만 중국을 추동하는 하나의 시그널로서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홍상영 :
중국의 역할을 말씀하시는데,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뭘 설득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2월 10일 핵 보유 선언의 본질적 문제는 결국은 체제의 문제이고 형식적으로는 제스처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코너에 몰린 사람이 마지막 수단으로 총을 쏘겠다고 하는데 그것을 옆 사람보고 막아달라는 형국이다. 과연 북한이 뭘 양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반대로 북한 역시도 중국에 대해 미국을 잘 설득하라는 얘긴데, 중국이 과연 미국에게 뭘 설득할게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최배근 :
북한은 자존심이 세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뭘 할 수 있느냐고 할 때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비핵화가 깨졌을 때, 누가 더 불편한가? 핵물질의 해외 유출 말고 그냥 핵무기만 보유하고 있다고 볼 때, 북한에 친중정권이 들어서서 핵무장도 해체시킬 수 있으면 중국은 그것을 원하겠지만, 김정일 정권이 있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핵이 없으면 권력도 없는 게 지금 북한체제의 현실이다. 지금은 중국이 북한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마지막 카드를 쓰면 쓸수록, 미국이 그런 상황으로 몰아가는 경향도 있지만, 불편한 건 중국이다. 결국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가지고 중국과 미국의 타협이 필요한데 미국은 북한이 없어도 된다. 한반도가 분단된 상황 속에서 남한만 있어도 손해는 아니다. 그런데, 동북아 정세가 불편해질수록 중국은 손해다. 지금 미국이 강하게 밀어부치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국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고, 중국이 미국에 대해서 6자회담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 충돌과 긴장, 이 속에서 중국의 제한된 모습은 드러나고 있는데 과연 한국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안타까운 것은 중국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한계다.


정낙근 :
물론 중국의 영향력은 인정하지만, 북한을 컨트롤 할 수는 없다고 본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된 사태 등을 보면서 미국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북한과 중국, 한국과 중국간에 불편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야 말로 미국이 바라는 상황이다. 미국이 북핵문제를 풀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고, 현 상태에서 미국의 관심은 PSI를 통해서 핵물질이 북한 밖으로 나가는 것만 차단하는 것이다. 지금은 정말 미국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한반도 북단에 완벽한 친미정권이 들어선다면 모르겠지만 분단된 상황에서 북한경제가 좋아지고 나빠지고는 관심이 없다.


조민 :
사실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비슷한데, 지금까지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중국은 북한과 미국에 대해 조금씩 양보하라는 것이다. 일단 6자회담에서 무조건 만나자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와 중국의 입장이었다. 우리로서는 대북경협이나 금강산관광 등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 조금씩 양보해서 빨리 만나라는 입장인데, 아직까지 별 실효는 없었다.


홍상영 :
지난 달 출범한 부시 2기 행정부는 미국적 자유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면 어떻게든 북한도 개방될 것이고, 외국 자본이 들어가게 되면 결론적으로 흘러가는 방향이 자본주의적인 방식일 거라고 본다. 러시아나 베트남,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결국은 그게 사회주의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것인데, 미국은 왜 북한을 변화시킬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는지 답답하다.

또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것, 협상의 조건으로 말하는 것이 체제보장, 경제봉쇄 해제 등인데 미국은 왜 협상테이블에 나오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들이 말한 테이블, 방식을 고집하면서 무시하는지 근본적인 의도에 대해 불신하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최배근 :
사실 원칙이나 이상이 있는 것이고 미국의 국익에서 봤을 때, 북한이 지금 상태에서 경제가 재건되어서 설령 사회주의 체제가 변화된다고 해봐야 별로 얻을 게 없다. 이데올로기의 승리가 미국의 실익과는 상관없기 때문이다.


조민 :
홍상영 국장의 질문에 답하면, 미국 클린턴정권과 다른 부시정권의 협상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9.11 이후에 미국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 전과 비교해서 세계관이 틀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확실히 미국은 변했다.

