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경기부양 안된다

by 최배근 posted Oct 27, 2006
위기의 경제 관리 '통합의 리더십'으로

하반기 들어서면서 생산과 소비 등 실물지표가 ‘최악’을 기록하고 있던 차에 북한 핵실험까지 터지면서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의 터널로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래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현재를 위기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참여정부는 지금 방향 감각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인위적 경기부양보다는 경제체질의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기본방향이었다.

건설경기 부양, 정책자금 방출 등 부정적 효과

최근 집권여당과 행정부 내에서 건설경기 부양, 정책자금 방출, 재정의 조기집행, 선제적 금리정책 등 그동안 참여정부의 ‘금기’였던 인위적 경기부양 필요성의 목소리가 증대되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인위적 경기부양보다는 성장잠재력 수준으로 경제가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경기관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가 경기부양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집값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건교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가 기본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모델로 전환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것이지만 침체의 주요 요인인 내수부진을 풀어가기 위한 정책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팽창 정책은 가계소비와 기업의 투자지출 등 내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고 주가나 부동산 가격 등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역시 현재의 소비지출 구조 양극화 상황에서는 내수 확대보다 해외소비 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정의 조기집행 역시 재원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시중금리를 상승시켜 민간수요를 위축시키고 특히 최근 순처분가능소득보다 가계의 금융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크게 하락한 부채상환능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금리 상승이 집값 급락과 결합될 경우 부실대출 증가에 따른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카드위기 사태 못지않을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반대하고는 있지만 감세정책 역시 통화팽창정책과 마찬가지로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지출 등 내수에 미칠 효과는 회의적이다. 현재의 내수 위축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기업의 기록적인 현금보유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주체가 정부에 신뢰 갖게

이처럼 부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부양책을 참여정부가 과거 정부처럼 대선을 앞두고 반복한다면 이는 자기부정일 뿐 아니라 차기 정부에 엄청난 부담을 넘겨주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경제 주체들은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둔화, 그리고 북핵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를 관리할 정부 역량이 절실한 형편이다.

문제의 해법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현재의 경제 위기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경제 주체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갖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가계가 소비를 하고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어떤 정책수단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경제 주체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려면 무엇보다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업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투자를 가로막는 불확실성 해소와 시민단체 등 개혁진영이 요구하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 주주가치 존중, 그리고 재벌기업의 국민기업화 등은 양립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10월 28일자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