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데 중국의 역할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처지가 매우 궁색하기만 하다.
예고된 북한의 핵보유선언?
부시 대통령의 2월 4일 국정연설 이후 6자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설 연휴 기간인 2월 10일 나온 북한 외무성 성명은 일반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반의 예상과 달리 예고된 측면도 있었다. 북한은 주간지 <통일신보>(1월29일치)를 통해 “얼마 전 미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라이스가 우리나라(북)를 포함하여 일부 나라들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헐뜯는 망발을 하여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제2의 ‘악의 축’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북한은 지난 4일 평양방송을 통해 부시 미국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한 첫 논평에서 “부시가 이번 취임 연설에서 ‘세계의 구석진 곳에까지 자유의 불길이 타오르게 하겠다’고 나발을 불어댔다”며 “이것이야말로 온 세계를 전쟁의 불바다로 만들고 지배하는 힘의 자유를 가지겠다는 것”이라고 혹평하며 “인류는 부시식 자유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부시가 떠들어댄 이른바 자유의 불길은 반미의 불길이 돼 타오를 것”이라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4일자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기 몇 달 전부터 미국 정부가 알 카에다에 사용하던 기법을 근거로 북한의 마지막 남은 수입원을 봉쇄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이 계획과 관련된 정보 소식통 및 정책 결정자들을 인용, 보도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초기 단계 조치들이 비밀스러운 `일련의 기법(tool kit)` 속에 포함돼 있으며 최근 수주간 국가안보회의(NSC)가 이를 다듬어 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새로운 전략을 통해 북한 정권이 위조와 마약밀매,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기술 판매 등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통로로 사용해 온 금융거래를 추적해 봉쇄하는 공동노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예로 오는 3월 발효될 일본의 해운관계법을 들 수 있는데 통행하는 모든 선박에 오염물질 유출 등 각종 사고에 대비한 손해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이 법조항을 만족시킬만한 북한 선박은 거의 없어 실질적으로 북한-일본간 선박 왕래가 중단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또한 미국 관계자들은 북한이 금융거래에 이용해온 은행 및 회사들의 명단을 수집해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미구 정부 관계자들이 이같은 노력이 김정일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암묵적인 시도의 일환이라는 추측을 부인해 왔지만 일부 인사들은 이같은 압박계획이 성공한다면 김정일 정권 와해라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북한 정권 전복이 미국의 계획이 의도하는 바는 아니라고 말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최근 시도는 지난 해 11월 물러난 로버트 조지프 전 국가안보회의 확산방지국장의 작품이라고 확인했다.
이처럼 지난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이 나오기 이전에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북핵을 둘러싼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0일 북한 외무성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의 내용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위를 위해 생산한 핵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조건과 분위기 조성이란 다름이 아니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북핵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는 반면, 2기 부시 행정부에서도 미국의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폭정의 전초기지`라 규정하고 자신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상황에서 회담에 참여해야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핵 문제의 해결에는 협상의 방도와 핵 억제력의 방도가 있는데 미국의 태도에 따라 적절한 방도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대북압박 수용
돌발상황(?)에 대한 한국측 입장은 분명하다. 북핵 문제는 평화적이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6자회담의 틀이 붕괴될 경우 북한핵은 안보리 회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한반도는 전쟁 준비 상황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지난 14일 가졌던 한미 외무장관 회담의 결과는 6자회담의 틀을 유지려는 한국측 입장과 당분간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되 북한에게 압박 수단을 활용하려는 미국측 입장이 결합으로 나타났다. 미국으로서는 지금 당장 6자회담의 틀을 깰 필요도 없고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 안보리 회부를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효과는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외무장관 회담의 결과는 미국측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것이다.
북한 외무성 성명 이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4일 회담을 하고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3대 정책에 합의하고, 동시에 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합의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측은 북핵문제를 6자회담의 틀에서 평화, 외교적인 방법을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는 기조를 약속받은 대신, 이를 위해 미국측의 요구인 북한에 대한 압박외교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외무장관 회담 및 백악관.국무부 브리핑에서 제시된 미국의 북핵 3대 정책은 ① 북한 회담 복귀 압박(압박 외교), ② 대북 추가 보상 금지, ③ 북 핵물질 반출 경계 등이다. 1, 2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당근보다 채찍`이라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국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과정에서 대규모 남북경제협력을 해나갈 계획이 없고, 인도적 차원의 경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즉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깨고 안보리에 회부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은 미국에게 당분간 6자회담 틀의 유지를 요구한 대신, 미국이 요구한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비록 초기 차원의 수준이지만) 압박과 제재를 수용한 것이다.