한국처럼 대북경협을 하고 지원을 하면 자연스럽게 북한이 변하는데 왜 그런 식을 고집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관리하고 경제적으로 성장을 지원했던 중동정책의 실패를 보면서 궁극적으로 인식체계가 변한 것으로 봐야 한다. 친미국가라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9.11테러의 주역인 빈라덴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세계 47개 국가를 비민주, 독재국가로 분류해서 중동의 몇몇 국가와 북한이 포함되었다.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관행적으로 봐왔던 미국의 대북정책과는 틀린 세계관이 최근 미국 외교관계자들에게서 표출되고 있다. 우리의 인식이 정당한가를 떠나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과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고 그것이 현재 한국의 딜레마인 것도 사실이다.


윤여상 :
미국도 지금 입장에서는 이라크 같이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상황을 좀 더 길게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고한석 :
미국의 새로운 사고방식에 의거했을 때, 한국의 동의 없이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외과적 수술(Surgical Strike), 즉 무력사용의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언론에 나오기도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조민 :
그것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외과적 수술이라는 가능성은 열려있는데, 현재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지금은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얘기하면서 근원적인 문제로 가닥은 잡은 것 같다. 북핵이 심각하고 어렵지만, 대선이나 이라크문제로 복잡했던 작년보다는 덜 시급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

때문에 올 해 들어 북한이 핵보유와 미사일을 언급하는 것도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IAEA의장이 북핵 관련 성명을 냈고, 미국은 UN안보리로 끌고 가겠다는 언급을 했는데, 이건 북한으로선 난처하고 당혹한 일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이 어떤 상황변화를 구사할 것인지 고려하면서 시급한 접근보다는 인권과 민주주의 등 북한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던지면서 근본적인 해결로 가기 위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물리적인 선택이 있다 없다를 말하는 것 보다 일단 가장 뒷 카드로 보는 것이 맞다.


정낙근 :
지금 미국이 북한의 인권이나 민주주의 얘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 중국을 미국의 입장으로 동참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쪽의 2기 부시행정부 담당자들의 전공이나 전력이 뭔지 그 면면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국무부 출신으로 마케도니아에서 협상전략가로 있다가 보스니아 대사를 거쳐 폴란드 대사로 가서 이라크 파병을 끌어냈다. 한마디로 체제전환 전문가다. 힐 대사의 차기로 언급되는 인물들 역시 동일하게 소련과 동유럽의 체제전환과정에서 한 몫을 했던 사람들이다. 부시행정부는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 12년 공화당 정부의 인맥을 다 갖고 있다. 물리적으로 때리는 방법 말고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하면서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주한미대사를 지낸 스티븐 보스워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998년에서 99년 당시 미 국무부 정보계통에서 상당수가 보스니아의 평화유지, 행정관리를 했었다. 또 당시에 한반도 전문가들이 그리로 파견됐다. 평화유지와 행정관리 훈련을 받았고 그들이 현재 국무부에 그대로 남아있다. 비합리적이라고 할지라도 한반도 정책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전력, 전공 등을 살펴봤을 때, 향후 4년 동안 북한과 관련해서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우리가 핵문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제일 간단한 문제해결 방식은 압력이나 외과적 수술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정점에 있는 김정일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보는 것은 핵무기라기 보다는 북한의 체제다.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말하는데, 김정일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미국에 우호적인 인물이 들어서면 핵문제의 성격이 달라진다. 결국 핵문제가 중요하긴 한데 북한 핵이 모든 것의 귀결점은 아니다. 북한의 체제문제, 북한의 리더십이 근원적인 문제라고 보고 접근해야 한다.


