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삼성의 혁신과 ‘물결효과’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
이건희 회장이 소프트 기술 및 특허와 S(슈퍼)급 인재의 확보를 삼성전자의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노키아를 뛰어넘어 세계 1위를 넘볼 정도로 비상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애플의 42%에 불과한 13%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은 전체 수익의 66.3%를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1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수량에서 3.5배나 많은 휴대폰을 판매했지만 대당 판매가는 애플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애플과 2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양자 간에는 내용과 질에서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 격차가 삼성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이들은 삼성전자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혁신 방식을 지적한다. 이러한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 하나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지출의 비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중이 삼성전자는 6.1%였던 반면, 애플은 절반 수준인 3.1%에 불과했다. 높은 R&D 지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낮은 것은 혁신 방식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지난 2~3년간 애플 수입을 크게 증대시킨 원천은 애플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이고, 앱스토어라는 아이디어 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기업 밖의 혁신자원(앱의 외부 개발)으로 수익과 고객의 높은 충성도를 끌어낸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은 “상대방의 이익을 먼저 실현시켜줄 때 나의 이익도 가져올 수 있다”는, 즉 협력과 이익 공유라는 ‘호혜경제’의 원리에 기초한다.
기업 내 아이디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기업 외부와의 협력이 필요하고, 추가 공급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아이디어 사업의 수익은 매출 극대화에 달려 있기에 고객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반면, 삼성앱스는 수입의 원천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비용으로 작용했다. 단말기 판매 지원을 위해 개설된 대부분의 주요 콘텐츠를 직접 수급하다 보니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고, 그 수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애플과 삼성전자의 수익률 차이는 최고의 인재를 뽑고 영입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뛰어난 기술과 훌륭한 인재와 자본의 조합인 R&D가 혁신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이다.
휴대폰 사업으로 2분기에 수익을 기록한 기업이 애플, 삼성전자, RIM, HTC 4개사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든 것은 휴대폰의 기능과 기술이 평준화한 가운데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이다.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혁신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삼성의 그룹문화가 바뀌지 않는 것은 혁신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혁신의 변화를 이해하면 그룹문화, 인재의 기준, 협력업체나 사회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치 창조가 협력과 공유의 집합적 과정인 아이디어 사업은 지식을 가장 많이 습득한 최고(Best)형 인재가 아니라 다른 (기술과 지식을 보유한) 사람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한다.
애플의 성장과 대학에서의 기술인문학 관심 증대가 상호연관성을 갖고 있듯이 인재에 대한 삼성의 인식 변화는 우리의 교육 방식에 변화를 미칠 수 있고, 청년 일자리의 수요 창출 및 창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1000만명에 가까운 청년 중에서 취업자가 40% 정도에 불과하고, 정규직 취업자만 보면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노키아 추락과 일본 전자업체 몰락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는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건희 회장과 그룹문화의 변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변화가 기업생태계의 복원과 교육 변화 그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지는 ‘물결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것일까? 노키아의 추락이 핀란드의 고통이 되고 있듯이 삼성의 변화 실패나 거부는 ‘삼성의 재앙’으로 그치지 않는다. 즉 한국경제의 ‘꼬리 리스크’인 삼성의 변화 거부는 재벌개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 경향신문 '경제와 세상' 8월 5일자 칼럼입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
이건희 회장이 소프트 기술 및 특허와 S(슈퍼)급 인재의 확보를 삼성전자의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노키아를 뛰어넘어 세계 1위를 넘볼 정도로 비상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애플의 42%에 불과한 13%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은 전체 수익의 66.3%를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1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수량에서 3.5배나 많은 휴대폰을 판매했지만 대당 판매가는 애플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애플과 2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양자 간에는 내용과 질에서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 격차가 삼성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이들은 삼성전자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혁신 방식을 지적한다. 이러한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 하나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지출의 비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중이 삼성전자는 6.1%였던 반면, 애플은 절반 수준인 3.1%에 불과했다. 높은 R&D 지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낮은 것은 혁신 방식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지난 2~3년간 애플 수입을 크게 증대시킨 원천은 애플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이고, 앱스토어라는 아이디어 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기업 밖의 혁신자원(앱의 외부 개발)으로 수익과 고객의 높은 충성도를 끌어낸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은 “상대방의 이익을 먼저 실현시켜줄 때 나의 이익도 가져올 수 있다”는, 즉 협력과 이익 공유라는 ‘호혜경제’의 원리에 기초한다.
기업 내 아이디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기업 외부와의 협력이 필요하고, 추가 공급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아이디어 사업의 수익은 매출 극대화에 달려 있기에 고객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반면, 삼성앱스는 수입의 원천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비용으로 작용했다. 단말기 판매 지원을 위해 개설된 대부분의 주요 콘텐츠를 직접 수급하다 보니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고, 그 수도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애플과 삼성전자의 수익률 차이는 최고의 인재를 뽑고 영입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뛰어난 기술과 훌륭한 인재와 자본의 조합인 R&D가 혁신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이다.
휴대폰 사업으로 2분기에 수익을 기록한 기업이 애플, 삼성전자, RIM, HTC 4개사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든 것은 휴대폰의 기능과 기술이 평준화한 가운데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이다.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혁신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삼성의 그룹문화가 바뀌지 않는 것은 혁신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혁신의 변화를 이해하면 그룹문화, 인재의 기준, 협력업체나 사회와의 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치 창조가 협력과 공유의 집합적 과정인 아이디어 사업은 지식을 가장 많이 습득한 최고(Best)형 인재가 아니라 다른 (기술과 지식을 보유한) 사람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한다.
애플의 성장과 대학에서의 기술인문학 관심 증대가 상호연관성을 갖고 있듯이 인재에 대한 삼성의 인식 변화는 우리의 교육 방식에 변화를 미칠 수 있고, 청년 일자리의 수요 창출 및 창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1000만명에 가까운 청년 중에서 취업자가 40% 정도에 불과하고, 정규직 취업자만 보면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노키아 추락과 일본 전자업체 몰락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는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건희 회장과 그룹문화의 변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변화가 기업생태계의 복원과 교육 변화 그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어지는 ‘물결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것일까? 노키아의 추락이 핀란드의 고통이 되고 있듯이 삼성의 변화 실패나 거부는 ‘삼성의 재앙’으로 그치지 않는다. 즉 한국경제의 ‘꼬리 리스크’인 삼성의 변화 거부는 재벌개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 경향신문 '경제와 세상' 8월 5일자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