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서 2008년과 2020년의 의미
2008년의 도전을 넘어서야 하는 한국경제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경제에서 5% 이하의 성장률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였다. 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졌을 때 그 해 경제는 극심한 침체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투자시스템의 붕괴로 정부가 바라는 성장률 6%대 유지는 고사하고 당분간 5% 이상의 성장률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던 2003년부터 현재까지 내수는 극도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수출은 대단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도소매판매 증가율이 2002년 8.3%에서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0%와 -0.6%로 크게 후퇴한 반면, 수출증가율은 2002년 8.0%에서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9.3%와 31.2%로 크게 증가하였다. 그런데 내수의 침체가 기업의 설비투자를 비롯해 투자의 침체, 고용과 소비의 위축 등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수출은 대략 5,6년 전의 기업의 설비투자 그리고 중국 시장의 부상 등과 관련이 있다.
2002년 8.4%였던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3년에 전년대비 -2.3%를 기록할 정도로 설비투자는 크게 후퇴하였고, 2004년에는 전년대비 0.2%로 플러스(+)로 반전하였지만 2003년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고려할 때 설비투자가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그 결과 실업률은 2002년 3.1%에서 2004년 3.5%로 증가하였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6.6%에서 7.9%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처럼 극심한 내수 침체와 달리 수출은 지난 2년 크게 증가했는데 특히 대중국 수출의 증가에 힘입은 바가 컸다. 대중 수출증가율은 전년 대비 2001년 -1.4%, 2002년 30.6%, 2003년 47.8%%, 지난해 41.7%를 기록하였는데 2001년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고려할 때 2003년부터 대중국 수출은 크게 증가하였다고 할 수 있다. 대중국 수출액이 2000년과 2002년 사이에 185억 달러에서 23.8 십억 달러로 53억 달러가 증가한 반면, 2004년에는 49.8십억 달러로 2002년에 비해 260억 달러, 즉 2002-2004년 사이에 두 배 이상이 증가하였다. 지난 2년 대중국 수출의 큰 증가로 2002년 54억 달러에 불과했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 해에는 276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중 대중국 무역흑자가 202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중국의 기여는 절대적이었다.
최근의 투자 부진은 2008년 이후 수출 침체로
문제는 지난 2년 설비투자의 극심한 부진이 2008년 이후의 수출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경제는 아직까지 한국경제에 위기보다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경제가 중국경제에 비교해 경쟁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경제와 중국경제의 격차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현재 우리의 제1 교역상대국이자 투자대상국인 중국경제는 욱일승천하는 기세다. 중국경제는 올해부터 서비스부문의 개방을 시작하면서 '세계의 공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의 국제박람회를 치르고 나면 그 기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거대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갖춘 중국의 추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 핵심기술과제와 중국 중장기 첨단기술과제가 70%가 중복될 정도로 양국의 경제는 이미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다. 현재 우리의 수출주력업종인 자동차산업, 조선업, 정보통신업들의 대중국 우위가 2008년-2010년 이후에도 지속될지 해당 분야 종사자들조차 의문시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의 최대 수출품목인 휴대폰의 경우 지난해 중국의 휴대폰 수출(약 142억 달러)은 우리의 2003년 수출액(124억 달러)을 초월한 상태이다. 물론, 수출액만이 아니라 기술력이나 수출의 내용까지 비교해야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돌아선 철강 역시 올 하반기에는 중국 제품의 국내 수입이 늘면서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철강재 수출량은 감소한 반면 수입량은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약 400만t에 달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에 상당량의 철강재를 수출해왔지만 이제는 우리의 수출 시장에서 중국산 철강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중국이 코앞까지 추격해온 반면 한국을 대표할 새로운 기업은 출현하지 않고 있다. 지난 ‘95년 대비 ‘04년 현재 12개 주요업종 중 화학(LG화학) 및 건설업종(삼성물산)에서만 새로운 블루칩이 등장했을 뿐이다. 블루칩 기업들의 나이도 평균 43.8세인 상태이다. 신규 블루칩의 부재 현상은 우리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중국에 대해 기술력에 의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산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침체에 빠져 있는 투자를 회복시키는 길밖에는 없다.