북한의 최후통첩성 발언의 배경 : 북한과 미국의 적대적 의존?
그렇다면 부시대통령의 국정연설 이후 북한에 대한 6자회담 복귀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었고, 또한 춘절 연휴이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자루이의 방북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6자회담의 의장국인 중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면서까지 북한이 미국에게 최후통첩성 발언을 한 배경은 무엇인가?
첫째, 북한이 마지막 카드를 내놓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북한이 지키고 싶은 마지노선은 바로 김일성-김정일체제의 유지다. 2000년 이후 개혁과 개방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북한은 더 이상 개방하지 않고서는, 즉 외부사회의 지원 없이는 체제 유지가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2002년 7.1 경제관리조치의 성과나 남북경협 등의 성과는 제한적인 반면, 신의주특구나 북일수교 등의 추진은 물거품이 되었고, 그 결과 대중의존도가 갈수록 증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의 최대 목표는 체제 유지가 가능하다는 전제 속에서 경제지원을 받는 것이다.
둘째, 반면 미국은 현재로서는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규정해놓고 핵문제를 펜딩시키는 것이 나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재로서 미국의 군사적 선택은 미군의 피해 규모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6자회담의 나머지 국가들로부터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 게다가 미국에게는 이라크가 우선순위이고, 그 연장선에서 이란핵을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필요하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16일 “이라크 주둔 병력 부족 상황에서 북한과 이란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신속하고 효과적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라크와 이란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미국이 자신을 겨냥할 것이기에 그 이전에 북한의 체제 보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강경한 외무성 성명은 북핵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달라는 호소성이 짙다. 이것이 북한은 자신의 핵보유 선언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핵보유 선언을 선택한 이유이다.
다음으로 북한의 핵보유 선언 및 조건과 분위기 충족될 때까지 회담 무기한 참여 중단 선언은 중국과 한국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보낸 측면이 있다. 북한에게 중국과 한국은 미국에 대한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번째와 네번째 배경이 된다.
셋째,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통한 경제 번영을 추구하는 중국을 곤란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을 앞두고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특히 북한 핵보유가 동북아 핵 확산, 그중에서도 대만의 핵무장은 중국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미국은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지만 북한 역시 마찬가지로 북핵 및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넷째,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향후 3년이란 시간은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권이 남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주지하듯이 노 대통령은 LA발언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차단시켰다. 물론 노 대통령은 북한 공격이 한국의 참화를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전쟁에 반대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이라크 이후 표적이 되는 것을 막아준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보유선언과 6자회담의 무기한 불참 선언은 한국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 해소뿐만 아니라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지원 등을 위해 미국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주문이다.
이처럼 북한은 중국과 한국에게 숙제를 내준 격이다. 즉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과 중국은 미국에 대한 지렛대이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지렛대의 역할을 해주는 대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 대한 또하나의 지렛대이자 한반도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는 북한에 대한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매우 우려스런 향후 한반도 정세
그렇다면 향후 한반도 정세는 전반적으로 어떤 상황을 예상할 수 있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매우 우려할만한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제재가 강화될 것이다. 대북 압박제재라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테러리스트들에게 판매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에 기인하는 봉쇄조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기문 외무부장관은 16일 브리핑에서 대북 압박 및 제재론과 관련, "한미간에 현 단계에서는 압박 그런 것을 얘기한 일이 없으며, 또 할 필요도 없었고, 지금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노력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조속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경우에 따라 긴장되고 긴박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벌어져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은 14일 한미 외무장관 회담 이후 핵확산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보다 강한 톤으로 북한을 비난했다. 국무부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은 수십년간 마약 밀수에 손대고, 위조 지폐를 유포하고, (대량살상무기를)확산해 왔다"며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이런 행위를 추적해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이 미사일이나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물질 반출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는 경고이고 핵물질 반출을 예방하기 위한 봉쇄는 향후 강화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두가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승부수로 미국내 강경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에서 지적한 14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의 보도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이해하는데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 의원들은 북한 등을 겨냥해 `독재 종식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즉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독재정권의 붕괴를 촉진하기 위한 `독재 종식과 민주주의 지원법(End Dictatorship and Assist Democracy.가칭)`이 다음달 미국 상하원에 정식 제안된다. 법안은 미 외교관들이 독재국가 내 민주세력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전략물자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등 국제단체들의 탈북자 지원 확대도 담겨 있다. 톰 랜토스(민주)하원의원실 관계자는 "3월 중 독재 종식 법안을 하원에 제안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프랭크 울프(공화)하원의원실도 같은 입장이다. 때맞춰 상원에도 비슷한 법안이 제안될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된 법안은 의회 위원회 결정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의회 소식통은 “공화.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이 법안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독소조항을 없애는 선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경 네오콘 인사인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샘 브라운백(공화)상원의원 등이 초안을 만들었다. 미국 내 수십개 인권. 종교단체도 의회에 법안 통과 압력을 넣고 있다.
