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안전하다고 ?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핵폐기물 처분장을 안전하게 짓는 것은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입은 세대들의 책무이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을 먼저 시작했던 선진국에선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핵폐기물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핵폐기물 처분의 어려움 때문에 원자력발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독일이 지난 해부터 2020년까지 전력공급의 30%를 담당해 온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게 된 계기도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할 때 나오는 핵폐기물을 처분할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상대적으로 방사능에 덜 오염된 것이지만 이것도 최소 300년 동안은 생물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해야 한다. 핵폐기물을 육로나 해상을 통해 수송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갈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에서 대부분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갔으며 스웨덴의 포스마크 처분장이 해저에 세워진 이유 중의 하나가 만일의 경우 방사성 물질 유출시 해수에 희석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6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인 대만은 란위섬에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처분했는데 란위섬 일대에서 심각한 방사능오염이 발생하자 이 핵폐기물을 북한에 수출하려다 우리 국민의 공분을 산 적도 있다. 정부와 한수원(주) 측은 우리는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만과는 다르다고 하는데 대구지하철 참사 같은 대형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하여 고준위 핵폐기물은 영구 처분 방법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에는 플루토늄을 비롯한 핵분열 생성물질과 초우라늄 원소 등 생물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기 때문에 생물권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해야 하는 방사능물질들이 많이 있다. 정부와 한수원(주)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연료로 쓸 계획이기 때문에 이를 핵폐기물에 포함하지 않지만 한국은 한반도비핵화선언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금지되어 있고 설령 이를 한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고준위 액체 핵폐기물과 엄청난 양의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는 핵폐기물로 간주되어야 한다. 전세계에서 핵폐기물을 생물권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처분 능력을 가진 나라는 아직 없다.
한편 핵폐기물 처분장 추진론자들은 정부가 투명하게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 발표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을 바로 상대하는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 방식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원자력발전소를 받아들이고 여기서 나온 전기를 써 온 국민들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다. 핵폐기물 처분 방식과 처분장 부지를 결정하기 위해선 원자력발전의 지속 여부를 포함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원자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는 국민들이 고루 쓰는데 막대한 지역지원금으로 유혹하며 핵폐기물 부담은 힘없고 가난한 특정 지역에 떠 넘기는 방식에 반발하지 않을 지역주민들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도 지역주민들을 바로 상대하는 방식의 후보지 선정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하였다. 2월 5일 발표한 7개 부처 공동의 국민담화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 담화문엔 거짓과 위협, 달콤한 유혹 등 국민을 기만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지만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위해선 지역주민들 뿐 아니라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은 제대로 말하고 있다.
석유 위기를 겪으면서 에너지원 다원화차원에서 우리나라에 원자력발전이 등장했고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데 약간의 기여를 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원자력의 위험과 문제점에 대한 국제적,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던 역사적 한계가 내포된 선택이었다. 선진국들은 이제 그 선택을 되돌리고 있다. 원자력발전 의존도가 60%인 벨기에도 지난 해 원자력 발전 포기를 결정했고 발전량의 25%를 원전이 담당하는 영국도 원전의 추가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 원전 확대를 중단한 나라들은 한결같이 에너지이용효율 향상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친환경적이라고 말하는 정부는 한국을 제외하면 적어도 OECD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와 일각의 주장처럼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나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이며 기술혁신으로 안전성이 거의 완벽한 수준에 도달했다면' 왜 환경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이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원자력을 중단하겠는가?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 수단 중 원전을 사실상 배제하기로 한 점도 원전이 온실가스는 줄일 수 있지만 처분 곤란한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는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에너지원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한국민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은 이미 영국을 넘어 독일 수준에 도달했고 곧 일본을 따라잡을 전망이다. 전력 낭비적인 전력수급체제를 그냥 둔 채 위험과 갈등을 몰고 오는 원전과 핵폐기물 처분장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정책은 설득력과 합리성을 갖출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원자력발전의 수혜자인 국민들이 핵폐기물 처분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참여 정부는 과거 정부의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발표를 백지화하고 원전 위주의 전력정책과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대한 국민 대화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2.24)에 대한 반론으로 정리했습니다.)