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KG가 10월에 추진 계획으로 있는 여야 정치인 초청 집담회의 방향과 관련하여 사무국에 제안한 내용의 글입니다. 초청 정치인의 선정 기준으로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갈 의지를 갖고 있고, 또 그를 위해 노력할 자세를 갖춘 정치인으로 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급히 거칠게 정리한 글이기에 양해를 구합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영토 확장과 한반도 통일구상의 위기
- ‘아시아 경제네트워크’ 건설에 정부와 민간부문의 협력이 절실하다 -
최배근(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세계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 없는 경제영토 확장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급증한 중국기업들의 북한 진출과 중동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그리고 일본의 극동러시아 진출과 중앙아시아 진출 강화 등은 한국과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동북3성 진흥계획과 연계된 중국기업들의 북한 진출
지난 4월 김정일 위원장의 3차 중국방문 이후 중국기업의 북한 투자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자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진 대북지원이었으나 최근에는 평양이 중국 제품의 소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북한 진출과 관련하여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이 현재까지는 대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듯이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개척의 성격을 갖고 있다.
둘째는 최근 북한에 대한 투자를 북한의 압록강에 인접한 단동지역의 기업을 중심으로 동북 3성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월 29일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에서 국무원 핵심부서인 상무부 부장에 임명된 보시라이(薄熙來)는 북한이 신의주특구를 추진하다 중단된 2002년 전후로 랴오닝(遼寧) 성장직을 수행했고, 당시 <신의주와 단동>을 묶는 <조-중 경제특구>를 추진했던 인물로 보시라이는 중국 공산당 8대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참고로 중국의 상무부는 국가경제무역위원회와 대외무역경제합작부를 통합해 지난해 3월 신설된 부서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미국의 무역대표부와 상무부의 기능을 통합해 국내외 경제 및 무역을 총괄하는 전략적 핵심 부서이다. 이처럼 남북간의 경협이 더욱 진전되기 전에, 그리고 핵문제 해결 이후 본격적인 북한시장의 개방 이전에 북한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동북3성 진흥계획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중동의 FTA 추진 그리고 한국의 에너지 안보
중국의 해외 시장 개척과 관련하여 두 번째 주목할 지역은 중동이다.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는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2020년이 되면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해 석유수입 규모가 일본가 거의 같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북아프리카 등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동 같은 기존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지난 7월초 페르시아 만안의 6개의 아랍산유국이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걸프협력협의회(GCC)와 FTA협상 착수에 합의하였다. 중국과 중동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우리 나라 공산품 중 저가 품목의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건설업의 경우에도 이미 가격경쟁에서 중국에 뒤져 토목·건축 시공사업의 수주에서 밀리고 있으며, 앞으로는 플랜트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에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중동 원유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커질 경우 우리 나라의 대중동 협상력이 약화돼 안정적인 원유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극동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적극 진출하는 일본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김정일 위원장의 3차 방중(訪中) 이후지난 5월 고이즈미 총리는 평양을 방문하여 2차 정상회담을 통해 2002년의 평양선언을 부활시키고 식량지원을 약속하였다. 주지하듯이 2002년 9.17 북․일정상회담에서 나온 ‘북․일 평양선언’ 중 국교수립 후 일본이 북한에게 하기로 한 배상 관련 항목을 보면 “무상자금 협력, 저이자 장기차관 제공 및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경제협력을 실시하며 또한 민간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견지에서 일본 국제협력은행 등에 의한 융자, 신용대부 등이 실시”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일본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에 적극적인 이유도 배상금을 매개로 하여 북한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속셈이다. 북한 시장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증대할수록 우리가 희망하는 한반도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경제공동체의 건설은 어려울 것이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안보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일본 역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에 모든 외교력을 쏟아 붙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로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자제했으나 최근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에 대한 실용외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총 100억 달러 규모로 컨소시엄인 사할린 에너지 개발사업에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 일본 기업 지분이 45%나 되고 현재까지 일본은 현재 8.2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이다.
