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약 20분의 1이지만, 세계 석유 생산량의 4분의 1이 미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원유의 53%를 수입하는 나라로, 만약 이 수입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과 상품의 흐름에 당장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모든 기간산업이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을 뒷받침하는 각종 군사장비의 운용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주지하듯이 미국이 중동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이유도 석유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1980년,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페르시아만을 장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미국의 사활적 이익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선언했고, 또 “그 공격은 군사력을 포함하여 모든 수단을 통해 격퇴될 것”이라는 '카터독트린‘을 발표했다. 그 후 이 카터독트린은 미국의 정권이 몇 차례 변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역시 취임 직후 ‘국가에너지정책개발’(NEPD) 그룹을 설립하여 미국의 에너지전략 수립했는데, 백악관 공개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이미 2000년부터 에너지 소비량이 에너지 생산량을 초과하여 2015년에는 생산량의 1.5배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20년경에는 소비량의 2/3 수준을 수입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과 안정적인 수급 대책의 절박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석유정치
최근 미국이 카스피해에서 대테러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도 석유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주지하듯이 카스피해는 ‘석유바다’다. 확인된 매장량만 165억 배럴이 넘어 중동 전체 매장량에 육박한다. 또 그 지역은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하는 데 최적인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은 아제르바이잔과 손을 잡았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과 이슬람 반군이 있는 체첸 공화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나라의 세계적인 유전지대 바쿠에 미국이 임시 해군사령부를 설치해 무기ㆍ마약 적발 등 대테러 작전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카스피해 선제수비’(Caspian Guard Initiative)로 명명된 이 작전을 위해 내년부터 6년간 1억 3000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카스피해 해상과 인접 국가들의 국경 주변에 대한 경계 강화 방안 검토중이다.(미군 <성조지> 2005.8.10).
아제르바이잔 바쿠는 또 미국 주도아래 건설돼 내년 초 가동되는 세계 최장(1,760㎞) BTC(바쿠(B)-트빌리시(T:그루지아)-세이한(C:터키)) 송유관 시발점이다. 미국이 바쿠에 해군 기지를 구축하면 송유관이 지나는 그루지아, 터키에 모두 미군이 주둔하게 되며, 하루 100만 배럴까지 수송이 가능한 이 송유관의 석유는 미국과 서유럽으로 간다. ‘카스피해 선제수비’ 작전은 미국이 아제르바이잔을 축으로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하고 카스피해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지역과 사업들은 대테러 작전을 명분삼아 막강한 군사력으로 지키겠다는 의지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세계는 지금 석유전쟁 중
석유 자원을 둘러싼 ‘포성없는 전쟁’은 미국만의 전쟁이 아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관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가 미국의 대중봉쇄를 뚫고 나올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고도성장을 최대의 국가전략으로 삼는 중국도 역시 원유의 안정적인 확보가 사활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시베리아 석유에 대한 중국의 기대는 무척 크다.
러시아는 당초 이르쿠츠크(앙가라스크 유전)에서 나훗카로 송유관을 연결하여 일본으로 원유를 공급하려는 입장이었으나, 올해 들어 푸틴 대통령이 노선 결정의 최종 단계에서 유보시켜 중국쪽으로 송유관 노선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일본을 애태우고 있고 이 사이에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바짝 푸친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금년 5월과 7월 두 차례의 모스크바 중-러 정상회담 개최)
이라크, 이란의 중동지역 석유정치도 상당히 유동적이다. 이라크의 석유 매장량은 1,130억 배럴(미국 에너지부는 미확인매장량을 2,200억 배럴로 추정)로 사우디아라비아이 이어 세계 2위다. 이 매장량은 2004년 기준 미국의 98년치 수입량에 달한다. 더욱이 이라크의 원유 생산 단가는 배럴당 0.97 달러에 불과해 북해산 브렌트유의 3~4 달러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값이다. 미국 석유 메이저들이 오래전부터 이라크에 눈독을 들여왔고, 이 점이 부시의 이라크 침공의 요인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이라크 수렁에서 미국이 단계적으로 발을 빼더라도 이 노다지를 놓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은 자명하다.
