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by 이왕재 posted Feb 03, 2003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 2003년 신년사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 아니라 앞으로 올 시간 축에 존재하는 다른 모습의 현재이다.
그래서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유일한 운명은 내가 숨쉬고 살아있는 것이고, 내 삶의 모든 모습은 내가 선택한 결과이다. 하여 미래는 시간에 속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속한 것이고, 여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의존하는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은 열망하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나의 열망은 어디에 이를 것인가?

상상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하지 않는 미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상상이 먼저이고, 그 이룸은 나중이다.

국가는 개체의 운명을 통제하고, 민족은 그 개체의 역사를 담보한다. 애국은 이제 나에게 낯선 단어이며, 애족은 이미 낡은 언어이다. 국가는 개체의 터전이 되어야 하며, 민족은 개체의 뿌리가 되어야 한다. 이 역전의 상상력이야 말로 공동체와 개체 사이의 긴장과 화해를 새롭게 관계지을 화두가 될 것이다.

우주는 끝없이 넓고, 거기에 속한 이 행성에 발 딛고 사는 나는 한없이 작다. 동시에 내가 마주한 나의 운명은 한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개체가 품은 각자의 운명은 끝없이 넓은 인연으로 맺어진다.

이 작은 우주가 큰 우주 앞에 겸손히 머리를 조아리며 감히 끝없는 넓이에 도전하려 할 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누천년을 이어 내 핏줄에 축적되어온, 역사라 이름 지워진 '미래를 창조하려는 의지'를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