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바보 노무현? 속타는 부시!

by 유동걸 posted Apr 21, 2003
바보 노무현? 속 타는 부시!

내주 4월23일 베이징에서 북-미-중 3자 회담이 열린다.
북한이 미묘한 시기에 내놓은 핵연료재처리에 대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모욕적인, 너무도 모욕적인' 발언이라 화를 내면서도 결국 부시는 대화를 택한다. 불가피한 선택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럼스펠드는 계속 쪽팔리고 조만간 밀려날지 모른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10월 북핵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 만이다.
북핵문제가 레드라인을 넘을지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눈썹을 태울는지 몰라도 평화적 해결 외에는 다른 카드가 없다는 게 미국의 고민이다. 일단 다시 주도권을 잡은 북한의 입장을 눈여겨 볼만하다. 이제 한반도는 새 역사의 장을 열어갈 것이다.

물론 3자회담에서 배제된 우리로서는 기분이 썩 유쾌할 수만은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북한 앞에서는 배부른 자의 거만을 떨면서 북송금이다 특검이다 오만을 떨 수 있지만 미국 앞에서는 한마디로 고양이 앞의 쥐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란 허구에 속아 지난 50여 년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말이 동맹이지 실은 종속아닌가?  

1905년 일본에 의한 치욕적인 사건을 우리는 '을사보호조약'이라 배웠다.
그 안에 담겨 있는 보호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중국이 철수하고 북한과 미국만 남았을 때, 우리는 살려달라고 미국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고 미국은 한미방위조약과 소파 등을 만들어내면서 남한의 영구한 주인이 되고자 했다. 그게 한미동맹의 본질 아닌가?
보호와 달리 동맹에 대해서는 그 속뜻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무섭기 때문이다.

1994년 전쟁이 날 뻔한 위기의 상황 앞에서도 미국은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들쥐(위컴 주한미사령관이 우리를 가리키며 한 말이란 거 아시죠)들의 나라에서 조금 이빨이 길다고 고양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아로부터 사실을 통보받은 김영삼, 길길이 날뛰며 32분 동안 클린턴에게 울고불고화내고 소리쳤지만 사태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전면적을 감행했다가는 베트남 꼴날 뻔한 미국이 꼬리를 내리고 카터 보내서 봐주는 척 하면서 전쟁위기를 넘어섰다.

68년 프에블로호 피랍 때나 69년 미국 정찰기 격추 이후 미국은 전면전에 대한 무수한 시나리오를 그려보았지만 한 번도 북한을 공격하지 못했다. 물론 위기는 반복되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는 세계 최대의 화약창고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그 키를 누가 쥐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애초에 남한에게 있어서 한미동맹과 민족공조란 정치적 허사(虛辭)에 불과하다. 북한의 자주외교 역량으로 조미코뮤니케 성립 이후 김대중을 초청해 김대중이 평양에 다녀왔지만 클린턴 정부의 양해가 있었던 만큼이나 의미 있었던 역사적인 6.15 정상회담도 부시의 깡패짓 앞에 물거품이 되었다. 원점으로 돌아간 제네바 합의나 조미코뮤니케 이후 2003년이 되기 전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부시정부는 온갖 엄살을 떨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부시나 파월이나 할 거 없이 모두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대화는 하되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회담을 회피해왔지만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자리가 없는 것이다.

'악의 축'으로 남한에 무기를 팔아먹고 '핵소동'으로 제네바 협정을 파기했지만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앞에서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면전은 미국 특히 럼스펠드 같은 매파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꿈 속에서나 가능한 엠디가 완벽하게 완성되기까지는......

