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간2교대제는 몰염치 비상식이다

by 김대호 posted Sep 04, 2012


현대차 주간2교대제는 몰염치 비상식이다
임금 감하도 동반하는 3교대제가 상식이다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itspolitics@naver.com



현대차 노사합의는 몰염치 비상식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은 문재인, 손학규 등 대부분의 대선후보의 핵심적인 공약이다.

문재인 공약은 이렇다.
“근로시간 감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의 원활한 확산을 위해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하겠습니다.
- 주 40시간 근로, 연장근로 12시간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7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이 때 근로자의 소득이 줄어들지 않도록 교대근무지원, 사회보험료 지원, 근로장려금 지원 등의 보완책을 강구하겠습니다”

손학규 공약은 이렇다.
“단계적 정시퇴근제 실시와 법․제도 정비를 통해 과도한 야근, 휴일 연장근로를 제한하여 봉급생활자들의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을 보장하겠습니다. 연간 노동시간 200시간 단축으로 100만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습니다”

김두관 공약은 이렇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에 대체하는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구축. 장시간 근로구조를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함으로써 좋은 일자리 25만개 창출. 300인 미만 기업에 근로시간단축 지원금, 교대제 지원금 등 다양한 지원제도 병행”

그런데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8월 말 노동시간 단축과 심야노동 폐지에 합의했다. 그런데 일자리가 늘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상황은 이렇다.  

지난 8월 말 현대자동차 노사는 주야 2교대제를 2013년 3월 4일부터 주간 연속 2교대제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핵심은 주-야 10/10시간제를 8/9시간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주간연속 2교대제라고 부르는데, 1조가 8시간(오전 6시40분 ~ 오후 3시20분), 2조가 9시간(오후 3시20분 ~ 밤 01시10분, 잔업 1시간 포함) 일한다. 그러므로 새벽 1시10분부터 6시40분까지 심야노동이 없어진다. 연간 노동시간은 4,178시간에서 3,699시간으로 무려 479시간이 준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 물량 감소—생산성이 그대로라면 연 164만대에서 145만3천대로 준다-- 및 임금 감소 문제는 생산성 향상(UPH UP)--병목공정 해소 및 작업 편의성 향상 등을 위한 3천억원의 설비투자—과 추가 작업시간 확보 등을 통해 물량을 유지하고 임금은 다른 방식으로 보전한다고 한다. 그런데 노동시간 단축은 확실히 했지만 늘어나는 일자리는 없다. 일자리를 늘린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임금 수준도 떨어지지 않았다. 혹시 현대자동차 임금 수준이 낮아서 그랬을까?

이 합의는 지난 4개월 동안 12번에 걸친 노조파업 끝에 나온 것으로, 노동시간 단축안 외에 임금 인상안도 포함되어 있다. 임금 관련 합의안은 ▲기본급 9만8000원 인상(기본급 대비 5.4%, 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350%+900만원,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150%+60만원(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포함) 지급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회사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현재 임금 수준과 논전을 벌였다.

노조 주장은 2011년 기준 조합원의 평균 연령 43.8세, 평균 근속 연수는 18.8년이고, 월 기본급은 180만원, 여기에 각종 수당을 더한 통상임금은 221만원이라고 하였다. 여기에다가 정기상여금 155만원(연간 750%의 정기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눈 금액)을 합하면 월 376만원, 연봉은 4500만여 원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회사 측은 작년만 해도 경영성과금 및 격려금 명목의 통상임금 300%(663만원)와 현금 700만원을 3차례에 걸쳐 나눠 받았고, 3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념으로 800만 원어치의 주식 35주도 별도로 받았다고 한다. 이 금액을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80만원, 연 2,160만원에 해당한다. 그런데 성과금과 격려금은 어쩌다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년 지급되기에 당연히 평균 임금에 포함시킨다.  그렇게 되면 월 평균 임금은 550만원, 연 6, 600만원 올라간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잔업 및 특근 수당이 더 있다. 또한 명절 귀향비•기름값(170만원), 명절 선물비(50만원), 여름휴가비(30만원), 목표달성 장려수당도 있다. 이렇게 나온 금액이 연 8,900만원인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직원 평균 연봉은 2006년 5,700만원, 2007년 6,660만원, 금융위기로 잔업특근이 대폭 줄어든 2008년은 6,800만원, 2009년 7,500만원, 2010년 8,000만원, 2011년 8,900만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2011년 명목 국민소득 연2,492만원의 3.6배에 해당한다. 그나마 여기에는 “20년 이상 근속자 해외여행 지원과 자녀 3명까지 전액 지원하는 대학 학자금”은 빠져있다고 한다.