고한석 :
조금전에 조민 박사께서 대북한 무력사용 가능성이 없다고 하셨는데, 미국이 무력으로 개입할 수 없다면, 다시 말해 한쪽은 수단이 있고 다른 한쪽은 계속 지연시킨다면 결론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조민 :
그렇지 않다. 미국 행정부나 의회의 헤게모니에서 보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대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물리력을 사용할 것 같다는 추론은 가능한데, 그러나 그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의 협조 없이는 어렵고 복잡하게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볼 때 북한 정권은 이미 존재론적 가치를 상실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다르다. 북핵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드러내는데, 한국은 그 정보에 대해서도 다르게 판단한다. 북핵은 자위력의 수준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국은 테러의 문제로 보면서 공포를 느낀다. 인식과 가치가 다른데 그것이 문제중의 문제다.






“납치문제 시인은 식민지배 보상 염두에 둔 김정일의 전략적 선택”
“북일수교협상, 양자 이해 맞물려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



사회자 :
최근 일본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2002년 9월과 2004년 5월 고이즈미 총리의 두차례 방북과 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의 신질서 형성과정에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최근들어 급변하고 있다. 물론 가짜유골 사건으로 악화된 여론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북한인권법이라든지 최근의 대북제재 논의를 살펴볼 때, 상당 기간 준비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일관계의 전망속에서 일본의 전략은 무엇인지 얘기를 진행해보자.


윤여상 :
북일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납치문제를 통 크게 시인했는데, 과연 왜 북한에서 그 카드를 받았는지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그것은 상당히 전략적인 판단이었다고 본다. 앞으로 북일수교 논의가 정상괘도에 오르면 식민지배 과거사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이 일본에게 제기할 인권카드는 몇 만 배나 된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북한이 오히려 일본에 대해 의제를 설정해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UN을 통한 제제를 무서워하는 것이지 대미든, 대일이든 양자회담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일본이 압박하는 것 같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북한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배근 :
북일문제는 핵문제보다도 미사일 문제가 더 직접적일 수 있다. 핵문제는 미국이 주도할 것이고 일본으로서는 부담이 적을 수 있는데, 미사일은 직접적이다. 일본은 2000년에서 2002년까지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려는 분위기속에서 자신들이 배제되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두 차례의 북일정상회담이 그것이다. 특히 정상회담은 미국과 상의없이 진행됐다고도 한다.

최근 일본내에서 대북 강경발언이 쏟아지지만, 북일간에 관계 개선을 추진했던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있다고 본다. 북핵위기의 과정에서도 납치자 문제가 진행된 것만 봐도 그렇다. 북한 입장에서는 과거사 문제로 배상이든, 보상이든 일본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북일관계의 개선과정에서 인권이나 민주주의 문제는 북한과 미국사이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본다. 중일수교의 전례에서도 그랬다.

사실 일본은 한반도 분단에 대한 책임도 있기 때문에 다자구도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보는데, 6자회담에 참여한 것은 일본 입장에서는 큰 외교적 성과다. 결국은 북한이 아쉬운 것이 있기 때문에 통 크게 나간 것이다. 단지 지금 문제는 북한이 핵보유 선언 이후에 미사일 실험도 하겠다고 하니까 북미 관계가 복원될 때까지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겠지만, 북일간의 관계개선에 대한 공동의 요구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 표면적 긴장과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실마리가 풀리게 되면 정상회담이나 북일수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다.


조민 :
한가지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는데, 납치시인 등 북한의 대일협상을 전략적으로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2002년 신의주특구의 행정장관으로 내정되었던 양빈 문제, 같은 해 9월의 일본인 납치문제, 그리고 10월 미국 제임스켈리의 방북 시 우라늄방식의 핵개발 시인 등 이 세가지를 보면 모두 실수다. 그 이유는 북한의 정책결정시스템이 모두 김정일 1인에게 몰려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과장이 처리할 일을 사장이 다 결제해야 되는 경우와 같다.

