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60세 정년연장법안에 반대한다

by KG posted May 29, 2013
한 달 앞서 나온 글이지만
그 울림이 매우 커서 KG칼럼에 싣습니다.
(바쁘시다면 끝의 결론이라도 보시길 권합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코리아글로브 연구위원)을 보면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좌우의 구분은 무상함을 절감합니다.

코리아글로브가 제2의 신간회가 되려면
좌우라는 말이 무색한 이들을 자주 모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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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금자 고용강제법! 청년 고용배제법!
60세 정년연장법안에 반대한다.

먼저 눈물을 닦아줘야 할 자가 누구인가?  
속절없이 늙어가는 청년세대의 비탄이 들리는가?
  



1999년 이해찬 교육부장관 시절, 교원정년 단축조치를 통해 2만 명의 고령 교사들을 조기 퇴직시켰다. 그 때나 지금이나 100세 시대긴 마찬가지다. 70세까지 너끈히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 교원들이 부지기수였다. 학급당 학생수, 교사 1인당 학생수 등은 OECD평균에 못 미쳤다. 교원 수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년을 연장하기는커녕 단축을 했다. 시대에 역행한 일이었나? 이해찬이 한 일 중에서 이해 못할 일, 찬성할 수 없는 일 많다. 하지만 교원정년 단축 조치는 당사자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학생, 학부모, 학교, 교원임용대기자 등 모두에게는 좋은 개혁이었다고 생각한다. 확신컨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압도적 다수 일 것이다.

2016~17년 부터 60세 정년을 의무화하기로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가 합의했다고 한다. 논리는 뻔하다. 건강수명 80세, 평균수명 100세 시대 도래, 684만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퇴직의 고통, 심각한 고령층 빈곤 문제, 2017년 부터 15~64세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이다.

홍영표의원이 정년연장법 법안소위 통과를 널리 알리는 문자다.  

"(중략) 오늘 제가 발의한 정년연장 법안이 환노위 법안 소위를 통과했습니다. 조기퇴직으로 고통받는 684만 베이비붐 세대와 가까운 미래에 닥칠 고령층 빈곤 문제를 걱정하여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기업의 상황을 우려하는, 청년 고용의 악화를 염려하는 국민 여러분의 심려를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 땅의 젊은이와 기업에 대한 걱정을 한시도 놓은 적이 없습니다.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철저히 검토하고 대책을 세워 나가겠습니다. 아낌없는 조언과 질책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피해자와 약자의 고통 경감을 명분으로 가해자와 강자가 잇속을 챙기는 골 때리는 나라다. 주로 평균값을 가지고 눈속임을 한다. 예컨대 한국은 이직이 극심한 영세, 중소기업 고용 비중이 높아서, 대중소기업을 평균하면 고용유연성이 매우 높게 나온다. 하지만 공공부문과 대기업 생산현장의 고용경직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평균을 근거로 고용유연성을 낮춰야 한다면서 공공부문과 대기업 조직노동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을 요구한다. 1980년대 화석들과 이익집단의 앞잡이 교수, 논객들은 이것이 진보성의 강화인양, 선진국으로 한 걸음 접근한 양 떠들어 댄다. 법안 주물떡거리는 자들은 이를 아는 지 모르는 지, 공공부문과 대기업 조직노동의 이해와 요구에 복무한다. 도통 개념이 없는 박근혜 후보/대통령도 호응한다. 정년연장법안도 마찬가지다.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퇴직이 문제라고? 58세, 59세 정년 퇴직자들을 조기퇴직자라 부르지 않는다.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젊은이들의 기회를 뺏는 도둑놈)를 조기퇴직자라 부른다. 이들은 법적 정년이 짧아서 삼팔선, 사오정이 된 게 아니다. 자본의 탐욕 탓만도 아니다.

한국은 높은 무역의존도와 중국에 인접한 지경학적 조건, 과학기술혁명 등으로 인해, 기업과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엄청난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교수의 <종횡무진 한국경제>에 따르면 부가세를 내는 사업자 중에서 매년 폐업 비율이 20% 안팎이다. 법인 사업자의 폐업 비율도 매년 10% 정도다. 비교적 견실한 기업인 상장회사 중에서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20~30%다.

이 중에는 코닥, 노키아처럼 기술 패러다임이나 소비자 요구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기업도 있고, 한진중공업,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 남해안 중소 조선소들처럼 세계적 조선산업 불황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기업도 있다. 사유가 무엇이든, 노동자의 책임이 있건 없건, 경영자 인책, 조업 단축, 라인•공장 폐쇄, 직무전환, 재교육, 정리해고 등 회생•재기의 몸부림은 피할 수 없다. 이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조정이 합리적으로, 원활하게, 다시 말해 불가피한 고통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책, 문화를 짜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된 셈인지, 이를 자본의 탐욕 만의 탓으로 돌려 정리해고 요건 강화에 집착한다. 보편적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의 강화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보자. 684만 베이붐 세대 중에서 58세, 59세 정년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무원, 공기업과 홍영표 의원이 한 때 일하던 대우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생산직(노조원) 등 아니겠는가? 바로 이들 만이 60세 정년 연장의 혜택을 누릴 것이다.

