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야당다운 행보를 해야
2005년은 乙酉年 문화대혁명 시기가 될 것이다. 이 을유년 문화대혁명은 대한민국 헌정수립 이후의 과거사에 대한 해석을 놓고 좌와 우의 갈등이 증폭되어 사생결단을 보려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예견했던 일이었고 지난 몇 해를 합한 것보다 더한 폭풍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을유년 문화대혁명의 과녁은 야당이 아니다. 과녁은 여당의 지지기반 내에 있다. 여당의 펀더멘탈한 정치세력은 문화대혁명을 통해 그들이 보기에 여당 내 기회주의적인 정치세력을 공격하여 헤게모니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판단하기에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미 두 차례의 대선 실패로 국정운영역량은 물론 야당의 전투력조차 갖추지 못한 정치세력일 뿐이다. 2004년 총선과정과 야당의 행보를 보았을 때, 여당의 펀더멘탈한 정치세력은 물론 열린우리당 전체가 한나라당을 보는 시각에 근거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당이 야당에게 보내는 嘲笑(조소)는 내리 10년을 이어온 권력과 여전히 지리멸렬한 야당에게는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교만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당은 극단화되어가고 있다. 집권여당의 무책임한 모습 즉, 당대표(당의장과 원내대표)를 자주 바꾸는 모습 속에서(정동영의 내각진출, 신기남의 사퇴, 천정배의 사퇴, 이부영의 사퇴 등) 국민들은 어떤 기대와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것은 어찌 보면 ‘성공에 취한 권력’의 자화상이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 이념운동의 관행적인 모습의 부활이기도 하다. 여당에서 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집단화되어 있는 펀더멘탈한 과거의 이념운동출신의 정치세력은 국가사회에 대한 책임이 없어 보인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국가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의원직 유지만이 관심인 대다수의 상황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게도 바라는 것은 없다.
여당의 펀더멘탈한 정치세력을 야당이 보기에는 미숙하고 아마추어로 볼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미 10여년에 걸쳐 국정운영의 경험을 쌓는 동안 나름의 훈련을 받았다. 때문에 여당의 펀더멘탈한 정치세력은 그 집단 내에서 국정운영의 妙(묘)를 이해하고 국제사회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야당은 식물인간이다. 짧게는 2002년부터, 길게는 헌정수립 이후부터 대한민국호는 난폭운전에 시달려왔다. 국민들은 이 난폭운전에 지칠 대로 지쳐있다. 그래서인지 누가 집권하는 것보다 혹은 어디가 집권하느냐에 관심을 갖기보다 나라의 안위와 민생현장의 고단함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그러나 막상 그 입이 되어야 할 야당에서는 철 이른 대권경쟁만 열중할 뿐, 중요한 대목에서는 중구난방 조변석개로 이야기가 흩어지고 달라진다. 이러니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이들 중에서 뜻있는 사람들은 아예 기대를 접고 10년 뒤를 바라보거나 차라리 다른 정당 만들자는 이야기에 호응하기도 한다.
사실 야당은 지난 몇 년 그래왔듯이 정치적 감각도 상실했고 전투력도 없는 이유로 여당과의 싸움에서 매번 져왔다. 그래서 기대감도 없다. 그러나 정작 야당의 지지자들은 전투(정쟁)는 매번 져도 좋으니 몇 년 뒤 있을 전쟁(대선)에서는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희망을 보여 달라고 한다. 그것이 헛된 기대감임에서 쉽게 버리지 못한 채 말이다.
한나라당은 정치적 레토릭으로는 집권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사실 집권하려는 의지도 의욕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지지자들의 마음조차 읽어내지 못한 채 아직도 매번 전투에서 이기려고 안달 나 있지 않은가. 심지어 자유를 말하지만 자유의 참된 의미를 모른 채 대상만 바꾼 80년대의 유산인 증오의 운동을 하려는 뉴라이트에 솔깃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야당의 최고회의 자리에서 미국에서 발간된 <우파국가(The Right Nation)>에 그리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을 보고 여전히 제대로 된 책사나 리더가 없음을 실감했다.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이맘에는 설사 새 정당이 나오지 않더라도 야당은 식물인간으로 명줄만 간신히 유지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공인이라면 언행이 백두준령처럼 무겁고 견결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야당의 언행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선 환골탈태를 이야기 하는데, 이는 이미지 정치를 위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이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잊을 만하면 가십거리로 등장할 이야기가 아니다. 더구나 여당이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야당이 과연 여당만큼이나 환골탈태로 포장된 엔터테인먼트를 할 역량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환골탈태를 대안과 그 과정의 연출 없이 언급하는 것은 야당 스스로 존재가치가 없다고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꼴이다.
