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인가?

by 이주성 posted Jul 20, 2012
까막눈이 씌웠는가.
굶어죽은 3백만 동포의 원혼과 국가테러의 공포 속에 떠는 2500만 동포들이
눈앞에 있어도 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한 사람 희대의 살인마
김정일과만 손잡고 평화를 구걸했던 반통일의 드라마
6.15 선언도 어느덧 12년이 지났다.

오늘 대한민국은 가치와 철학의 실종에 이어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있다.
'하면 된다' 정신은 물론 금모으기 정신까지 다 사라지고
뭐가 옳은지 그른지 엉망이 되니 위아래-부끄럼 없이 오로지 제 잇속만 차린다.

바로 그 뿌리의 하나가 6.15 선언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도대체 나쁜 놈을 나쁘다 하지 않고 그 발밑에 피흘리는 동포를 외면하면서
무슨 정의요 평화요 자유요 인권이요 진보요 민주주의요 통일이요 말할 수 있나.

희한하게 대한민국이 헤매이는 출발점 바로 다음 해 같은 날,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를 만들었고 지난 11년 내내 유라시아에 이르는
징기스칸의 땅을 끌어모아 제스스로 G2로 일어서고 있다.

참으로 원통하다.
같은 6.15래도 한 나라는 악마의 길을 걷고 옆 나라는 부국강병으로 갔다.
이제는 그 역사의 뒤틀림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김일성 사후에 찾아온 통일의 기회를
제발로 걷어찼듯이 다시 천추의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죽어서 동포들과 선조들을 무슨 낯으로 뵐 것인가.

그 시작으로 <우리는 누구인가?> 글부터 싣는다.
우리를 앞으로 탈북동포라, 2500만을 이북동포라 불러달라.
진실을 알고난 뒤 우리는 단 한번도 이북의 학살정권을 인정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엄연히 역도들은 있지만 북한은 없지 않은가.
동포들의 참상에는 눈감으면서 학살정권의 이름만 나오면
북한이라 정상국가의 월계관을 씌워주지 못해서 안달을 하는가.

누가 진실을 땅에 파묻고 거짓의 편에 서는가
우리 탈북동포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가슴에 새기고 있다.
통일의 날, 그대들은 김씨 일가 3대 패역의 무리와 함께
반만년 조선 역사에 반역자로 두고두고 이름을 새기게 될 것이다.

말이 길어서 죄송합니다.
늘 존경하는 코리아글로브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을 하다보니 염치 없어졌습니다.
지난 6.15에 썼던 글을 감히 이 귀중한 자리에 펼칩니다.
좋은 글마당을 열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주성 한반도평화국제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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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인가?


'성공하면 살 것이요. 실패하면 죽을 것이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생각으로 이북을 떠나 한국에 입국한지도 6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현재 한국에 입국하여 정착한 탈북동포들의 수는 2만5천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날이 감에 따라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2천5백만 이북동포들을 생각하면, 一當百이 아닌 一當千이다. 앞으로 탈북동포 한 사람이 이북동포 1천을 상대하면서 통일 대한민국의 통합을 이끌어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꿈이다.

나는 북에서 온 한 사람으로 한국에서 이북에서 온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인 '새터민,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여러 이름을 들을 때마다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국에서 이북사람들을 어떤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옳을까 한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이북동포들이 한국에 온 것은 단지 이북 생활이 힘들거나 굶주림을 달래기 위해서만 온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평양정권의 독재정치와 폭압에 대한 항거의 표시로 목숨을 걸고 이남으로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이다.

수많은 탈북동포들이 중국은 물론 몽골과 러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까지 집시처럼 떠돌다가 소리소문 없이 죽고 다시 이북으로 끌려가 짐승보다 못하게 짓밟히다 눈 부릅뜬 채 죽으며 여성들은 국경을 넘자마자 승냥이 떼들에게 성노예로 팔려가는데, 그렇게 죽음을 무릅쓰는 까닭이 고작 ‘생활이 힘들어서 배가 고파서’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게으르고 탈북동포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는 판단이다.

자식도 별로 낳지 않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자신의 노후자금까지 저당 잡히며 오로지 자식교육에 모든 걸 쏟지 않는가. 이북동포들은 3대 세습에 시달리면서 더는 좋은 세상이 오리라 기대를 포기한지 오래다. 우리 탈북동포들은 오로지 제 자식과 부모형제 일가친척들을 살리려는 일념밖에 없다. 그래서 목숨을 거는 것이다. 그래서 평양정권에 반대하고 자유를 찾아 죽음의 계곡을 건너 대한민국으로 온 것이다.

그 탈북동포들에게 새터민이라고 하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살 곳이 없어 떠돌아 다니던 이주민들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지 않는가. 우린 엄연히 살 곳이 있고 고향이 있다. 그 삶의 터전과 고향을 평양정권에 뺏긴 사람들이다. 그런데 새터민이라니. 그러면 헌터민은 누구인가? 평양정권의 인질로 잡힌 2500만 이북동포들을 헌터민이라고 부를 것인가. 대답 좀 시원히 해보라.

노무현정부 시절 일부 국민 의견을 수렴하여 정했다고 하는 새터민이라는 말은 이북에서 온 우리들로 하여금 자신들을 외국에서 살길을 찾아 이주해온 이방인을 부르는 듯한 모멸감에 가까운 생각을 갖게 한다. 이북에서 온 당사자들에게 한마디 물어보지 않고 정권관료들의 입맛에 맞게 정한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듣는 순간 우리는 필리핀이나 베트남처럼 타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인 양 참담해진다.

