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의 본질은 패권 다툼
미국이 중국의 환율 문제를 11월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다루려 하면서 의장 국가인 한국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조정자로서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하려는 한국의 목표도 불확실해졌다. 환율 문제는 표면상으로는 위안화 절상에 대한 입장 차이지만, 본질은 금융위기 이후의 새 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글로벌 불균형 해소는 미국이 기존의 G7 체제를 약화시키면서 G20 정상회의라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불균형 해소 방법에 대해 미중 간 인식의 차이는 너무 크다. 미국은 불균형이 글로벌 자본시장을 왜곡시키고 경제정책의 자율성을 훼손시켜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해외 유출된 달러가 미국으로 재유입되면서 연준(FRB)이 단기정책금리를 올려도 시장의 장기금리가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져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은 이를 미국 경제주권의 침식이라며 이슈화 할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최근에는 중국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내용으로 하는 ‘환율개혁법안'을 하원 세입위원회가 통과시키며 중국에 대한 압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산 식용 닭고기에 105%의 반덤핑관세 부과로 즉각 대응했다. 미국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의 과소비나 지나친 재정적자 등 미국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사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해소나 중국 수출의 감소에 대한 위안화 절상 효과는 미국 내에서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석유나 철광석 등 원자재 수입비용을 하락시켜 중국 수출제품의 가격 상승을 상쇄시키고, 설사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 수입이 감소하더라도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제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축소되지 않고 구성 비중만 변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더불어 여타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의 동반 절상을 하더라도 이들 국가들이 수출하던 노동집약적 제품이 미국 내에서 생산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처럼 "위안화 환율이 중미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제3차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의 합의사항 중 하나인 균형을 위한 협력 방안에 미국에게는 민간저축 증대와 재정건전성 확대를, 중국에게는 국내 소비와 투자 진작을 요구했을 뿐 환율 문제를 포함하지 않은 이유다. 환율에 개입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내정간섭으로 비난하는 이유도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중국 시스템을 바꾸려는 의도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글로벌 불균형의 근본원인을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시스템의 문제로 보기에 통화시스템의 개혁을 주장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체제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중국은 미국이 설정한 표준과 규칙들을 거부하고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표준과 규제들을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에서 자동차까지 산업 전반을 규제하는 표준을 매년 만 개 이상씩 공표하고 있다. 자국 기업, 특히 국영기업을 국제적 수준의 기업으로 육성하고, 가치사슬에서 상향 이동하고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설정한 규칙과 논리에 대한 맹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의 실력이다. 중국은 이미 실질적인 패권국가로 부상했고, 한반도 문제와 경제에 대한 중국의존도는 날로 높아가는 데 중국 견제의 첨병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11월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는커녕 조정자의 리더십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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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와 세상 10월 1일자 칼럼입니다.
미국이 중국의 환율 문제를 11월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다루려 하면서 의장 국가인 한국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조정자로서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하려는 한국의 목표도 불확실해졌다. 환율 문제는 표면상으로는 위안화 절상에 대한 입장 차이지만, 본질은 금융위기 이후의 새 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글로벌 불균형 해소는 미국이 기존의 G7 체제를 약화시키면서 G20 정상회의라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불균형 해소 방법에 대해 미중 간 인식의 차이는 너무 크다. 미국은 불균형이 글로벌 자본시장을 왜곡시키고 경제정책의 자율성을 훼손시켜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해외 유출된 달러가 미국으로 재유입되면서 연준(FRB)이 단기정책금리를 올려도 시장의 장기금리가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져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은 이를 미국 경제주권의 침식이라며 이슈화 할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최근에는 중국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내용으로 하는 ‘환율개혁법안'을 하원 세입위원회가 통과시키며 중국에 대한 압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산 식용 닭고기에 105%의 반덤핑관세 부과로 즉각 대응했다. 미국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의 과소비나 지나친 재정적자 등 미국 자신의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사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해소나 중국 수출의 감소에 대한 위안화 절상 효과는 미국 내에서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석유나 철광석 등 원자재 수입비용을 하락시켜 중국 수출제품의 가격 상승을 상쇄시키고, 설사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 수입이 감소하더라도 여타 아시아 국가들의 제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축소되지 않고 구성 비중만 변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더불어 여타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의 동반 절상을 하더라도 이들 국가들이 수출하던 노동집약적 제품이 미국 내에서 생산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처럼 "위안화 환율이 중미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제3차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의 합의사항 중 하나인 균형을 위한 협력 방안에 미국에게는 민간저축 증대와 재정건전성 확대를, 중국에게는 국내 소비와 투자 진작을 요구했을 뿐 환율 문제를 포함하지 않은 이유다. 환율에 개입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를 중국이 내정간섭으로 비난하는 이유도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중국 시스템을 바꾸려는 의도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글로벌 불균형의 근본원인을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시스템의 문제로 보기에 통화시스템의 개혁을 주장한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체제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 중국은 미국이 설정한 표준과 규칙들을 거부하고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표준과 규제들을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에서 자동차까지 산업 전반을 규제하는 표준을 매년 만 개 이상씩 공표하고 있다. 자국 기업, 특히 국영기업을 국제적 수준의 기업으로 육성하고, 가치사슬에서 상향 이동하고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설정한 규칙과 논리에 대한 맹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의 실력이다. 중국은 이미 실질적인 패권국가로 부상했고, 한반도 문제와 경제에 대한 중국의존도는 날로 높아가는 데 중국 견제의 첨병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11월 정상회의에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는커녕 조정자의 리더십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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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와 세상 10월 1일자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