어쨌든 2012년 임금인상분--▲기본급 9만8000원 인상(기본급 대비 5.4%, 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350%+900만원,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150%+60만원(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포함) 지급 등—과 중복계산분(성과급 등)을 감안하면 2012년 금융감독원 공시에는 9500만원 내외가 기록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의 4배에 근접하는 수치 일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교대제를 바꾼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은 어떻게 했을까?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한국 울산공장처럼 주야 10/10 2교대제를 해왔다. 그런데 올 9월부터 3교대제(8/8/8시간)로 근무 형태를 전환한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이미 2011년 6월 3교대제로 전환했다. 3교대제 전환으로 앨라배마 공장은 877명, 조지아 공장은 823명의 신규 고용을 늘렸다. 생산량도 현대•기아차 합치면 60만대에서 72만대로 20% 늘어난다고 한다.  3교대제로 가면서 임금 25% 감소한다. 주 50시간에서 주37.5시간으로 가면서, 임금은 연 6만4200달러에서 4만8800달러로 24% 준다고 한다. 2011년 미국 1인당 GDP가 48,147달러 라는 것을 감안 하면 이들이 받는 임금은 미국의 1인당 GDP의 1배 수준이다. 이는 미국 15년 경력 교사들의 평균 연봉 수준이며, 미국 4년제 대학 교수 연봉(10만달러 이하라는 것은 확실하다)의 절반 수준이다. (비교 시점은 다른데 AAUP가 집계한 2009~10년 기간의 미국 4년제 대학 전임교원의 평균연봉은 8만368달러다. 정교수 113,556달러, 부교수 78,767달러, 조교수 66,718달러, 전임강사 47,661달러)

현대자동차 노조가 저임금에 (심야노동을 포함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면, 이번 노사 합의는 일대 쾌거이다. 임금 감하 없이 노동시간 단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가 저임금인가? 노조는 간혹 잔업, 특권 엄청 많이 해서 받는 것이 겨우 그 정도라고 하는데, 길거리에 나가 아무나 잡고 한번 물어보라.

깨놓고 한국 제조업 비정규직(사내 하도급) 중에 가장 근로조건이 높은 축에 속하는 현대차 비정규직의 꿈이 무엇인가? 현대차 정규직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 자녀 대학 학자금, 성과금, 격려금, 장려금, 기름값, 휴가비 등이 굴러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노사합의는 비상식도 이런 비상식이 없다. 몰염치도 이런 몰염치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자칭 진보 논객과 언론들은 “심야 노동을 철폐”한 쾌거라고 환영 일색이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박근혜라는 결점이 너무 많은 허접한 보수 후보의 지지율을 진보 후보들이 도저히 쫓아가지 못하는 것은, 한국의 자칭 진보는 노동 또는 노조의 권리, 이익 향상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자본이나 주주가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어쨌든 한국의 자칭 진보는 5천만 명이 어떻게 먹고 살지, 어떻게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기업의 고용 공포(질색)를 줄여줄지, 사회적 상벌(incentive-penalty) 체계를 어떻게 가져가서 인재와 돈의 흐름을 바로 잡을지,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할지, 우리 청년들에게 어떻게 기회와 희망을 줄지, 국가의 본령인 안보, 안전, 질서를 어떻게 유지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국가 권력을 잡겠다고 하면서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고민 안 해서 그런 것 아닐까?

입이 아프도록 얘기하지만 한국의 일자리 사정을 악화시킨 핵심 요인은 중국 효과와 고용임금의 인수봉 구조다. 1인당 GDP라는 잣대로 동일 직업, 직능을 비교해 보면 선진국은 남산구조라면 우리는 조직노동과 공공부문 등 10~20%만 우뚝 솟아 있는 인수봉이라는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못하고, 금융이 제 역할을 못하고, 공공부문이 제 역할을 못하고, 결정적으로는 독과점과 불공정거래, 경제적 지대를 척결하고, 돈과 인재의 흐름을 바로 잡아야 할 정치와 관료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오히려 양극화의 촉진자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공공부문이 인수봉 위에 올라 앉아 있기 때문에 고용의 다목적댐 역할을 못한다. 유럽처럼 남산 정도에 올라앉아 있다면 같은 재정을 가지고도 공공부문과 교육부문에서 일자리를 지금 보다 최소 50% 이상 더 만들 수 있다.  늘어날 복지, 교육 재정까지 감안하면 100%는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진보 정치업자 중 지지율 1인 문재인은 한국 공공부문의 위상에 대한 문제의식 하나 없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을 공약이라고 내 놓는다. 세상에 세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보다 쉬운 일이 어디 있나? 이러니 박근혜의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조차 못이기는 후보는 도대체 뭔가?