게다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계경제 역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경제는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과잉의 덫에 걸려 있고, 이와 관련하여 주택거품을 중심으로 자산가치의 거품을 안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와 더불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던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예상과 달리 당분간 불안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센데 역사적 경험으로 비쳐볼 때 인수합병은 경쟁 압박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세계경기는 회복과 호황의 단계가 종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수출주력업종들이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 대개가 동의한다. 최근의 수출호조의 내용을 보면 환율 착시에 의한 과대 평가의 측면이 강하다. 원화기준 수출증가율은 한자리대로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기준 수출은 아직까지 양호한 수준이지만 환율을 감안한 원화기준 수출증가율은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연간으로 달러화와 원화기준 수출은 모두 두자리대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런데 작년 12월 원화가 큰 폭으로 절상되면서 원화기준 수출증가율은 5.3%로 급락했다. 올 1월에도 달러화로는 18.7% 넘게 증가했지만 환율을 적용하여 수출기업의 매출 및 수익성과 직결된 원화기준 수출은 4.1% 증가에 그쳤다. 수출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달러화기준으로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든다면 수출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계경제 역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경제는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과잉의 덫에 걸려 있고, 이와 관련하여 주택거품을 중심으로 자산가치의 거품을 안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와 더불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던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예상과 달리 당분간 불안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센데 역사적 경험으로 비쳐볼 때 인수합병은 경쟁 압박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세계경기는 회복과 호황의 단계가 종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의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달러화 기준 수출증가율도 하반기 들어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들어 세계경제의 둔화폭이 더 커지고, 반도체와 같은 IT제품의 수출가격도 하락하면서 수출둔화세가 좀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핵 남은 시간도 3년
중국의 추격과 더불어 한국경제의 가장 커다란 장애물 중 또 하나는 북핵 및 북한 문제로 상징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결국 ‘북핵 문제 이후의 북한 문제’라는 본질을 드러낸 최근의 북핵 사태 역시 2008년은 상징성을 갖는다. 2000년 이후의 개혁과 개방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제한적일 정도로 북한의 내부 사정은 매우 어렵다. 반면 미국의 경우 우선순위(이라크)를 처리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이라크 이후에는 자신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이라크 및 이란 부담을 덜기 전에 북핵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전제로 할 때 북한의 2.10 외무성 성명은 미국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하는 중국과 한국에 북한이 보내는 강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동북아 국가들, 특히 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북핵 사태를 방치할 경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불안정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향후 3년은 한반도의 참화를 막기 위해 미국의 군사적 선택을 반대하고 동시에 북한의 입장을 변호해줄 수 있는 노무현 정부의 임기와도 일치한다. 문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중국과 한국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제재는 강화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은 대만·일본 등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북핵에 반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현재나 북핵 해결 이후나 친중 정권이 유지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입만 열면 ‘한반도 안정’을 강조하는 중국의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의 배경이다.
다행스럽게 최근의 북핵 사태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고, 시장도 안정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이 적어도 당분간은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핵보유 선언이라는 새로운 사태 속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회담 복귀가 실패하고 미국이 북한을 안보리로 회부할 경우 한국경제, 특히 금융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처럼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향후 2-3년 안에 투자 회복과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한국(경제)은 2020년을 대비하고 있는가?
2020년은 우리에게 또 다른 과제를 던지고 있다. 당면과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우리사회에 15년 이후는 사치스런 시간표에 불과하다. 2020년이 세계경제에 던지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국경제가 미국경제를 총량 수준에서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현재의 중국의 성장속도를 고려하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기관들의 예상보다 중국경제의 성장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중국경제가 욱일승천하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 대학생이 30대 중반이 되는 시점인 2020년은 한국의 총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2002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9%(377만 명)를 차지하여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하였던 한국은 2019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낮은 출산율로 노동가능인구(14-64세) 대비 노령인구(65세 이상)의 비중으로 정의되는 노령인구 부양비율은 30% 선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의 노동가능인구 세 사람 당 한 사람의 노령인구(65세 이상)를 부양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한 세대 안에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는 초고령사회는 인류세계에 핵 폭탄 이상의 '충격'이 될 것이다. 사실 지구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대변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의 전망으로는 2030년까지 독일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45%, 영국의 경우는 39%, 미국의 경우는 38%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노동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노동가능인구가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보다 작아지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한편, 고용의 불안정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평균수명 8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현재의 모습으로 고령사회를 맞이한다면 그것은 재앙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불안정이 증가하면서 이미 개인들은 노후를 대비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금리 하락이 오히려 저축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유일한 노령화 대책인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에게 불신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보다 소득도 높고 안정된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초)고령사회의 등장에 대비하여 노동자들에게 봉급의 40%를 국가기금으로 강제 저축시키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재정팽창 압력이 빠르게 증대하는 가운데 재정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사실 선진국의 경험을 볼 때 정부부채의 규모가 GDP의 40% 수준에 이르게 되면 조세수입은 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비용으로 소진된다.
