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자리잡지 못한 Komerican...

by 永樂 posted Mar 27, 2004
아직도 자리잡지 못한 Komerican...



기억하실 게다.
사탕수수 농장에서부터 시작된 한국인 미국 이민사가 한 세기를 맞이했다며
불과 얼마 전 꽤나 요란스럽게 이벤트를 하고 방송이 떠들썩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가장 관심 깊었던 대목은 로버트 김,
조국을 위해 스파이가 된 로버트 김이었다.
그의 석방은 고사하고서라도 부친의 임종이라도 지켜볼 수 있게
미 연방정부가 법적 관용을 베풀 수 있는지...

이는 한 세기를 미국 시민들과 영욕을 함께 한 Korean-American,
즉 Komerican의 문화를 미국 사회가 양해하고 문화적 공존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자,
2백 만을 넘어선 교포사회가 중국계나 일본계처럼
미국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잡아 나가는가의 문제이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전혀 경우가 다른 이야기지만 제이미 폴리스 사건은
마치 제 2의 로버트 김을 대하는 느낌이다.
미국을 뒤흔들었던 엔론 회계부정 사건의 최고책임자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건만,
또다른 회계부정 사건의 실무 책임자였던 한국계 제이미 폴리스는
살인자들에게나 내려지는 징역 24년 4개월을 선고 받았다.

화이트 범죄를 근절하고자 하는 휴스턴 연방법원의 추상같은 의지를 폄하할 생각도 없고,
이를 굳이 황색 인종에 대한 인종주의적 편견이라 선동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이 사건은 Komerican이 여전히 미국 시민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는 강력한 반증이 아닐까 싶다.
2백 만 교포사회,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제이미 폴리스가
제 2의 로버트 김이 되어 감옥에서 환갑을 맞이하도록 방치해선 아니 될 것이다.
다행히 고맙게도 적잖은 미국 시민들도
법적 형평성을 염두에 두고 동정론을 펼치고 있다 하지 않는가.

정부와 교포사회의 각별한 노력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제이미 폴리스가 미국사회에서 囹圄의 잊혀진 존재로 머무는 동안,
한국이란 나라도 재미 2백 만 교포사회도
미국 시민사회에서 잊혀진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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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회계부정 연루 중형선고 한국계에 동정론>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회계부정이 드러난 뒤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 업체 다이너지의 한국계 실무 책임자에게 살인범에게나 내려지는 중형이 선고돼  동정론이 일고 있다.

텍사스주 휴스턴 연방법원은 증권사기와 우편사기, 전신사기, 음모  등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받은 제이미 올리스(38) 전(前) 다이너지 세무담당 부사장에게  징역 24년 4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고 미국 언론이 26일 일제히 보도했다.

언론은 올리스 전 부사장에게 내려진 중형이 화이트 칼라 범죄에 대해 `본때'를 보이려는 정부 당국과 사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더라도 그의 직급이나 역할, 유사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다른 피고인들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다고 지적하면서 그가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동정심을 표시했다.

올리스씨가 다이너지 재직시 맡았던 `부사장(Vice President)' 직책은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과장이나 부장급의 실무 책임자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올리스씨의 책임과 권한도 중간관리자 정도에 불과했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열린 재판에서 올리스 전 부사장의 변호인들은 그가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 온 후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왔던 개인사를 설명하면서 선처를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계부의 학대와 급우들의 인종차별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올리스 전 부사장은 장학금을 받아 대학공부를 했고 회계와 법학 분야의 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에서 올리스 전 부사장이 3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현금  흐름으로 계상해 투자자들을 호도한 이른바 `프로젝트 알파'의 주역이라면서 중형이 선고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상상할 수 없었던 무거운 형벌이 선고되자 올리스 전 부사장과 임신중인  아내를 비롯한 가족, 친지들은 법정에서 눈물을 떨궜고 그의 어머니 황옥자 씨는  "지금 우리는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휴스턴 크로니클은 법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24년이 넘는 징역형은 최근 화이트 칼라 범죄에 선고된 것으로는  최대의  형량으로, 살인범이나 강도에 대한 처벌과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에릭 루나 유타대학 법대교수는 "우리가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화이트  칼라 범죄가 살인과 동등하다는 것인가"고 묻고 "이는 사회가 판단할 문제지만 이번 판결은 미국의 가치에 대한 의문스러운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업 스캔들의 주역들도 이만큼 무거운 형의 선고를 받지는 않았다. 에너지 기업 엔론의 앤드루 패스토 전 최고재무책임자는 징역 10년, 생명공학 업체 임클론의 샘 왁살 전 회장은 징역 7년6개월을 각각 받았을  뿐이다. 올리스 전 부사장의 공범 두명도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징역 5년의  처벌을 받기로 검찰과 합의한 바 있다.

심 레이크 담당 판사는 "화이트 칼라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의회가 제정한 형량 가이드 라인에 따라야 하므로 그를 선처할 여지가 없었다"면서 "그나마 가이드 라인에 제시된 형량의 최저 한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올리스 전 부사장은 즉각 구속되지는 않았지만 45-60일 이내에 텍사스 배스트롭 감옥에 자진 출두해 형무소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1심의 형이 상급심에서도 확정될 경우 그는 62세에 형기를 마칠 때까지 가석방될 가능성도 없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