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상식

by 서천석 posted Apr 30, 2003
어제 국내에도 첫 SARS 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이 한 명의 환자가 있다고 국내에 사스가 마구 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영국, 미국에도 사스 환자가 발생했지만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과의 인구 이동규모가 크며
특히 금주에는 중국으로부터의 대규모 귀국으로 인해
SARS가 국내에서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SARS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상식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SARS는 전염병입니다. 즉, SARS에 걸린 사람으로부터 전염되지 않으면
  걸리지 않는 병입니다. 즉 괴질이라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다 걸리지는 않는 것이죠.
   일단 주변에 SARS에 걸린 사람이 없으면 걸릴 확률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한 명이라도 SARS에 걸린 사람이 돌아다닌다면 그로 인해
   상당히 많은 사람에게 전염이 이루어지고 연쇄적으로 피라미드 식의
   전염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잠복기에 있는 사람들이죠.
   잠복기에 있는 사람들은 (특히 후기) 아직 증상은 없지만 전염력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자신이 사스 위험지역을 다녀온 후 아직 잠복기에 있다면
   알아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 말아야 합니다.
   잠복기의 기간은 2-7일인데 길게는 10일까지로 보니
   10일 동안은 다른 사람을 피하고 지내도록 하는 것이 타인을 배려하는 것입니다.

2. SARS의 병원체는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달될지에 대해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공기전달보다는 비말감염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기전달과 비말감염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죠.

   병원체의 크기가 5마이크론이 넘으면 무게 때문에 병원체가 공기를 타고
   날아다닐 수 없어서 입이나 코를 통해 튀어나온 병원체가 침 속에 숨어서
   근처에만 (3 피트 내) 머무르게 됩니다.
   이를 비말감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병원체가 5마이크론보다 작으면
   공기를 타고 날아가서 멀리 있는 사람도 전염될 수 있죠.
   이것이 공기 전달로 이 경우 감염 예방이 훨씬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마도 (90%이상) 공기전달보다는 비말감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과 3 feet 내로 가까이 가는 걸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홍콩에 있는 의료인들은 집을 가든 어디를 가든 다른 사람과 3 feet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부부 간 식사를 할 때도
   세 발자국 이상 떨어져서 하죠.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병원체가 침가루에 묻어 떨어졌다면
  그걸 나중에 만져도 감염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죠. 당연히 감염될 수 있습니다.
  물론 손에만 묻었다고 감염되지는 않고 그 손에 묻은 병원체가 어떻게든
  다른 경로를 통해 입이나 코의 점막에 묻어야 감염이 되겠죠.
   피부가 아닌 점막말입니다. 매끈한 그 곳......
  그렇기 때문에 손을 잘 씻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대개는 직접 입이나 코로
  다른 물체를 만지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입과 코를 만지기 전에 손만 잘
  씻으면 상당한 예방이 가능합니다.

  또 한가지 병원체의 체외에서의 생명력은 3시간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감염자가 집 안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그곳을 떠난지
  3시간 지나고 난 다음에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 등 역시 마찬가지죠.
  
  감염자가 주변에 있을 위험을 감안할 때, 우리는 매사 3 feet - 3시간을
  기억해야 합니다.

3. 사스 위험지역은 어디일까요? 홍콩, 중국 전역, 싱가포르, 캐나다 토론토입니다.
  그러니 생계나 다른 절실한 이유가 아닌 다음에야 이곳으로의 여행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사스에 걸린 사람이 소수에 불과한데
   너무 호들갑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중국을 죽이려는 음모론으로 설명하는 사람까지 보았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은 특수한 지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20세기의 위대함 중의 하나가 전염병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극복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예전에는 전쟁이 났다하면 칼에 찔리거나 총 맞아 죽는 사람보다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이 많았고, 왕조의 흥망성쇠도 전염병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되곤
  했습니다. 불과 50여년 전 얘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전염병은 통제를 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인 확산이 불가피합니다.
  한 명이 4명에게 전염을 한다면 그 4명은 16명에게, 16명은 56명에게 전파하며
  초기에는 별거 아닌 상황이었지만 이후에는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변화합니다.
  현재 5000명이 감염되었고 200여명이 사망한 사스도 애초에는 단 1인에게서 시작된
  질병임을 알아야 합니다.  현대적인 의료서비스와 생난리에 가까운 국가적인
  통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산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태입니다.
  만일 지금처럼 난리를 피지 않는다면 과거 페스트나 스페인독감과 같은
  난리가 나는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사스의 위력은 그 동안 인류 역사를 휘어잡은 다양한
  전염병과 비교할 때 힘이 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치사율이 낮고,
  건강 보균자로 병을 퍼트리고 다닐 숙주도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이즈와 비교하면 분명한데 에이즈는 발병하면 10년전만 해도 100% 사망이었죠.
  게다가 10년간 잠복하면서 병을 퍼뜨리고 다닐 수 있습니다.
   사스는 그저 그동안 유행한 다양한 독감 수준이라고 할까요?
   만일 홍콩이 아닌 인구 유동이 적은 지역에서 시작했다면 이처럼 난리가
   안 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전염병은
   한번 확산이 이루어지면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전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4. 사스 위험지역으로 불가피하게 이동하는 사람이라면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가져야 합니다.
    사스는 감염자의 10%만이 중증 질환으로 발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우선 사스의 증상부터 알아볼까요?
    사스의  증상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고열 (38도 이상)이 나면서
    몸살기운이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 3일 정도 있다가
    마른 기침, 호흡 곤란이 오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80-90%는 일주일 내에 저절로 좋아집니다.
    문제는 나머지 10-20%이지요.
    이들은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며 치사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입니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것이 현재의 실정입니다.
    눈 앞에 두고 죽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이 10-20%에 속할까요?
    대개 40대 이상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나빠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술 좋아하고 운동 안 하는 한국 남성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겠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왜 사스 위험지역으로 다녀온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는가 하면 비록  자신은 사스에 걸렸다고 해도
    열흘이면 좋아지겠지만, 자신에게 감염된 누군가는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타인에게 감염을 시키지 않도록 자기 격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예의입니다.
    가급적 타인과 떨어져서 다니고 (3 feet) 자신의 침을 전파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여야 합니다. (마스크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음)
    다른 곳을 만져야 할 경우에는 손을 열심히 씻어야 하는 것도 물론입니다.
    중국에서 집에 오랜만에 왔다고 뽀뽀하거나 포옹하는 것은 피해야겠죠.
    안 하는 것이 애정입니다.