게다가 우리에게 향후 20년 안팎의 시간은 엄청난 통일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즉 15년이란 기간은 한국경제가 급속하게 고령화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반면, 한국(경제)이 북한(경제)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야만 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국(경제)은 짧게는 향후 3년, 길게는 15년 앞에 커다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문제는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나 책임감의 부족으로 준비나 대응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눈앞에 닥친 2008년의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투자의 구조적 회복이 시급하다. 여러 글에서 지적했지만 이는 사회통합적 (경제)개혁, 즉 사회적 대타협(신국민협약의 체결)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한국(경제)의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준비해가야 한다.
한국(경제)이 직면한 도전은 사회통합적 (경제)개혁의 실력을 요구한다
이처럼 한국(경제)이 직면한 단기 및 중장기 도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못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경제가 투자주도형에서 혁신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투자주도형 대 혁신주도형 성장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투자주도형 성장과 혁신주도형은 대립적인 관계도 아닐 뿐 아니라 한국경제는 단기적으로는 투자주도형 성장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투자의 구조적 회복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는 대표적 산업인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은 90년대 이후 높은 투자에서 비롯한 것이었고, 투자의 축적 과정에서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것이다. 혁신주도형 성장은 어느 정도 투자주도형 성장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R&D의 생산성이나 경제성장에 기여를 보면 미국의 17분의 1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재벌개혁을 둘러싼 재계와 소위 개혁진영의 대립 역시 실상으로 보면 (경제)개혁과 경제살리기(실용)를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문어발식 경영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재벌체제는 시장 부재와 민주주의 결여의 산물인 반면, 채산성 없는 부실기업을 지탱시키고 계열사 연쇄 부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위험과 손실의 규모는 국민경제를 담보로 하고 있다. 즉 재벌체제는 자신이 실패할 위험(리스크)을 사회 전체적으로 분산시킨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재벌체제가 유지되기 해서는 분배가 전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체제는 실패 시 비용과 위험은 국민에게 전가시킨 반면, 과실은 일차적으로 재벌 일족이 향유하는, 즉 ‘위험과 손실은 사회화’ 대 ‘이익의 사유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즉 국민들이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나눔은 없이 위험만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벌기업이 출자총액제한제나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의 폐지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나눔의 지혜를 깨달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자칭 개혁진영 역시 높은 투자를 가능케 하고 네트워크 경쟁력을 갖는 재벌체제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향후 한국을 먹여 살릴 미래 성장동력의 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의 강화나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경영권의 중앙 집중에 따른 재벌체제의 폐해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재벌기업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내부감시체계의 강화를 통해 재벌총수와 주주와 사회적 이익이 합치하도록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재벌체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 속에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은 발붙일 여지가 없다.
