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

by 希言 posted Jan 12, 2005
서산대사

가난한 사람이 와서 구걸하거든 자신의 분수대로 주라.
중생을 한 몸으로 여기는 큰 자비가 참된 보시이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닌 것을 한 몸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 빈손으로 왔다가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 집안의 살림살이이다.

어떤 사람이 와서 해롭게 하더라도 마땅히 마음을 거두어 성내거나 원망하지 말라. 한 생각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면 온갖 장애의 문이 열린다.
번뇌가 헤아릴 수 없으나 성내는 것이 제일 크다.
열반경에 이르기를 ‘향수나 약을 바르거나 칼로 자르더라도 이 두 가지에 무심해야한다’고 했다. 성을 내는 것은 마치 구름 속에서 벼락이 일어나 불이 생기는 것과 같다.

참는 일이 없으면 보살의 모든 선한 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다.
수행의 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자비와 인욕의 뿌리이다.
참는 마음이 꼭두각시의 꿈이라면, 모욕을 당하는 현실은 거북의 털과 같다.

본래의 참 마음을 지키는 것이 첫째가는 정진이다.
만약 정진한다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이것은 망상이요, 정진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망상하지 말라, 망상하지 말라’고 했다.
게으른 사람은 하릴없이 늘 뒤만 돌아보니, 이런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사람이다.
<선가구감>

우리들이 가야할 길을 깨우쳐주는 가르침입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이 와서 구걸하거든 자신의 분수대로 주라’는 말씀이 뇌리에 새겨져 떠나지 않습니다. 자비의 실천조차도 분수대로 하라는 가르침은 욕망의 본질을 꽤 뚫는 일침(一鍼)입니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을 돕는 공덕을 쌓는다 하더라도 분수를 잊어버리면 명예욕 등의 욕망에 빠질 수 있다는 선사의 자상함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요즘 사회복지 쪽은 물론 대한민국의 곳곳에서 ‘정부 돈 못 먹으면 바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하지만 고금(古今)이래 ‘독’은 항상 달콤했고 ‘약’은 썼습니다. 서산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들은 쓴 ‘약’을 삼키는 바보가 되고 싶습니다. 후원자들의 힘을 믿고 분수껏 가난한 이들을 돕는 바보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