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네트워크
중국은 연착륙, 한국은 경착륙
국제유가 급등과 전세계적인 주택가격 거품의 붕괴 가능성, 미국의 쌍둥이 적자의 확대와 소비 위축 그리고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와 위앤화 평가절상 가능성 등이 한국 경제의 극심한 내수침체와 맞물려 한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 7년간 정체상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2004년의 한국경제는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2003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상승세로 수출의 혜택을 보았지만 내수침체와 수출침체가 맞물릴 가능성이 높은 2005년의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북 모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와 북핵위기의 고조 그리고 한국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철수 등이 맞물릴 최악의 경우 2005년의 한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의 수출증가율의 하락 등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가 구체화되면서 세계 글로벌펀드들이 가장 비관적인 투자지역으로 한국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 외국자본은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갖고 연일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한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수출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극도로 위축된 내수기반을 구조적으로 회복시키지 않는 한 솔직히 2005년의 한국경제에 대해 희망을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의 동북3성 진흥계획과 동북아 선점 전략 그리고 한국의 동북아 허브전략의 위기
지난 4월 김정일 위원장의 3차 중국방문 이후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자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진 대북지원이었으나 최근에는 평양이 중국 제품의 소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북한과 중국은 톈진(天津)시가 남포시 등 평양 인근 지역의 경제 개발에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하였고, 북한이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남포 원산 신의주뿐 아니라 함흥 백두산까지 개발키로 한 것으로 확인된다. 즉 남포는 개성이나 금강산과 비슷한 개발특구로 육성하고, 평양은 전자단지로 건설하고, 신의주는 중국기업의 임가공단지로 개발하고, 화교가 밀집한 함흥은 중국기업의 대외수출 물류기지로 추진하고, 백두산은 삼지연과 천지를 잇는 육로관광코스를 공동개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북한 진출과 관련하여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이 현재까지는 대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듯이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개척의 성격을 갖고 있다. 둘째는 최근 북한에 대한 투자를 북한의 압록강에 인접한 단동지역의 기업을 중심으로 동북 3성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월 29일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에서 국무원 핵심부서인 상무부 부장에 임명된 보시라이(薄熙來)는 북한이 신의주특구를 추진하다 중단된 2002년 전후로 랴오닝(遼寧) 성장직을 수행했고, 당시 <신의주와 단동>을 묶는 <조-중 경제특구>를 추진했던 인물로 보시라이는 중국 공산당 8대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개방 특구로 추진하던 신의주는 중국 동북지역 기업들의 임가공 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참고로 중국의 상무부는 국가경제무역위원회와 대외무역경제합작부를 통합해 지난해 3월 신설된 부서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미국의 무역대표부와 상무부의 기능을 통합해 국내외 경제 및 무역을 총괄하는 전략적 핵심 부서이다.