5. 사스에 걸렸다 싶으면 어떡할까요?
    마스크를 쓰고 바로 보건소에 가야 합니다.
    절대로 병원에 가서는 안 됩니다. 동네 의원도 안 되고요.
    병원은 사스에 걸릴 수 있는 사람이 널려져 있는,
    사스 바이러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입니다.
    보건소에 가면 보건소에서 알아서 격리해줄 것입니다. 치료비는 공짜죠.
  
    홍콩이 사스가 통제불가능할 정도로 퍼진 이유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일단 아프니까 아무 병원이나 찾아갔고,
    의료진이 그 환자들을 통해서 감염되었고, 감염된 의료진을 통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감염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 홍콩의 의료진은 집에도 못 가고 죽을 고생을 하며 환자를 보는 통에
    홍콩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머리가 없으니 몸이 고생하는 격입니다.
    홍콩 의료진이 머리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고 중앙의 통제부가 없으니
    엉뚱한 고생을 일선 의사들이 한다는 뜻이지요.

    전염병 관리의 기본은 최소 노출, 철저 격리입니다.
    환자는 모든 의사가 봐서는 안 되고 가급적 소수의 의사들이 보도록 해야 합니다.
    그 의사들 역시 격리되어야 함은 물론이죠.
    영종도에 병원을 만들던지, 군병원을 사용하던지 특정 병원을 사용하고
    소수의 의사들만 환자를 보게하는 것이 사스 확산을 막는 길입니다.
    사스 환자를 본 의사라면 다른 환자를 봐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에서도 홍콩과 같은 전염병과 싸우면서 죽는 의사들의 모습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약 사스에 대해 어느 정도 알려진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런 모습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위대한 장면이라기 보다는 한심한 장면으로
   세계에 알려질 것입니다.
   제대로 된 의사라면 충분한 방어를 하면서도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오늘 뉴스를 보면 격리병원 지정이 지역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15개 대학병원의 격리병상 수를 늘리는 것으로 날 가능성이 많다고 하는군요.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엄청난 예산 낭비 및
   국내 전파 위험성을 대폭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6. 개인 방호도구에 대해.

   위험지역을 다녀야 하거나, 위험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부분이지요.
   공기감염이 안 되리라 예상하고 있으므로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에서 백주대낮에 
   마스크를 하고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위험지역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마스크를 해야합니다.
   또 홍콩이나 베이징에 가서 혼잡한 거리를 다녀야 하거나 병원 등에
   갈 경우에는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남과 3 feet의 거리 유지가 항상
   가능하다면 홍콩이나 베이징에 갈 때도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고
   손닦기만 잘 하도록 하면 되겠지만요.
   그러나 베이징에서 3 feet 거리를 유지하고 다니던 분이라도 최근에 한국에 와서
   아직 10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마스크를 쓰고 다니도록 하십시오.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 입니다.

  마스크는 소위 3M사의 N-95라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
   굳이 3M사 제품이 아니더라도 산업안전 1등급 인증을 받은 마스크면
   어느 것이든 괜찮습니다. '산업안전 1등급' 기억하세요.
  주의할 점은 면도를 잘하고 피부에 바짝 붙여서 착용하도록 합시다.
   옆으로 새지 않도록요.
   또 보통의 마스크는 예방 효과가 한계가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마스크는 1회용이므로 한 나절 사용하면 버리고 새 것을 사용하십시오.
   헌 것을 버릴 때에도 남이 만지지 않도록 잘 버리고, 3시간 있다가
   밖에 내다 버리도록 합시다.

   손을 닦는 것은 알콜이나 요즘 유행하는 살균용 손닦는 크림 등이 좋습니다.
   값으로 볼 때 알콜이 싸죠. 술이 아닙니다. 약국에서 파는 것이지요.
   힌트는 솜에 묻혀 닦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화장솜같은 것도 좋습니다.
   손톱, 손가락 사이등까지 잘 닦도록 하십시오. 또 닦은 후 마를 때까지 그냥 두십시오.
  만일 위험지역에 계시거나 감염 위험자와 접촉하였다면
  반드시 비누가 아닌 알콜이나 살균용 크림으로 손을 닦도록 해야합니다.
  비누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럼 다른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