둘째,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한국과 중국의 노력을 지켜보는 가운데 대북제재에 대한 구상을 마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14일 한미 외무부장관 회담 이후 바우처 대변인은 "앞으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다양한 형태로 만나게 될 것이고,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5자회담은 한미일의 대북 압박조치가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할 경우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게 중재자의 기회를 일단 인정하는 대신 중국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중재자 혹은 대북제재의 협력자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성공해 대북 제재에 중국이 협력하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북압박정책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 단계에 들어서면 북한은 전쟁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의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19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자루이(王家瑞)의 북한 방문이 분기점이 될 것이다.
애매한 중국의 역할에 목매달고 있는 한국의 처지
결국 당분간은 중국의 역할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처럼 보일 것이다. 한국 정부 또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좀더 힘을 써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 문제는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가능성이다. 사실 국제사회가 6자회담의 의사봉을 계속 중국에 쥐여 준 것도 북한에 대해 중국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었다. 에너지를 비롯해 북한의 대중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에게 있어서 북한 카드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지렛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북핵에 반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현재나 북핵 해결 이후나 친중정권이 유지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입만 열면 ‘한반도 안정’을 강조하는 중국의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의 배경이다. 북한과 중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한동안 소원했으나 후진타오 시대 들어 ‘신(新)밀월’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형제의 나라’로 되돌아왔다. 특히 지난해 4월 김정일의 베이징 방문 이후 양측 고위급 인사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오갔고, 중국의 북한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거부에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구두로 압박하는 외에 경제 압박을 가할 것 같지는 않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가 15일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신문은 베이징(北京)발 기사에서 중국은 북한 연료와 식량의 주 공급원으로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지만, 북한의 붕괴나 거센 반발 가능성 때문에 구두 압박 이상의 조치를 취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대학의 한 교수는 "중국 정부는 대북 경제 지렛대 사용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역풍이 있을 수 있어 다소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국이 북한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인센티브는 한 단계 강화된 원조계획일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좀더 애쓸 경우 북한이 쉽게 6자회담 복귀를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와 맞바꿀 수 있는 중국의 카드가 주목될 뿐이다.
이처럼 구조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대북압박에 동참할 여지는 그리 크지 못하지만, 동시에 중국으로서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새로운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는 것이 자국의 안보이익에 반하며, 더욱이 북한의 핵보유가 동북아에서 핵보유 도미노현상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은 당장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대만이 핵무장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중국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의 핵포기를 종용할 것이고, 이 연장선상에서 부분적으로 미국과 공동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마도 중국의 대북 경제제재 동참은 매우 효율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다행히 북한당국이 이같은 중국의 압력에 때맞춰 굴복한다면, 핵보유선언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길은 계속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반발한다면, 북한핵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중국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중국의 이런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 한국에 숙제를 내준 형국이고, 미국은 중국의 이런 애매한 입장을 활용하여 북핵 이후의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자신의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핵 문제는 미중 간에 감춰진 핵심 긴장 요인이다.