이처럼 남북간의 경협이 더욱 진전되기 전에, 그리고 핵문제 해결 이후 본격적인 북한시장의 개방 이전에 북한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동북3성 진흥계획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투자를 곧 추월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더욱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지난 10월 중국을 방문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계속할 것을 거듭 강조하였다. 북핵 등 정치적 요인으로 한국이 북한의 경제 개방과 개발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날로 강성해지고 있는 중국을 경제협력과 개발의 동반자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정치적인 부분뿐 아니라 경제까지 아우르는 확대된 형태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동북 4성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동북지역 진흥계획은 한반도를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만들려는 우리의 구상도 물거품으로 만들 공산이 크다. 실제로 중국은 홍콩ㆍ상하이에 이어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지역까지 금융ㆍ물류허브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허브전략 자체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의 이 같은 프로젝트는 랴오닝성ㆍ지린성ㆍ헤이룽장성 등 동북지역의 인구 3억~4억 규모의 시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며 아울러 북한의 신의주 개발 등에 대응한 사전포석의 성격도 있어 우리의 남북경협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랴오닝성 선양에 조성하는 금융비즈니스 단지는 상하이와 맞먹는 국제 금융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선양 국제 금융단지 건설 역시 중국의 떠오르는 실세로 불리는 보시라이 상무부 부장이 상당한 애착을 보이고 있어 개발추진에 상당한 탄력이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의 국무원진흥동북반 발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흑룡강, 길림, 요녕 등 3성의 경제생산총액이 작년동기대비 각각 10,6%, 14.2%와 1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향후 중국 환율제의 불가피한 개혁을 앞두고 중국 금융시장의 대외개방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한국 금융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은 랴오닝성의 다롄시 역시 항구와 공항을 중심으로 동북아 물류기지로 건설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1단계로 2010년까지 항만은 25억톤의 화물과 1,000만TEU급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공항은 연 800만명의 승객과 20만톤의 우편화물 처리가 가능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중국 다롄항의 성장은 인천공항이나 부산항에 최대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이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다롄항을 원자재 조달창구로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어서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이처럼 선양과 다롄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계획을 통해 홍콩~상하이~동북3성 등 남북을 잇는 경제벨트를 완성할 경우 한국의 동북아 금융ㆍ물류허브 전략 추진과 내용 면에서 상당 부분 중첩돼 있어 참여정부의 동북아 허브전략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힘으로 개발을 하고 한국은 중국시장과 미국 등 해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한반도에서 중국과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증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영토 확장과 한반도 통일구상의 위기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세계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 없는 경제영토 확장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부상과 이에 위협을 느끼는 일본의 견제는 시장과 에너지 확보 등을 중심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중동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일본의 극동러시아 진출과 중앙아시아 진출 강화 그리고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경쟁 등은 한국과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는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2020년이 되면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해 석유수입 규모가 일본가 거의 같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북아프리카 등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동 등 기존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지난 7월초 페르시아 만안의 6개의 아랍산유국이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걸프협력협의회(GCC)와 FTA협상 착수에 합의하였다. 중국과 중동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우리 나라 공산품 중 저가 품목의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건설업의 경우에도 이미 가격경쟁에서 중국에 뒤져 토목·건축 시공사업의 수주에서 밀리고 있으며, 앞으로는 플랜트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에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중동 원유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커질 경우 우리 나라의 대중동 협상력이 약화돼 안정적인 원유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안보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일본 역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모든 외교력을 쏟아 붓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로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자제했으나 최근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에 대한 실용외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총 100억 달러 규모로 컨소시엄인 사할린 에너지 개발사업에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 일본 기업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동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표면화된 바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잠정적으로 합의된 앙가르스크-다칭 노선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이고, 뒤늦게 뛰어든 일본이 건설비 50억 달러 융자와 유전개발 참여 등 총 140억 달러 투자를 앞세워 송유관 노선(극동라인)을 가로챈 셈이다. 앙가르스크 북서쪽 타이세트에서 나홋카까지 기본 노선을 건설하고 중간에 다칭으로 가는 지선(支線)을 내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동중국해 가스전을 기습 개발하자 이에 일본은 불만을 표출하며 독자조사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일본은 중국이 자신의 ‘또 다른 서부’로 인식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중앙아시아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중동정세와 관련하여 지정학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소련에서 분리 독립된 1991년 이후 2천6백억 엔 규모의 경제협력 실시 등 중앙아시아에 공을 들여온 일본은 최근 8월 28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공동시장’ 창설을 주도함으로써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동아시아 지역경제통합체’를 넘어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주도해야
