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조작된 미국의 명백한 운명

by 정창수 posted Apr 24, 2003
24회-조작된 미국의 명백한 운명

정창수(시민행동 밑빠진독상팀장)

1620년 12월 미국 동부 플리머스 해안에 하얀 옷을 입은 경건한 청교도 102명이 상륙했다. 그들은 축복의 땅을 주신 신에게 감사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것을 다짐한다. 그들이 타고 온 배는 '메이플라워'호였다. 이것이 미국인들과 대부분의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미국의 기원이다.
그러나 당시 아메리카에는 1492년부터 이주를 시작한 10만명의 스페인사람들과 5백만의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일부가 현재의 미국 땅에 살고 있었다. 더군다나 버지니아에는 1587년부터 시작된 이민으로 제임스타운에 4만명의 영국인이 살고 있었다. 그들이 기원으로 삼는 청교도들은 1백년이 흐른 후에도 7천명에 불과했다.
여하튼 그들은 급속히 팽창해서 서쪽으로 그 영역을 넓혀간다. 그리고 인디언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신이 약속한 땅을 그들에게서 빼앗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의 오리건과 멕시코의 텍사스를 접수할때 부터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팽창을 멈출수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e)이라는 이론이다. 1845년에 '존L 오설리번'이라는 사람이 주장한 것인데 '신이 마련해준 이 대륙을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명백한 운명을 완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그들은 신이 마련해주지 않았는데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땅을 빼앗는다. 이후 미국 역사에서 서쪽으로 태평양까지, 나아가 그 너머까지 미국영토의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이론으로 발전시키고 1890년대에는 미국 공화당의 정책으로 공식적으로 채택된다. 그래서 하와이와 필리핀도 점령하고 중국까지 진출하여 명실공히 제국주의 국가가 된다.
어느 나라나 자신의 건국이념을 포장하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든 미화 시킬수는 있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러한 건국신화에서 비롯된 '명백한 운명'이라는 황당한 이론이 현재의 미국 대외 정책에서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구실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부시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명백한 운명'의 21세기 버전이다. 세상을 선과 악 둘로 나누고 선을 대표하는 미국이 악을 응징하는 사명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부시대통령이 명심해야할 것은 지금까지 조작되어온 미국의 명백한 운명은 제국이 몰락하는 명백한 운명으로 바뀔수도 있다는 것이다.

* 이글은 시민의신문(www.ngotimes.net)에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