물론 수년 안에 엠디는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며, 럼스펠드는 일찍이 물러나던지 아니면 끝까지 도박을 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잃고 말 것이다. 재선을 앞둔 부시로서는 이제 럼스펠드가 눈엣가시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3자 회담의 의미를 깨기 위해(결국은 북한의 뜻대로 양자협상을 통해서 주한미군 철수까지를 이끌어내려는 북한의 의도대로 가기 위해) 초강수를 던지는 북한의 입장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중국이 협상을 이끌어낸 역할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는 결국 중국에 부탁해서라도 북한과 협상테이블에 앉아야만 하는 부시의 속타는 심정 때문이다. (힘센 놈들은 실리보다도 항상 명분을 찾으니까. 폼을 잡도록 해주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 가라앉는 길을 택하게 되는 게 역사의 순리다)

이제 한반도는 지난 50년 역사 속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다. 200년 6.15 정상회담은 그 서곡이었고 중간에 고미즈미가 평양을 다녀가면서 이루어진 조.일 정상회담은 그 징검다리다. 부시의 심부름으로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는 동아시아 재편에 나름대로 기여하면서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유예조치를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조.미 간의 협상을 통해서 어떤 형태로든지 가닥을 잡아나갈 것이다. 우리는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우리의 갈길을 닦아두면 된다.

전외무 한승주가 대미창구를 단일화하는데 미국이 환영일색이다. 결국 미국의 입맛을 맞출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계는 계속되는 왕따를 자처하는 그 이상도 아니다. 김영삼과 노무현의 차이만큼만을 보여줄 그이의 외교술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지만 조금 달라질 모습을 기대할 밖에.... 94년의 상황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노무현이 해결하지 못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크게 보아 미국과 경제가 그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 세계자본주의체제 속에서 놀아나는 것이니 그게 그거기는 하다. 차이가 있면 돈이냐 총이냐인데 그것도 무기구입이나 방위비분담 혹은 국방비사용으로 가면 일란성쌍생아다.
수구언론이 주한미군을 들먹거리고 무디스 다녀가면서 평화적인 촛불시위가 사그라드는 게 우리 현실이다. 90프로가 전쟁에 반대하면서 50프로 이상이 파병을 찬성하는 기이한 나라에서 돌을 맞아야할 사람은 노무현이 아니라 파블로프의 개처럼 한미동맹과 공조만을 외치는 극우수구파다.

노무현이 잘한다는 게 아니라 고작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온갖 수모와 위기를 겪고 있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기에는 미국과 조선일보 등 제국주의나 친일잔재 세력의 벽이 너무 두텁다는 말이다. 총체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정치, 외교, 경제 모두 잘하라고 한다면 그건 스스로 분열과 파괴에 이르는 길일 뿐이다.

잠시 글을 인용해보겠습니다.

'모든 게 10년 전 상황의 재판이긴 하다.
그 때도 남북이 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일본의 대규모 수교교섭 사절단이 평양을 찾는 등 미국을 배제한 데탕트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평양이 NPT 탈퇴를 하고 북핵사태가 최고조에 달했다가 결국 베이징의 중재로 지금처럼 3자회담 끝에 KEDO를 만들고 한국이 봉 역할을 한 게 아닌가. 지금도 남북이 6.15 공동선언을 하고 고이즈미-김정일 만남이 있은 직후에, 평양이 NPT 탈퇴를 하고 북핵사태가 레드라인 직전까지 갔다가 결국 베이징의 중재로 다시금 3자회담을 앞두고 있음이다.'

현상을 놓고 보면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본질은 많이 달라졌다.

미국이 배제되었다고 하지만, 일본의 평양방문은 미.일 방위체계 속에서 미국이 북한을 당겨보기 위한 포석으로 일본을 이용한 것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깊은 단계에서 북.일이 의견조율을 했다.
평양이 NPT 탈퇴를 한 것은 끝없이 약속을 어기면서 딴소리를 하는 강자(미국)이 장난을 못치게 하려는 최후의 카드다. 이번에는 아마 그 이상의 새로운 카드를 북한이 들고나올 가능성이 높다.(외신에 보도된대로 대포동 미사일 발사체계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면, 백두산2호 우주발사체를 날리거나 핵무기 소유를 선포하는....... 그건 미국이 가장 겁내는 카드이기 때문에, 왜냐하면 핵확산금지조약 수호는 미국의 패권을 위한 필수조치인데 그게 깨지므로...... 따라서 미국은 미.일 방위체제까지는 보장을 받고 한.미 동맹을 깨는 수준에서 양보하려면 그 카드는 최대한 쓰지 못하게 할 것이다......)