어떻게 되어 한국의 일부 사람들이 고작 한 순간의 공모절차를 거쳐, 동족을 부르는 말을 이방인을 가리키는 말로 제멋대로 규정해 놓았는지, 이게 우리가 그리도 바라던 민주주의 절차인지, 또 그 용어를 탈북동포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따라 써왔던 일부 언론은 도무지 생각이 있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남과 북의 사람들은 반만년 동안 부모, 자식, 형제간의 친분관계로 서로가 한 집안처럼 지냈었다. 한반도에 뿌리를 둔 우리 모두가 한 나라, 한 민족, 한 핏줄의 사람들일진대 자신의 부모나 친척들을 이방인을 가리키는 말로 부른다는 것은 상식으로도 맞지 않는다. 이 나라의 분단은 우리 국민들이 요구해 갈라진 것이 아닌, 스탈린주의자들의 욕심으로 빚어진 가슴 아픔과 쓰라림, 눈물 그 자체이다. 그 비극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어찌 탈북동포들을 이방인 취급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 이남에서 살던 분들이 이북으로 가 산다면, 이북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을 이방인 취급을 하고 그런 식으로 부른다면 당신들의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북에서 온 우리를 보고 이남사람들이 새터민이라고 부를 때의 심정을 표현한다면 '변기통의 물을 떠먹은 기분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김씨 일가를 잘못 만나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북사람들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의 생각이 바뀌어져야 한다고 본다. 별 생각 없이 부르는 말 한마디에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온 2만5천 탈북동포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는지 안다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이 진정으로 이북동포들을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남과 이북은 갈라놓을 수 없는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의 관계를 놓고 볼 때 탈북자,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도 혈육 또는 형제, 가족이라는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이라고 본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태어난 大韓민족의 후손들도 대한민국에 이주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도 이북에서 온 탈북동포들을 부르는 식으로 미국에서 온 사람이라면 ‘재미자’, 캐나다에서 왔다면 ‘재캐나다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분들을 그렇게 불렀다가는 볼 따귀를 맞을지도 모른다. 왜 유독 이북지역에서 온 동포들에게만 탈북자요, 북한이탈주민이요 하는 부르기도 어색하고 구색에도 맞지 않는 이상한 용어를 쓰는지 모르겠다. 범죄자처럼 그 어떤 표적의 대상으로 정상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붙이는 문서 딱지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부와 관련기관들, 수많은 대학들과 통일정책 연구기관들, 시민단체들에는 박사, 교수의 직분을 가지고 이북에 대해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많은 사람들이 수십 년 간 존재해 왔다. 이 분들이 남북간의 관계와 정체성, 미래지향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이북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을 바로 정하는 것은 가장 기본의 문제다. 그럼에도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이름에 대한 용어 하나 제대로 정하지 못하여 뭇 사람들의 시비와 말밥에 오른다는 것은 너무도 잘못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새터민,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이라는 용어는 한 국가의 사람들이 다른 국가 사람들을 부르는 말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반만년 이 나라 역사에 비하면 남과 북의 분단 세월은 그저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 한 토막 이야기 거리에 불과하다.
유구한 민족사와 앞으로 영원히 함께 통일된 국가에서 함께 살아야 할 한 형제요, 민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북에서 온 동포들의 이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방인이나 타국가 사람들의 이름과 같은 용어로 이북사람들을 부를 것이 아니라 형제와 혈육이라는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부르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말하고 싶다.

탈북민들을 자신의 형제와 친척처럼 생각하는 일부 이남의 분들이 부르는 탈북동포라는 말은 자신도 모르게 혈육과 같은 친근감과 정이 느껴지는 용어이다. 중국에서 태를 묻고 자라 한국에 돈을 벌려 온 중국동포들도 자신들을 조선족이라고 하면 얼마나 싫어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가 한 핏줄을 타고난 한민족이라는 공통된 생각과 마음이라면 이북 사람들을 이북동포, 이북을 떠나 대한민국에 정착한 사람들을 탈북동포, 중국에서 온 동포들을 중국동포라고 부른다면 듣기에도 좋고 혈육의 정이 듬뿍 담긴 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서로가 민족의 정이 흐르고 하나의 혈육임을 세상사람 모두가 알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남과 북, 중국에 살고 있는 한민족의 피를 타고난 사람들이 남이 아닌 한 형제요. 핏줄이라는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에게 부탁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이북에서 내려와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을 가리켜 탈북동포라고 불러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권력에 미쳐 동족을 원수처럼 대하는 몇 안 되는 인간 말종들인 김씨 세습일당의 모습은 이북동포들과는 아무 인연이 없다는 것을 한국의 모든 분들이 알아 주었으면 한다. 김씨 일당의 저지르는 살인만행과 폭정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며 반드시 남과 북의 한민족은 통일된 국가에서 하나되어 살아야 할 형제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타국가의 사람들이 아닌 한 형제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친근감이 느껴지는 이름으로 한국에 정착한 분들을 탈북동포로 불러주었으면 더없이 감사하겠다는 것을 거듭 말씀 드리며, 끝까지 읽어주심에 다시 감사드린다.

                                        
                                                                                2012년 6월15일
                                                                                탈북동포 이 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