이처럼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 이후의 한반도 질서와 동북아질서에서 자신의 입지 확보가 모호한 이상, 현상 유지와 한반도 긴장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핵 해법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다.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원치 않으며 선제공격 의사와 적대정책, 악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북한은 미국에게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의 포기, 즉 수령체제의 보장을 완전한 핵 폐기의 조건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평양과 워싱턴 간의 불신과 적대감 때문이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인 북한체제의 변환은 바로 미중간의 긴장의 핵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과 한국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도 여기에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실패할 경우 중국은 미국의 안보리 회부를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는 반면, 민족의 생존 문제를 대안 없이 중국의 역할만 쳐다보고 있어야 할 우리의 처지가 매우 궁색하기만 하다.
경제에 대한 영향은 없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15일 “최근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 발언이라는 돌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다행히 국제금융기관의 한국 신인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외국인ㆍ기관 주식매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이 전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국무회의 직후 “북한의 발언 직후 국제금융시장 등을 점검한 결과 한국경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 부총리는 “외국인과 기관의 주식매입이 계속 늘어 나고 있으며 주요 투자가들이 한국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과 한국과의 합작투자 의향 등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우리경제가 내성이 생겨 국내외 여건변화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은 안정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북핵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이 조속한 시일내에 6자회담의 틀로 조건없이 복귀할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북한의 회담 복귀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는 매우 우려수런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대사는 18일 6자회담의 실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핵을 추구하면 막다른 골목으로 갈 수밖에 없다" 언급한 것은 언제 한반도를 덮을 지 모르는 먹구름을 연상시킨다. 회담 복귀가 실패하고 미국이 북한을 안보리로 회부하고, 북한이 이를 전쟁선포를 간주할 경우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은 고조될 것이고 이 경우 한국경제, 특히 금융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침체된 한국경제에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또 하나의 짐이 어깨를 짓누르는 형국이다.
북핵 이후 포스트 한반도체제와 서울과 워싱턴 간의 불신 해소
이처럼 북핵문제는 북한문제라는 본질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평양과 워싱턴 간의 불신보다 서울과 워싱턴 간의 불신을 해소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북핵 문제가 공전되는 것은 평양과 워싱턴 간의 불신과 적대감에서 비롯한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조금만 양보하면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에서 미국을 북핵 해결의 걸림돌로 지적한다. 미국이 북한과 공존할 생각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전적인 수용을 전제로 하더라도 다음의 문제가 존재한다. 미국이 왜 북핵 문제 해결에 양보를 비롯해 적극 협조해야 하는가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은 새로운 동북아 질서의 출발점이다. 북일 수교, 대규모 북한개발과 동북아 경제협력의 전개 등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얻을 것이 무엇인가? 북한 핵물질의 유출을 방지하는 한 현 상태 혹은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부터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우리는 한반도 분단(6.25)의 원인이 지정학적 구도 등 국제요인(일종의 국제전쟁)과 한국 사회의 분열이라는 내부적 요인의 결합이었기에, 분단의 해소는 국제 이해관계의 조화와 내부 통합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즉 북핵 및 북한 문제는 단순한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문제이자 국제문제이다. 좋든 싫든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협력은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북핵 문제 해결 이후 새로운 동북아의 출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 미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미국으로부터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이는 통일 한국이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어야 함을 의미한다. 미국이 북한 핵을 바라보는 궁극적 지점으로 북한체제의 변환을 설정한 것, 그리고 북한 핵이 미중간의 긴장의 핵으로 작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통일한국이 미국의 국익에 배치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문제는 중국 등 다른 주변 국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미국과의 신뢰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과 워싱턴 간의 신뢰 구축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제거하고, 북핵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 통일한국의 비전과 관련하여 북한 문제 해결을 하는데 미국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업그레이드된 한미동맹의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간 신뢰 강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을 중국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즉 미국을 활용하여 북한에 대해 중국이 가질 수 있는 야욕(?)을 차단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의 힘만으로 중국의 야욕을 차단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참고로 한국경제TV 2월 18일자 글로벌이슈 방송분입니다.
방송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좀 거칩니다.
그리고 위에 링크된 개인 홈페이지는 지금 수정 작업중이라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양해바랍니다. 당분간은 사이월드에 만들어놓은 dreamnetpia로 방문하셔도 무방합니다.
예고된 북한의 핵보유선언?
