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두 가지 재앙과 2012년
최배근(건국대 경제학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미래가 일반 예상보다 빨리 우리의 코앞에 다가왔다. 문제는 준비와 대응의 미흡으로 재앙을 몰고 오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가 인구 재앙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은 진부한 얘기지만 정부의 대책은 있으나마나 하고 일반 국민은 그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연령(15∼64세) 인구가 감소한다. 그 감소 속도는 인구재앙을 이미 겪고 있는 일본보다 빠르다. 그래도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제조업 자급도가 높은 원-세트(one-set)형 구조를 구축하고, 일인당 GDP가 선진국 소득수준인 3만 달러가 넘은 이후 인구재앙을 겪기 시작했다. 인구구조(Demography)의 변화는 공공부채(Debt) 및 재정적자(Deficit)의 증가와 디플레이션(Deflation)의 조장 그리고 다시 인구감소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 한국사회를 ‘3D 경제’의 늪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즉 급속한 고령화는 공공재정의 부담을 빠르게 증대시키면서 사회안전망의 근간을 곤경에 빠뜨린다. 고령화와 더불어 저출산율은 소비자 기반을 악화시켜 디플레이션을 조장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시설투자를 기피하게 한다. 소비 기반이 악화되고 기업투자가 위축되면 ‘수출에 죽고 사는 경제’가 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임금 인상 억제와 고용 위축 그리고 비정규직의 증가를 구조화시킨다. 이처럼 3D 경제는 고용 불안과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결혼율과 출산율을 저하시켜 인구감소를 부채질한다. 고령화 및 저출산율과 더불어 생산가능인구의 축소는 성장을 둔화시키고 세수를 감소시킴으로써 정부의 차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령화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증가는 저축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기에 정부차입 증가는 해외차입을 증대시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킨다. 3D 경제를 예방하려면 혁신형 인재 공급과 고부가가치형 산업구조로의 업그레이드 및 산업체계의 다양화가 불가피한데 정부는 제조업 사고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재앙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다. 향후 5년 내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는 구조적으로 고조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시기가 점점 앞당겨져 2017년까지 내려왔다. 미국이 중국 부상을 견제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힘이 미국과 대등하게 증가할 경우 미국이 중국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이나 중국이 미국과 동등하게 취급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일 가능성 모두 제로다. 즉 패권의 분할은 불가능하다. 중국에 대한 불신이 증대하면서 미국은 개입에서 봉쇄로 대중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통상전쟁에서 보듯이 경제적 압박에 의한 중국 견제는 이미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남은 수단은 미국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군사력의 동원이다. 지도를 봐도 쉽게 이해되듯이 군사적 봉쇄의 주요 지역은 서태평양, 즉 서해와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가 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중국을 가장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곳이 서해다. 이처럼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의 두 번째 전쟁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주도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미·중 전략구도에서 배제되고 있다. 오히려 미중 전략 구도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북한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한반도 전쟁가능성이라는 쓰나미가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는데 정부는 위기만 키우고 있다. 위기 때마다 이 나라를 지켜왔던 국민들이 깨어나서 정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 2017년 재앙들은 차기정부의 주요 과제이고, 국민이 2012년을 희망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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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본인이 고정으로 쓰고 있는 경향신문의 '경제와 세상'의 올해 마지막 칼럼(24일자)입니다.
연말에 모두 바쁘셨겠지만 저도 건강과 집안 일로 연말 마무리를 같이 하지 못했습니다. 수신과 제가조차 못하는 못난 사람이 이렇게 인사 올리는 것이 무례인지 알면서도 자신이 편하고자 이렇게나마 이해를 구합니다.....
어느 지인이 제가 한 말입니다.
"아무리 멋진 정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삶이란 육체가 있을 때까지만 존재한다는 데에 육체의 권능이 있다"라는 말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닿는 요즘입니다. 모두 건강, 또 건강하시고 새해에 뵙겠습니다.