통합과 협력은 북한 핵문제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키워드다. 우리는 한반도 분단(6.25)의 원인이 지정학적 구도 등 국제요인(일종의 국제전쟁)과 한국 사회의 분열이라는 내부적 요인의 결합이었기에, 분단의 해소는 국제 이해관계의 조화와 내부 통합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즉 북핵 및 북한 문제는 남남갈등의 해소라는 사회통합을 전제로 하는 동시에 단순한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문제이자 국제문제이다. 우리는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납북통합을 이루는 과정에서 좋든 싫든 남남갈등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2008년의 도전을 넘어서야 하는 한국경제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경제에서 5% 이하의 성장률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였다. 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졌을 때 그 해 경제는 극심한 침체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투자시스템의 붕괴로 정부가 바라는 성장률 6%대 유지는 고사하고 당분간 5% 이상의 성장률도 어려울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던 2003년부터 현재까지 내수는 극도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수출은 대단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도소매판매 증가율이 2002년 8.3%에서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0%와 -0.6%로 크게 후퇴한 반면, 수출증가율은 2002년 8.0%에서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19.3%와 31.2%로 크게 증가하였다. 그런데 내수의 침체가 기업의 설비투자를 비롯해 투자의 침체, 고용과 소비의 위축 등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수출은 대략 5,6년 전의 기업의 설비투자 그리고 중국 시장의 부상 등과 관련이 있다.
2002년 8.4%였던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3년에 전년대비 -2.3%를 기록할 정도로 설비투자는 크게 후퇴하였고, 2004년에는 전년대비 0.2%로 플러스(+)로 반전하였지만 2003년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고려할 때 설비투자가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그 결과 실업률은 2002년 3.1%에서 2004년 3.5%로 증가하였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6.6%에서 7.9%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처럼 극심한 내수 침체와 달리 수출은 지난 2년 크게 증가했는데 특히 대중국 수출의 증가에 힘입은 바가 컸다. 대중 수출증가율은 전년 대비 2001년 -1.4%, 2002년 30.6%, 2003년 47.8%%, 지난해 41.7%를 기록하였는데 2001년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고려할 때 2003년부터 대중국 수출은 크게 증가하였다고 할 수 있다. 대중국 수출액이 2000년과 2002년 사이에 185억 달러에서 23.8 십억 달러로 53억 달러가 증가한 반면, 2004년에는 49.8십억 달러로 2002년에 비해 260억 달러, 즉 2002-2004년 사이에 두 배 이상이 증가하였다. 지난 2년 대중국 수출의 큰 증가로 2002년 54억 달러에 불과했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 해에는 276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중 대중국 무역흑자가 202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중국의 기여는 절대적이었다.
최근의 투자 부진은 2008년 이후 수출 침체로
문제는 지난 2년 설비투자의 극심한 부진이 2008년 이후의 수출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훼손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경제는 아직까지 한국경제에 위기보다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경제가 중국경제에 비교해 경쟁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경제와 중국경제의 격차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이다. 현재 우리의 제1 교역상대국이자 투자대상국인 중국경제는 욱일승천하는 기세다. 중국경제는 올해부터 서비스부문의 개방을 시작하면서 '세계의 공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의 국제박람회를 치르고 나면 그 기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거대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갖춘 중국의 추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 핵심기술과제와 중국 중장기 첨단기술과제가 70%가 중복될 정도로 양국의 경제는 이미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다. 현재 우리의 수출주력업종인 자동차산업, 조선업, 정보통신업들의 대중국 우위가 2008년-2010년 이후에도 지속될지 해당 분야 종사자들조차 의문시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의 최대 수출품목인 휴대폰의 경우 지난해 중국의 휴대폰 수출(약 142억 달러)은 우리의 2003년 수출액(124억 달러)을 초월한 상태이다. 물론, 수출액만이 아니라 기술력이나 수출의 내용까지 비교해야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얼마나 빠른지를 보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돌아선 철강 역시 올 하반기에는 중국 제품의 국내 수입이 늘면서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철강재 수출량은 감소한 반면 수입량은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약 400만t에 달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에 상당량의 철강재를 수출해왔지만 이제는 우리의 수출 시장에서 중국산 철강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중국이 코앞까지 추격해온 반면 한국을 대표할 새로운 기업은 출현하지 않고 있다. 지난 ‘95년 대비 ‘04년 현재 12개 주요업종 중 화학(LG화학) 및 건설업종(삼성물산)에서만 새로운 블루칩이 등장했을 뿐이다. 블루칩 기업들의 나이도 평균 43.8세인 상태이다. 신규 블루칩의 부재 현상은 우리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중국에 대해 기술력에 의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산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침체에 빠져 있는 투자를 회복시키는 길밖에는 없다.
