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마저 내치다니...

by 永樂 posted Jan 16, 2004
<윤영관마저 내치다니...>


노대통령이 오로지 "총선 앞으로"만 몰두하며
국정을 선거전략의 틀 안에서 운용하고 있다.

며칠 전 연두기자회견은 그 압권이었다.
오죽했으면 민노당이 회견의 골자가 "다 잘 될 겁니다"라며 빈정거렸겠는가.

정말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경제지표가 대한민국 號의 조락 가능성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오직 총선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절망보다 더한 무력감에 무릎이 꺾이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오늘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충격에 망연자실하다.
반미성향의 지지그룹을 엮어내는 일이
총선전략에 지대한 요소란 점을 익히 안다 하더라도,  
그나마 노무현 정부의 어설프고 섣부른 자주외교의 틈새를
조금이라도 메워온 윤영관 장관마저 내치는
무모함까지 보이리라곤 굳이 생각지 않았다.

노대통령을 잘못 본 것인가.
적신호로 범벅이 된 국정을 뒤로 한 채 재신임 승부수를 던졌던 그였다.
취임 이후 지금껏 수시로 이메일이나 여의도 공원에서
대국민 직접 선동정치를 펼쳐온 그였다.
그래도 국가의 존망이 걸린 외교안보의 격전장에서
그나마 진지라도 지켜온 장수를 그만한 일로 갈아치울
배포까지 부리리라곤 굳이 생각지 않았다.

외교부 관료들의 불만이야 어제오늘 새삼스런 일도 아니고
이종석 사무처장이 탈레반 얘기를 들은 지도 벌써 까마득한데,
정동영 효과가 바야흐로 빛을 발하는 이 시점에
참으로 그 타이밍이 절묘하다.
늘 놀랬지만 노대통령의 탁월한 정치공학에 새삼 진저리를 치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도 국가사회의 비중이 압도적인 이 조그만 나라에서,
총선이란 정치이벤트 하나에 대통령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명운을 맡기고 무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나라 전체가 敵我로 나뉘어 결사투쟁이라도 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오늘은 윤영관을 내치지만,
혹여 4월15일 청와대에 득의양양 승전가가 울리고 나면
그 연후에 누가 또 자주의 이름으로 민주개혁의 적으로 반통일세력으로
내쳐질지 자못 두렵기만 하다.

정작 두려운 것은 승냥이 같은 외세다.
금이 간 한미동맹을 뒤로 하고 일본은 당당히 재무장을 서두르고 있고,
오로지 베이징에 6자회담을 애걸하는 청와대는
동북공정이란 국경분쟁보다 더한 사태에 입조차 못 열고 있으니,
소멸을 눈앞에 두고도 북간도를 지켰던 이름뿐인 대한제국 황실보다
나은 게 무엇이 있으랴.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노무현 세력의 면죄부 구실만 하고 있는 형편 없는 야당,
遷都라는 막중한 국가대사마저 표를 위해 내팽개치는 파렴치한 야당을 보면
정권교체마저 죄악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결국 지금 우리가 의지할 정치적 동맹세력은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침몰하는 대한민국을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인가.

미래는 스스로 갈구하는 자에게 열릴 것이다.
오늘의 밥 한 그릇과 오늘의 경력과 명성에 혹하지 않고,
함께 민족의 장래에 몸을 던질 영혼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