최배근(건국대 경제학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미래가 일반 예상보다 빨리 우리의 코앞에 다가왔다. 문제는 준비와 대응의 미흡으로 재앙을 몰고 오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가 인구 재앙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은 진부한 얘기지만 정부의 대책은 있으나마나 하고 일반 국민은 그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연령(15∼64세) 인구가 감소한다. 그 감소 속도는 인구재앙을 이미 겪고 있는 일본보다 빠르다. 그래도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제조업 자급도가 높은 원-세트(one-set)형 구조를 구축하고, 일인당 GDP가 선진국 소득수준인 3만 달러가 넘은 이후 인구재앙을 겪기 시작했다. 인구구조(Demography)의 변화는 공공부채(Debt) 및 재정적자(Deficit)의 증가와 디플레이션(Deflation)의 조장 그리고 다시 인구감소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 한국사회를 ‘3D 경제’의 늪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즉 급속한 고령화는 공공재정의 부담을 빠르게 증대시키면서 사회안전망의 근간을 곤경에 빠뜨린다. 고령화와 더불어 저출산율은 소비자 기반을 악화시켜 디플레이션을 조장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시설투자를 기피하게 한다. 소비 기반이 악화되고 기업투자가 위축되면 ‘수출에 죽고 사는 경제’가 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임금 인상 억제와 고용 위축 그리고 비정규직의 증가를 구조화시킨다. 이처럼 3D 경제는 고용 불안과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결혼율과 출산율을 저하시켜 인구감소를 부채질한다. 고령화 및 저출산율과 더불어 생산가능인구의 축소는 성장을 둔화시키고 세수를 감소시킴으로써 정부의 차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령화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증가는 저축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기에 정부차입 증가는 해외차입을 증대시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킨다. 3D 경제를 예방하려면 혁신형 인재 공급과 고부가가치형 산업구조로의 업그레이드 및 산업체계의 다양화가 불가피한데 정부는 제조업 사고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재앙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다. 향후 5년 내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는 구조적으로 고조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시기가 점점 앞당겨져 2017년까지 내려왔다. 미국이 중국 부상을 견제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힘이 미국과 대등하게 증가할 경우 미국이 중국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이나 중국이 미국과 동등하게 취급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일 가능성 모두 제로다. 즉 패권의 분할은 불가능하다. 중국에 대한 불신이 증대하면서 미국은 개입에서 봉쇄로 대중전략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통상전쟁에서 보듯이 경제적 압박에 의한 중국 견제는 이미 작동하지 않고 있다. 남은 수단은 미국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군사력의 동원이다. 지도를 봐도 쉽게 이해되듯이 군사적 봉쇄의 주요 지역은 서태평양, 즉 서해와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가 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중국을 가장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곳이 서해다. 이처럼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의 두 번째 전쟁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주도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미·중 전략구도에서 배제되고 있다. 오히려 미중 전략 구도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북한은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중 간 패권 다툼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한반도 전쟁가능성이라는 쓰나미가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는데 정부는 위기만 키우고 있다. 위기 때마다 이 나라를 지켜왔던 국민들이 깨어나서 정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 2017년 재앙들은 차기정부의 주요 과제이고, 국민이 2012년을 희망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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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본인이 고정으로 쓰고 있는 경향신문의 '경제와 세상'의 올해 마지막 칼럼(24일자)입니다.
연말에 모두 바쁘셨겠지만 저도 건강과 집안 일로 연말 마무리를 같이 하지 못했습니다. 수신과 제가조차 못하는 못난 사람이 이렇게 인사 올리는 것이 무례인지 알면서도 자신이 편하고자 이렇게나마 이해를 구합니다.....
어느 지인이 제가 한 말입니다.
"아무리 멋진 정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의 삶이란 육체가 있을 때까지만 존재한다는 데에 육체의 권능이 있다"라는 말이 새삼스레 가슴에 와닿는 요즘입니다. 모두 건강, 또 건강하시고 새해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