게다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계경제 역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경제는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과잉의 덫에 걸려 있고, 이와 관련하여 주택거품을 중심으로 자산가치의 거품을 안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와 더불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던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예상과 달리 당분간 불안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센데 역사적 경험으로 비쳐볼 때 인수합병은 경쟁 압박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세계경기는 회복과 호황의 단계가 종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수출주력업종들이 세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 대개가 동의한다. 최근의 수출호조의 내용을 보면 환율 착시에 의한 과대 평가의 측면이 강하다. 원화기준 수출증가율은 한자리대로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기준 수출은 아직까지 양호한 수준이지만 환율을 감안한 원화기준 수출증가율은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연간으로 달러화와 원화기준 수출은 모두 두자리대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런데 작년 12월 원화가 큰 폭으로 절상되면서 원화기준 수출증가율은 5.3%로 급락했다. 올 1월에도 달러화로는 18.7% 넘게 증가했지만 환율을 적용하여 수출기업의 매출 및 수익성과 직결된 원화기준 수출은 4.1% 증가에 그쳤다. 수출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달러화기준으로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든다면 수출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계경제 역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세계경제는 초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과잉의 덫에 걸려 있고, 이와 관련하여 주택거품을 중심으로 자산가치의 거품을 안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 성장의 둔화와 더불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던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예상과 달리 당분간 불안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급증하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센데 역사적 경험으로 비쳐볼 때 인수합병은 경쟁 압박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세계경기는 회복과 호황의 단계가 종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의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달러화 기준 수출증가율도 하반기 들어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들어 세계경제의 둔화폭이 더 커지고, 반도체와 같은 IT제품의 수출가격도 하락하면서 수출둔화세가 좀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핵 남은 시간도 3년
중국의 추격과 더불어 한국경제의 가장 커다란 장애물 중 또 하나는 북핵 및 북한 문제로 상징되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결국 ‘북핵 문제 이후의 북한 문제’라는 본질을 드러낸 최근의 북핵 사태 역시 2008년은 상징성을 갖는다. 2000년 이후의 개혁과 개방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제한적일 정도로 북한의 내부 사정은 매우 어렵다. 반면 미국의 경우 우선순위(이라크)를 처리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북한으로서는 이라크 이후에는 자신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이라크 및 이란 부담을 덜기 전에 북핵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전제로 할 때 북한의 2.10 외무성 성명은 미국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하는 중국과 한국에 북한이 보내는 강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동북아 국가들, 특히 대만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북핵 사태를 방치할 경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불안정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향후 3년은 한반도의 참화를 막기 위해 미국의 군사적 선택을 반대하고 동시에 북한의 입장을 변호해줄 수 있는 노무현 정부의 임기와도 일치한다. 문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중국과 한국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제재는 강화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은 대만·일본 등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북핵에 반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현재나 북핵 해결 이후나 친중 정권이 유지되기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입만 열면 ‘한반도 안정’을 강조하는 중국의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의 배경이다.
다행스럽게 최근의 북핵 사태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고, 시장도 안정을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이 적어도 당분간은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핵보유 선언이라는 새로운 사태 속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회담 복귀가 실패하고 미국이 북한을 안보리로 회부할 경우 한국경제, 특히 금융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처럼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향후 2-3년 안에 투자 회복과 북핵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한국(경제)은 2020년을 대비하고 있는가?
2020년은 우리에게 또 다른 과제를 던지고 있다. 당면과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우리사회에 15년 이후는 사치스런 시간표에 불과하다. 2020년이 세계경제에 던지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국경제가 미국경제를 총량 수준에서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현재의 중국의 성장속도를 고려하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기관들의 예상보다 중국경제의 성장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중국경제가 욱일승천하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 대학생이 30대 중반이 되는 시점인 2020년은 한국의 총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2002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9%(377만 명)를 차지하여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하였던 한국은 2019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낮은 출산율로 노동가능인구(14-64세) 대비 노령인구(65세 이상)의 비중으로 정의되는 노령인구 부양비율은 30% 선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의 노동가능인구 세 사람 당 한 사람의 노령인구(65세 이상)를 부양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한 세대 안에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는 초고령사회는 인류세계에 핵 폭탄 이상의 '충격'이 될 것이다. 사실 지구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대변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의 전망으로는 2030년까지 독일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45%, 영국의 경우는 39%, 미국의 경우는 38%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노동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노동가능인구가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보다 작아지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한편, 고용의 불안정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평균수명 8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현재의 모습으로 고령사회를 맞이한다면 그것은 재앙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불안정이 증가하면서 이미 개인들은 노후를 대비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금리 하락이 오히려 저축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유일한 노령화 대책인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에게 불신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보다 소득도 높고 안정된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초)고령사회의 등장에 대비하여 노동자들에게 봉급의 40%를 국가기금으로 강제 저축시키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재정팽창 압력이 빠르게 증대하는 가운데 재정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사실 선진국의 경험을 볼 때 정부부채의 규모가 GDP의 40% 수준에 이르게 되면 조세수입은 부채에 대한 이자 상환비용으로 소진된다.
