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들은 인적이 뜸한 곳에서 노숙하는 경우가 많다. 거친 세상이 몰고 온 공포가 그들을 도시의 경계선 밖으로 몰아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겁에 질려 본능적으로 옷이나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골목어귀로 몸을 숨긴다. 닥치는 위협, 망상, 환각, 환청, 굶주림, 질병, 추위, 타인의 시선 같은 일상의 공포가 항상 그들을 괴롭힌다.
홈리스는 자신이 거리라는 사냥터의 사냥감이라고 느낀다. 그들은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고 도망친다. 이런 이유로 홈리스는 생존에 필요한 자원으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킨다. 그럴수록 공포는 더욱 그들을 옥죈다.
사실 서울역이나 을지로 지하도에서처럼 집단적으로 모여 있지 않는 한, 홈리스들은 나약한 사냥감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혼자 있게 되면 종종 일반인과 섞여 지내고자 한다. 그것이 일상적인 공포로부터 도망치는 확실한 방법이기에. 하지만 조금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홈리스를 손쉽게 판별할 것이다.
▴크고 닳아빠진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옷들을 껴입은 사람
▴목 주변에 땀자국이 짙게 배어있는 옷이나 오래 입은 티가 나는 옷을 입은 사람
▴땟국물에 절어 닳아빠진 신발을 신은 사람
▴밤 추위를 막기 위해 귀마개를 눌러쓴 사람
▴밤 추위를 막기 위해 따뜻한 낮에도 겨울코트를 입은 사람
▴오랫동안 같은 장소를 어슬렁거리는 사람
▴종이박스, 먹을 것을 뭉친 꾸러미, 기타 생존수단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잘 치워놓은 사람,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홈리스일 경우가 높다.
홈리스들은 정신장애, 알코올중독, 수치심, 희망의 상실 때문에 국가기관이나 지원단체를 쉽게 찾지 않는다. 그래서 거리상담(아웃리치Outreach)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문을 열어 놓고 찾아오라고 해도 그들은 찾아오지 못한다. 거리로 나가 그들이 은신처로 삼는 곳을 찾아다니며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홈리스 쉼터 아침을여는집 가족들(아침가족)도 한 때 거리에서 생활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과부마음은 홀아비가 알아준다고 했던가. 거리홈리스 마음을 알아주는 건 아마도 노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아침가족은 “비록 같은 처지지만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거리홈리스들을 직접 찾아가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거리홈리스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당당히 내밀었다.
아침가족에게 거리상담을 처음 제안할 때, 고민이 많았다. 사실 굶주림, 타인의 시선, 추위, 질병 등의 악몽 같은 기억을 가진 그들이 반발하지나 않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기우였다. 6년 넘게 관계를 맺어 온 신뢰는 그냥 쌓인 게 아니었다. 아침가족은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우리는 2003~2004년 동절기 거리야간상담에서 워커(Socal worker, 사회사업가)가 아니라 홈리스 당사자가 사업 주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자기결정권과 역량이 커져야만 홈리스 인권이 더욱 보장받을 수 있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홈리스가 홈리스를 아웃리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여명의 아침가족은 4개조로 나뉘어 매주 1회씩 빠짐없이 참가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발성은 더욱 커져갔다. 작년 12월 4일 시작된 거리야간상담은 현재 11회째 진행됐으며, 연인원 55명(매주 평균 5명)이 참여했다. 홈리스가 홈리스를 거리상담하는 프로그램은 앞으로 보안, 수정하여 다른 쉼터나 유관기관에 보급할 생각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특히, 전문적 워커가 아니다 보니까 신뢰에 기반을 둔 관계형성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아웃리치에서 관계형성처럼 중요한 요소는 없다. 사실 관계형성은 홈리스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의 버팀목이자 대들보다. 그럼 관계 맺기란 무엇일까? 관계 맺기는 곧 ‘길들이기’다. 우리는 거리홈리스에게, 거리홈리스는 우리들에게 길들여져야 한다. 그래야 관계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인다. 길들인다는 게 무엇인지는 쌩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잘 그려져 있다.
