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이 7월 26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3차 회담 이후 13개월만이다. 그 사이 새롭게 출범한 2기 부시행정부는 폭정의 전초기지, 체제전환 등으로 북한을 자극했고 북한은 핵 보유 및 6자회담 불참(2월 10일)과 폐연료봉 인출 완료 선언(5월 11일)으로 맞서며 한반도에는 6월 위기설과 같은 긴장이 조성되었다. 그러던 차에 7월 9일 북미간 뉴욕라인을 통해 회담재개라는 극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좀처럼 기세를 굽히지 않고 강경카드로 일관하던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더불어 관심을 끄는 것은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평양의 행보다. 10개월 만에 재개된 차관급회담(5월 16일)을 시작으로 6.15 공동행사, 정동영-김정일 면담(6월 17일), 장관급회담(6월 21일), 경제협력추진위회의(7월 12일), 개성-백두산관광합의(7월 16일), 장성급회담을 위한 실무회담(7월 20일) 등이 숨가쁘게 진행되었고, 별다른 진통없이 발표되는 각종 합의는 마치 2000년 6.15선언 당시로 돌아간 착각마저 들게 한다.
특히 경추위 회담에서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 상대적으로 풍부한 북한의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결합한 유무상통의 경제협력 방식에 합의함으로써 남북경협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방북한 유럽의회 대표단에게 WTO 가입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6자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본격적인 개방과 경제재건에 나서고 있으며, 직접 송전방식에 의한 전력지원을 제안한 한국을 경제건설의 주요한 동반자로 선택했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
과연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하고 체제안전과 경제재건을 위한 대담한 선택을 할 것인지, 또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북한의 공존공생을 모색할 것인지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6자회담 결과와 향후 북미 사이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두 달간 북핵과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대한 변화의 기운이 조성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한국이 북한의 핵포기와 개혁개방을 이끌며 에너지, 식량 지원을 포함한 북한경제 정상화의 길잡이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주목받는 지점이다.
미국의 전략적 선택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처럼, 북한이 추진하는 체제안전과 경제재건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시급한 식량, 에너지 문제를 포함해 낙후한 사회경제적 인프라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해외자본의 유입이 필수적인데 미국의 경제재제가 풀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떠한 국제협력도 쉽지 않다. 7월 7일 발생한 런던테러가 7월 9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언의 직접적 배경이라는 분석도 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핵개발과 체제전환을 둘러싼 북미간의 근본적인 대립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의 개방과 경제정상화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미국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최근들어 워싱턴은 북한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삼가고 있으며, 체니와 럼스펠드 등 네오콘의 강경드라이브 역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시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이번이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이번 회담이 결렬되면 대북제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강경파들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한편 북한과의 다양한 접촉과 회담을 병행하면서 뭔가 진일보한 결실을 얻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최근 북핵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상황을 풀어가는 미국의 행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주변국과 분쟁을 일으키며 상임이사국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일본과 중-러 합동군사훈련 등 노골적으로 미국과의 대립을 현실화시키는 중국에 맞서 미국이 바라보는 한반도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미일동맹 보다는 한미동맹을, 북중간의 항미원조를 깰 수 있는 적극적인 북미관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과 체제전환이라는 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판단은 쉽지 않다. 다만 미국의 대북한, 대한반도 정책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양한 카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상황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정치로 서울의 리더십 확보해야
이번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물론 예상되는 걸림돌도 있다. 당장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이 요구하는 핵폐기의 범위와 수준을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3월 31일)했던 북한이 미국의 인도 핵 지원을 보면서 조용히 있을 리도 만무하다. 납치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과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핵과 인권문제의 분리 반대 움직임 역시 이번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키 어렵다. 또 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핵포기의 검증 방법을 놓고도 향후 몇 년간은 북미간의 줄다리가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6자회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북미간에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과 한국이 중대제안을 통해 북미간의 대화 채널을 더욱 강고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한국이 민족공조와 국제협력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하는데 달려 있다. 남북협력을 통한 북한의 개방과 경제정상화를 위해서는 평양에 대한 서울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 에너지 지원과 다자안전보장의 틀을 마련하는 것 역시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노력과 실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한반도문제 해결의 이니셔티브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다. 문제는 북한과 국제사회로부터 주도권을 인정받기 전에 한국 사회 내부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가에 있다. 북핵문제의 해결 이후라는 단서조항에도 불구하고 제안 수준의 대북 전력지원에 절차상의 문제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한국의 리더십이 힘을 얻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과연 북미관계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EU 등 한반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주변국가들을 친구이자 동업자로 만들 수 있는가에 있다. 동북아 중심국가를 외쳤지만 동북공정과 독도, 역사 및 영토 분쟁으로 감정의 골만 깊어진 동아시아에서 협력과 상생의 구도를 만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치를 벗어나 이제는 동아시아 정치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이유 역시 바로 그것 때문이다.