부시 대통령의 2월 4일 국정연설 이후 6자회담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설 연휴 기간인 2월 10일 나온 북한 외무성 성명은 일반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반의 예상과 달리 예고된 측면도 있었다. 북한은 주간지 <통일신보>(1월29일치)를 통해 “얼마 전 미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라이스가 우리나라(북)를 포함하여 일부 나라들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헐뜯는 망발을 하여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제2의 ‘악의 축’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북한은 지난 4일 평양방송을 통해 부시 미국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한 첫 논평에서 “부시가 이번 취임 연설에서 ‘세계의 구석진 곳에까지 자유의 불길이 타오르게 하겠다’고 나발을 불어댔다”며 “이것이야말로 온 세계를 전쟁의 불바다로 만들고 지배하는 힘의 자유를 가지겠다는 것”이라고 혹평하며 “인류는 부시식 자유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부시가 떠들어댄 이른바 자유의 불길은 반미의 불길이 돼 타오를 것”이라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4일자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기 몇 달 전부터 미국 정부가 알 카에다에 사용하던 기법을 근거로 북한의 마지막 남은 수입원을 봉쇄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이 계획과 관련된 정보 소식통 및 정책 결정자들을 인용, 보도했다. 이들에 따르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초기 단계 조치들이 비밀스러운 `일련의 기법(tool kit)` 속에 포함돼 있으며 최근 수주간 국가안보회의(NSC)가 이를 다듬어 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새로운 전략을 통해 북한 정권이 위조와 마약밀매,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기술 판매 등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통로로 사용해 온 금융거래를 추적해 봉쇄하는 공동노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예로 오는 3월 발효될 일본의 해운관계법을 들 수 있는데 통행하는 모든 선박에 오염물질 유출 등 각종 사고에 대비한 손해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이 법조항을 만족시킬만한 북한 선박은 거의 없어 실질적으로 북한-일본간 선박 왕래가 중단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또한 미국 관계자들은 북한이 금융거래에 이용해온 은행 및 회사들의 명단을 수집해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미구 정부 관계자들이 이같은 노력이 김정일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암묵적인 시도의 일환이라는 추측을 부인해 왔지만 일부 인사들은 이같은 압박계획이 성공한다면 김정일 정권 와해라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북한 정권 전복이 미국의 계획이 의도하는 바는 아니라고 말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미국의 최근 시도는 지난 해 11월 물러난 로버트 조지프 전 국가안보회의 확산방지국장의 작품이라고 확인했다.
이처럼 지난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이 나오기 이전에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북핵을 둘러싼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10일 북한 외무성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의 내용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위를 위해 생산한 핵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조건과 분위기 조성이란 다름이 아니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북핵 문제의 원인이라고 보는 반면, 2기 부시 행정부에서도 미국의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폭정의 전초기지`라 규정하고 자신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상황에서 회담에 참여해야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핵 문제의 해결에는 협상의 방도와 핵 억제력의 방도가 있는데 미국의 태도에 따라 적절한 방도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대북압박 수용
돌발상황(?)에 대한 한국측 입장은 분명하다. 북핵 문제는 평화적이고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6자회담의 틀이 붕괴될 경우 북한핵은 안보리 회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고 그 경우 한반도는 전쟁 준비 상황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지난 14일 가졌던 한미 외무장관 회담의 결과는 6자회담의 틀을 유지려는 한국측 입장과 당분간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되 북한에게 압박 수단을 활용하려는 미국측 입장이 결합으로 나타났다. 미국으로서는 지금 당장 6자회담의 틀을 깰 필요도 없고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나 안보리 회부를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효과는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외무장관 회담의 결과는 미국측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것이다.
북한 외무성 성명 이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4일 회담을 하고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한 3대 정책에 합의하고, 동시에 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합의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측은 북핵문제를 6자회담의 틀에서 평화, 외교적인 방법을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는 기조를 약속받은 대신, 이를 위해 미국측의 요구인 북한에 대한 압박외교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외무장관 회담 및 백악관.국무부 브리핑에서 제시된 미국의 북핵 3대 정책은 ① 북한 회담 복귀 압박(압박 외교), ② 대북 추가 보상 금지, ③ 북 핵물질 반출 경계 등이다. 1, 2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당근보다 채찍`이라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국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과정에서 대규모 남북경제협력을 해나갈 계획이 없고, 인도적 차원의 경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즉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깨고 안보리에 회부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은 미국에게 당분간 6자회담 틀의 유지를 요구한 대신, 미국이 요구한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비록 초기 차원의 수준이지만) 압박과 제재를 수용한 것이다.