지금 야당에는 당수는 있지만 누구도 당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사람이 없다. 더구나 야당 바깥에서는 단체장들이 내놓고 대권을 운운하며 당을 이리저리 쪼개고 있는데, 어느 누구도 사자후를 토하며 읍참마속하려는 견결함을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결국 야당 안에 정치리더가 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떻게 환골탈태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야당이 수시로 정치학자들 모여 세미나 하는 곳도 아닌데, 중심도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더더군다나 연출능력도 없이 환골탈태란 언감생심이다.
둘째, 행정수도 문제로 醉中行步(취중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보기가 민망하다. 다기능복합도시란 말을 누가 제대로 이해하겠는가. 이토록 변별력이 없는 정책대안을 내놓는 수준인데 그 외의 정책대안은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차라리 다기능복합도시니 뭐니 하는 어려운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과학교육의 센터, 한민족 과학기술의 메카가 될 미래의 과학수도를 만들겠다고 분명히 말하는 편이 낳다.
지금 서울의 경쟁력이 상하이나 도쿄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서울을 동아시아 최고의 도시로 키워야 하는 분명히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과학과 교육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과학도시에 대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 우리 공동체를 먹여 살릴 미래수도를 만들겠다고 나선다면 충청권에서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본다. 즉 야당은 야당답게 분명한 비전과 정책대안의 변별력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분명한 비전과 변별력으로 선거에서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것이 야당의 길이다. 야당의 자기 길을 잃어버리고 이미지 정치의 한 방편인 ‘2005년은 무정쟁의 해’로 만들겠다는 류의 정치적 레토릭만 남발한다면 그 어떤 국민이 믿어 주겠는가.
셋째, 군의 개혁에 대해 야당이 핵심적인 아젠다를 가져야 한다. 2005년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이 주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이를 두고 야당은 안보의식의 상실이니 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의 혼란한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평화유지를 위한 안보능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표현상의 주적이 필요하다. 그 주적을 북한으로 설정한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질척거리지는 않을 것이었다. 북한의 위정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대한민국정부가 한·중·일·러를 주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한 표현이 빠진 이상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미 야당은 완벽히 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의 개혁 문제와 관련해 야당의 고뇌를 보여주어야 한다.
정전상태에 북핵 문제까지 겹친 대한민국의 군이 강군이자 정예군 더 나아가 미래군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내놓고 반대할 정치인은 없다. 이는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여당과 핵심적인 군 개혁 아젠다와 관련한 정책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하나는 비대한 육군 위주의 군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군 편재를 보면 전체 군 역량을 100%로 할 때 육군의 비중이 대략 30-35%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나머지는 공군력과 해군력의 강화에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은 후진국형의 군 편제를 갖고 있다. 전체 국방예산의 64%가량은 육군이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군의 현대화를 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야당은 이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의 고뇌를 이해하고 군의 사기를 꺾는 방향이 아닌 사기를 북돋아주는 방향으로 군 개혁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리고 평화로운 나라에서도 군이나 정보기관의 이야기가 언론지면에 떠들썩하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군이나 정보기관의 문제를 연예가중계에서 보도하듯이 가십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말 즉, 군과 정보기관의 노출되면 안 되는 정보들이 흘러나와(대표적으로 국정원 주요간부들의 얼굴이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사건이 있다. 미국 CIA국장이 누구인지는 알아도 주요 간부가 누구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게 정보기관이다. 대표적인 인터넷 언론이 정보기관의 주요간부의 얼굴을 노출시킨 것은 어이없는 일이었다)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야당은 이에 대해 준엄하게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여론주도층에게 꾸짖어야 한다. “4대 강국에 포위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방법론은 용납할 수 없다 하려면 조용히 하라”고 선비적 기상으로 말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일부 정치적 반대자를 제외하고 욕을 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군과 국가를 사랑하는 입장에 서서 여당의 군과 정보기관 개혁을 이해하되 그것을 이벤트화 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이적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면 야당에 희망을 버린 이들이 다시 집결할 것이다.
지금 야당은 활력이 생동하는 젊음을 상실한 채 목숨만 붙어있는 중환자이다. 야당의 정치인과 지지자가 보기에는 동의하기 힘들고 냉정해보이겠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살아나려면 가십거리를 만들어내는 일만 하지 말고 백두준령처럼 입이 무겁고 믿음직하며 비전을 보이는 행보를 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기사회생할 수 있다. 가벼운 연예인 같은 정치인들, 언론인들, 학자들을 멀리 하고 새로운 인물을 널리 그리고 조용히 모실 생각을 해야 한다.
그보다 앞서 비록 부족하지만(역사상 완벽한 인물은 없기에) 한나라당의 정치인들 중에서 혹은 외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를 반드시 정치지도자로 선택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배포와 결단 없이 새 역사를 만든다는 것은 가당치 않기 때문이다.