아무튼 한국은 인수봉 구조 때문에 잘 나가는 기업, 산업에서 고용을 과잉 기피하고, 늘어난 물량을 잔업, 특근 등 장시간 노동으로 소화한다. 또 설비,장비 투자와 글로벌 소싱도 지나치게 적극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실망실업을 초래하여 중소기업에는 인재와 인력 기근사태를 초래한다. 이 틈을 메운 것이 수십 만 명의 외국인 단순기능인력이다. 또 들어온 만큼 하층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었다. 한국은 있어야 할 규제는 없고 없어야 할 규제가 많다. 경쟁을 빡세게 시켜야 할 곳은 널널하게 놔두고, 엉뚱한데서 약자들과 청년들만 빡세게 경쟁하게 한다.

일자리 사정의 심각성을 아는 진보라면, 상식과 염치를 아는 시민이라면 현대자동차 노사에게는 임금감하를 포함한 3교대제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3교대로 돌려도 될만한 물량(수요)이 충분히 있고, 하는 일에 비해 충분히 높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의 자동차 하청 협력업체의 생산직 임금 수준을 봐도, 1인당 GDP를 기준으로 해외 자동차사들의 생산직 임금을 비교해 봐도 명명백백하다.  

자동차는 경기에 따라 차종에 따라 수요가 워낙 차이가 나기에 고용유연성이 필요하지만 노조활동의 천혜의 환경이라 그것을 강제하기 너무 어렵다. 라인 100미터만 잡으면 사내 5km라인이 올스톱이고, 협력업체도 올스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 채용하면 정리해고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우차, 쌍용차 사태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한국 진보는 기업이 한번 채용하면 정년을 보장하고(이게 정규직이다), 중간에 구조조정하면 살인이라고 한다. 실제 살인과 같은 충격을 준다. 사회안전망의 취약성 보다는, 인수봉 거주자들에게는 낙차 자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낮은 곳에 사는 민간중소기업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해도 살인 시비가 안 난다. 외부 노동시장 수준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정규직 숫자 늘릴 수 있겠는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현대기아자동차 미국 공장에서 보듯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약간이라도 늘렸다.

한국 청년과 약자가 살고, 고용사정을 개선하려면 현대자동차에게는 추가로 고용할 3조(주로 청년들)는 1순위 정리해고 내지 무급 휴직자가 될 것을 수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1조, 2조의 기득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3조가 생겨나지 않을 테니까. 스웨덴도 구조조정을 할 때 신참자 순으로 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하겠지만, 이게 상식 아닌가?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구조조정은 전쟁을 초래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놓고 살인적 경쟁을 벌이는 것 아닌가?

한국 청년과 사회적 약자가 살려면 노동시간 단축과 기존 노동자들의 기득권 존중을 전제로 한 대기업의 고용유연성 제고와 공평임금(직무직능급제), 연대임금제와 복지확대(사회임금 상향)와 독과점, 불공정거래, 내부자 거래 근절과 부동산 문제 해결이라는 빅딜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오히려 고용유연성은 너무 높아서 문제다. 그런데 이건 정책 효과가 아니라,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자발적 이직 비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대기업 고용유연성을 제고 하는 방식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규(청년) 고용인력(3조)에 대한 고용상 차별적 처우를 요구하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임금은 유연성을 수용한 인력에게 더 높여 줘야겠지만, 기존 대기업 정규직이 워낙 높아서…….슬프게도 못난 중장년들을 모시고 사는 죄로 우리 청년들은 이런 방식 아니면 활로가 생길지 의문이다.  아무튼 공공부문까지 이런 컨셉으로 가는 빅딜에 합의하면 일자리 100만개 창출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 사내 하청 노동자의 상당수는 정규직이 될 것이다.

이번 현대자동차 노사합의는 한국판 노동시간 단축의 맨 얼굴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그렇지 않아도 좋은 직장을 더 좋은 직장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고용노동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예컨대 산업차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직무직능급 등--이 없으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탁상공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보가 자기 희생, 양보, 자제를 동반한 일자리 문제 해결을 공약하면 박근혜 대세론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선제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보수에게 열나게 터지고, 강제 당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대자동차 노사합의는 몰염치, 비상식이다. 심야노동 철폐했다고 환호하는 자들은 현장을 너무 모르는 자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수많은 상식은 처음부터 상식으로 통용된 것이 아니었다. 상식 역시 오랜 투쟁의 성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