북한의 최후통첩성 발언의 배경 : 북한과 미국의 적대적 의존?
그렇다면 부시대통령의 국정연설 이후 북한에 대한 6자회담 복귀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었고, 또한 춘절 연휴이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자루이의 방북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6자회담의 의장국인 중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면서까지 북한이 미국에게 최후통첩성 발언을 한 배경은 무엇인가?
첫째, 북한이 마지막 카드를 내놓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북한이 지키고 싶은 마지노선은 바로 김일성-김정일체제의 유지다. 2000년 이후 개혁과 개방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북한은 더 이상 개방하지 않고서는, 즉 외부사회의 지원 없이는 체제 유지가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2002년 7.1 경제관리조치의 성과나 남북경협 등의 성과는 제한적인 반면, 신의주특구나 북일수교 등의 추진은 물거품이 되었고, 그 결과 대중의존도가 갈수록 증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북한의 최대 목표는 체제 유지가 가능하다는 전제 속에서 경제지원을 받는 것이다.
둘째, 반면 미국은 현재로서는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규정해놓고 핵문제를 펜딩시키는 것이 나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재로서 미국의 군사적 선택은 미군의 피해 규모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6자회담의 나머지 국가들로부터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 게다가 미국에게는 이라크가 우선순위이고, 그 연장선에서 이란핵을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필요하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16일 “이라크 주둔 병력 부족 상황에서 북한과 이란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신속하고 효과적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라크와 이란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미국이 자신을 겨냥할 것이기에 그 이전에 북한의 체제 보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강경한 외무성 성명은 북핵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달라는 호소성이 짙다. 이것이 북한은 자신의 핵보유 선언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핵보유 선언을 선택한 이유이다.
다음으로 북한의 핵보유 선언 및 조건과 분위기 충족될 때까지 회담 무기한 참여 중단 선언은 중국과 한국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보낸 측면이 있다. 북한에게 중국과 한국은 미국에 대한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번째와 네번째 배경이 된다.
셋째,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통한 경제 번영을 추구하는 중국을 곤란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을 앞두고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특히 북한 핵보유가 동북아 핵 확산, 그중에서도 대만의 핵무장은 중국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다. 미국은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지만 북한 역시 마찬가지로 북핵 및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넷째,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향후 3년이란 시간은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권이 남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주지하듯이 노 대통령은 LA발언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차단시켰다. 물론 노 대통령은 북한 공격이 한국의 참화를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에 전쟁에 반대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이라크 이후 표적이 되는 것을 막아준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보유선언과 6자회담의 무기한 불참 선언은 한국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 해소뿐만 아니라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지원 등을 위해 미국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주문이다.
이처럼 북한은 중국과 한국에게 숙제를 내준 격이다. 즉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과 중국은 미국에 대한 지렛대이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지렛대의 역할을 해주는 대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 대한 또하나의 지렛대이자 한반도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는 북한에 대한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매우 우려스런 향후 한반도 정세
그렇다면 향후 한반도 정세는 전반적으로 어떤 상황을 예상할 수 있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매우 우려할만한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제재가 강화될 것이다. 대북 압박제재라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테러리스트들에게 판매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에 기인하는 봉쇄조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기문 외무부장관은 16일 브리핑에서 대북 압박 및 제재론과 관련, "한미간에 현 단계에서는 압박 그런 것을 얘기한 일이 없으며, 또 할 필요도 없었고, 지금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노력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조속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경우에 따라 긴장되고 긴박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벌어져 있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은 14일 한미 외무장관 회담 이후 핵확산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보다 강한 톤으로 북한을 비난했다. 국무부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은 수십년간 마약 밀수에 손대고, 위조 지폐를 유포하고, (대량살상무기를)확산해 왔다"며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이런 행위를 추적해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이 미사일이나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물질 반출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는 경고이고 핵물질 반출을 예방하기 위한 봉쇄는 향후 강화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두가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승부수로 미국내 강경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에서 지적한 14일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의 보도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이해하는데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 의원들은 북한 등을 겨냥해 `독재 종식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즉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독재정권의 붕괴를 촉진하기 위한 `독재 종식과 민주주의 지원법(End Dictatorship and Assist Democracy.가칭)`이 다음달 미국 상하원에 정식 제안된다. 법안은 미 외교관들이 독재국가 내 민주세력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전략물자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등 국제단체들의 탈북자 지원 확대도 담겨 있다. 톰 랜토스(민주)하원의원실 관계자는 "3월 중 독재 종식 법안을 하원에 제안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프랭크 울프(공화)하원의원실도 같은 입장이다. 때맞춰 상원에도 비슷한 법안이 제안될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된 법안은 의회 위원회 결정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의회 소식통은 “공화.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이 법안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독소조항을 없애는 선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경 네오콘 인사인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샘 브라운백(공화)상원의원 등이 초안을 만들었다. 미국 내 수십개 인권. 종교단체도 의회에 법안 통과 압력을 넣고 있다.
