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다오] 통영의 딸 순례단께 바치는 시

by 永樂 posted Dec 06, 2011
<열여드레, 통영의 딸 순례단께 바치는 시>


살아만다오


송곳바람
살갗을 후벼파네

북녁 수용소
한켠의
신숙자 여사

혜원이 규원이는
장군님의 따스한
배려를 알까

죽지않게
올겨울 챙기라우
죽은몸뚱이
사반세기 얼음버섯

야만이란 무엇인가
인류 최후의 박물관
자랑스런 김일성조선

그 특별전시관
짐승으로 다뤄지는

엄마와 딸들의 국적은
대한민국

벌판을 뒹구는
된바람의 통곡

삼십만의 신숙자
삼백만의 혜원 규원
2천4백만의 오길남

통영의 딸을
만나러가는 1700리 길

부르튼 발바닥
번져나는 물집은
정치범수용소
저릿한 전기철조망

휘청이는 허리
쩍 갈라진 입술은
강성대국
노예들의 영광

1700리 넘어
통영의 딸들과
곧장 삼천리 가련다

소련군 탱크에 깔린
신의주 학생들과
모택동에 등 떠밀린
조선족 인민군들과
아오지의 까만짐승
나라가 버린
국군포로들까지

모두 만나러

그날이 오면
요덕에 버려진 넋이
영변의 진달래
꽃망울로 터지는
그 날이 오면

혜원아 규원아
부디 살아만다오

아직 우리는
그대를 버리지 않았나니

그날이 오면
통일 대한민국
그날이 오면
그대와 우리

예순일곱 해
무참히 져버린 목숨
님들의 못다한 날마저
우리가 살아야지

배고프지 않는 나라
서로 믿어도 되는 나라
마음껏 꿈꿀 수 있고
사랑으로 행복한 나라

2400만 모두가
아름다운 나라
그날은 꼭 오리니

혜원아 규원아
살아서 만나자
반드시 살아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