결국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는 것인데, 사전에 준비하고 대비했다기 보다는 즉석에서 최고책임자가 통 크게 시인해버리는 식으로는 안된다. 앞으로 위기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인 납치문제의 경우에도 국가범죄를 최고지도자가 통 크게 시인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한반도 평화공존 속에 북한의 변화와 북미갈등 해소를 위한 전략없어”
“미국과 중국 설득할 수 있는 통일한반도의 미래구상 절실”
“한미동맹과 민족공조의 이분법 넘으려면 한반도의 비전과 철학부터 세워야”


사회자 :
6자회담의 성격과 한계, 또 한반도질서의 변화 가능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간의 전략적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북일관계에 대한 전망도 해봤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한반도의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이 어떤 구도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뭔가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고 남쪽은 답답하게 주변국의 대응을 살피는 상황이다.

지금은 표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한미동맹이냐 민족공조냐는 논쟁이 있는게 사실이고 남북대화도 중단된 상태에서 중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꼭 자주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결국 우리 민족의 문제이고 또 당장 핵보유와 미사일 발사 발언으로 어떤 긴장이 조성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대북특사파견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제안도 있는데.


조민 :
한반도 문제는 민족문제이자 국제사회의 문제다. 당장은 북한의 핵이 문제지만 결국 통일한국이 어디로 가느냐에 관한 미국과 중국의 불안을 다 해결해야 우리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과거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데, 대북포용정책은 이제 실효가 만료되었다고 본다. 포용정책은 1987~88년에 만들어지고 1998년도에 적용한 것인데, 냉전의 해체과정에서 남북한 1대1 관계의 장기전망을 그린 것이고, 또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올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 5년과 이후 노무현정부 2년을 통해서 남북간 실질적 상호 침투라는 긍정적 효과를 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20년 전의 틀로 미래를 준비할 수는 없으며, 포용정책은 역사적 시효를 상실했다고 본다. 이제는 한민족 전체를 어떻게 구상하고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해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고한석 :
지금까지의 남북관계가 다시 역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정치적 이슈 뿐 만 아니라 경제적 이슈가 결부되면서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중국과 대만의 경우, 대만의 집권당인 민진당을 기업인들이 싫어하는데, 이유는 자꾸 대만독립을 얘기하면서 양안관계가 악화되면 개방된 중국에서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될까봐 그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남북관계가 다시 긴장될 경우 북한에 투자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 외국자본도 마찬가지겠지만, 긴장이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조민 :
남쪽에서 진행한 지난 7년간의 포용정책을 그만 두면 반대로 압박정책이냐고 하는데, 민족문제와 세계사적 시각을 가지고 북한의 장기전망으로 더 깊숙이 견제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제안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대목에서 미국에게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사실 북한은 전망이 없다. 중국이 개방할 때 같이 나왔어야 했고,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 말기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2000년)했을 때 과감한 변화를 보여줬어야 했다. 또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에 맞춰서 개방의 문을 열었어야 했다. 2000년 가을이 아니면 2001년에라도 답방을 하고 또 정상회담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연거푸 세차례나 시기를 놓쳐버렸다. 만약 지금 북한이 개방을 하면 중국에 편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새로운 기회가 오더라도 중국과 베트남처럼 내부적인 변화, 특히 상부의 정치변화가 없는 한 경제개혁은 결코 쉽지 않다.

이미 남한에게 있어서 북한은 관리의 대상이자 부분적 협상대상이다. 이제는 남북이 통일을 해서 어떻게 가겠다는 장기적인 내용이 나와야 한다. 포용정책의 다음은 압박이 아니라 더 포용하고, 더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다. 우리 한민족은 이제 한계상황에 와있다. 생존영역으로서 통일문제를 가시권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대북포용정책처럼 남북한 두 체제가 그대로 양립하면서 장기전망 구도를 그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제는 민족 통일과 통일 이후의 전략이 필요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배근 :
이론적으로 남북이 장기적으로 평화공존을 하면서 북한이 변화,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있다면 평화공존하는 것이 과도기적 통일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대전략이라고 본다. 그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를 한미, 한중간의 신뢰속에서 풀어가야 하는 목표설정이 중요하다.

