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진실게임

by 최배근 posted May 22, 2007


경기가 지난 1·4분기에 바닥을 찍었고 하반기로 갈수록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경기낙관론이 증시처럼 불붙고 있다. 지루했던 장기불황이 끝난다니 어찌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그런데 올 초까지만 해도 소비 부진으로 내수경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컸고, 특히 미국 주택경기 거품이 꺼질 경우 국내 경기 동반 침체로 이어질 것을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다. 그렇다면 장기불황에 놓였던 한국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내수·수출 동반 상승세 지속 -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0%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이 수치를 저점으로 받아들이고 향후 완만한 성장을 전망한다. 그런데 올해 예상하는 성장률 4.4%는 수치로서는 지난해 5.0%에 비교하면 실망스럽다. 회복 속도에서도 1분기(2.9%) → 2분기(3.4%) → 3분기(4.8%) → 4분기(5.5%) → 2006년 1분기(6.3%)를 기록했던 2005년과 비교하면 실망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하반기와 2006년 초의 경기회복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체감은 높지 않았다. 그 이유는 교역조건이 악화돼 GDP 성장률이 5.5%에서 6.3%까지 올랐어도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 1·4분기의 GDP 증가율은 4.0%에 불과했지만 유가 하락에 따른 교역조건의 개선으로 실질구매력(GDI) 증가율은 3.4%로 확대되었다.

두 번째로 성장의 내용을 보면 수출의 두 자릿수 증가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 먼저 지난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민간소비 지출의 증가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앞에서 지적한 실질구매력의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다음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과거와 비교해 양호하다. 지난해 4·4분기에 5.3%로 크게 둔화됐던 설비투자가 올 1·4분기에 10.3%의 높은 증가세로 반전됐다. 특히 기계류 설비투자가 주도한 설비투자의 회복세는 지난해부터 조선·철강·기계·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수출의 호조와 관련이 있다. 특히 최근의 회복에 건설투자, 특히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회복되는 토목 건설투자의 기여가 컸다. 올 1·4분기 4.3%라는 건설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2005년과 2006년의 마이너스 0.2%, 마이너스 0.4%와 크게 비교된다. 이는 올해 전체 공공부문 건설투자 증가율을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7%대로 책정하고 재정조기집행을 통한 경기부양책의 효과라 할 수 있다.

- 구조적 개선 없인 일시적 효과 -

최근의 경기회복 내용을 이해하면 향후 전망이 가능하다. 첫째, 최근 국제 유가의 반등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진행돼 온 교역조건의 개선 추세가 반전됨으로써 향후 실질구매력 및 내수의 추가적인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소득분배 구조의 악화는 향후 소비회복 속도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실질 GDP와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의 격차는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결합되어 소비성향을 낮추고 소비지출의 양극화를 지속시키고 있다. 또한, 지나친 가계부채는 향후 소비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최근 회복에 기여하고 있는 설비투자 역시 ‘반짝효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들이 많은데 설비투자의 추세적 전환이 이루어지려면 소비지출의 구조적 개선과 제조업의 수출증가세가 지속되지 않는 한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설투자 증가율도 하반기에는 지속될 수 없다. 또한 지금까지 수출이 15% 안팎의 견실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미국 경제의 침체 및 세계경제 성장률의 하락에 따라 올 들어 수출 성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해 10월부터 두 자릿수 증가율이 계속되고 있는 총통화량(M2) 증가율이나 유동성(L) 증가율은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경향신문 5월 22일자 시론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