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대응전략

by 최배근 posted Mar 15, 2004
인도의 부상과 한국의 대응                    


             
최근 우리 사회에는 중국 열풍에 이어 인도 바람이 불고 있다.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이 갖는 공통적 느낌은 다양성이 큰 갈등과 불편 없이 공존을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전통사회와 현대사회가 공존하고,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들의 시각으로 볼 때 인도 사회는 순간적으로 무질서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무질서(?) 속에서 또 다른 의미의 질서가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인도의 경제 역시 이런 특성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 수준을 갖춘 생명공학(BT)과 정보기술(IT) 그리고 소프트웨어 등 신성장산업들이 낙후된 인프라 시설은 물론이거니와 전통사회의 자연경제와 혼재되어 있다. 변화과정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불균형의 심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사회적 비용이 크지 않은 것도 다양성을 받아들임에 익숙한 인도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낙후된 부문이나 산업간 불균형의 시정을 위해 급속한 경제개방보다는 인도가 수용할수 있는 범위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율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성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과 차이가 있다. 최근 중국의 고성장이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되고 있는 반면, 한국이 새로운 성장산업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기존산업의 기술격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한편 인도는 우리보다 뒤쳐진 산업에서의 교역은 적극적이지 않으나 IT를 비롯해 인도의 주력산업과 관련된 산업에서 교역은 적극적이고 최근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사실 인도의 주력산업은 앞으로 우리 경제가 육성할 신산업이기도 하다.게다가 인도는 금융서비스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흔히 인도경제의 장점으로 영국의 오랜 식민지의 결과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노동력이 지적되고 있지만 더 큰 의미는 영어구사능력과 더불어 식민지 역사의 유산으로 영국식 금융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인도로 금융의 아웃소싱(outsourcing)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 인도경제가 중국의 발전경로와 달리 선진국형 산업구조로 직행할 가능성을 예단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 기초한다. 향후 10년, 아니 5년 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걱정하고 그 대안으로 신성장산업의 육성이나 금융허브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인도의 주력산업들이 우리가 육성하려 하는 신산업과 중복된다 하여 경쟁관계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 신성장산업의 키워드가 협력이기에 양자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그를 통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주도해야 하는 과제를 설정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구축 과정과 그 과정을 통해 결과할 새로운 한반도 및 동북아질서의 구축은 우리의 미래 운명은 물론이거니와 세계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평화구축 과정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 가운데 우리의 목표를 견인해내야 하는 과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관리나 새로운 한반도질서의 구축과정의 현실을 보면 중국의 역할과 비중이 증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그리고 향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중국과 한국의 비대칭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전략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 인도를 지렛대로 삼는 지혜가 절실히 요청된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분쟁이나 파키스탄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의 양국의 역할 등에서 상호견제가 불가피한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 참고로 이 글은 '한겨레21' 3월 16일자 '지구촌경제'에 실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