지금 북한체제를 불인정하고 그 정권이 얼마 못 간다고, 존재가치도 없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돌이켜보면 북한에 농업위기가 시작된 1993년 이후에 미국 정보당국은 머지않아 북한체제가 붕괴할 것으로 봤는데 의외로 지속성을 가지고 현존하고 있다. 결국 북한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때, 북한에 대해서 남쪽이 관리하는 계획을 갖는다는 표현 역시 신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남북간의 장기적인 평화공존이 북미갈등을 해소시키는 속에서 가능하다면 제일 좋다. 남북공존과 한미신뢰 회복의 병립, 다시말해 자주와 국제협력은 대립된 것이 아니다. 한미동맹과 민족공조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과 북한체제가 곧 파산될 것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은 전술적으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고한석 :
핵무기와 김정일정권의 생존 또는 붕괴, 그리고 남북간 경협과 상호왕래의 보장이라는 세가지 측면을 놓고 이런 구상이 가능하다. 한국정부가 김정일 정권의 안위를 보장하되 핵개발은 포기시키고, 경협과 자유왕래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것인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미국의 동의여부가 관건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만약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대신, 북한은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교류와 자유왕래를 적극 활성화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빅딜을 한다면, 미국이라고 해서 동의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통일의 문제도 영국연방의 커먼웰스(Commonwealth) 방식으로 제안하고 그것을 일종의 통일이라고 인정한다면 미국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강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배근 :
남북이 통일의 형태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청사진에 대해서 합의할 수 있다면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상회담이라는 틀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한 보장 및 지속가능성은 별로 없다. 정상들만의 약속이지 상황변화에 따라 이행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조민 :
구상 수준으로는 가능하지만 커먼웰스라고 우리끼리 선언해봤자 국제사회에서 보면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군사문제 등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특히 자유왕래는 말이 쉽지 자유왕래가 보장되었을 때, 북한체제가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봐야 한다. 북한에게 있어서 자유왕래는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또 김정일 일가의 안위라든가 신변보장을 가지고 빅딜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도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보장하는 것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도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데 우리의 합의가 없으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을 의식하면서 북한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효과가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 속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과제다.


최배근 :
당장 북미관계보다 한미관계가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고, 의도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물론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비대칭적 신뢰는 아니다. 사실 한미관계, 한중관계를 잘 풀어야한다고 했지만 쉽지 않다. 역대 정권들이 남북관계를 깨뜨리는데 조심스러운 이유가 그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한민족이라는 것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아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고 또 설득할 수 있다. 물론 미중간의 갈등, 불신을 조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간의 불신구조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한미관계에 신경을 쓰는 것도 그 이유다.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배제한 상태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기는 힘들다. 반대로 지나치게 한미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문제,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다.


조민 :
재차 강조하지만 한반도의 미래전략은 중국과 미국을 다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한반도정책 결정과정에서 그들은 현재 한국의 정서를 읽고 있다. 정부나 국회의 분위기가 아니라 신세대, 향후 20년 후 한국을 이끌고 갈 세대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결국 20년 후의 한미동맹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미래에 있어서 중국만이 미국의 라이벌이 될 것은 자명하다.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우려하고 특히 중국문명의 저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미국 전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차이나타운이 그것이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는 건 한국과 한민족 밖에 없다. 긴 문명의 흐름 속에서 미국이 살려면 한민족을, 한국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된다. 결국 큰 가치관으로 중국과 미국의 조정자로서, 우리의 정체성, 독립성, 자율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최배근 :
오늘 우리가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국 내부의 문제도 중요하다. 우리 내부를 10, 20년 뒤 어떤 모습으로 변화,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상이랄까,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과 어떤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미국과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사회는 내부구성원들 간에 합의는 없고 갈등만 폭발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상황 속에서 북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서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에서 밖에 얘기를 할 수 없는 것이고 전략도 없다. 우리사회의 비전을 전제로 북한, 미국, 중국과 무슨 얘기를 할 것인지 짜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지혜를 모아야 할 부분이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과 인권 개선 요구 병행해야”
“통일 후 북한 인권탄압 책임자 처벌 등 선언적 차원의 경고도 필요”


사회자 :
앞선 토론과정에서도 여러 번 언급이 되었지만, 지난 해 미국에서 발효된 북한인권법을 시작으로 일본의 납치자문제, 그리고 유럽에서 공개된 북한의 공개처형장면 등 북한인권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북핵문제가 대화를 통해 풀리더라도 곧바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통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기다리고 있다는 예상도 있다. 반면 한국정부는 4월 14일 UN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3년 연속 기권 또는 반대표를 던졌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올바른 대응전략은?


