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변화와 탈북난민

by 조민 posted Aug 30, 2005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열리고 남북교류의 물꼬가 터지면서 한반도에 모처럼 화해의 분위기가 넘치고 있다. 과연 북한은 변화와 개방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일까. 최근 북한 내부의 상황변화는 작지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수개월 전 대북식량지원을 담당하는 국제기구에서는 올 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1997년 이래 최악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농업 사정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농장에서 농지를 분조로 나누어주고, 어떤 분조는 개인으로 나누어주기도 하는 등 개인영농으로 바뀌는 곳이 많아 농장의 밭갈이도 좋고 농사사정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식량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북한 북동부 지역(함경북도)의 벼농사 작황이 나쁜데, 원인은 생육기간인 6~7월의 기온이 낮아서 발육이 좋지 않다고 한다. 대체로 북한 북부 및 연변 지역인 두만강 유역은 보통 9월 20일경에 첫서리가 내리므로 8월 5일 경에 벼가 다 꽃을 피워야 하는데, 예년에 비해 늦어졌기 때문에 9월 20일경에 첫서리가 내리면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떨어지는 식량가격과 환율

시장상황도 변하고 있다. 주택을 비공식적으로 사고파는 경우가 늘고 있고, 도시 근교에는 셋방도 늘어나고 있다. 비공식적인 거주 이전의 자유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식량 가격은 지난 6월보다 떨어지고 있다. 원인은 감자가 생산되고 남한 등 외부에서 식량이 지원된다는 소식을 돌자 매점매석한 사람들이 식량을 장마당에 내놓기 때문이다. 쌀은 1㎏당 800~900원, 옥수수는 250~300원(6월 가격 쌀 1,000원, 옥수수 450~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조치 시행 당시 평양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2,000원 수준이었으므로 쌀값이 가계에서 차지하는 수준을 예상할 수 있다.


환율도 하락추세에 있다. 6월에는 중국 화폐 1위안 당 350~360원(1달러는  2,870~2,950원)하던 것이 8월에는 1위안 당 300원(1달러는 2,46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7월 이후 식량가격이나 환율이 하락한 이유 중의 하나는 남북관계의 진전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북식량지원의 시작,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고 6자회담이 열리면서 한반도의 평화 기운이 감돌게 되자 북한 사회도 긴장이 완화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한반도의 평화분위기와 대북지원이 식량가격 하락, 환율 안정에 연동되어 주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북한 주민 대다수(75%)는 배급제 혜택의 밖에 있는 상태이므로 국가배급식량의 재고량보다 장마당의 식량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급감하는 탈북난민

한편, 식량 문제로 탈북하는 사례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난민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난민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최근 대북지원과 조선족 난민 문제 지원을 위해 오래 동안 활동해온 믿을만한 NGO의 조사에 의하면 2005년 탈북난민은 1999년의 약 7~1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유로는 북한 내 상황이 6년 전보다 좋아졌으며, 중국 내 단속강화로 난민들이 동북 지역에서 중국 내지로 이동했으며, 북한 및 중국의 압록강ㆍ두만강의 국경 경비 강화에서 찾을 수 있다.

또, 통행증을 가지고 중국으로 올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넓어졌고 구호요청이나 장사 목적으로 단기간 체류자가 급증하는 것도 특징이다. 국경변에는 난민이 소수이고 그것도 2·3일 거주자가 주류이며 장기거주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장기 거주자의 경우 중국 내지 대도시 근교에 집중, 조선조 거주지보다 한족 거주지에 체류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중국공안의 단속이 심해져 농촌보다는 도시 근교 빈민촌 한족 마을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중국 전체에 탈북난민 숫자를 예측하거나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대 3~5만 명 이내로 추정된다고 한다. 최대 30만 명까지 추정되던 몇 해 전 상황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인 것이다. 물론 중국 공안의 체포에 대한 불안감과 끼니 해결의 어려움은 지금도 같은 상황이다.

결국 탈북난민 문제는 중국, 북한,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중국은 지난번 대사관 진입 후 아주 강경하게 대응을 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결혼해 아이까지 딸린 탈북자를 무자비하게 북한으로 강제 송환시킨다든지 하는 비인도적 조치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으로 강제송환을 금지하도록 중국측을 설득하거나 국제사회가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북한 역시 송환된 탈북자를 처벌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난민, 탈북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되며 외교적 노력을 보다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