작은 별에서 지구에 온 어린왕자가 있었습니다. 어린왕자는 외로워서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린왕자는 여우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린왕자 : 내 친구가 되어 주겠니?
여우 : 나 말이야? 난 여우야. 우선 너는 나를 길들여야 해.
어린왕자 :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지?
여우 : 그건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뜻이야. 넌 단순한 어린 아이가 아니고 난 그저 하나의 여우가 아니라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뜻이지.
여우는 아주 외로웠습니다. 여우는 생각하기를….
여우 : (속으로) 이 멋진 왕자가 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여우 : 어린왕자야, 나를 길들여 줘.
어린왕자 : 내가 너를 어떻게 길들일 수 있지?
여우 : 우선, 저기 떨어져서 나를 곁눈질로 봐. 그래야 내가 겁먹지 않거든. 너는 아무 말도 할 필요없어. 말은 때때로 혼란만 가져오거든.
어린왕자 : 알았어. 또 어떤 일을 해야 하지?
여우 : 너는 매일 내게 먹을 걸 주기 위해 똑같은 시간에 와야 해. 그리고 오기 전에 나한테 네가 오는 걸 알려줘야 해. 즐거움의 반은 네가 오는 걸 기대하는데 있으니까.
어린왕자 :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또 뭐가 있지?
여우 : 네가 날 길들이는 날, 우리는 친구가 될 거야.
어린왕자는 여우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만약 어린왕자가 여우의 말을 그냥 흘려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서로 길들여지는 관계형성에서 경청(傾聽)만큼 중요한 요소는 드물다. 듣는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끼어들기 식의 질문보다는 사려 깊은 코멘트를 곁들이며 경청하는 것이 거리홈리스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깊은 신뢰가 생긴다. 그러나 아직 홈리스인 아침가족은 경청(傾聽)은커녕 다가가 말붙이기조차 어려워한다. 돕고는 싶은데 쑥스러워서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 막 걸음마를 띤 아침을여는집 가족들에게 전문 워커 같은 상담기술을 요구한다는 게 무리다. 중요한 점은 현재 우리들이 처해있는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짚어 개선해 나가면 된다.
우리는 거리홈리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거리에서 살면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워한다는 것을…. 그러나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린 홈리스가 아니기 때문에. 과부마음 홀아비가 안다고, 홈리스는 홈리스가 거리에서 만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홈리스는 자신이 거리라는 사냥터의 사냥감이라고 느낀다. 그들은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고 도망친다. 이런 이유로 홈리스는 생존에 필요한 자원으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킨다. 그럴수록 공포는 더욱 그들을 옥죈다.
사실 서울역이나 을지로 지하도에서처럼 집단적으로 모여 있지 않는 한, 홈리스들은 나약한 사냥감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혼자 있게 되면 종종 일반인과 섞여 지내고자 한다. 그것이 일상적인 공포로부터 도망치는 확실한 방법이기에. 하지만 조금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홈리스를 손쉽게 판별할 것이다.
▴크고 닳아빠진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옷들을 껴입은 사람
▴목 주변에 땀자국이 짙게 배어있는 옷이나 오래 입은 티가 나는 옷을 입은 사람
▴땟국물에 절어 닳아빠진 신발을 신은 사람
▴밤 추위를 막기 위해 귀마개를 눌러쓴 사람
▴밤 추위를 막기 위해 따뜻한 낮에도 겨울코트를 입은 사람
▴오랫동안 같은 장소를 어슬렁거리는 사람
▴종이박스, 먹을 것을 뭉친 꾸러미, 기타 생존수단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잘 치워놓은 사람,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홈리스일 경우가 높다.
홈리스들은 정신장애, 알코올중독, 수치심, 희망의 상실 때문에 국가기관이나 지원단체를 쉽게 찾지 않는다. 그래서 거리상담(아웃리치Outreach)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무리 문을 열어 놓고 찾아오라고 해도 그들은 찾아오지 못한다. 거리로 나가 그들이 은신처로 삼는 곳을 찾아다니며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홈리스 쉼터 아침을여는집 가족들(아침가족)도 한 때 거리에서 생활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과부마음은 홀아비가 알아준다고 했던가. 거리홈리스 마음을 알아주는 건 아마도 노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아침가족은 “비록 같은 처지지만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거리홈리스들을 직접 찾아가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며 거리홈리스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당당히 내밀었다.