중국과 일본의 경제전쟁은 우리 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 해외시장 개척은 대기업 중심으로 거의 각개약진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극동지역의 가스전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76km 송전선 건설과 사할린에서 2400km 천연가스관 건설이 검토됐고 비용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가 풀리지 않아 후자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기업들 역시 북한에 대한 신뢰 결여로 러시아가스를 중국과 황해를 가로지르는 가스관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한중러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8일 잠정 합의안을 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을 서해 해저를 통해 한국으로 연결(이르쿠츠크-창춘-선양-다롄-평택)할 계획이다. 유라시아횡단철도사업 역시 중국 텐진-몽골 울란바토르, 중국 롄윈항-카자흐스탄 알마티, 러시아 보스토치니-독일 베를린-벨로루시 브레스트 등 4개 노선이 확정되고 한반도 관통노선은 제외된 상황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강대국들의 주변에 있는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북한과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렛대 확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7년까지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3대 지역에서 지역경제 통합협정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는 세계화와 지역화가 중첩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세계경제에서 고립될 우려가 있다. 한국-일본-중국-ASEAN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국가내 경쟁은 후진국의 경제개발 노력과 함께 심화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고부가가치․지식집약형 산업의 서구기업들 유치에 적극 나섬으로써 상호경쟁적인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고도성장은 과거 아시아 국가의 경험을 넘어서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국내 부존자원과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외국인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WTO 가입 이후 개혁과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 역내 경쟁이 심화됨과 동시에 역내 분업체제도 가속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아시아 금융․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공동의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방안 마련 요구가 높아지면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역(FTA) 등 동아시아 지역경제통합체의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한국경제는 중․일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동아시아 수평적․수직적 분업체계를 구축하고 분업체계 내에서 유리한 위치와 지위의 구축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 경제권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ASEM과 APEC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지역화와 세계화의 동시 진행에 대하는 방식이 될 수 있으며, 세계시장을 무대로 추가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몽골-중앙아시아-인도-오스트레일리아-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차이나 국가들과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가 중심이 된 동북아 에너지 네트워크나 동아시아지역경제통합체 구상에서 머물고 있는 형편인데 이를 뛰어 넘어 중앙아시아-인도-호주-아세안을 잇는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한국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이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 호주 등과 FTA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동아시아에 머무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건설의 불가피성은 아시아의 미묘한 역사적 지정학적 정치․경제적 관계와 구도에서 비롯한다. 중국과 일본은 서로를 불신하며 상대방의 주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패권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동아시아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 공간적 역사적 맥락에서 동남아 국가들은 동북아 강국들의 팽창이나 경제적 지배를 우려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동북아 강국들과 동남아 국가들을 맺어주고 중재해 줄 수 있는 적임자의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그러한 역할을 위한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세안은 우리가 일찍이 추구해 온 ‘평화 자유 중립 지대’를 지향하고 있고, 아세안지역포럼은 남북한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안보협의체이다. 한중일 3국의 정상을 유사 이래 처음으로 그리고 매년 모으고 있는 실질적인 국제기구인 ‘아세안+3’를 성사시키고 제도화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 인구 5억명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을 둘러싼 중일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 사실상 인구 17억명에 GDP 2조 달러에 달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출범시켰고, 일본-아세안이 통합하면 인구 6억여명에 GDP 4조9천억 달러의 거대 경제공동체가 출범하게 된다. 중국은 이미 2002년에 아세안과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기본 협정에 서명한 상태다. 일본은 중국의 동남아 진출을 견제하면서 동남아를 중국에 이은 제2의 생산거점으로 삼으려 아세안과의 FTA 교섭을 서두르고 있다. 아세안측도 일본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중국 경제권’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중국을 활용하여 일본을 압박하며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아세안은 호주 및 뉴질랜드와도 내년 중 FTA 협상에 들어가기로 한 상태다.
둘째는 중국이나 일본이 한국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한 차원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원 확보를 위해 러시아의 광물자원을 합동으로 개발하고, 사할린 섬 근처의 석유와 가스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고, 유럽으로의 물자수송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러시아를 관통하는 철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양국관계에는 정치적 여건으로 인한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반면, 세계 4위의 석유소비국으로 향후 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이 지리적 위치 덕분에 자원에 대한 접근이 보다 용이하기에 러시아와 적극 교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통일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견제수단의 확보 차원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중요하다.
