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
연초 회복 기대감에 잔뜩 들떴던 우리 경제가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심리가 살아났다곤 하지만, 실물지표들은 아직도 저만치 떨어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단계 한국경제의 실상을 반영하는 심리지표와 실물지표 간 괴리는 경기동향에 대한 기업가들의 판단·예측·계획의 변화추이를 관찰하여 지수화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주요 업종의 경기 동향과 전망, 그리고 기업경영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기업의 경영계획 및 경기대응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이용하기 위한 지표일 뿐 아니라 기업가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는 BSI 3월 지수는 제조업이 지난달의 76에서 82로, 비제조업은 70에서 79로 3개월 연속 상승함으로써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BSI 지수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안 좋다는 의미이듯이 지수가 100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경기가 지난해보다 호전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소비지출의 구조적 변화로,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국제금융 환경의 불안정성의 증대로 정부의 전망과 달리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첫째, 최근 한국은행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2003년 2/4분기 이후 소비가 유례없는 장기침체를 지속하면서 그 비중이 크게 낮아지고 경기안정 기능도 약화되고 있다. 최근의 소비침체는 고용사정 악화,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소비여력이 거의 늘어나지 않은 데에 기인하였지만 소비 환경 및 행태 변화로 소비지출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도 원인이 있다. 즉 계층간 소득이 양극화되는 가운데 인구 고령화의 급진전 등에 따른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심리 증대, 소비시장 글로벌화, 여성과 신세대 주도의 소비고급화 등 소비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그 결과 소비지출에 있어 해외소비-국내소비, 고급소비-일반소비, IT소비-비IT소비 등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구조적인 변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같은 소비환경 및 지출구조 변화는 일시적인 소비침체를 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의 선순환구조를 약화시킴은 물론 소비의 장기침체를 초래하는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소비지출의 구조 변화가 소비의 장기침체, 그리고 국민경제에서 내수비중의 축소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심화되면서 해외여건 변화에 따라 국내경기가 좌우되는 등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의 장기침체는 기본적으로 고용 및 투자없는 성장으로 가계소득이 거의 늘어나지 않고, 가계의 사회부담금 및 해외이전지급의 증가 등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권 안정과 분배 개선에 대한 기여를 담보할 수 있는) 투자시스템의 개혁과 (교육개혁 등을 비롯한) 사회개혁을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풀어야 한다.
둘째, 본격적인 1,000포인트 시대를 여는가 했던 종합주가지수가 외국인들의 매도행진 등으로 지난 3월 29일 950선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초 소비자기대지수 상승에 주식시장 활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향후 주가흐름에 따라서는 소비심리 급랭도 우려된다. 즉 주가가 경지지수를 구성하는 핵심요소이면서 경기선행성이 있고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주가 흐름을 악화시킨 달러 투자자금의 대이동,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계적인 유동성 버블 가능성 등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의 증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기조로 투기등급 채권발행의 급증, 198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가계․기업․정부의 부채증가율(지난해 대비 각각 11%, 5.7%, 9% 증가), 198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미국의 모기지 부채 증가율(지난해 대비 13.3% 증가) 등은 신용 버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향후 경제주체들의 부도율이 급등할 위험이 증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미국에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가 높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고, 이머징마켓에서 기존의 고위험·고수익 투기자금이 탈출하고 있다. 펀드자금 조사기관 모닝스타는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에 미국 채권펀드들이 대부분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정크본드(투자부적격등급 채권) 펀드가 평균 1.3%, 지난 몇 년 간 화려한 실적을 자랑했던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가 2.3%, 심지어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펀드도 1.4%의 손실을 보는 등 채권 종류에 관계없이 채권 투자수익률이 크게 저하, 대다수 채권펀드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공개했다. 미국 모기지 금리도 작년 8월 이후 7개월 최고치로 상승하며 6%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주택가격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의 4분의 1 가량이 순수 투자 목적이었다. 단기 차액을 노린 핫머니가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과잉유동성에 따른 거품은 주택가격, 오피스빌딩, 채권시장, 정크본드 시장, 신흥채권시장 등에만 목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 원유 및 원자재시장 등 거의 모든 자산 시장에서 거품이 양산되고 있다.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선물지수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270 안팎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1월까지는 280대로 상승하였고, 다시 올해 2월부터 급등하여 3월에는 300을 돌파하였다. 3월 중 CRB 지수는 지난 16일 322.42까지 올랐다가 지난 31일에 313.57로 마감하였다. CRB 선물지수가 300대에 올라선 것은 1981년 4월 이후 24년 만의 일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달러화 약세를 계기로 국제적인 투기자금이 상품시장에 밀려들어 가격 폭등을 부추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달러 약세는 천문학적인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서 비롯하는 것이기에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달러가 강세로 반전되었으나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달러 강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신용버블의 가능성이 증대하면서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긴축의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채나 모기지 등 실세 금리가 상승하고, 글로벌 과잉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제투자자금의 위험자산 비중 축소는 한국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4월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1주일(3월24~3월30일)간 한국관련 해외뮤추얼펀드에선 총 11억4,800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는데, 10억 달러 이상이 유출된 것은 `중국쇼크`가 발생했던 작년 5월 첫 주(14억8,900만 달러 순유출) 이후 11개월만이다. 우리처럼 단기간에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은 자국인보다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경제 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의 상당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부유출 정도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 금융시장도 대외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어 국제 금융환경의 불안정성의 증대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자본의 육성을 비롯해 금융환경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인터넷신문 구굿닷컴 4월 첫번째 칼럼입니다.