윤여상 :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은 본질적으로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은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삶의 질은 개인의 인권이 보장되고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정권은 주민들의 인권보장을 위한 적극적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한국과 국제사회가 대북지원을 하고 있으나, 분배의 투명성과 지원 규모의 한계로 인하여 근본적인 지원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주민과 정권 스스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에서 그것을 희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하며, 때로는 압력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이러한 관심과 인권개선을 위한 지원의지 표명, 그리고 유엔결의안 채택에 대하여 내정간섭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 압력이나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기에 앞서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인도적 지원도 북한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속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정치적 논쟁의 차원을 떠나서 북한주민들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해서 대북지원과 함께 인권에 대한 개선 요구도 함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결국 북한사회의 민주적 변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정낙근 :
북한 회령에서의 공개총살 장면은 국제사회의 경악과 분노를 자아냈다. 공개총살은 없다는 김정일 정권의 강변이 모두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난해는 미국의 ‘2004 북한인권법’이 발효되었고, 지난 4월 14일에는 UN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일본 역시 북한인권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에 애써 눈감고 있다. 북한에게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남북관계가 훼손된다, 북한은 인권을 생각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없다, 우선 경제지원을 통해 인권개선의 토양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에 대해서 더 이상 눈감아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두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하나는, ‘북한동포의 인권을 탄압하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통일이후에도 끝까지 색출하여 책임을 묻겠다’고 공개 선언한다. 통일 후 북한 김정일정권 과거사 규명 작업을 벌이겠다는 경고를 강력히 발하는 것이다. 얼핏 황당한 것 같지만, 이러한 선언이 북한정권 고위층과 북한동포들에게 주는 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특히 북한정권의 미래가 암울해질수록 파괴력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고 최소한 인권탄압자가 탄압행위를 할 때 뒤를 켕기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다른 하나는, 지금의 6자회담을 활용하여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것이다. 6자회담을 북핵문제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를 논의하는 ‘다자협의체’로 발전시키고, 여기서 헬싱키 협정(1975.8.1)과 같은 ‘베를린 협정’에 합의하는 것이다. 헬싱키 협정은 소련과 동유럽에서 자유화 운동이 진행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협정으로 공산국가에 체제 변화를 가져와 냉전 종식에 크게 기여했다.


조민 :
북한 인권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북한 체제의 정당성과 미래에 대한 회의의 더불어 국민 여론이 크게 대립되는 사안으로, 보수세력의 적극적 관심과 비판 속에 진보세력의 침묵과 방관이 대비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더욱이 음모론적 시각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국내외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은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협력 증진을 위한 우리 정부의 신중한 접근방식 사이에 어느 정도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은 충분히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외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며, 오히려 북한 인권문제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차원에서 전향적인 고려와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측면의 접근방식이 기대된다.

첫째, 국내외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이 세계를 자유사회와 공포사회로 나누고 선과 악의 이분법적 시각과 주장은 북한 인권문제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며 설득, 회유, 호소 등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효율적인 접근 방식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우를 낳는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서구사회가 눈높이를 낮추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 당국도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존중해야 하며, 고개처형 등 문명사회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둘째, ‘쌀독에서 인권난다’고 하겠다. 북한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북한체제를 부정하거나 비난하는 행태는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인권문제에 대해 원칙론적 근본주의적 접근보다는 대북지원과 경제협력을 통해 쌀독을 채워주고 북한 주민의 최소한의 물질적 생존기반을 보장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인권 개선을 설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