이들은 원래 고임금자에다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라서 58세, 59세에 정년 퇴직해도 노인 빈곤층에 들지는 않는다. 진짜 노인 빈곤층은 국민연금 조차 없는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월 50만원을 벌고자 지하철과 시장통의 폐지를 주우러 다녀야 하는 운명이다.

아마도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의 90%는 전문직 자영업자라서, 65세 정년의 교수라서, 아니면 이모작, 삼모작 인생을 살아야 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라서, 70세, 80세 까지 일할 것이다. 하지만 58세, 59세 정년제도의 혜택을 볼 사람은 없다. 당연히 60세 정년 연장 혜택을 볼 사람도 없다.

그런데 삼팔선, 사오정 보다 더 불운한 사람들이 있다. 그럴듯한 직장의 정규직(사원, 대리) 한번 되어 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늙어가는 청년들이다. 이들은 삼팔선, 사오정조차 부러워 한다. 이들 역시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한다. 그런데 58세, 59세 정년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삼팔선, 사오정조차도 20대 중 후반부터 10~20년간 기업에서 실무를 익혔다. 대체로 연공서열 임금체계의 수혜자들이다. 이모작, 삼모작 인생을 살 수 있는 기본 훈련 내지 밑천은 마련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제대로 된 직장에서 훈련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국민연금 사각지대에서 중년을 맞이하는 청년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나???!!!! 정치가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은 이들 아닌가? 그 다음이 58세, 59세 정년조차도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느끼는 대다수의 베이비붐 세대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령-고임금자 고용강제법안인 60세 정년연장법안을 자신과 무관한 일로 여긴다. 일단 자신은 해당 사항이 없고, 그 악영향도 긴 연쇄 고리를 타고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과점 이익에다가 연공서열 임금체계와 지속적인 임금인상 투쟁에 힘입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권리, 이익을 누려온, 58세, 59세 정년의 공공부문과 대기업 조직노동은 이 법안에 따라 2년간 임금과 연금을 합치면 1인당 1~2억 원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다.

특히 정년 2년 연장을 강제하면서, 노동의 질과 무관하게 하늘 높이 치고 올라간 임금조정제도(임금피크제)조차도 도입을 막으려는 야당의 시도는, 다수의 무관심, 조직된 소수의 큰 이해관계와 집요한 로비, 몇 명이 담합하면 얼마든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회 소위원회 제도가 연출할 수 있는 전형적인 패악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도통 말이 안 되는 명분으로!!!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조기퇴직으로 고통받는 684만 베이비붐 세대와 가까운 미래에 닥칠 고령층 빈곤 문제를 걱정하여 내린 결단”???!!!
“2017년부터 15~64세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어”???!!!  

비경제활동인구에 숨어 있는 엄청난 실망 실업자(300만명)를 알고나 하는 소린가?? 경제활동인구라 하더라도 이상 비대한 영세자영업자(500만 명)를 알고나 하는 소린가? 임금근로자로 분류는 되는데, 주민등록번호로 소득 추적이 안 되는 300만 명의 존재를 알고나 하는 소린가??

어쨌거나 공무원과 독과점인 공기업, 대기업은 이 부담을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완충할 수 있다. 공무원은 총정원제나 총액인건비제를 완화하면 된다. 공기업 대기업은 협력업체 좀 더 빨고, 청년 고용을 줄여서 대응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모순을 전가할 수 없는 청년세대와 중소 협력업체와 영세기업이다. 결과적으로 노동의 질(직무, 직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소속(사원증, 합격증)이 사람의 팔자, 아니 귀천을 가르는 이 천인공노할 계급 사회는 더욱 강화된다.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 당연히 청년들은 사람 대접을 받기 위해서 노량진의 고시공시학원으로 몰려 갈 것이다. 중소기업의 인재 기근난은 점점 심화될 것이다. 일류대학의 도서관은 고시공시, 로스쿨, 과도한 독점권을 보장하는 전문자격사 시험 준비생들로 점점 넘쳐날 것이다.

창조경제? 일자리 늘/지/오? 헛웃음만 나온다. 양극화 해소? 복지국가? 민주주의? 사회정의? 가증스럽다.

통탄스러운 것은 60세 정년연장 강제법안은, 정리해고 요건 강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더불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문재인이 사실상 합의를 본 사항이라는 사실이다. 개념 상실한 자칭 보수, 진보가 합작하여 “청년에게 최악의 체제”, “공공부문과 독과점 기업의 조직노동만이 살판이 난 계급 사회”를 만드는 짓이 분명한데……

고령자-고임금자 고용강제법인 60세 정년연장법은 이미 충분히 누리는 사람들에게, 청년세대와 협력업체와 국민의 고혈을 짜내서 1인당 1~2억원을 더 얹어 주는 악법이다. 따라서 불합리한 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 청년에게 최악의 체제를 만든다. 정치가 진짜로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 망각한 소치다.

이 악법의 패악을 완화하는 길은 노동의 질에 따라 공평한 처우를 보장하는 직무직능급제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더 강력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정년 연장을 이와 연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가 큰 맘 먹으면 할 수 있는 공공부문—광범위한 민간부문의 기준이 된다--의 고용임금을 우리의 생산력 수준에 맞게, 하는 일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올릴 데 올리고, 내릴 데 내리고, 기준은 100인 이상 기업이 아니라 중위임금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복잡한 수당과 복지혜택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2013.4.24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김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