연초 회복 기대감에 잔뜩 들떴던 우리 경제가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심리가 살아났다곤 하지만, 실물지표들은 아직도 저만치 떨어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단계 한국경제의 실상을 반영하는 심리지표와 실물지표 간 괴리는 경기동향에 대한 기업가들의 판단·예측·계획의 변화추이를 관찰하여 지수화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주요 업종의 경기 동향과 전망, 그리고 기업경영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기업의 경영계획 및 경기대응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이용하기 위한 지표일 뿐 아니라 기업가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는 BSI 3월 지수는 제조업이 지난달의 76에서 82로, 비제조업은 70에서 79로 3개월 연속 상승함으로써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BSI 지수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안 좋다는 의미이듯이 지수가 100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경기가 지난해보다 호전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경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소비지출의 구조적 변화로,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국제금융 환경의 불안정성의 증대로 정부의 전망과 달리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첫째, 최근 한국은행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2003년 2/4분기 이후 소비가 유례없는 장기침체를 지속하면서 그 비중이 크게 낮아지고 경기안정 기능도 약화되고 있다. 최근의 소비침체는 고용사정 악화,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소비여력이 거의 늘어나지 않은 데에 기인하였지만 소비 환경 및 행태 변화로 소비지출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도 원인이 있다. 즉 계층간 소득이 양극화되는 가운데 인구 고령화의 급진전 등에 따른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심리 증대, 소비시장 글로벌화, 여성과 신세대 주도의 소비고급화 등 소비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그 결과 소비지출에 있어 해외소비-국내소비, 고급소비-일반소비, IT소비-비IT소비 등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구조적인 변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이같은 소비환경 및 지출구조 변화는 일시적인 소비침체를 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의 선순환구조를 약화시킴은 물론 소비의 장기침체를 초래하는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소비지출의 구조 변화가 소비의 장기침체, 그리고 국민경제에서 내수비중의 축소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심화되면서 해외여건 변화에 따라 국내경기가 좌우되는 등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의 장기침체는 기본적으로 고용 및 투자없는 성장으로 가계소득이 거의 늘어나지 않고, 가계의 사회부담금 및 해외이전지급의 증가 등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권 안정과 분배 개선에 대한 기여를 담보할 수 있는) 투자시스템의 개혁과 (교육개혁 등을 비롯한) 사회개혁을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풀어야 한다.
둘째, 본격적인 1,000포인트 시대를 여는가 했던 종합주가지수가 외국인들의 매도행진 등으로 지난 3월 29일 950선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초 소비자기대지수 상승에 주식시장 활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향후 주가흐름에 따라서는 소비심리 급랭도 우려된다. 즉 주가가 경지지수를 구성하는 핵심요소이면서 경기선행성이 있고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주가 흐름을 악화시킨 달러 투자자금의 대이동,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세계적인 유동성 버블 가능성 등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의 증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기조로 투기등급 채권발행의 급증, 198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가계․기업․정부의 부채증가율(지난해 대비 각각 11%, 5.7%, 9% 증가), 198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미국의 모기지 부채 증가율(지난해 대비 13.3% 증가) 등은 신용 버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향후 경제주체들의 부도율이 급등할 위험이 증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미국에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은행들이 리스크가 높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고, 이머징마켓에서 기존의 고위험·고수익 투기자금이 탈출하고 있다. 펀드자금 조사기관 모닝스타는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에 미국 채권펀드들이 대부분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정크본드(투자부적격등급 채권) 펀드가 평균 1.3%, 지난 몇 년 간 화려한 실적을 자랑했던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가 2.3%, 심지어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펀드도 1.4%의 손실을 보는 등 채권 종류에 관계없이 채권 투자수익률이 크게 저하, 대다수 채권펀드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공개했다. 미국 모기지 금리도 작년 8월 이후 7개월 최고치로 상승하며 6%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주택가격 하락을 압박하고 있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의 4분의 1 가량이 순수 투자 목적이었다. 단기 차액을 노린 핫머니가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과잉유동성에 따른 거품은 주택가격, 오피스빌딩, 채권시장, 정크본드 시장, 신흥채권시장 등에만 목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 원유 및 원자재시장 등 거의 모든 자산 시장에서 거품이 양산되고 있다.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CRB(Commodity Research Bureau) 선물지수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270 안팎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1월까지는 280대로 상승하였고, 다시 올해 2월부터 급등하여 3월에는 300을 돌파하였다. 3월 중 CRB 지수는 지난 16일 322.42까지 올랐다가 지난 31일에 313.57로 마감하였다. CRB 선물지수가 300대에 올라선 것은 1981년 4월 이후 24년 만의 일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달러화 약세를 계기로 국제적인 투기자금이 상품시장에 밀려들어 가격 폭등을 부추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달러 약세는 천문학적인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서 비롯하는 것이기에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으로 달러가 강세로 반전되었으나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가 개선되지 않는 한 달러 강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신용버블의 가능성이 증대하면서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긴축의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채나 모기지 등 실세 금리가 상승하고, 글로벌 과잉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제투자자금의 위험자산 비중 축소는 한국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4월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1주일(3월24~3월30일)간 한국관련 해외뮤추얼펀드에선 총 11억4,800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는데, 10억 달러 이상이 유출된 것은 `중국쇼크`가 발생했던 작년 5월 첫 주(14억8,900만 달러 순유출) 이후 11개월만이다. 우리처럼 단기간에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은 자국인보다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경제 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의 상당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부유출 정도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 금융시장도 대외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어 국제 금융환경의 불안정성의 증대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자본의 육성을 비롯해 금융환경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인터넷신문 구굿닷컴 4월 첫번째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