셋째, 러시아의 관계 강화를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적 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 중앙아시아 패권을 겨냥한 미국과 러시아의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량 지대로서 지정학적 중요성(러시아 봉쇄의 차원)때문에,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의 석유 및 가스 자원 확보라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사활이 걸린 지역이다. 미국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료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병력을 주둔시켜 오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러시아 군기지를 건설하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모임체인 중앙아시아협력기구(CACO)에도 가입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시장과 자원, 그리고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 중앙아시아와의 네트워크 관계는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과 일본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매개수단(지원자 역할)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유무선 통신 서비스와 네트워크가 매우 부족한 중앙아시아 국가에 신규서비스 도입과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협력구도를 잡아 얻어낼 수 있었던 대형 프로젝트나 추정매장량 9억~13억 배럴인 카스피해 마함벳 유전 및 텡게 육상유전에 대한 카자흐스탄과의 공동개발 성과 등을 중앙아시아와의 네크워크 관계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넷째, 인도가 중국의 잠재적 경쟁상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평균 6%가 넘는 성장률을 달성한 인도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전력, 수자원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지극히 미미해 추가 성장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정부와 기업들이 인도 전역에 경제특구를 설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차세대 세계경제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보다 열악한 인프라 구조를 개선해 수출확대와 투자유치를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세계가 지나친 중국의존도를 걱정하는 것도 인도의 등장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조차 중국을 '전략적 경쟁 관계'로 바꾸고 인도의 무기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제조업 중심의 중국투자에 맞서 정보기술(IT) 중심의 미래산업 투자가 인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의 부상으로 ‘아세안+3’는 아세안+4로 재편해야 할 운명에 놓였고, ‘아세안+3’에서 한국 정부가 제창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도 빛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철광석을 비롯해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처인 인도는 천연자원의 보고인 중앙아시아 각국과도 우호적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동남아국가들에서 인도인이 제3의 인종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세안과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태국-캄보디아-베트남을 잇는 ‘동남아시아 횡단열차’ 건설을 제안할 정도로 인도의 아세안에 대한 접근은 공세적이다. 무엇보다 인도와 중국 간의 경제관계는 정치적으로 아시아 내 지도권을 둘러싼 경쟁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도의 목표는 한국과 보완적이다. 다행히 LG전자,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도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큰 성공을 일궈낸 것을 자산으로 삼아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한국 석탄 소비량의 45%, 금의 44%, 철광석의 57%, 니켈의 65%를 공급받은 호주와의 관계 강화는 원자재 확보 차원을 넘어서 미국관계를 풀어가는 매개수단으로서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아시아경제네트워크 구축과 사회통합의 리더십 그리고 지구촌 한인의 네트워크화
이처럼 경제영토 확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희망하는 한반도 구상과 동북아 공동번영을 위해서 <아시아 경제네트워크>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아시아 경제네트워크>는 아시아 경제들을 네트워크로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에 참여 국가들을 묶어낼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공유와 협력의 틀의 창출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틀의 창출을 전제로 한국의 힘과 협상력은 아시아 지역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극대화될 것이다. 아시아와 동북아의 전략적 가치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강국들과 주변 아시아 국가들을 맺어주고 중재해 줄 수 있는 적임자의 위상을 확보할 때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중요성을 가질 것이다.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또 한미동맹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한국은 한미동맹의 동질성과 호혜의 원칙, 그리고 소국인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전략적 가치는 결국 아시아의 공동체적 기운을 북돋우면서 남북간 협력과 화해의 무드를 조성해 우리의 운명에 작용할, 우리의 지렛대를 조금이라도 더 크게 만드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과 시민사회의 긴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제 교류의 확장조차 정부가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는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수출입국의 경험을 갖고 있는 기업의 역량과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사회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아시아네트워크 구축의 주도적 역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외동포들의 정치력과 지혜를 활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사회와 해외 한인 동포들과의 네트워크가 절실히 요구된다.