둘째,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한국과 중국의 노력을 지켜보는 가운데 대북제재에 대한 구상을 마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14일 한미 외무부장관 회담 이후 바우처 대변인은 "앞으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다양한 형태로 만나게 될 것이고,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5자회담은 한미일의 대북 압박조치가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할 경우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게 중재자의 기회를 일단 인정하는 대신 중국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중재자 혹은 대북제재의 협력자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성공해 대북 제재에 중국이 협력하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북압박정책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 단계에 들어서면 북한은 전쟁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의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19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왕자루이(王家瑞)의 북한 방문이 분기점이 될 것이다.
애매한 중국의 역할에 목매달고 있는 한국의 처지
결국 당분간은 중국의 역할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처럼 보일 것이다. 한국 정부 또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좀더 힘을 써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 문제는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가능성이다. 사실 국제사회가 6자회담의 의사봉을 계속 중국에 쥐여 준 것도 북한에 대해 중국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었다. 에너지를 비롯해 북한의 대중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에게 있어서 북한 카드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지렛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만·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북핵에 반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현재나 북핵 해결 이후나 친중정권이 유지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입만 열면 ‘한반도 안정’을 강조하는 중국의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의 배경이다. 북한과 중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한동안 소원했으나 후진타오 시대 들어 ‘신(新)밀월’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형제의 나라’로 되돌아왔다. 특히 지난해 4월 김정일의 베이징 방문 이후 양측 고위급 인사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오갔고, 중국의 북한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거부에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구두로 압박하는 외에 경제 압박을 가할 것 같지는 않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가 15일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신문은 베이징(北京)발 기사에서 중국은 북한 연료와 식량의 주 공급원으로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지만, 북한의 붕괴나 거센 반발 가능성 때문에 구두 압박 이상의 조치를 취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대학의 한 교수는 "중국 정부는 대북 경제 지렛대 사용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역풍이 있을 수 있어 다소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국이 북한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인센티브는 한 단계 강화된 원조계획일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좀더 애쓸 경우 북한이 쉽게 6자회담 복귀를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와 맞바꿀 수 있는 중국의 카드가 주목될 뿐이다.
이처럼 구조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대북압박에 동참할 여지는 그리 크지 못하지만, 동시에 중국으로서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새로운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는 것이 자국의 안보이익에 반하며, 더욱이 북한의 핵보유가 동북아에서 핵보유 도미노현상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은 당장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대만이 핵무장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중국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의 핵포기를 종용할 것이고, 이 연장선상에서 부분적으로 미국과 공동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마도 중국의 대북 경제제재 동참은 매우 효율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다행히 북한당국이 이같은 중국의 압력에 때맞춰 굴복한다면, 핵보유선언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길은 계속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반발한다면, 북한핵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중국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북한은 중국의 이런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과 한국에 숙제를 내준 형국이고, 미국은 중국의 이런 애매한 입장을 활용하여 북핵 이후의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자신의 입지 강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핵 문제는 미중 간에 감춰진 핵심 긴장 요인이다.