좀처럼 기세를 굽히지 않고 강경카드로 일관하던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더불어 관심을 끄는 것은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평양의 행보다. 10개월 만에 재개된 차관급회담(5월 16일)을 시작으로 6.15 공동행사, 정동영-김정일 면담(6월 17일), 장관급회담(6월 21일), 경제협력추진위회의(7월 12일), 개성-백두산관광합의(7월 16일), 장성급회담을 위한 실무회담(7월 20일) 등이 숨가쁘게 진행되었고, 별다른 진통없이 발표되는 각종 합의는 마치 2000년 6.15선언 당시로 돌아간 착각마저 들게 한다.
특히 경추위 회담에서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 상대적으로 풍부한 북한의 천연자원과 노동력을 결합한 유무상통의 경제협력 방식에 합의함으로써 남북경협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방북한 유럽의회 대표단에게 WTO 가입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6자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본격적인 개방과 경제재건에 나서고 있으며, 직접 송전방식에 의한 전력지원을 제안한 한국을 경제건설의 주요한 동반자로 선택했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
과연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하고 체제안전과 경제재건을 위한 대담한 선택을 할 것인지, 또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북한의 공존공생을 모색할 것인지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6자회담 결과와 향후 북미 사이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두 달간 북핵과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대한 변화의 기운이 조성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한국이 북한의 핵포기와 개혁개방을 이끌며 에너지, 식량 지원을 포함한 북한경제 정상화의 길잡이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주목받는 지점이다.
미국의 전략적 선택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처럼, 북한이 추진하는 체제안전과 경제재건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시급한 식량, 에너지 문제를 포함해 낙후한 사회경제적 인프라 확보를 위해서는 대규모 해외자본의 유입이 필수적인데 미국의 경제재제가 풀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떠한 국제협력도 쉽지 않다. 7월 7일 발생한 런던테러가 7월 9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언의 직접적 배경이라는 분석도 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핵개발과 체제전환을 둘러싼 북미간의 근본적인 대립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의 개방과 경제정상화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미국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최근들어 워싱턴은 북한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삼가고 있으며, 체니와 럼스펠드 등 네오콘의 강경드라이브 역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부시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이번이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이번 회담이 결렬되면 대북제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강경파들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한편 북한과의 다양한 접촉과 회담을 병행하면서 뭔가 진일보한 결실을 얻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최근 북핵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상황을 풀어가는 미국의 행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주변국과 분쟁을 일으키며 상임이사국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일본과 중-러 합동군사훈련 등 노골적으로 미국과의 대립을 현실화시키는 중국에 맞서 미국이 바라보는 한반도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미일동맹 보다는 한미동맹을, 북중간의 항미원조를 깰 수 있는 적극적인 북미관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과 체제전환이라는 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판단은 쉽지 않다. 다만 미국의 대북한, 대한반도 정책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양한 카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상황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정치로 서울의 리더십 확보해야
이번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다. 물론 예상되는 걸림돌도 있다. 당장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이 요구하는 핵폐기의 범위와 수준을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3월 31일)했던 북한이 미국의 인도 핵 지원을 보면서 조용히 있을 리도 만무하다. 납치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과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핵과 인권문제의 분리 반대 움직임 역시 이번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키 어렵다. 또 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핵포기의 검증 방법을 놓고도 향후 몇 년간은 북미간의 줄다리가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6자회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북미간에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과 한국이 중대제안을 통해 북미간의 대화 채널을 더욱 강고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한국이 민족공조와 국제협력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하는데 달려 있다. 남북협력을 통한 북한의 개방과 경제정상화를 위해서는 평양에 대한 서울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 에너지 지원과 다자안전보장의 틀을 마련하는 것 역시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노력과 실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한반도문제 해결의 이니셔티브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다. 문제는 북한과 국제사회로부터 주도권을 인정받기 전에 한국 사회 내부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가에 있다. 북핵문제의 해결 이후라는 단서조항에도 불구하고 제안 수준의 대북 전력지원에 절차상의 문제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한국의 리더십이 힘을 얻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과연 북미관계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EU 등 한반도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주변국가들을 친구이자 동업자로 만들 수 있는가에 있다. 동북아 중심국가를 외쳤지만 동북공정과 독도, 역사 및 영토 분쟁으로 감정의 골만 깊어진 동아시아에서 협력과 상생의 구도를 만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치를 벗어나 이제는 동아시아 정치의 시대를 열어야 하는 이유 역시 바로 그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