중국은 연착륙, 한국은 경착륙
국제유가 급등과 전세계적인 주택가격 거품의 붕괴 가능성, 미국의 쌍둥이 적자의 확대와 소비 위축 그리고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와 위앤화 평가절상 가능성 등이 한국 경제의 극심한 내수침체와 맞물려 한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즉 7년간 정체상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2004년의 한국경제는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2003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의 상승세로 수출의 혜택을 보았지만 내수침체와 수출침체가 맞물릴 가능성이 높은 2005년의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북 모두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와 북핵위기의 고조 그리고 한국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철수 등이 맞물릴 최악의 경우 2005년의 한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의 수출증가율의 하락 등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가 구체화되면서 세계 글로벌펀드들이 가장 비관적인 투자지역으로 한국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게다가 최근 외국자본은 한국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갖고 연일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한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수출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극도로 위축된 내수기반을 구조적으로 회복시키지 않는 한 솔직히 2005년의 한국경제에 대해 희망을 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의 동북3성 진흥계획과 동북아 선점 전략 그리고 한국의 동북아 허브전략의 위기
지난 4월 김정일 위원장의 3차 중국방문 이후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자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진 대북지원이었으나 최근에는 평양이 중국 제품의 소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북한과 중국은 톈진(天津)시가 남포시 등 평양 인근 지역의 경제 개발에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하였고, 북한이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남포 원산 신의주뿐 아니라 함흥 백두산까지 개발키로 한 것으로 확인된다. 즉 남포는 개성이나 금강산과 비슷한 개발특구로 육성하고, 평양은 전자단지로 건설하고, 신의주는 중국기업의 임가공단지로 개발하고, 화교가 밀집한 함흥은 중국기업의 대외수출 물류기지로 추진하고, 백두산은 삼지연과 천지를 잇는 육로관광코스를 공동개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북한 진출과 관련하여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이 현재까지는 대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듯이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개척의 성격을 갖고 있다. 둘째는 최근 북한에 대한 투자를 북한의 압록강에 인접한 단동지역의 기업을 중심으로 동북 3성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월 29일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에서 국무원 핵심부서인 상무부 부장에 임명된 보시라이(薄熙來)는 북한이 신의주특구를 추진하다 중단된 2002년 전후로 랴오닝(遼寧) 성장직을 수행했고, 당시 <신의주와 단동>을 묶는 <조-중 경제특구>를 추진했던 인물로 보시라이는 중국 공산당 8대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개방 특구로 추진하던 신의주는 중국 동북지역 기업들의 임가공 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참고로 중국의 상무부는 국가경제무역위원회와 대외무역경제합작부를 통합해 지난해 3월 신설된 부서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미국의 무역대표부와 상무부의 기능을 통합해 국내외 경제 및 무역을 총괄하는 전략적 핵심 부서이다.
이처럼 남북간의 경협이 더욱 진전되기 전에, 그리고 핵문제 해결 이후 본격적인 북한시장의 개방 이전에 북한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동북3성 진흥계획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투자를 곧 추월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더욱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지난 10월 중국을 방문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계속할 것을 거듭 강조하였다. 북핵 등 정치적 요인으로 한국이 북한의 경제 개방과 개발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날로 강성해지고 있는 중국을 경제협력과 개발의 동반자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정치적인 부분뿐 아니라 경제까지 아우르는 확대된 형태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동북 4성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동북지역 진흥계획은 한반도를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만들려는 우리의 구상도 물거품으로 만들 공산이 크다. 실제로 중국은 홍콩ㆍ상하이에 이어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지역까지 금융ㆍ물류허브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함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북아 허브전략 자체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의 이 같은 프로젝트는 랴오닝성ㆍ지린성ㆍ헤이룽장성 등 동북지역의 인구 3억~4억 규모의 시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며 아울러 북한의 신의주 개발 등에 대응한 사전포석의 성격도 있어 우리의 남북경협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랴오닝성 선양에 조성하는 금융비즈니스 단지는 상하이와 맞먹는 국제 금융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선양 국제 금융단지 건설 역시 중국의 떠오르는 실세로 불리는 보시라이 상무부 부장이 상당한 애착을 보이고 있어 개발추진에 상당한 탄력이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의 국무원진흥동북반 발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흑룡강, 길림, 요녕 등 3성의 경제생산총액이 작년동기대비 각각 10,6%, 14.2%와 1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향후 중국 환율제의 불가피한 개혁을 앞두고 중국 금융시장의 대외개방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한국 금융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국은 