이처럼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 이후의 한반도 질서와 동북아질서에서 자신의 입지 확보가 모호한 이상, 현상 유지와 한반도 긴장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핵 해법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다.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원치 않으며 선제공격 의사와 적대정책, 악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북한은 미국에게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의 포기, 즉 수령체제의 보장을 완전한 핵 폐기의 조건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평양과 워싱턴 간의 불신과 적대감 때문이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인 북한체제의 변환은 바로 미중간의 긴장의 핵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과 한국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도 여기에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실패할 경우 중국은 미국의 안보리 회부를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는 반면, 민족의 생존 문제를 대안 없이 중국의 역할만 쳐다보고 있어야 할 우리의 처지가 매우 궁색하기만 하다.
경제에 대한 영향은 없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15일 “최근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 발언이라는 돌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다행히 국제금융기관의 한국 신인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외국인ㆍ기관 주식매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이 전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국무회의 직후 “북한의 발언 직후 국제금융시장 등을 점검한 결과 한국경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 부총리는 “외국인과 기관의 주식매입이 계속 늘어 나고 있으며 주요 투자가들이 한국 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과 한국과의 합작투자 의향 등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우리경제가 내성이 생겨 국내외 여건변화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은 안정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북핵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이 조속한 시일내에 6자회담의 틀로 조건없이 복귀할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북한의 회담 복귀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는 매우 우려수런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대사는 18일 6자회담의 실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핵을 추구하면 막다른 골목으로 갈 수밖에 없다" 언급한 것은 언제 한반도를 덮을 지 모르는 먹구름을 연상시킨다. 회담 복귀가 실패하고 미국이 북한을 안보리로 회부하고, 북한이 이를 전쟁선포를 간주할 경우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은 고조될 것이고 이 경우 한국경제, 특히 금융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침체된 한국경제에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또 하나의 짐이 어깨를 짓누르는 형국이다.
북핵 이후 포스트 한반도체제와 서울과 워싱턴 간의 불신 해소
이처럼 북핵문제는 북한문제라는 본질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평양과 워싱턴 간의 불신보다 서울과 워싱턴 간의 불신을 해소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북핵 문제가 공전되는 것은 평양과 워싱턴 간의 불신과 적대감에서 비롯한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조금만 양보하면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에서 미국을 북핵 해결의 걸림돌로 지적한다. 미국이 북한과 공존할 생각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전적인 수용을 전제로 하더라도 다음의 문제가 존재한다. 미국이 왜 북핵 문제 해결에 양보를 비롯해 적극 협조해야 하는가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은 새로운 동북아 질서의 출발점이다. 북일 수교, 대규모 북한개발과 동북아 경제협력의 전개 등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얻을 것이 무엇인가? 북한 핵물질의 유출을 방지하는 한 현 상태 혹은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부터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우리는 한반도 분단(6.25)의 원인이 지정학적 구도 등 국제요인(일종의 국제전쟁)과 한국 사회의 분열이라는 내부적 요인의 결합이었기에, 분단의 해소는 국제 이해관계의 조화와 내부 통합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즉 북핵 및 북한 문제는 단순한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문제이자 국제문제이다. 좋든 싫든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협력은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북핵 문제 해결 이후 새로운 동북아의 출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 미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미국으로부터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이는 통일 한국이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어야 함을 의미한다. 미국이 북한 핵을 바라보는 궁극적 지점으로 북한체제의 변환을 설정한 것, 그리고 북한 핵이 미중간의 긴장의 핵으로 작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통일한국이 미국의 국익에 배치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는 문제는 중국 등 다른 주변 국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미국과의 신뢰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과 워싱턴 간의 신뢰 구축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제거하고, 북핵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 통일한국의 비전과 관련하여 북한 문제 해결을 하는데 미국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업그레이드된 한미동맹의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간 신뢰 강화를 통해 우리는 미국을 중국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즉 미국을 활용하여 북한에 대해 중국이 가질 수 있는 야욕(?)을 차단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의 힘만으로 중국의 야욕을 차단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참고로 한국경제TV 2월 18일자 글로벌이슈 방송분입니다.
방송내용을 정리한 것이라 좀 거칩니다.
그리고 위에 링크된 개인 홈페이지는 지금 수정 작업중이라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양해바랍니다. 당분간은 사이월드에 만들어놓은 dreamnetpia로 방문하셔도 무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