우리가 봉이 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터이지만 북한의 탁월한 외교술과 군사적 압박작전은 그 결과로 한반도는 정상회담까지 일구어냈다. 회담의 진행 결과를 보아야 알겠지만 이번에는 남북 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부시와 김정일이 만나는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클린턴도 부시 그 망할 놈의 부정선거만 없었다면 평양엘 다녀왔을 거고 그렇다면 이라크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물론 조선일보는 지금쯤 폐간되었을지도 모르고......)

너무 장미빛 꿈이라고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자는 그람시의 말처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서는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정일의 독자적 행보에 대한 중국의 딴지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을 감지해야 한다. 김정일이 중국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에 숙이고 살만큼 약하지도 않다. 중국을 놀려서 북한을 요리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부시가 저렇게 모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협상테이블을 추진할 이유가 무에 있겠는가

한반도문제의 장래에 대해서 지금 우리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관점을 세우는 일이다.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지만 문화는 타락했고 정신은 썩었으며 두 발을 가지고도 스스로 설 수 없다는, 서면 안된다는 선천적 친미증후군에 빠져있다. 구한말과 해방정국의 혼란을 누군가 연출한다면 다시 한반도는 파국에 빠질만큼 나약하기 짝이 없다. 무디스의 방한에 수구언론이 놀아나고 시청 앞에 모여서 미국 만세를 외치는 꼴들이 그 전조이다.

반미가 능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주의 관점을 세우지 않고 외교나 군사, 정치 문제를 풀려하면 되는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왜? 한미공조와 한미상호동맹이라는 말 앞에서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친중친미는 수단으로서는 의미 가 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찾기는 어렵다. 방울 못다는 쥐로서는 고양이가 먹어주지 않으면 고맙다는 의사표시로 생선뼈다귀라도 갖다 바치는 것밖에 달리 무슨 수가 있겠다. 그런 처지에서 노무현 정부의 외교 정책을 탓하는 것은 그야말로 누워서 침뱉기다. 물론 그 선봉에 한나라당이 있다는 말에 동감한다.

자, 앞으로 어떻게 이 땅에서 우리 겨레가 주인 노릇을 할 것인가.

첫째 다시 말하거니와 스스로 설 수 있는 새로운 의식과 관점이 필요하다. 구태여 이름붙이자면 반미자주보다는 단계적으로 용미에 가까운 자주가 될 것이다.

둘째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아야 한다. 94년 제네바 합의는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한 약속이었다. 가뭄과 홍수와 탈북의 고통 속에서 '고난의  행군'을 마친 북한은 이제 그대와 달리 미국을 위협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되었다. (이라크와 북한은 다르다는 말의 속뜻은 이라크는 장난감이지만 북한은 여차하면 자기를 물 수 있는 무서운 나라라는 뜻이며, 아마 94년과 지금이 다르다면 94년에는 주도권을 미국이 쥐며 전쟁에 대한 선택권을 가져갔다면 지금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권을 쥐고 주도한다는 게 다르다. 이 시점에서 대화와 수교 밖에 없었던 페리 프로세스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자. 물론 부시 주변에는 사람 아닌 것들이 많아서 조금 예외저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셋째 북한과 미국, 혹은 중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의 외교 역량 결집을 위한 새로운 외교안보 팀을 짜서 전략부터 수립해야 할 단계이다. 국론조차 분열되어 한목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수구언론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으면서도 보수적 가치의 의미를 포용하는 새로운 외교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북한과는 자주, 평화, 대단결의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미국과는 동맹.안보의 틀을 수정하고 변화시키고......,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연계 속에서 동아시아 경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이 필요하다. 물론 노무현 정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며 국민적 합의와 지혜를 모으는 일은 시급하고 또 중요하다.

지난 50년 혹은 100여년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다. 왜 우리는 식민지와 분단과 전쟁과 보이지 않는 내전을 겪으면서 한 세기를 살아가고 있는가. 그 근저에 누가, 무엇이 우리를 군사와 자본의 종속과 망각에 빠지게 했는가. 나는 누구이고 우리는 또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