랴오닝성의 다롄시 역시 항구와 공항을 중심으로 동북아 물류기지로 건설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1단계로 2010년까지 항만은 25억톤의 화물과 1,000만TEU급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공항은 연 800만명의 승객과 20만톤의 우편화물 처리가 가능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중국 다롄항의 성장은 인천공항이나 부산항에 최대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이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다롄항을 원자재 조달창구로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어서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이처럼 선양과 다롄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계획을 통해 홍콩~상하이~동북3성 등 남북을 잇는 경제벨트를 완성할 경우 한국의 동북아 금융ㆍ물류허브 전략 추진과 내용 면에서 상당 부분 중첩돼 있어 참여정부의 동북아 허브전략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힘으로 개발을 하고 한국은 중국시장과 미국 등 해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한반도에서 중국과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증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영토 확장과 한반도 통일구상의 위기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세계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 없는 경제영토 확장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부상과 이에 위협을 느끼는 일본의 견제는 시장과 에너지 확보 등을 중심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중동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일본의 극동러시아 진출과 중앙아시아 진출 강화 그리고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경쟁 등은 한국과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는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2020년이 되면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해 석유수입 규모가 일본가 거의 같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북아프리카 등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동 등 기존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지난 7월초 페르시아 만안의 6개의 아랍산유국이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걸프협력협의회(GCC)와 FTA협상 착수에 합의하였다. 중국과 중동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우리 나라 공산품 중 저가 품목의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건설업의 경우에도 이미 가격경쟁에서 중국에 뒤져 토목·건축 시공사업의 수주에서 밀리고 있으며, 앞으로는 플랜트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에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중동 원유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커질 경우 우리 나라의 대중동 협상력이 약화돼 안정적인 원유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안보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일본 역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모든 외교력을 쏟아 붓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로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자제했으나 최근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에 대한 실용외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총 100억 달러 규모로 컨소시엄인 사할린 에너지 개발사업에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 일본 기업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동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표면화된 바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잠정적으로 합의된 앙가르스크-다칭 노선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이고, 뒤늦게 뛰어든 일본이 건설비 50억 달러 융자와 유전개발 참여 등 총 140억 달러 투자를 앞세워 송유관 노선(극동라인)을 가로챈 셈이다. 앙가르스크 북서쪽 타이세트에서 나홋카까지 기본 노선을 건설하고 중간에 다칭으로 가는 지선(支線)을 내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동중국해 가스전을 기습 개발하자 이에 일본은 불만을 표출하며 독자조사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일본은 중국이 자신의 ‘또 다른 서부’로 인식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중앙아시아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중동정세와 관련하여 지정학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소련에서 분리 독립된 1991년 이후 2천6백억 엔 규모의 경제협력 실시 등 중앙아시아에 공을 들여온 일본은 최근 8월 28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공동시장’ 창설을 주도함으로써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동아시아 지역경제통합체’를 넘어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주도해야
중국과 일본의 경제전쟁은 우리 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 해외시장 개척은 대기업 중심으로 거의 각개약진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극동지역의 가스전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76km 송전선 건설과 사할린에서 2400km 천연가스관 건설이 검토됐고 비용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가 풀리지 않아 후자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기업들 역시 북한에 대한 신뢰 결여로 러시아가스를 중국과 황해를 가로지르는 가스관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한중러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8일 잠정 합의안을 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을 서해 해저를 통해 한국으로 연결(이르쿠츠크-창춘-선양-다롄-평택)할 계획이다. 