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던 한반도 정세는 제4차 6자회담을 통해 북핵 포기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담은 ‘9·19 공동성명’을 도출함으로써 반전에 성공했지만, 그 후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인권문제와 미국의 대북금융제재가 본격화되고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6자회담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과 10월 북한 국적의 회사들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지원한 혐의가 있다며 이들 회사가 현재 미국 내에 갖고 있거나 앞으로 가질 모든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를 취했다. 또 9월에는 마카오의 중국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이 북한의 위조달러 유통과 마약 등 불법 국제거래 대금을 세탁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11월 17일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통과되고, 12월 9일에는 서울에서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려 북한정권을 압박했다.
인권유린, 위조지폐 ... 범죄정권
12월 들어서는 부시 행정부 인사들의 대북 강경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12월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을 ‘범죄정권(criminal regime)’이라고 거론,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틀 후 범죄정권 발언을 철회할 뜻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한 말은 미국 정부의 의견”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북한에 의한) 범죄와 화폐위조, 마약수출, 위험한 군사기술 확산, 돈세탁 등의 문제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단순히 수사적인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9일),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북한 정권의 경제적 파탄과, 자국민을 다루는 그들의 행태를 인권차원에서 볼 때 북한 정권에는 미래가 없다”며, “북한정권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보여주었던 엉거주춤한 모습과는 달리 다시 북한에 대한 비타협적이고 강경한 신념을 앞세우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김계관 북한 외상의 12월 중순 미국 방문을 허락했다가 돌연 한성렬 주유엔 대사를 통해 방문 취소를 통보했다든지 하는 모습은 미국이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발언에 대해 북한은 19일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핵포기를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적 입장”이라고 밝히고, 20일에는 “미국이 신뢰의 척도인 경수로 건설을 포기한 것인 만큼 우리식의 흑연감속로에 기초한 평화적 핵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4차회담 이후 미국의 강경한 입장과 북한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보기에 따라서는 ‘9·19 공동성명’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가능한 것이다.

이렇듯 6자회담이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먼저 ‘9·19 공동성명’의 합의 사항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합의문에서 북한의 핵포기가 먼저냐, 미국의 ‘체제보장=적대시정책 철회’가 먼저냐 하는 문제로 누가 먼저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선후의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의 선조치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사일, 생화학무기, 재래식무기, 그리고 인권, 마약, 위조지폐 문제 등을 부각시키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은 과연 순항할 것인가
다음으로 미국의 행보는 9.11 이후 부시 행정부의 일관된 대북전략이었으며, 특히 2기 행정부에 들어서는 오히려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 Axis of Evil’으로 규정해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005년 1월 개최된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당시 라이스 지명자는 모두발언에서 “세계에는 ‘폭정의 전초기지’들이 남아있으며 미국은 쿠바와 미얀마, 북한, 이란, 벨로루시, 짐바브웨 등의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 서있다”고 말했다. ‘폭정의 전초기지’는 라이스의 발언 이전에도 서방세계에서 독재국가들을 이를 때 종종 사용되었던 표현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원칙적으로 거부하면서 북한 핵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말았으며, 결국 내키지는 않지만 중국에게 유리한 6자회담을 허용했던 것이다. 미국이 6자회담과 같은 다자협의체 방식을 받아들인 데에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핵포기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의도와 함께, 북한 핵포기를 위해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가를 끌여들이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다자협의체 방식의 6자회담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반드시 미국과 북한의 양자 간 회담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적 문제가 있다. 대북 체제보장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미국의 대북전략이 북한 핵포기에서 인권문제를 비롯한 국제적 범죄의 문제로 옮아가면서 북한 정권을 목표로 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는 미국 대북정책의 질적 전환을 말해주는 것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간 정책 조율에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며,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 6월과 10월 북한 국적의 회사들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지원한 혐의가 있다며 이들 회사가 현재 미국 내에 갖고 있거나 앞으로 가질 모든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를 취했다. 또 9월에는 마카오의 중국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이 북한의 위조달러 유통과 마약 등 불법 국제거래 대금을 세탁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11월 17일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통과되고, 12월 9일에는 서울에서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려 북한정권을 압박했다.
인권유린, 위조지폐 ... 범죄정권
12월 들어서는 부시 행정부 인사들의 대북 강경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12월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을 ‘범죄정권(criminal regime)’이라고 거론,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틀 후 범죄정권 발언을 철회할 뜻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한 말은 미국 정부의 의견”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북한에 의한) 범죄와 화폐위조, 마약수출, 위험한 군사기술 확산, 돈세탁 등의 문제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단순히 수사적인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9일),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북한 정권의 경제적 파탄과, 자국민을 다루는 그들의 행태를 인권차원에서 볼 때 북한 정권에는 미래가 없다”며, “북한정권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금까지 미국이 보여주었던 엉거주춤한 모습과는 달리 다시 북한에 대한 비타협적이고 강경한 신념을 앞세우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김계관 북한 외상의 12월 중순 미국 방문을 허락했다가 돌연 한성렬 주유엔 대사를 통해 방문 취소를 통보했다든지 하는 모습은 미국이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발언에 대해 북한은 19일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핵포기를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적 입장”이라고 밝히고, 20일에는 “미국이 신뢰의 척도인 경수로 건설을 포기한 것인 만큼 우리식의 흑연감속로에 기초한 평화적 핵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4차회담 이후 미국의 강경한 입장과 북한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보기에 따라서는 ‘9·19 공동성명’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가능한 것이다.

이렇듯 6자회담이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먼저 ‘9·19 공동성명’의 합의 사항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합의문에서 북한의 핵포기가 먼저냐, 미국의 ‘체제보장=적대시정책 철회’가 먼저냐 하는 문제로 누가 먼저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선후의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북한의 선조치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사일, 생화학무기, 재래식무기, 그리고 인권, 마약, 위조지폐 문제 등을 부각시키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은 과연 순항할 것인가
다음으로 미국의 행보는 9.11 이후 부시 행정부의 일관된 대북전략이었으며, 특히 2기 행정부에 들어서는 오히려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 Axis of Evil’으로 규정해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2005년 1월 개최된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고 표현한 바 있다. 당시 라이스 지명자는 모두발언에서 “세계에는 ‘폭정의 전초기지’들이 남아있으며 미국은 쿠바와 미얀마, 북한, 이란, 벨로루시, 짐바브웨 등의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 서있다”고 말했다. ‘폭정의 전초기지’는 라이스의 발언 이전에도 서방세계에서 독재국가들을 이를 때 종종 사용되었던 표현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원칙적으로 거부하면서 북한 핵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말았으며, 결국 내키지는 않지만 중국에게 유리한 6자회담을 허용했던 것이다. 미국이 6자회담과 같은 다자협의체 방식을 받아들인 데에는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핵포기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의도와 함께, 북한 핵포기를 위해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가를 끌여들이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다자협의체 방식의 6자회담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반드시 미국과 북한의 양자 간 회담으로 해결해야 할 핵심적 문제가 있다. 대북 체제보장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미국의 대북전략이 북한 핵포기에서 인권문제를 비롯한 국제적 범죄의 문제로 옮아가면서 북한 정권을 목표로 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는 미국 대북정책의 질적 전환을 말해주는 것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간 정책 조율에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며,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