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웃기는 공포주의

by 유동걸 posted May 01, 2003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시를 향해 독설을 날렸던 마이클 무어가 만든 ‘볼링 훠 콜롬바인’이라는 영화를 보고 대한민국에 산다는 사실이 행복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미국이라는 지옥에 태어난 것보다 다행이라는 기묘한 안도감이......)

은행에 가서 구좌를 개설하면 총을 선물로 주고(조선일보가 자전거 주듯이) 케이마트에 가면 록히드 마틴이 만든 총알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벤허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찰턴 헤스턴이 전미무기협회 회장이 되어서 전국을 순회하면서 총을 가질 권리를 전도(?)하고 다닙니다. 특히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난 곳을 다니면서 총기 판매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적극 지원선전활동을 폅니다.(그 인간 알고 보니 극우적인 인종차별주의자더군요...)

영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 총기 소지가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에서도 총기사건은 발생합니다. 1년에 많이 일어나면 165건이나 60여건 혹은 30여건 정도지요. 미국? 화면에 잠시 스쳐가는데 11,000 건이 넘더군요. 클린턴이 코소보에 사상 최대의 폭탄 공습을 한 날 미국 미시간 주의 콜롬바인이라는 고등학교에서 (아마도 볼링 때문에 짜증이 난 듯한) 고등학생 둘이서 자기가 다니던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총을 난사하여 11명인가 죽이고 본인들도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옥이 따로 없었죠.

왜 하필이면 미국에서만 그렇게 많은 총기사건이 벌어질까요?
수구 언론과 정치인들은 폭력적인 영화, 락가수, 빈곤, 흑인 등에게 원인과 책임을 돌리며 매도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을 보면, 예컨대 캐나다는 실업률이 미국의 두 배인데, 그리고 총기 소지가 미국처럼 자유로운데 사람들이 문도 안 잠그고 살면서 총기 사건은 거의 한두 건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얼굴에 이상한 분장을 하고 자극적인 가사로 소리지르는 가수? 독일이 미국보다 훨씬 심하지요. 흑인 때문이라면 아프리카는 총기사고의 천국인가요? 폭력적인 영화라면 제3세계 국가의 어린이들이 미국보다 적게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감독은 계속 왜, 미국에서만 유독 그렇게 많은 총기사건이 벌어질까를 탐구합니다. 더군다나 어른들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이, 심지어는 초등학교 1학년이 삼촌집에서 권총을 가져다가 동료 학생을 총을 쏘아죽이는 일까지 발생했지요.(그런 일이 일어나면 예외없이 전미무기협회장인 찰턴 헤스턴이 가서 집회를 열고 총기 소지의 자유와 권리를 선전합니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다른 곳에서는 반대집회가 열립니다) 왜? 미국에서만 유독? 왜?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감독은 ‘공포’라는 핵심어를 찾아내려고 하더군요. 미국인의 일상 생활 속에 스며든 공포? 그리고 그 이면에는 총과 총알을 일상적으로 팔아먹는 무기상인과 (색깔론에 근거한, 우리나라의 안보 상업주의-조선일보에 버금가는) 공포상업주의로 다져진 언론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미국인들을 세뇌시키고 있더군요. 왜 미국 사람들이 이라크 침공을 70% 이상이나 지지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무서운 겁니다. 실체는 모르지만 대통령과 언론과 무기-석유 산업체가 만들어낸 협박성 거짓말에 속고 또 속고 또 속고....... 9.11 참사와 탄저균 장난(?)은 그 공포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겁이 나니까 총으로, 총으로, 총으로 서로 무장하고, 불신하고, 선제공격하고, 장악하고, 사살하고, 폭격하고....... 미국사람들 불쌍하다고 해야할지, 무식하다고 해야할지, 영악하다고 해야할지.... 하여간 대부분이 미친 건 틀림 없습니다.

며칠 전 텔레비전을 보니 오락프로그램에서 국산과 외제 잠옷을 비교하며 태우면서, 불에 안타는 잠옷을 (선전하듯이) 보여주더군요. 엽기성 흥미와, 약간의 공포와 적절한 상품선전효과 등등을 노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공포의 일상화를 먹고사는 미국 언론에 비하면 약과지만 그런 광고나 프로그램들이 슬슬 늘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들은 방울뱀이 여자를 물었다, 아프리카산 벌떼가 미국을 공격한다(여기에는 반드시 흑백인종차별의 담론과 아프리카를 더럽고 열등하게 생각하는 오리엔탈리즘이 끼어들어가죠), 어디가에서 누군가가 빠져죽었다는 이야기들을 과장해서 수시로 보여줍니다. 캅스라는 프로에서는 거의 매일, 열에 아홉(아니 열!) 흑인이 사고치고 도망가고 총을 쏘고 죽거나 잡히는 내용을 사실로나 가상현실로 걸프전 보여주듯 편집해서 내보냅니다. 그러면서도 들리지 않게 이렇게 말하지요, 이렇게 불안한데도 니들이 총을 안 사? 먼저 안 쏴? (도시에 먼지가 잔뜩 껴서 이정표가 안보여도 그런 문제는 언론이 다루지 않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사스(SARS)도 공포의 확산을 노리는 세력의 음모론으로 보면 너무 민감한 걸까요? 북핵을 둘러싼 세계적인 (그리고 세기적인) 갈등의 대화마당이, 사스가 창궐하는 베이징에서...... 무언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듯 합니다. 왜 공포가 세계적으로 확사되는 이 민감한 시점에 베이징에서 사스인가? (월가를 놀라게하는 주식투자의 현인 워렌 버핏은 이 시점에서 비로소 중국의 큰 석유회사에 장기적인 주식투자를 하기 시작하는군요. 이건 또 무슨 뜻일까요? 그가 혹시 후진타오의 사주라도?)

색깔론을 가지고 장사가 잘 안되니까 사스의 공포가지고 위기를 조장, 장사하려는 조선일보의 행태가 주간안티조선 4호에 나왔더군요. 미국을 형님처럼 모시는 조선일보니까 한 수 배우려 하겠지요.(한 술 더 뜨나요, 그들은?) 조선일보의 다양한 왜곡보도를 특집으로 다룬 이번 4호는, 최근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들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본질과 정체가 무엇인지 확연히 알게 합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도 계속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려 하겠지요.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글쎄 도망치면서도 전쟁의 공포를 팔아먹을 궁리를 할 하이에나같은......

하여간 공포공화국 미국을 보면서, 끝없는 왜곡보도의 우두머리인 조선일보를 보면서 이 세상에서 눈 똑바로 뜨고 살아가기가 이다지도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민언련 홈피입니다. 주간 안티조선 4호를 보시고요

http://www.ccdm.or.kr/

볼링 훠 콜롬바인은(이 영화 볼 때 관객이 10명 남짓 했는데, 아마 극장에서는 보기 좀 힘들 것 같고요) 제 인생의 영화 베스트 10에 꼽고 싶을만큼 재미도 있고 심각하고 그러네요. 기회가 닿는다면 비디오로라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