유라시아횡단철도사업 역시 중국 텐진-몽골 울란바토르, 중국 롄윈항-카자흐스탄 알마티, 러시아 보스토치니-독일 베를린-벨로루시 브레스트 등 4개 노선이 확정되고 한반도 관통노선은 제외된 상황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강대국들의 주변에 있는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북한과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렛대 확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7년까지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3대 지역에서 지역경제 통합협정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는 세계화와 지역화가 중첩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세계경제에서 고립될 우려가 있다. 한국-일본-중국-ASEAN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국가내 경쟁은 후진국의 경제개발 노력과 함께 심화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은 고부가가치․지식집약형 산업의 서구기업들 유치에 적극 나섬으로써 상호경쟁적인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고도성장은 과거 아시아 국가의 경험을 넘어서고 있으며, 10년 후에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국내 부존자원과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외국인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WTO 가입 이후 개혁과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 역내 경쟁이 심화됨과 동시에 역내 분업체제도 가속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아시아 금융․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공동의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 방안 마련 요구가 높아지면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역(FTA) 등 동아시아 지역경제통합체의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한국경제는 중․일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동아시아 수평적․수직적 분업체계를 구축하고 분업체계 내에서 유리한 위치와 지위의 구축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 경제권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ASEM과 APEC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지역화와 세계화의 동시 진행에 대하는 방식이 될 수 있으며, 세계시장을 무대로 추가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몽골-중앙아시아-인도-오스트레일리아-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차이나 국가들과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가 중심이 된 동북아 에너지 네트워크나 동아시아지역경제통합체 구상에서 머물고 있는 형편인데 이를 뛰어 넘어 중앙아시아-인도-호주-아세안을 잇는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한국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이 중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인도, 호주 등과 FTA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동아시아에 머무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건설의 불가피성은 아시아의 미묘한 역사적 지정학적 정치․경제적 관계와 구도에서 비롯한다. 중국과 일본은 서로를 불신하며 상대방의 주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패권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동아시아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 공간적 역사적 맥락에서 동남아 국가들은 동북아 강국들의 팽창이나 경제적 지배를 우려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동북아 강국들과 동남아 국가들을 맺어주고 중재해 줄 수 있는 적임자의 위치에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그러한 역할을 위한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세안은 우리가 일찍이 추구해 온 ‘평화 자유 중립 지대’를 지향하고 있고, 아세안지역포럼은 남북한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안보협의체이다. 한중일 3국의 정상을 유사 이래 처음으로 그리고 매년 모으고 있는 실질적인 국제기구인 ‘아세안+3’를 성사시키고 제도화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 인구 5억명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을 둘러싼 중일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이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 사실상 인구 17억명에 GDP 2조 달러에 달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출범시켰고, 일본-아세안이 통합하면 인구 6억여명에 GDP 4조9천억 달러의 거대 경제공동체가 출범하게 된다. 중국은 이미 2002년에 아세안과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위한 기본 협정에 서명한 상태다. 일본은 중국의 동남아 진출을 견제하면서 동남아를 중국에 이은 제2의 생산거점으로 삼으려 아세안과의 FTA 교섭을 서두르고 있다. 아세안측도 일본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중국 경제권’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 중국을 활용하여 일본을 압박하며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아세안은 호주 및 뉴질랜드와도 내년 중 FTA 협상에 들어가기로 한 상태다.
둘째는 중국이나 일본이 한국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한 차원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원 확보를 위해 러시아의 광물자원을 합동으로 개발하고, 사할린 섬 근처의 석유와 가스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고, 유럽으로의 물자수송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러시아를 관통하는 철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양국관계에는 정치적 여건으로 인한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반면, 세계 4위의 석유소비국으로 향후 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이 지리적 위치 덕분에 자원에 대한 접근이 보다 용이하기에 러시아와 적극 교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통일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견제수단의 확보 차원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중요하다.