일본은 에너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동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표면화된 바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잠정적으로 합의된 앙가르스크-다칭 노선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이고, 뒤늦게 뛰어든 일본이 건설비 50억 달러 융자와 유전개발 참여 등 총 140억 달러 투자를 앞세워 송유관 노선(극동라인)을 가로챈 셈이다. 앙가르스크 북서쪽 타이세트에서 나홋카까지 기본 노선을 건설하고 중간에 다칭으로 가는 지선(支線)을 내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동중국해 가스전을 기습 개발하자 이에 일본은 불만을 표출하며 독자조사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일본은 중국이 자신의 ‘또 다른 서부’로 인식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중앙아시아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중동정세와 관련하여 지정학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소련에서 분리 독립된 1991년 이후 2천6백억 엔 규모의 경제협력 실시 등 중앙아시아에 공을 들여온 일본은 최근 8월 28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공동시장’ 창설을 주도함으로써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은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주도해야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은 우리 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 해외시장 개척은 대기업 중심으로 거의 각개약진(各個躍進)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지정학점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극동지역의 가스전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76km 송전선 건설과 사할린에서 2400km 천연가스관 건설이 검토됐고 비용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가 풀리지 않아 후자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기업들 역시 북한에 대한 신뢰 결여로 러시아가스를 중국과 황해를 가로지르는 가스관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한중러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8일 잠정 합의안을 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을 서해 해저를 통해 한국으로 연결(이르쿠츠크-창춘-선양-다롄-평택)할 계획이다. 유라시아횡단철도사업 역시 중국 텐진-몽골 울란바토르, 중국 롄윈항-카자흐스탄 알마티, 러시아 보스토치니-독일 베를린-벨로루시 브레스트 등 4개 노선이 확정되고 한반도 관통노선은 제외된 상황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강대국들의 주변에 있는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북한과 우리 나라에 대한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렛대 확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몽골-중앙아시아-인도-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차이나 국가들과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중국은 아세안과의 협력을 통해 홍콩-마카오-중국 남서부로 이어지는 대(大) 중화경제권을 확대 발전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또 중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아세안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베트남과의 관계를 더욱 개선시키는 것을 계기로 삼아 아세안과의 협력네트워크의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
둘째,,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중앙아시아와의 교류 증대는 불가피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 1937년 러시아내 한인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고, 구소련의 1989년 센서스에 따르면 한인(까리이스끼)은 438,650명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는 127개 민족으로 구성된 구소련에서 27번째로 큰 소수민족집단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중 우즈베키스탄에 220,336명과 카자흐스탄에 103,525명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셋째, 삼성과 LG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교류가 증대하는 인도의 경우 향후 가장 빠르게 성장할 국가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시장을 적극 개방하고 있고, 중국과의 국경분쟁으로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중국의 경쟁 상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넷째, 1990년 수교한 이래 중요한 교역국가로 등장한 몽골과의 협력과 교류를 여러 차원에서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 나라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한 차원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원 확보를 위해 러시아의 광물자원을 합동으로 개발하고, 사할린 섬 근처의 석유와 가스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고, 유럽으로의 물자수송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러시아를 관통하는 철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양국관계에는 정치적 여건으로 인한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반면, 세계 4위의 석유소비국으로 향후 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이 지리적 위치 덕분에 자원에 대한 접근이 보다 용이하기에 러시아와 적극 교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통일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견제수단의 확보 차원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중요하다.
이처럼 경제영토 확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희망하는 한반도 구상과 동북아 공동번영을 위해서 <아시아 경제네트워크>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가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는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수출입국의 경험을 갖고 있는 기업의 역량과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 참고로 이 글을 정리하는데 KG 회원들의 아이디어, 특히 정창수 팀장의 원교근공 아이디어가 도움이 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영토 확장과 한반도 통일구상의 위기
- ‘아시아 경제네트워크’ 건설에 정부와 민간부문의 협력이 절실하다 -
최배근(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세계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소리 없는 경제영토 확장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급증한 중국기업들의 북한 진출과 중동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그리고 일본의 극동러시아 진출과 중앙아시아 진출 강화 등은 한국과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동북3성 진흥계획과 연계된 중국기업들의 북한 진출
지난 4월 김정일 위원장의 3차 중국방문 이후 중국기업의 북한 투자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자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진 대북지원이었으나 최근에는 평양이 중국 제품의 소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하다.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북한 진출과 관련하여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이 현재까지는 대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듯이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개척의 성격을 갖고 있다.
둘째는 최근 북한에 대한 투자를 북한의 압록강에 인접한 단동지역의 기업을 중심으로 동북 3성의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2월 29일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에서 국무원 핵심부서인 상무부 부장에 임명된 보시라이(薄熙來)는 북한이 신의주특구를 추진하다 중단된 2002년 전후로 랴오닝(遼寧) 성장직을 수행했고, 당시 <신의주와 단동>을 묶는 <조-중 경제특구>를 추진했던 인물로 보시라이는 중국 공산당 8대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참고로 중국의 상무부는 국가경제무역위원회와 대외무역경제합작부를 통합해 지난해 3월 신설된 부서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미국의 무역대표부와 상무부의 기능을 통합해 국내외 경제 및 무역을 총괄하는 전략적 핵심 부서이다. 이처럼 남북간의 경협이 더욱 진전되기 전에, 그리고 핵문제 해결 이후 본격적인 북한시장의 개방 이전에 북한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동북3성 진흥계획과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중동의 FTA 추진 그리고 한국의 에너지 안보
중국의 해외 시장 개척과 관련하여 두 번째 주목할 지역은 중동이다.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리는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2020년이 되면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급증해 석유수입 규모가 일본가 거의 같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북아프리카 등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동 같은 기존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지난 7월초 페르시아 만안의 6개의 아랍산유국이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걸프협력협의회(GCC)와 FTA협상 착수에 합의하였다. 중국과 중동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우리 나라 공산품 중 저가 품목의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건설업의 경우에도 이미 가격경쟁에서 중국에 뒤져 토목·건축 시공사업의 수주에서 밀리고 있으며, 앞으로는 플랜트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경쟁에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중동 원유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커질 경우 우리 나라의 대중동 협상력이 약화돼 안정적인 원유 확보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극동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적극 진출하는 일본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김정일 위원장의 3차 방중(訪中) 이후지난 5월 고이즈미 총리는 평양을 방문하여 2차 정상회담을 통해 2002년의 평양선언을 부활시키고 식량지원을 약속하였다. 주지하듯이 2002년 9.17 북․일정상회담에서 나온 ‘북․일 평양선언’ 중 국교수립 후 일본이 북한에게 하기로 한 배상 관련 항목을 보면 “무상자금 협력, 저이자 장기차관 제공 및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경제협력을 실시하며 또한 민간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견지에서 일본 국제협력은행 등에 의한 융자, 신용대부 등이 실시”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일본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에 적극적인 이유도 배상금을 매개로 하여 북한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속셈이다. 북한 시장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증대할수록 우리가 희망하는 한반도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경제공동체의 건설은 어려울 것이다.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안보의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일본 역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에 모든 외교력을 쏟아 붙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로 러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자제했으나 최근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에 대한 실용외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총 100억 달러 규모로 컨소시엄인 사할린 에너지 개발사업에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 일본 기업 지분이 45%나 되고 현재까지 일본은 현재 8.2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이다.