첨언: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고언은 빠른 시간에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
2005년은 乙酉年 문화대혁명 시기가 될 것이다. 이 을유년 문화대혁명은 대한민국 헌정수립 이후의 과거사에 대한 해석을 놓고 좌와 우의 갈등이 증폭되어 사생결단을 보려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는 예견했던 일이었고 지난 몇 해를 합한 것보다 더한 폭풍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을유년 문화대혁명의 과녁은 야당이 아니다. 과녁은 여당의 지지기반 내에 있다. 여당의 펀더멘탈한 정치세력은 문화대혁명을 통해 그들이 보기에 여당 내 기회주의적인 정치세력을 공격하여 헤게모니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것이다. 그들이 판단하기에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미 두 차례의 대선 실패로 국정운영역량은 물론 야당의 전투력조차 갖추지 못한 정치세력일 뿐이다. 2004년 총선과정과 야당의 행보를 보았을 때, 여당의 펀더멘탈한 정치세력은 물론 열린우리당 전체가 한나라당을 보는 시각에 근거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당이 야당에게 보내는 嘲笑(조소)는 내리 10년을 이어온 권력과 여전히 지리멸렬한 야당에게는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교만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당은 극단화되어가고 있다. 집권여당의 무책임한 모습 즉, 당대표(당의장과 원내대표)를 자주 바꾸는 모습 속에서(정동영의 내각진출, 신기남의 사퇴, 천정배의 사퇴, 이부영의 사퇴 등) 국민들은 어떤 기대와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것은 어찌 보면 ‘성공에 취한 권력’의 자화상이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거 이념운동의 관행적인 모습의 부활이기도 하다. 여당에서 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집단화되어 있는 펀더멘탈한 과거의 이념운동출신의 정치세력은 국가사회에 대한 책임이 없어 보인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국가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의원직 유지만이 관심인 대다수의 상황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게도 바라는 것은 없다.
여당의 펀더멘탈한 정치세력을 야당이 보기에는 미숙하고 아마추어로 볼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미 10여년에 걸쳐 국정운영의 경험을 쌓는 동안 나름의 훈련을 받았다. 때문에 여당의 펀더멘탈한 정치세력은 그 집단 내에서 국정운영의 妙(묘)를 이해하고 국제사회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야당은 식물인간이다. 짧게는 2002년부터, 길게는 헌정수립 이후부터 대한민국호는 난폭운전에 시달려왔다. 국민들은 이 난폭운전에 지칠 대로 지쳐있다. 그래서인지 누가 집권하는 것보다 혹은 어디가 집권하느냐에 관심을 갖기보다 나라의 안위와 민생현장의 고단함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그러나 막상 그 입이 되어야 할 야당에서는 철 이른 대권경쟁만 열중할 뿐, 중요한 대목에서는 중구난방 조변석개로 이야기가 흩어지고 달라진다. 이러니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이들 중에서 뜻있는 사람들은 아예 기대를 접고 10년 뒤를 바라보거나 차라리 다른 정당 만들자는 이야기에 호응하기도 한다.
사실 야당은 지난 몇 년 그래왔듯이 정치적 감각도 상실했고 전투력도 없는 이유로 여당과의 싸움에서 매번 져왔다. 그래서 기대감도 없다. 그러나 정작 야당의 지지자들은 전투(정쟁)는 매번 져도 좋으니 몇 년 뒤 있을 전쟁(대선)에서는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희망을 보여 달라고 한다. 그것이 헛된 기대감임에서 쉽게 버리지 못한 채 말이다.
한나라당은 정치적 레토릭으로는 집권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사실 집권하려는 의지도 의욕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지지자들의 마음조차 읽어내지 못한 채 아직도 매번 전투에서 이기려고 안달 나 있지 않은가. 심지어 자유를 말하지만 자유의 참된 의미를 모른 채 대상만 바꾼 80년대의 유산인 증오의 운동을 하려는 뉴라이트에 솔깃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야당의 최고회의 자리에서 미국에서 발간된 <우파국가(The Right Nation)>에 그리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을 보고 여전히 제대로 된 책사나 리더가 없음을 실감했다.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이맘에는 설사 새 정당이 나오지 않더라도 야당은 식물인간으로 명줄만 간신히 유지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공인이라면 언행이 백두준령처럼 무겁고 견결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야당의 언행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선 환골탈태를 이야기 하는데, 이는 이미지 정치를 위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 이는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잊을 만하면 가십거리로 등장할 이야기가 아니다. 더구나 여당이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야당이 과연 여당만큼이나 환골탈태로 포장된 엔터테인먼트를 할 역량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환골탈태를 대안과 그 과정의 연출 없이 언급하는 것은 야당 스스로 존재가치가 없다고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꼴이다.