셋째, 러시아의 관계 강화를 위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적 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 중앙아시아 패권을 겨냥한 미국과 러시아의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량 지대로서 지정학적 중요성(러시아 봉쇄의 차원)때문에, 그리고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의 석유 및 가스 자원 확보라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사활이 걸린 지역이다. 미국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료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병력을 주둔시켜 오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러시아 군기지를 건설하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모임체인 중앙아시아협력기구(CACO)에도 가입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시장과 자원, 그리고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 중앙아시아와의 네트워크 관계는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과 일본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매개수단(지원자 역할)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유무선 통신 서비스와 네트워크가 매우 부족한 중앙아시아 국가에 신규서비스 도입과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협력구도를 잡아 얻어낼 수 있었던 대형 프로젝트나 추정매장량 9억~13억 배럴인 카스피해 마함벳 유전 및 텡게 육상유전에 대한 카자흐스탄과의 공동개발 성과 등을 중앙아시아와의 네크워크 관계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넷째, 인도가 중국의 잠재적 경쟁상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5년간 평균 6%가 넘는 성장률을 달성한 인도는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전력, 수자원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지극히 미미해 추가 성장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정부와 기업들이 인도 전역에 경제특구를 설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차세대 세계경제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보다 열악한 인프라 구조를 개선해 수출확대와 투자유치를 성공하겠다는 목표다. 세계가 지나친 중국의존도를 걱정하는 것도 인도의 등장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조차 중국을 '전략적 경쟁 관계'로 바꾸고 인도의 무기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제조업 중심의 중국투자에 맞서 정보기술(IT) 중심의 미래산업 투자가 인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의 부상으로 ‘아세안+3’는 아세안+4로 재편해야 할 운명에 놓였고, ‘아세안+3’에서 한국 정부가 제창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도 빛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철광석을 비롯해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처인 인도는 천연자원의 보고인 중앙아시아 각국과도 우호적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동남아국가들에서 인도인이 제3의 인종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세안과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태국-캄보디아-베트남을 잇는 ‘동남아시아 횡단열차’ 건설을 제안할 정도로 인도의 아세안에 대한 접근은 공세적이다. 무엇보다 인도와 중국 간의 경제관계는 정치적으로 아시아 내 지도권을 둘러싼 경쟁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도의 목표는 한국과 보완적이다. 다행히 LG전자,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도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큰 성공을 일궈낸 것을 자산으로 삼아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한국 석탄 소비량의 45%, 금의 44%, 철광석의 57%, 니켈의 65%를 공급받은 호주와의 관계 강화는 원자재 확보 차원을 넘어서 미국관계를 풀어가는 매개수단으로서도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아시아경제네트워크 구축과 사회통합의 리더십 그리고 지구촌 한인의 네트워크화
이처럼 경제영토 확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희망하는 한반도 구상과 동북아 공동번영을 위해서 <아시아 경제네트워크>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아시아 경제네트워크>는 아시아 경제들을 네트워크로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에 참여 국가들을 묶어낼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공유와 협력의 틀의 창출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틀의 창출을 전제로 한국의 힘과 협상력은 아시아 지역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극대화될 것이다. 아시아와 동북아의 전략적 가치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강국들과 주변 아시아 국가들을 맺어주고 중재해 줄 수 있는 적임자의 위상을 확보할 때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중요성을 가질 것이다.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또 한미동맹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한국은 한미동맹의 동질성과 호혜의 원칙, 그리고 소국인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전략적 가치는 결국 아시아의 공동체적 기운을 북돋우면서 남북간 협력과 화해의 무드를 조성해 우리의 운명에 작용할, 우리의 지렛대를 조금이라도 더 크게 만드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과 시민사회의 긴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제 교류의 확장조차 정부가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는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수출입국의 경험을 갖고 있는 기업의 역량과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사회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아시아네트워크 구축의 주도적 역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외동포들의 정치력과 지혜를 활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국사회와 해외 한인 동포들과의 네트워크가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