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부재와 또 다른 위기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일본과 다르다고 했지만 실질 GDP나 주택가격 하락의 지속 등 ‘잃어버린 10년'의 수순을 따라가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들 역시 위기 해결에 필요한 정치통합이나 강력한 리더십은커녕 각국이 자국의 이해만 좇으며 갈등을 확대하고 있다.이처럼 세계경제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주 세계 주요 중앙은행장과 경제학자들이 잭슨홀 모임을 갖고 세계경제의 현안과 해법을 논의했다. 모임의 결론은 한마디로 선진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의 침체에서 회복하는데 실패했고, 해결은 정치권의 몫이라는 것이다. 즉 지난 25년간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통화정책으로 침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견지해왔지만, 올해 잭슨홀 모임의 결론은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고 기댈 곳은 재정정책뿐이니 정치권이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정치권의 리더십은 국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보여주지 못하면서 상호 비방과 당파적인 ‘벼랑끝 전술'로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출 축소에 대한 합의 시한이 12월23일인 이유로 ‘크리스마스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도 정치권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의를 만들지 못하면 전방위적인 지출 삭감이 자동적으로 시행되고, 그 결과 내년 10월부터 시작하는 2013년 회계연도의 성장률이 0.8%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출 삭감을 2013년 회계연도부터로 책정한 것도 1년 후에는 성장과 고용과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미국 경제가 정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성장 속도가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지출 삭감은 또 하나의 쇼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난 3년간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선진국 경제가 곤경의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은 근본 문제의 접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는 연 2~3%의 실물경제 성장률로 연 10~15%의 수익을 금융에 제공하는 경제는 지속 불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즉 금융자산은 기본적으로 ‘생산된 잉여가치 중 일부 몫에 대한 권리'로 권리 행사 전까지는 ‘가상 자산'에 불과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순간 생산된 가치보다 많은 부를 배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치 법칙'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즉 금융만으로도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이른바 ‘영구적으로 화폐를 찍어내는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적으로 부풀린 주택자산의 가치가 꺼진 후 미국 사회는 뒤늦게 ‘번영이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경제가 정상으로 복귀하려면 비대해진 금융, 특히 대형은행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매우 취약해진 가계의 모기지 부담 해소에 통화 및 재정 수단을 집중해야 했다. 예를 들어, 재정 투입으로 현재 평가절하된 모기지를 미래 주택가격의 절상분과 교환함으로써 금융기관과 가계 재정을 압박하는 주택시장의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은행의 구제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일자리 창출과 가계의 모기지 부담 해소에 실패함으로써 소비자의 자신감은 경기침체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금융의 체질까지 약화되고 있다. 월가와 유럽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와 해고 바람이 그것이다.
이처럼 선진국 경제의 나선식 급강하를 막을 해법은 나와 있다. 유로존을 유지하려면 보다 깊은 경제통합을 만들어내야 하고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유로본드의 발행이나 ECB의 국채 매입으로 평가절하된 남유럽 국채를 미래의 절상분과 교환해 유로존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협력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증세와 지출 삭감의 조합을 만들어내야 하고, 모든 자원을 가계의 모기지 부담 해소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해법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정치리더십이 매우 빈곤한 상태이기에 세계경제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글로벌 제조업의 성장세도 빠르게 둔화되며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의 침체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리더십의 부재는 세계경제 침체의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경향신문 <경제와 세상> 9월 2일자 칼럼입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일본과 다르다고 했지만 실질 GDP나 주택가격 하락의 지속 등 ‘잃어버린 10년'의 수순을 따라가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들 역시 위기 해결에 필요한 정치통합이나 강력한 리더십은커녕 각국이 자국의 이해만 좇으며 갈등을 확대하고 있다.이처럼 세계경제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주 세계 주요 중앙은행장과 경제학자들이 잭슨홀 모임을 갖고 세계경제의 현안과 해법을 논의했다. 모임의 결론은 한마디로 선진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의 침체에서 회복하는데 실패했고, 해결은 정치권의 몫이라는 것이다. 즉 지난 25년간 경제정책 입안자들은 통화정책으로 침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견지해왔지만, 올해 잭슨홀 모임의 결론은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고 기댈 곳은 재정정책뿐이니 정치권이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정치권의 리더십은 국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보여주지 못하면서 상호 비방과 당파적인 ‘벼랑끝 전술'로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출 축소에 대한 합의 시한이 12월23일인 이유로 ‘크리스마스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도 정치권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의를 만들지 못하면 전방위적인 지출 삭감이 자동적으로 시행되고, 그 결과 내년 10월부터 시작하는 2013년 회계연도의 성장률이 0.8%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출 삭감을 2013년 회계연도부터로 책정한 것도 1년 후에는 성장과 고용과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미국 경제가 정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성장 속도가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지출 삭감은 또 하나의 쇼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난 3년간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에도 선진국 경제가 곤경의 기로에 놓이게 된 것은 근본 문제의 접근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는 연 2~3%의 실물경제 성장률로 연 10~15%의 수익을 금융에 제공하는 경제는 지속 불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즉 금융자산은 기본적으로 ‘생산된 잉여가치 중 일부 몫에 대한 권리'로 권리 행사 전까지는 ‘가상 자산'에 불과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순간 생산된 가치보다 많은 부를 배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치 법칙'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즉 금융만으로도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이른바 ‘영구적으로 화폐를 찍어내는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적으로 부풀린 주택자산의 가치가 꺼진 후 미국 사회는 뒤늦게 ‘번영이 환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경제가 정상으로 복귀하려면 비대해진 금융, 특히 대형은행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매우 취약해진 가계의 모기지 부담 해소에 통화 및 재정 수단을 집중해야 했다. 예를 들어, 재정 투입으로 현재 평가절하된 모기지를 미래 주택가격의 절상분과 교환함으로써 금융기관과 가계 재정을 압박하는 주택시장의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은행의 구제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일자리 창출과 가계의 모기지 부담 해소에 실패함으로써 소비자의 자신감은 경기침체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금융의 체질까지 약화되고 있다. 월가와 유럽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와 해고 바람이 그것이다.
이처럼 선진국 경제의 나선식 급강하를 막을 해법은 나와 있다. 유로존을 유지하려면 보다 깊은 경제통합을 만들어내야 하고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유로본드의 발행이나 ECB의 국채 매입으로 평가절하된 남유럽 국채를 미래의 절상분과 교환해 유로존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협력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증세와 지출 삭감의 조합을 만들어내야 하고, 모든 자원을 가계의 모기지 부담 해소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해법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정치리더십이 매우 빈곤한 상태이기에 세계경제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글로벌 제조업의 성장세도 빠르게 둔화되며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의 침체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리더십의 부재는 세계경제 침체의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경향신문 <경제와 세상> 9월 2일자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