지금 야당에는 당수는 있지만 누구도 당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사람이 없다. 더구나 야당 바깥에서는 단체장들이 내놓고 대권을 운운하며 당을 이리저리 쪼개고 있는데, 어느 누구도 사자후를 토하며 읍참마속하려는 견결함을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결국 야당 안에 정치리더가 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떻게 환골탈태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야당이 수시로 정치학자들 모여 세미나 하는 곳도 아닌데, 중심도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더더군다나 연출능력도 없이 환골탈태란 언감생심이다.
둘째, 행정수도 문제로 醉中行步(취중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보기가 민망하다. 다기능복합도시란 말을 누가 제대로 이해하겠는가. 이토록 변별력이 없는 정책대안을 내놓는 수준인데 그 외의 정책대안은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차라리 다기능복합도시니 뭐니 하는 어려운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과학교육의 센터, 한민족 과학기술의 메카가 될 미래의 과학수도를 만들겠다고 분명히 말하는 편이 낳다.
지금 서울의 경쟁력이 상하이나 도쿄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서울을 동아시아 최고의 도시로 키워야 하는 분명히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과학과 교육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과학도시에 대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해 우리 공동체를 먹여 살릴 미래수도를 만들겠다고 나선다면 충청권에서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본다. 즉 야당은 야당답게 분명한 비전과 정책대안의 변별력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분명한 비전과 변별력으로 선거에서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것이 야당의 길이다. 야당의 자기 길을 잃어버리고 이미지 정치의 한 방편인 ‘2005년은 무정쟁의 해’로 만들겠다는 류의 정치적 레토릭만 남발한다면 그 어떤 국민이 믿어 주겠는가.
셋째, 군의 개혁에 대해 야당이 핵심적인 아젠다를 가져야 한다. 2005년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이 주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이를 두고 야당은 안보의식의 상실이니 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핵심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아시아의 혼란한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평화유지를 위한 안보능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표현상의 주적이 필요하다. 그 주적을 북한으로 설정한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질척거리지는 않을 것이었다. 북한의 위정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대한민국정부가 한·중·일·러를 주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한 표현이 빠진 이상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미 야당은 완벽히 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군의 개혁 문제와 관련해 야당의 고뇌를 보여주어야 한다.
정전상태에 북핵 문제까지 겹친 대한민국의 군이 강군이자 정예군 더 나아가 미래군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내놓고 반대할 정치인은 없다. 이는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여당과 핵심적인 군 개혁 아젠다와 관련한 정책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하나는 비대한 육군 위주의 군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군 편재를 보면 전체 군 역량을 100%로 할 때 육군의 비중이 대략 30-35%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나머지는 공군력과 해군력의 강화에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은 후진국형의 군 편제를 갖고 있다. 전체 국방예산의 64%가량은 육군이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군의 현대화를 할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야당은 이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의 고뇌를 이해하고 군의 사기를 꺾는 방향이 아닌 사기를 북돋아주는 방향으로 군 개혁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리고 평화로운 나라에서도 군이나 정보기관의 이야기가 언론지면에 떠들썩하게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군이나 정보기관의 문제를 연예가중계에서 보도하듯이 가십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말 즉, 군과 정보기관의 노출되면 안 되는 정보들이 흘러나와(대표적으로 국정원 주요간부들의 얼굴이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사건이 있다. 미국 CIA국장이 누구인지는 알아도 주요 간부가 누구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게 정보기관이다. 대표적인 인터넷 언론이 정보기관의 주요간부의 얼굴을 노출시킨 것은 어이없는 일이었다)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야당은 이에 대해 준엄하게 청와대와 여당은 물론 여론주도층에게 꾸짖어야 한다. “4대 강국에 포위되어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방법론은 용납할 수 없다 하려면 조용히 하라”고 선비적 기상으로 말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일부 정치적 반대자를 제외하고 욕을 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군과 국가를 사랑하는 입장에 서서 여당의 군과 정보기관 개혁을 이해하되 그것을 이벤트화 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이적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면 야당에 희망을 버린 이들이 다시 집결할 것이다.
지금 야당은 활력이 생동하는 젊음을 상실한 채 목숨만 붙어있는 중환자이다. 야당의 정치인과 지지자가 보기에는 동의하기 힘들고 냉정해보이겠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살아나려면 가십거리를 만들어내는 일만 하지 말고 백두준령처럼 입이 무겁고 믿음직하며 비전을 보이는 행보를 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기사회생할 수 있다. 가벼운 연예인 같은 정치인들, 언론인들, 학자들을 멀리 하고 새로운 인물을 널리 그리고 조용히 모실 생각을 해야 한다.
그보다 앞서 비록 부족하지만(역사상 완벽한 인물은 없기에) 한나라당의 정치인들 중에서 혹은 외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를 반드시 정치지도자로 선택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배포와 결단 없이 새 역사를 만든다는 것은 가당치 않기 때문이다.
첨언: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고언은 빠른 시간에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