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되는 미국의 부동산거품 논쟁

by 최배근 posted Jul 16, 2004
재연되는 미국의 부동산거품              최배근(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미국 경기가 늦어도 하반기에는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가격의 버블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NAR)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주택가격의 중간값이 올해 5월에는 18만3천6백 달러까지 상승하였는데 이는 1년 전에 비교해 10.3%나 상승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나 플로리다의 웨스트 팜비치 등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은 두 배 이상까지 상승하였다. 지난 몇 년간의 미국 주택가격의 유례없는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초저금리가 지적되곤 한다. 이론적으로 저금리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상쇄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금리 상승은 주택가격 상승의 부담을 그대로 전가시킬 것이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고용이 개선되고 소득이 증대하면 주택가격의 상승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소득과 자산 증대의 효과가 상승하는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주택가격의 상승이 꺾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국경제가 주택가격 버블의 주요인으로 지적되는 비정상적인 초저금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모기지론 금리가 7%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경기는 하반기 이후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월 30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이후 일반의 예상과 달리 모기지론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즉 1년 전만 해도 5.5~5.6%를 보였던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6.3%까지 상승하였다가 최근 6.0%까지 하락하였다. 모기지론 금리가 최근 하락세로 반전한 이유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미리 상승하였던 모기지론 금리가 향후 금리가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 결과이다. 즉 미국경제가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강하게 유지할 것이고 에너지 가격 등 핵심 물가지수가 상승하고 있고 그에 따라 연준이 통화긴축으로 나서게 되면 금리는 크게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리고 이런 예상에 근거하여 주택 구입자들은 금리가 인상되기 전에 저금리의 기회를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연준의 금리 인상 전주에 모기지 신청이 19.5%나 상승했던 것이 이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지론 금리가 더 이상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없다.


문제는 금리의 점진적 인상 전망이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전망과 관련된 것이다. 미국경제의 GDP 성장률은 3.1%를 기록하였던 2003년 2분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하여 8.2%를 기록한 지난해 3분기에 절정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4분기에 4.1%, 그리고 올해 1분기에 3.9%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그 결과 당초 올해 4.5%로 예상하였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3.5%로 하향 조정하였고, 내년의 경제성장률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0년 물가 기준으로 27,446달러를 기록한 지난 5월의 미국인 일인당 실질 가처분소득은 27,459 달러를 기록한 전달에 비해 13달러가 하락한 반면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소비지출이 둔화되는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6월 자동차 매출은 전달보다 무려 13%나 급감하였다. 최근 집계된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는 11만2천명으로 이는 전문가들이 당초 예상한 25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모기지론 금리가 크게 인상되지 않더라도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경우 그동안 상승한 주택가격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산 디플레가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저금리 기조의 유지와 아파트담보대출의 비율을 크게 인상하여 부채소득으로 뒷받침된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주택가격 폭등은 7년간 국민소득이 변화가 없다는 점, 그리고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78%%가 만기 3년 이하의 단기대출이고, 주택담보대출의 거의 대부분이 대출기간 중에는 이자만 갚고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일시상환 방식이란 점에서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자산디플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부동산거품은 ‘요주의 상태’인 반면, 한국의 부동산은 이미 거품 상태에 있다는 미국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의 최근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한겨레21 7월 20일 519호 게재 예정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