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핵폐기물 처분장을 안전하게 짓는 것은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입은 세대들의 책무이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을 먼저 시작했던 선진국에선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다. 핵폐기물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핵폐기물 처분의 어려움 때문에 원자력발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독일이 지난 해부터 2020년까지 전력공급의 30%를 담당해 온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게 된 계기도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할 때 나오는 핵폐기물을 처분할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상대적으로 방사능에 덜 오염된 것이지만 이것도 최소 300년 동안은 생물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해야 한다. 핵폐기물을 육로나 해상을 통해 수송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갈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에서 대부분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갔으며 스웨덴의 포스마크 처분장이 해저에 세워진 이유 중의 하나가 만일의 경우 방사성 물질 유출시 해수에 희석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6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인 대만은 란위섬에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처분했는데 란위섬 일대에서 심각한 방사능오염이 발생하자 이 핵폐기물을 북한에 수출하려다 우리 국민의 공분을 산 적도 있다. 정부와 한수원(주) 측은 우리는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만과는 다르다고 하는데 대구지하철 참사 같은 대형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하여 고준위 핵폐기물은 영구 처분 방법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에는 플루토늄을 비롯한 핵분열 생성물질과 초우라늄 원소 등 생물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기 때문에 생물권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해야 하는 방사능물질들이 많이 있다. 정부와 한수원(주)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연료로 쓸 계획이기 때문에 이를 핵폐기물에 포함하지 않지만 한국은 한반도비핵화선언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금지되어 있고 설령 이를 한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고준위 액체 핵폐기물과 엄청난 양의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는 핵폐기물로 간주되어야 한다. 전세계에서 핵폐기물을 생물권으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처분 능력을 가진 나라는 아직 없다.
한편 핵폐기물 처분장 추진론자들은 정부가 투명하게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 발표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지역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을 바로 상대하는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 방식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원자력발전소를 받아들이고 여기서 나온 전기를 써 온 국민들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이다. 핵폐기물 처분 방식과 처분장 부지를 결정하기 위해선 원자력발전의 지속 여부를 포함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원자력발전에서 나온 전기는 국민들이 고루 쓰는데 막대한 지역지원금으로 유혹하며 핵폐기물 부담은 힘없고 가난한 특정 지역에 떠 넘기는 방식에 반발하지 않을 지역주민들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도 지역주민들을 바로 상대하는 방식의 후보지 선정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하였다. 2월 5일 발표한 7개 부처 공동의 국민담화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 담화문엔 거짓과 위협, 달콤한 유혹 등 국민을 기만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지만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위해선 지역주민들 뿐 아니라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은 제대로 말하고 있다.
석유 위기를 겪으면서 에너지원 다원화차원에서 우리나라에 원자력발전이 등장했고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데 약간의 기여를 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원자력의 위험과 문제점에 대한 국제적,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던 역사적 한계가 내포된 선택이었다. 선진국들은 이제 그 선택을 되돌리고 있다. 원자력발전 의존도가 60%인 벨기에도 지난 해 원자력 발전 포기를 결정했고 발전량의 25%를 원전이 담당하는 영국도 원전의 추가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 원전 확대를 중단한 나라들은 한결같이 에너지이용효율 향상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친환경적이라고 말하는 정부는 한국을 제외하면 적어도 OECD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와 일각의 주장처럼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나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이며 기술혁신으로 안전성이 거의 완벽한 수준에 도달했다면' 왜 환경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이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원자력을 중단하겠는가?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 수단 중 원전을 사실상 배제하기로 한 점도 원전이 온실가스는 줄일 수 있지만 처분 곤란한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는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에너지원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한국민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은 이미 영국을 넘어 독일 수준에 도달했고 곧 일본을 따라잡을 전망이다. 전력 낭비적인 전력수급체제를 그냥 둔 채 위험과 갈등을 몰고 오는 원전과 핵폐기물 처분장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정책은 설득력과 합리성을 갖출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원자력발전의 수혜자인 국민들이 핵폐기물 처분에 대한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참여 정부는 과거 정부의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발표를 백지화하고 원전 위주의 전력정책과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대한 국민 대화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2.24)에 대한 반론으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