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를 둘러싼 환율전쟁의 끝은?

by 최배근 posted Oct 14, 2004
위안화를 둘러싼 환율전쟁의 끝은?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중국이 내년 3월께 위안화 환율 제도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2일경에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웹사이트를 통해 "즉각적인 위안화 절상설은 중국의 현행 환율정책을 오해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외환당국이 사실무근이라고 성명서를 내면서 위안화 절상설을 진화하는 모습이다. 외환관리국이 성명까지 낸 것은 중국 내외에서 위안화 절상설이 수그러들지 않음에 따라 핫머니 유입이 급증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터드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까지 잇따라 위안화 절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몇주간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논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위안화 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중국 당국과 투기자금을 중심으로 한 시장의 힘간에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공식 입장은 위안화 가치의 기본적 안정성 확보와 현실적이고 탄력적인 환율제로의 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즉 변동환율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되 위안화 가치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여건을 확보한 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3월 전후 환율제도 변경이나 조만간 위안화 평가절상이 끊임없이 얘기되고 있는 것은 중국이 환율제도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지만 위안화를 시장경제에 맞춰 유연화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고 있는데다가,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 등이 국제사회에 위안화 제도 변화를 여러차례 약속했기 때문에 결국 점진적이더라도 환율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선물 시세(1년물 기준)는 현재의 위안화 가치보다 3% 정도 상승한 8.0위안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단기간내 변동환율제의 도입이나 위안화 평가절상은 전망하기 어렵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와 중국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인위적인 위안화의 저평가로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들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03년 무려 1,240억 달러의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하였고 이는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 5,173억 달러의 24%에 해당한다. 올해에도 1,500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중국의 환율절상이나 변동환율제이 도입이 중국경제의 경착륙으로 연결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네가지 주요 암초를 벗어나야 한다. 유가 상승, 미국 소비자지출의 하락, 전 지구적 주택가격 파산, 그리고 중국경제의 연착륙 실패 등이 그것이다. IMF는 세계경제가 올해 5%의 성장에 이어 내년에도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도 성장률 전망은 유가가 37달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한 것이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0.6% 하락할 것이다. 두 번째로 미국가계의 과중한 부채는 소비자지출을 줄일 것이다. 현재 미국경제는 가장 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6번의 회복기에 10% 이상 실질임금이 상승한 것에 비교해 최근의 회복 국면에서는 3%의 상승이 있었을 뿐이다. 감세로 소득을 부양했으나 이 효과는 소멸해가고 있다. 세계경제가 해결해야 할 세 번째 위험은 전지구적 주택가격 붕괴의 가능성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의 3분의 2가 주택가격의 버블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중국경제의 연착륙이 실패할 경우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이나 변동환율제가 도입될 경우 중국의 경우 물가안정이나 대외채무 부담의 감소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수출경쟁력 저하, 외국인 자금 유입 감소, 실업증가 등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중국 GDP 대비 40%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의 침체는 투자 위축과 실업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외국투자자에게 불확실성을 제공할 것이다. 중국경제의 침체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구매력지수로 평가할 경우 미국 다음으로 커다란 경제규모를 갖고 있고, 지난 3년간 중국이 세계 수입물량의 증가나 세계 실질 GDP 성장에서 차지한 비중이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오늘날 중국은 미국보다 세계경제의 성장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위앤화 평가절상시 여타 아시아 통화의 연쇄적인 절상압력이 높아져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일부에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은 단기적으로 선진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이유로 한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장기적으로는 악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지만, 실제로는 원화가치의 절상이 동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단기 모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성장 둔화는 한국의 수출 경기 위축으로 바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히 우려스런 것은 현재 내수가 위축된 한국경제의 경우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경우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외국인 자본의 철수가 예상될 수 있고 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환율제의 개혁을 위해 중국 금융시장의 대외개방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로 인해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한국 금융시장은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