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 지하도는 노숙인들의 보금자리다. 12월 16일 목요일 9시 을지도 입구 지하도에는 낯익은 노숙인들이 우리(작은손길 홈리스의 친구들 야간상담팀)를 반겼다. 계절이 계절인 만큼 이 날따라 쪽방입소상담이 꽤 많았다. 을지로 입구 지하도에서 몇 명의 노숙인들에게 쪽방상담을 한 뒤 눈을 감고 앉아 잠시 며칠 전에 일어난 한 사건을 떠올렸다.
그날도 노숙인 지원문제를 고민하며 서울역 지하도를 걷고 있었다. 지역사회의 냉대, 공무원들의 외면, 형편없는 쉼터의 주거환경…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팠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걷고 있는데 50여 미터 앞에서 쌍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정신이 번득 들어 그 곳을 처다 보니 한 무리의 노숙인들이 빙 둘러 서서 무엇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혹 사고라도 난 듯싶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니 시퍼런 용이 온 몸을 휘감은 술에 쩔은 젊은 노숙인이 나이가 좀 있는 노숙인에게 폭행을 하고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급한 대로 싸움은 말렸다. 물론 그 과정에서 퍼런 용문신의 사내는 지하도가 자신의 왕국인 냥 쌍소리를 입에 달고 10여분간 술주정을 계속했다. 싸움을 말려 다행이지만 기분 탓인가 뒤돌아 집으로 가는 길이 찝찝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어제 밤 사건을 기억해냈다. 역시 마음이 착잡했다. 어제 그 용문신 노숙인의 일방적인 결투를 지켜 본 시민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연민보다는 혐오, 생명에 대한 가련함보다는 왜 사는지에 대한 비아냥거림. 이런 생각이 먼저 들지 않았을까? 나조차 그랬기 때문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린다는 속담이 있다. 대다수의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노숙을 하더라도 그들만의 룰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IMF 이후 노숙인들의 문제가 사회화된 이래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노숙인들도 이제 그들만의 노숙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아니 자주 몇몇 미꾸라지 같은 노숙인들의 추하고 혐오스러운 행위로 인해 대다수의 노숙인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그런 모습을 숱하게 보아온 나조차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는데, 시민들이야 오죽했겠는가.
눈을 떴다. 여전히 시민들의 인파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민들에게 거리노숙인들은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시민들에게 노숙인들의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게토(중세 이후의 유럽 각 지역에서 유대인을 강제 격리하기 위해 설정한 유대인 거주지역. 현재 도시빈민이나 빈곤한 소수인종이 모여 사는 지역을 일컫는 말)의 사람들인 것이다. 다행히 이 곳 을지로지하도는 한국형 노숙문화가 잘 정착된 곳이다. 그랬기에 수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곳임에도 노숙인들의 게토가 허락되었을 것이다. 노숙인들의 게토에서 미꾸라지의 안 좋은 기억을 버리고 다시 이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당당히 서도록 지원할 방법을 생각해본다.
2004년 12월 16일
그날도 노숙인 지원문제를 고민하며 서울역 지하도를 걷고 있었다. 지역사회의 냉대, 공무원들의 외면, 형편없는 쉼터의 주거환경…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팠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걷고 있는데 50여 미터 앞에서 쌍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정신이 번득 들어 그 곳을 처다 보니 한 무리의 노숙인들이 빙 둘러 서서 무엇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혹 사고라도 난 듯싶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니 시퍼런 용이 온 몸을 휘감은 술에 쩔은 젊은 노숙인이 나이가 좀 있는 노숙인에게 폭행을 하고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급한 대로 싸움은 말렸다. 물론 그 과정에서 퍼런 용문신의 사내는 지하도가 자신의 왕국인 냥 쌍소리를 입에 달고 10여분간 술주정을 계속했다. 싸움을 말려 다행이지만 기분 탓인가 뒤돌아 집으로 가는 길이 찝찝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어제 밤 사건을 기억해냈다. 역시 마음이 착잡했다. 어제 그 용문신 노숙인의 일방적인 결투를 지켜 본 시민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연민보다는 혐오, 생명에 대한 가련함보다는 왜 사는지에 대한 비아냥거림. 이런 생각이 먼저 들지 않았을까? 나조차 그랬기 때문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을 흐린다는 속담이 있다. 대다수의 노숙인들은 거리에서 노숙을 하더라도 그들만의 룰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IMF 이후 노숙인들의 문제가 사회화된 이래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노숙인들도 이제 그들만의 노숙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아니 자주 몇몇 미꾸라지 같은 노숙인들의 추하고 혐오스러운 행위로 인해 대다수의 노숙인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그런 모습을 숱하게 보아온 나조차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는데, 시민들이야 오죽했겠는가.
눈을 떴다. 여전히 시민들의 인파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민들에게 거리노숙인들은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시민들에게 노숙인들의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게토(중세 이후의 유럽 각 지역에서 유대인을 강제 격리하기 위해 설정한 유대인 거주지역. 현재 도시빈민이나 빈곤한 소수인종이 모여 사는 지역을 일컫는 말)의 사람들인 것이다. 다행히 이 곳 을지로지하도는 한국형 노숙문화가 잘 정착된 곳이다. 그랬기에 수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곳임에도 노숙인들의 게토가 허락되었을 것이다. 노숙인들의 게토에서 미꾸라지의 안 좋은 기억을 버리고 다시 이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당당히 서도록 지원할 방법을 생각해본다.
2004년 1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