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우리 경제에 약인가 독인가

by 최배근 posted Apr 18, 2005
외국자본, 우리 경제에 약인가 독인가

최근 들어 국내기업들이 각종 투기펀드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외국자본이 우리 경제에 약인가 독인가 하는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언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토종자본에 대비하는 외국자본을 거론하면서 자본의 국적성이 문제되고 있다. 실제로 2004년 국회에 제출된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는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년간 한국의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에 459억 달러를 투자해 주식 평가 차익 및 달러 환산 이익으로 1,214억 달러, 배당으로 108(백팔)억 달러, 총 1,322억 달러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7년간 수익률은 288.0%, 연평균 수익률은 41.1%를 거둔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이 상품 및 서비스 무역 등을 통해 남긴 경상수지 흑자를 모두 합한 1,301억 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이는 민족자본 입장에서 보면 외국자본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차익을 긁어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최근 한미은행 매각으로 7천억 원의 차익을 거둔 칼라일, 그리고 스타타워 매각과정에서 양도차익 2천6백 원을 거둔 론스타 등이 투자차익에 대한 고의적 세금 회피, 펀드 자금의 유출입 과정에서의 변칙적인 거래 등의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확산되고 있다.


자본개방의 허와 실

대외 자본개방은 외환위기 이후 한편으로는 외화유동성 부족 상황을 타개하고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와 경제활성화를 위해 외국자본 유치라는 우리 자체의 필요성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전면적인 시장개방 요구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26%에 불과했던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한도는 외환위기 이후 일부 공공법인을 제외하고는 전면 개방했고,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43% 수준까지 달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4월 15일 기준 54%), 포스코(66%), LG필립스LCD(50%), SK텔레콤(48%), 현대자동차(48%), LG전자(37%), KT(49%), SK(58%), 신세계(47%) 등에서 보듯이 외국인들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는 일본 상장기업 주식 중 외자계 비중이 17~18% 수준과 비교가 된다. 이처럼 주식시장을 개방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고 주주권을 강화한 결과 상장기업 10개사 중 1개사는 외국인지분이 국내 최대주주보다 커서 잠재적인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발전하면 기업으로 자금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달리 기업이 조금이라도 위험한 투자는 삼가고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배당을 늘리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늘리다 보니 2001년부터 주식시장에서 가져오는 돈보다 갖다 바치는 돈이 많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후진적이어서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다고 하던 70~80년대에도 우리나라 기업 자금의 13.4%가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되었는데 우리 주식시장은 그때보다도 지금 더 발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보다 빼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은행산업 역시 국내 시중은행의 65%를 이른바 외국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고, 시중은행 8개중 3개가 외국인소유, 나머지 5개중 4개가 외국인지분이 절반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외국계은행의 시장점유율은 22%로 미국(5%), 독일(4%), 일본(6%)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실정이다. 그 결과 무엇보다 금융의 중개기능(공공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즉 한국 같은 소국개방경제의 금융시장 개방은 시장과 경쟁의 효과(효율성)를 기대할 수 있기보다는 해외투기자본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금융시장으로 전락시키고 기업의 적극적 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금융기관들의 안정성 추구 경영으로 은행들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보다는 가계대출, 국채 등 안전한 투자대상 위주로 자산을 운용한 결과 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에 70%를 상회했으나 2004년 들어서는 45%로 축소되었다. 또한, 국내은행에 대한 외국인 투자비율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정 수익실현을 위한 배당요구가 증가하여 국내 은행의 배당성향이 크게 높아지고 있고, 그 결과 이익의 내부유보가 미흡하여 자기자본 및 자금조달 구조를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반면,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기대하였던 선진금융의 기법은 확인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외환시장도 외환위기 이후 외화유동성 부족상황을 타개한다는 목적으로 환율변동폭 제한을 전면 폐지한 결과 외환시장에서 외환수급과 외국인의 영향력이 확대된 반면 정부의 시장영향력은 반비례로 축소되었다.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증가한 결과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국제무역 저해 및 국내 금융시장의 위험도 증가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방이라는 수단이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이라는 목적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지적대로 투기성 외국자본의 무리한 투자자금 조기회수로 국내기업이 성장성 저해, 설비투자 감소, 국부유출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과거의 3분의2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외환위기 전후 5년을 비교하면 연평균 투자율이 8% 이상 하락하였다. 실제로 2000년 물가 기준 실질설비투자액은 2003년 71조4,359억 원으로 96년의 77조7,592억 원에 비해 8.1% 감소하였다. 문제는 기업의 당좌비율(=당좌자산÷유동부채×100)과 현금성자산 규모가 사상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2000년 이후 4년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는 총자산대비 보유 현금의 비중에서도 보듯이 기업들은 투자할 곳을 못 찾고 있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납입자본금은 18조여원, 잉여금은 110조여 원으로 유보율이 607.8%였고 600%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으로 2003년에 비해 무려 106.4%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잉여금이 자본금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유보율이 높으면 기업이 빚을 내지 않고서 쓸 수 있는 돈이 많다는 의미로 경영권에 대한 불안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투자 위축은 일자리 감소와 소득의 정체, 특히 소득의 양극화를 결과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의 양극화는 다시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와 소득의 양극화는 고소득계층의 해외고급재 소비와 저소득계층의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저개발국 저급재 소비를 하나의 경향성으로 구조화시키고 있다.


자본개방 부작용의 최소화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

최근 ‘지분 5% 보고 제도(일명 5% 룰)’와 ‘외국인 이사수 제한’ 그리고 일부 외국계 펀드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등 `외국자본 규제`에 대한 외국계 펀드나 외국 언론들의 반발과 불만은 물론이고 외국자본에 대한 적대시 분위기는 글로벌 경제 시대에, 더구나 선진 경제를 추격해야 하는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우리 내부에서도 만만치 않다. 개방형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고서 토종자본과 외국자본을 좋은 자본과 나쁜 자본으로 구분하려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공정한 룰을 지켰고, 리스크를 몰래 전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을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게, 그리고 리스크를 상대방이 모르도록 떠넘기기거나 허위로 떠넘기기지 못하게 하는 룰을 만들지 않아 외국계 펀드가 공정한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외국계 펀드보다 우리의 책임이 더 크다. 소모적인 국수주의 논쟁은 피해야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서도 자본개방과 외자유입이 일자리를 줄이고 국부를 유출시키는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일자리 창출과 기술 등을 수반하는 순기능이 극대화하는 법체계를 만드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외국인의 불필요한 오해를 풀려면 새로운 정책을 갑자기 도입하기보다는 충분한 설득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가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우리 사회 내부의 통합이 시급하다. 한 예로 기업경영 투명성의 강화를 전제로 출자총액제한제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완화하여 기업의 경영권 보장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대신 고용의 질의 개선이나 분배 개선 등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는 사회대타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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