게다가 우리에게 향후 20년 안팎의 시간은 엄청난 통일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즉 15년이란 기간은 한국경제가 급속하게 고령화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반면, 한국(경제)이 북한(경제)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야만 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국(경제)은 짧게는 향후 3년, 길게는 15년 앞에 커다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문제는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나 책임감의 부족으로 준비나 대응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눈앞에 닥친 2008년의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투자의 구조적 회복이 시급하다. 여러 글에서 지적했지만 이는 사회통합적 (경제)개혁, 즉 사회적 대타협(신국민협약의 체결)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한국(경제)의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준비해가야 한다.
한국(경제)이 직면한 도전은 사회통합적 (경제)개혁의 실력을 요구한다
이처럼 한국(경제)이 직면한 단기 및 중장기 도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못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경제가 투자주도형에서 혁신주도형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투자주도형 대 혁신주도형 성장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투자주도형 성장과 혁신주도형은 대립적인 관계도 아닐 뿐 아니라 한국경제는 단기적으로는 투자주도형 성장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투자의 구조적 회복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지금 한국을 먹여 살리는 대표적 산업인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은 90년대 이후 높은 투자에서 비롯한 것이었고, 투자의 축적 과정에서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것이다. 혁신주도형 성장은 어느 정도 투자주도형 성장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R&D의 생산성이나 경제성장에 기여를 보면 미국의 17분의 1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재벌개혁을 둘러싼 재계와 소위 개혁진영의 대립 역시 실상으로 보면 (경제)개혁과 경제살리기(실용)를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문어발식 경영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재벌체제는 시장 부재와 민주주의 결여의 산물인 반면, 채산성 없는 부실기업을 지탱시키고 계열사 연쇄 부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위험과 손실의 규모는 국민경제를 담보로 하고 있다. 즉 재벌체제는 자신이 실패할 위험(리스크)을 사회 전체적으로 분산시킨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재벌체제가 유지되기 해서는 분배가 전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의 재벌체제는 실패 시 비용과 위험은 국민에게 전가시킨 반면, 과실은 일차적으로 재벌 일족이 향유하는, 즉 ‘위험과 손실은 사회화’ 대 ‘이익의 사유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즉 국민들이 재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나눔은 없이 위험만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벌기업이 출자총액제한제나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의 폐지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나눔의 지혜를 깨달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자칭 개혁진영 역시 높은 투자를 가능케 하고 네트워크 경쟁력을 갖는 재벌체제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향후 한국을 먹여 살릴 미래 성장동력의 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의 강화나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 경영권의 중앙 집중에 따른 재벌체제의 폐해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재벌기업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내부감시체계의 강화를 통해 재벌총수와 주주와 사회적 이익이 합치하도록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재벌체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 속에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은 발붙일 여지가 없다.
통합과 협력은 북한 핵문제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키워드다. 우리는 한반도 분단(6.25)의 원인이 지정학적 구도 등 국제요인(일종의 국제전쟁)과 한국 사회의 분열이라는 내부적 요인의 결합이었기에, 분단의 해소는 국제 이해관계의 조화와 내부 통합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즉 북핵 및 북한 문제는 남남갈등의 해소라는 사회통합을 전제로 하는 동시에 단순한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문제이자 국제문제이다. 우리는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납북통합을 이루는 과정에서 좋든 싫든 남남갈등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