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과 역사교육

by 希言 posted Aug 13, 2004
백두산 천지에 올라 고구려의 기상으로 동아시아의 미래를 꿈꿔라!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을 평양과 백두산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구려 역사가 한족의 역사라는 주장을 일삼는 무리가 나타난 것이다. 역사이래로 호시탐탐 한반도를 중국으로 복속시키려는 의도를 한번도 저버린 적이 없던 중국이 고구려 역사 왜곡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후진타오의 和平崛起는 미국을 향한 제스처였을 뿐,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외교노선은 有所作爲다. 7세기, 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침략전쟁까지 자행했던 무리들이, 이제 와서 고구려 역사가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을 하니 어이없을 따름이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 지리, 민족문제 등을 연구하는 국가적 연구 프로젝트로 그 핵심과제가 바로 고구려 역사의 왜곡에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서 고구려를 고대 중국의 지방 민족정권으로 규정하면서 그 근거로 ▲고구려가 중국 영역 내의 민족이 건립한 지방정권이었고 ▲몇 번의 천도가 있었으나 활동 범위가 한사군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고구려가 중국의 역대 왕조와 군신관계를 유지했고 ▲고구려 멸망 뒤 그 주체집단이 한족에 융합됐고 ▲고구려 고씨와 고려의 왕씨는 혈연적으로 다른 점을 내세우고 있다.

어이없는 주장이다. 이미 세계 학계에서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한지 오래되었다. 따라서 중국이 주장하는 지방 민족정권으로써 고구려사는 학문적으로 얼마든지 반박이 가능하다. 더구나 동북공정에 참여하는 중국학자들조차 고구려 역사가 학문적 연구방법이 아니라 당의 정치적 요구에 의해서 조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중국 인민의 영원한 지도자 주은래조차 1963년 6월 28일 북한 조선과학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고조선, 고구려, 발해가 모두 한국역사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 시기는 소비에트연방공화국 주도로 코민테른이 움직이던 때라,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지지가 필요했을 때다. 주은래의 발언이 이런 국제정세 아래서 나왔다면 립서비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의 달인 주은래가 립서비스를 했다 해도, 중국의 지도자가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인냥 꾸며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역사관은 빈곤하다. 그렇더라도 우리 민족에게는 어마어마한 위험이다. 만약 동북공정이 성공한다면 한민족은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弘益人間의 자손이 아니라 중국에 복속된 식민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할 것이다. 티베트처럼 역사를 살해당한 잊혀진 민족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역사란 勝者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학문적으로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 하더라도 힘이 있으면 正史가 된다. 힘이 없어 나라를 잃더라도 역사의 기록에서 이기면 그것이 곧 정사가 되는 것이 동양의 법칙이었다. 중국의 대 역사가들이 지켜왔던 정신도 “역사에서 이기자”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역사 전쟁에서 이기려는 적극적인 자세는 찾아 볼 수없다. 오히려 역사교육이 실종되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수년간 교육 현장에서 한국사의 비중을 대폭 축소해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국사를 독립과목이 아니라 사회과목의 일부로 통합시켜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5*6학년의 경우 한 학기씩 사회과목을 배울 때 맛보기로 한국사를 배우며, 중학교에서는 주당 2학년은 1시간씩․3학년은 2시간씩 수업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고등학교도 1학년 때 조선 후기까지의 역사만을 필수로 배울 뿐 근현대사는 2학년부터 선택과목으로 전환됐다. 만약 수능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는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국사를 전혀 모른 채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생길 수 있다.

고구려가 뭔지 모르는 대학생이 생기는 교육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중국이 걸어 온 역사 전쟁을 이길 수 있을까? 때만 되면 들려오는 일본 우익단체들의 교과서 왜곡 시도를 우리는 어떻게 저지시킬 수 있을까?

우리 역사를 모르고 中*日과 싸울 수는 없다. 역사인식을 체득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교육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철저한 연구로 다듬어진 한국사 교육과 더불어 고구려인들의 기상이 넘치던 역사의 현장을 직접 발로 디뎌봐야 한다. 외세에 의해 통일민족국가 수립이 좌절된 1948년 이후 우리의 역사인식은 고구려의 옛 땅으로 뻗어가지 못하고 서라벌에 갇히고 말았다. 분단된 국가의 분단된 역사인식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

통일을 준비하는 역사교육 필요하다. 쇼비니즘은 경계하되 역사적 이해와 역사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는 교과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역사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살아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현장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중․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는 수학여행을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언제까지 중*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서라벌로 가야 하는가? 서라벌을 벗어나봐야 설악산이 전부인 수학여행. 교육 현장에서 전향적인 고민을 하더라도 금강산 이상을 가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남*북한 정부의 뒷받침만 있다면 중*고등학생들이 평양으로 수학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인들의 기상이 담긴 세계문화유산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어찌 동북공정에 맞설 수 있으랴!  

천년신라의 유구한 역사도 한민족에게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중국의 제국과 한 판 승부를 벌였던 고구려인들의 기상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손으로 지켜야 한다. 그러기에 북한 전역에 걸쳐 있는 특히 평양에 집중된 고구려 문화유산을 우리의 청소년들이 온 몸으로 느껴야 한다. 고구려 문화유산을 피부로 체감한 청소년들이 대학을 진학한 다음 백두산에 올라 만주를 바라보며 동아시아의 미래를 꿈꾼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다.

동아시아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요소이다. 지금부터라도 통일부가 북한 당국과 접촉해 현장역사교육 문제를 논의해야만 노골화되고 장기화되는 중국과의 역사전쟁에 대비한 상비군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