아침가족에게 거리상담을 처음 제안할 때, 고민이 많았다. 사실 굶주림, 타인의 시선, 추위, 질병 등의 악몽 같은 기억을 가진 그들이 반발하지나 않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기우였다. 6년 넘게 관계를 맺어 온 신뢰는 그냥 쌓인 게 아니었다. 아침가족은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우리는 2003~2004년 동절기 거리야간상담에서 워커(Socal worker, 사회사업가)가 아니라 홈리스 당사자가 사업 주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자기결정권과 역량이 커져야만 홈리스 인권이 더욱 보장받을 수 있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홈리스가 홈리스를 아웃리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여명의 아침가족은 4개조로 나뉘어 매주 1회씩 빠짐없이 참가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발성은 더욱 커져갔다. 작년 12월 4일 시작된 거리야간상담은 현재 11회째 진행됐으며, 연인원 55명(매주 평균 5명)이 참여했다. 홈리스가 홈리스를 거리상담하는 프로그램은 앞으로 보안, 수정하여 다른 쉼터나 유관기관에 보급할 생각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특히, 전문적 워커가 아니다 보니까 신뢰에 기반을 둔 관계형성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아웃리치에서 관계형성처럼 중요한 요소는 없다. 사실 관계형성은 홈리스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의 버팀목이자 대들보다. 그럼 관계 맺기란 무엇일까? 관계 맺기는 곧 ‘길들이기’다. 우리는 거리홈리스에게, 거리홈리스는 우리들에게 길들여져야 한다. 그래야 관계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인다. 길들인다는 게 무엇인지는 쌩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잘 그려져 있다.
작은 별에서 지구에 온 어린왕자가 있었습니다. 어린왕자는 외로워서 친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린왕자는 여우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린왕자 : 내 친구가 되어 주겠니?
여우 : 나 말이야? 난 여우야. 우선 너는 나를 길들여야 해.
어린왕자 :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지?
여우 : 그건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뜻이야. 넌 단순한 어린 아이가 아니고 난 그저 하나의 여우가 아니라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뜻이지.
여우는 아주 외로웠습니다. 여우는 생각하기를….
여우 : (속으로) 이 멋진 왕자가 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
여우 : 어린왕자야, 나를 길들여 줘.
어린왕자 : 내가 너를 어떻게 길들일 수 있지?
여우 : 우선, 저기 떨어져서 나를 곁눈질로 봐. 그래야 내가 겁먹지 않거든. 너는 아무 말도 할 필요없어. 말은 때때로 혼란만 가져오거든.
어린왕자 : 알았어. 또 어떤 일을 해야 하지?
여우 : 너는 매일 내게 먹을 걸 주기 위해 똑같은 시간에 와야 해. 그리고 오기 전에 나한테 네가 오는 걸 알려줘야 해. 즐거움의 반은 네가 오는 걸 기대하는데 있으니까.
어린왕자 :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또 뭐가 있지?
여우 : 네가 날 길들이는 날, 우리는 친구가 될 거야.
어린왕자는 여우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만약 어린왕자가 여우의 말을 그냥 흘려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서로 길들여지는 관계형성에서 경청(傾聽)만큼 중요한 요소는 드물다. 듣는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끼어들기 식의 질문보다는 사려 깊은 코멘트를 곁들이며 경청하는 것이 거리홈리스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더욱 효과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깊은 신뢰가 생긴다. 그러나 아직 홈리스인 아침가족은 경청(傾聽)은커녕 다가가 말붙이기조차 어려워한다. 돕고는 싶은데 쑥스러워서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 막 걸음마를 띤 아침을여는집 가족들에게 전문 워커 같은 상담기술을 요구한다는 게 무리다. 중요한 점은 현재 우리들이 처해있는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짚어 개선해 나가면 된다.
우리는 거리홈리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거리에서 살면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워한다는 것을…. 그러나 미루어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린 홈리스가 아니기 때문에. 과부마음 홀아비가 안다고, 홈리스는 홈리스가 거리에서 만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