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23회-스파르타,로마,한국의 인구감소

by 정창수 posted Apr 24, 2003
23회-스파르타,로마,한국의 인구감소

정창수(시민행동 밑빠진독상팀장)

고대 스파르타의 몰락은 인구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토지체계를 들었다. 스파르타는 한때 보병과 기병 3만명을 먹여 살리수 있었지만 말기에는 1천명도 감당하지 못했다. 인력부족 때문에 쇠망한 것이다. 그들도 처음에는 인력난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그래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절정기부터는 문호는 닫힌다. 그럼에도 그들끼리라도 재산이 평등하게 분배되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인구증가를 위한 법은 토지독점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했기 때문에 실효를 거둘 수 없었다. 당시 세자녀를 가지면 노동에서 면제되며, 네자녀면 세금까지 면제시켜주었다. 하지만 인구수가 늘면서 토지가 분할되자 상당수는 빈곤해졌다. 그래서 부유층은 재산유지를 위해 출산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이런 결과로 3세기경에는 700가문으로 줄고 토지를 소유한 가문에 100여개에 불과하게 된다. 경제문제로 인한 인구감소가 스파르타를 몰락하게 만든 것이다.

로마시대에서도 인구감소문제가 심각했다. 기원전2세기에는 그라쿠스형제가 10남매이었듯이 다산(多産)이 일반적이었지만 기원전1세기경에는 출산이 급격히 감소했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는 간통법과 혼인법을 제정해서 자유연애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혼하였거나 결혼하지 않은 독신여성은 상속금지 등 재산소유를 제한했다. 이혼도 마음대로 할수 없었고 남자들은 공직에 진출을 제한받았다. 하지만 실효는 없었다. 자유민이 몰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로마는 스파르타와 달랐다. 아프리카인이 황제가 될 정도로 개방적이었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재산감소를 우려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부양능력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부유해져서 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한면만 본것이다. 대다수는 양육 등 경제문제가 핵심이다. 그래서 근대 이전에는 출산장려는 국가의 일관된 정책이었다.

최근 출산감소가 국가적인 문제로 등장했다.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산아 제한을 했다고 호들갑이더니 이제는 온통 인구감소 걱정들이다. 노대통령은 선거당시 ‘아이는 제가 키워주겠다’고 했다. 출산장려의 핵심은 육아문제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이 현상을 편한것만을 찾는 풍조로 돌리고 있다.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항상 엉뚱한 일을 벌린다. 일부 지자체에서 다산왕선발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그런 발상에서 비롯된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단순히 귀찮아서라고 생각하는가?

*이글은 시민의신문(ngotimes.net)에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