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중국만 잘못인가

by 강철환 posted Mar 11, 2012
코리아글로브 이사 강철환입니다.

중국대사관 앞에서 스무 날이 되도록 이어지는 단식행렬을 보며, 이제는 중국을 탓하기에 앞서 지난 10년이 넘도록 대한민국이 과연 탈북동포들을 제대로 품어안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는 더는 비참한 강제북송을 막는 지름길이 될 것이며, 이북동포들의 마음을 얻어 통일 대한민국의 새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3월20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263차 화요대화마당에 동포애와 인류애로 들끓는 코리아글로브 분들이 대거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조선일보에 실은 칼럼을 아래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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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북송, 중국만 잘못인가

김일성 사후 시작된 탈북(脫北) 행렬이 본격화된 지도 15년을 넘어서고 있다. 탈북의 현장에서 팔려가던 여성들을 구출하며 목숨 건 탈북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물론, 많은 북한 인권 운동가들이 탈북자 강제북송의 심각성을 알려온 지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요즘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 국제사회의 많은 사람이 탈북자 강제북송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서 눈물 나게 고맙지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다. 지금 탈북자 강제북송의 당사국인 중국 정부가 모든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중국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1990년대 후반 북한에서 일어난 대아사(大餓死) 때 수십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중국 연변지역에 몰려들었다. 당시 연길(延吉)공항과 시장은 구걸하는 탈북자들로 넘쳤다. 당황한 중국 정부는 당시 김대중 정부에 탈북자 수용 의사를 타진했지만 별 반응이 없자 이들을 모두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북한 정부는 남한의 지원으로 무너진 체제를 정비하면서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 중국에 건너간 탈북자들을 모두 송환하는 일이었다.

1997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망명했을 때 중국 정부는 북한의 협박과 간곡한 요구에도 그를 북송하지 않고 대한민국으로 보냈다. 납북자·국군포로 등 한국 정부와 부딪치는 중요 사안에 대해서도 중국은 이들을 웬만하면 북한으로 강제송환하지 않았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바로 한국 정부와 국민이 탈북자 한사람 한사람을 국군포로나 납북자처럼 관심을 가졌다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보낼 수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주중(駐中) 한국대사관과 영사관은 탈북자 보호의 강력한 구심점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좌파정권 시절 주중 한국대사관은 대사관에 진입하다가 문 앞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끌려가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만큼 무기력했다. 지금 탈북자 강제북송만큼 심각한 것은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다.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는 탈북여성들은 브로커 손에 걸리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구조에 갇혀 있다. 국경에서 브로커 손에 잡힌 탈북여성들을 1차 비용(약 1000~2000위안)으로 구출하면 최소한 인신매매를 막고 이들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다.

북한 인권 단체들이나 탈북 도우미들이 이런 사실을 알려도 대한민국의 여성단체 어느 곳도 탈북여성들이 팔려가지 않도록 기금을 만들어 도움을 준 적이 없다. 대한민국 통일부도 김정일·김정은 정권을 위한 대북지원금은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도 직접 북한 주민을 돕는 길인 탈북자 구출비용으로 대북지원금을 활용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붙잡힌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한다고 해도 우리 정부와 국민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북한 인권 단체들을 지원했다면 그 많은 탈북자가 강제북송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중국 정부를 성토하고 있지만, 탈북자 구출에 무관심하고 그들을 방치한 우리의 책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면서 중국에 요구해야 그들도 우리의 진정성을 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