일본은 에너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동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표면화된 바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잠정적으로 합의된 앙가르스크-다칭 노선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이고, 뒤늦게 뛰어든 일본이 건설비 50억 달러 융자와 유전개발 참여 등 총 140억 달러 투자를 앞세워 송유관 노선(극동라인)을 가로챈 셈이다. 앙가르스크 북서쪽 타이세트에서 나홋카까지 기본 노선을 건설하고 중간에 다칭으로 가는 지선(支線)을 내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동중국해 가스전을 기습 개발하자 이에 일본은 불만을 표출하며 독자조사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일본은 중국이 자신의 ‘또 다른 서부’로 인식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중앙아시아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중동정세와 관련하여 지정학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소련에서 분리 독립된 1991년 이후 2천6백억 엔 규모의 경제협력 실시 등 중앙아시아에 공을 들여온 일본은 최근 8월 28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참여하는 ‘중앙아시아 공동시장’ 창설을 주도함으로써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은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주도해야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은 우리 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 해외시장 개척은 대기업 중심으로 거의 각개약진(各個躍進)하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지정학점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극동지역의 가스전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76km 송전선 건설과 사할린에서 2400km 천연가스관 건설이 검토됐고 비용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가 풀리지 않아 후자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기업들 역시 북한에 대한 신뢰 결여로 러시아가스를 중국과 황해를 가로지르는 가스관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한중러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8일 잠정 합의안을 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을 서해 해저를 통해 한국으로 연결(이르쿠츠크-창춘-선양-다롄-평택)할 계획이다. 유라시아횡단철도사업 역시 중국 텐진-몽골 울란바토르, 중국 롄윈항-카자흐스탄 알마티, 러시아 보스토치니-독일 베를린-벨로루시 브레스트 등 4개 노선이 확정되고 한반도 관통노선은 제외된 상황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 나라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강대국들의 주변에 있는 국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북한과 우리 나라에 대한 영향력이 증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렛대 확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몽골-중앙아시아-인도-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인도차이나 국가들과 <아시아 경제네트워크>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중국은 아세안과의 협력을 통해 홍콩-마카오-중국 남서부로 이어지는 대(大) 중화경제권을 확대 발전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또 중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아세안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베트남과의 관계를 더욱 개선시키는 것을 계기로 삼아 아세안과의 협력네트워크의 지렛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
둘째,,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중앙아시아와의 교류 증대는 불가피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 1937년 러시아내 한인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고, 구소련의 1989년 센서스에 따르면 한인(까리이스끼)은 438,650명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는 127개 민족으로 구성된 구소련에서 27번째로 큰 소수민족집단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중 우즈베키스탄에 220,336명과 카자흐스탄에 103,525명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셋째, 삼성과 LG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교류가 증대하는 인도의 경우 향후 가장 빠르게 성장할 국가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시장을 적극 개방하고 있고, 중국과의 국경분쟁으로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중국의 경쟁 상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넷째, 1990년 수교한 이래 중요한 교역국가로 등장한 몽골과의 협력과 교류를 여러 차원에서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 나라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한 차원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원 확보를 위해 러시아의 광물자원을 합동으로 개발하고, 사할린 섬 근처의 석유와 가스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고, 유럽으로의 물자수송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러시아를 관통하는 철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양국관계에는 정치적 여건으로 인한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반면, 세계 4위의 석유소비국으로 향후 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이 지리적 위치 덕분에 자원에 대한 접근이 보다 용이하기에 러시아와 적극 교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통일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견제수단의 확보 차원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중요하다.
이처럼 경제영토 확장뿐만 아니라 우리가 희망하는 한반도 구상과 동북아 공동번영을 위해서 <아시아 경제네트워크> 건설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부가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개척에는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된다. 수출입국의 경험을 갖고 있는 기업의 역량과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 참고로 이 글을 정리하는데 KG 회원들의 아이디어, 특히 정창수 팀장의 원교근공 아이디어가 도움이 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