한편, 세계 3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이란의 핵활동 재개와 관련하여 EU3국(영국ㆍ독일ㆍ프랑스)이 중재를 발벗고 나선 것도 이란의 석유 이권마저 미국에게 빼앗길 수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2000년 중국-이란 상업회의소(The Iran-China Chamber of Commerce)를 창설, 2004년에는 교역량이 7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주목할 점은 미국 네오콘의 대표적 논객인 어윈 스텔저(Irwin Stelzer)가 그들의 기관지이자 지금 부시 행정부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02/07/2005)에 기고한 글에서, 이란의 대중 원유 수출은 중국의 핵, 미사일 기술 도입과 거래되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은 더 이상 묵과하거나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 점이다. 최근 부시 행정부가 이란 핵활동 재개 문제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면서 중국과 이란과의 유대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는 지금 석유를 둘러싼 총성없는, 그러나 치열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98%를 수입하고, 석유 수입량 세계 4위(200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적극적이고 20년 후를 내다보는 에너지 전략이 절실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미국이 중동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이유도 석유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1980년,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페르시아만을 장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미국의 사활적 이익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선언했고, 또 “그 공격은 군사력을 포함하여 모든 수단을 통해 격퇴될 것”이라는 '카터독트린‘을 발표했다. 그 후 이 카터독트린은 미국의 정권이 몇 차례 변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역시 취임 직후 ‘국가에너지정책개발’(NEPD) 그룹을 설립하여 미국의 에너지전략 수립했는데, 백악관 공개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이미 2000년부터 에너지 소비량이 에너지 생산량을 초과하여 2015년에는 생산량의 1.5배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20년경에는 소비량의 2/3 수준을 수입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과 안정적인 수급 대책의 절박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석유정치
최근 미국이 카스피해에서 대테러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도 석유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주지하듯이 카스피해는 ‘석유바다’다. 확인된 매장량만 165억 배럴이 넘어 중동 전체 매장량에 육박한다. 또 그 지역은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하는 데 최적인 전략적 요충지다.
미국은 아제르바이잔과 손을 잡았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과 이슬람 반군이 있는 체첸 공화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나라의 세계적인 유전지대 바쿠에 미국이 임시 해군사령부를 설치해 무기ㆍ마약 적발 등 대테러 작전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카스피해 선제수비’(Caspian Guard Initiative)로 명명된 이 작전을 위해 내년부터 6년간 1억 3000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카스피해 해상과 인접 국가들의 국경 주변에 대한 경계 강화 방안 검토중이다.(미군 <성조지> 2005.8.10).
아제르바이잔 바쿠는 또 미국 주도아래 건설돼 내년 초 가동되는 세계 최장(1,760㎞) BTC(바쿠(B)-트빌리시(T:그루지아)-세이한(C:터키)) 송유관 시발점이다. 미국이 바쿠에 해군 기지를 구축하면 송유관이 지나는 그루지아, 터키에 모두 미군이 주둔하게 되며, 하루 100만 배럴까지 수송이 가능한 이 송유관의 석유는 미국과 서유럽으로 간다. ‘카스피해 선제수비’ 작전은 미국이 아제르바이잔을 축으로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하고 카스피해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미국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지역과 사업들은 대테러 작전을 명분삼아 막강한 군사력으로 지키겠다는 의지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세계는 지금 석유전쟁 중
석유 자원을 둘러싼 ‘포성없는 전쟁’은 미국만의 전쟁이 아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관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으로서는 러시아가 미국의 대중봉쇄를 뚫고 나올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고도성장을 최대의 국가전략으로 삼는 중국도 역시 원유의 안정적인 확보가 사활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시베리아 석유에 대한 중국의 기대는 무척 크다.
러시아는 당초 이르쿠츠크(앙가라스크 유전)에서 나훗카로 송유관을 연결하여 일본으로 원유를 공급하려는 입장이었으나, 올해 들어 푸틴 대통령이 노선 결정의 최종 단계에서 유보시켜 중국쪽으로 송유관 노선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일본을 애태우고 있고 이 사이에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바짝 푸친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금년 5월과 7월 두 차례의 모스크바 중-러 정상회담 개최)
이라크, 이란의 중동지역 석유정치도 상당히 유동적이다. 이라크의 석유 매장량은 1,130억 배럴(미국 에너지부는 미확인매장량을 2,200억 배럴로 추정)로 사우디아라비아이 이어 세계 2위다. 이 매장량은 2004년 기준 미국의 98년치 수입량에 달한다. 더욱이 이라크의 원유 생산 단가는 배럴당 0.97 달러에 불과해 북해산 브렌트유의 3~4 달러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값이다. 미국 석유 메이저들이 오래전부터 이라크에 눈독을 들여왔고, 이 점이 부시의 이라크 침공의 요인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이라크 수렁에서 미국이 단계적으로 발을 빼더라도 이 노다지를 놓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은 자명하다.
한편, 세계 3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이란의 핵활동 재개와 관련하여 EU3국(영국ㆍ독일ㆍ프랑스)이 중재를 발벗고 나선 것도 이란의 석유 이권마저 미국에게 빼앗길 수 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2000년 중국-이란 상업회의소(The Iran-China Chamber of Commerce)를 창설, 2004년에는 교역량이 7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주목할 점은 미국 네오콘의 대표적 논객인 어윈 스텔저(Irwin Stelzer)가 그들의 기관지이자 지금 부시 행정부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는 지금 석유를 둘러싼 총성없는, 그러나 치열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의 98%를 수입하고, 석유 수입량 세계 4위(200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적극적이고 20년 후를 내다보는 에너지 전략이 절실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