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대사 사임과 나라의 체통
민병석 전 체코대사 2005. 7. 28(목) 문화일보 포럼
불법 도청으로 노출된 불법 정치자금 배포 혐의와 관련, 홍석현 주미대사가 사임의사를 밝혔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을 고려, 홍 대사는 당분간 워싱턴에 머무르면서 제한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홍 대사의 외교관 생활은 5개월 만에 끝나게 됐다. 문제의 발단이 된 도청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홍 대사의 법적 책임에 대해 예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이는 추후의 문제이다.
그러나 그는 법적 책임 이전에 이미 개인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 희망했던 유엔 사무총장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게 됐고, 법적 책임 여부가 결말나기까지는 다른 사회적 공직을 맡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 대사 개인에게 불행한 후유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야기된 후유증은 홍 대사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국가 체통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나라 체통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도적 구성원들의 무관심과 지나친 국내 경쟁 우선주의 때문에 나라의 체통도 함께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홍 대사의 개인적 과거 비리 혐의를 덮었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인(公人)의 행동에 대한 평가 잣대는 사인(私人)들에 대한 잣대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한 유력 종합일간지 대표 시절 홍 대사의 행위에 대해 사인에 대한 기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잣대로 재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판명된다면 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권대사로서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대사에 대해서는 나라의 체통을 고려한 절차가 있었어야 한다. 국익과 나라의 체통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관도 전권대사로 부임하기 전에는 일반적 공인이다. 그러나 대사로 부임하는 순간부터 그는 일반적 공인이 아니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가 아니라 국가원수로서 그의 능력과 인격을 보증한 국가적 공인이다. 내가 이를 보증하니 나를 대신한 사람으로 대우해 달라는 내용의 신임장을 우리 국가원수가 직접 서명하여 주재국의 최고 통치자에게 보낸다. 홍 대사의 경우도 이러한 과정을 다 거쳤다. 그러한 국가 공인이 불법 비리 혐의를 받아 국내에서 큰 문제가 됐다면 우리 대통령의 신임장 무게와 그 진실성은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 우리 사회의 지도적 구성원들은 이러한 점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만약 국제적 감각이 있는 정치문화적 선진사회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면 어떻게 처리했을지 생각해 보자. 그리하여 외국과 관련된 국내 문제 처리에 우리 사회의 지도적 구성원들에게 좀더 신중할 것을 호소해 보려 한다. 먼저, 국제적 감각이 있는 정치문화적 선진사회에서라면 이런 불법 도청 행위가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에 의해 이런 도청이 발생했고 이를 언론사가 알았다면 그 언론사는 이를 조급하게 기사화하지 않고 먼저 관계 당국에게 이 첩보 내용을 알려준다.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기초조사를 은밀히 한 후, 혐의 사실이 어느 정도 인정되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은 이를 참모와 의논한 후, 문제의 대사를 어떤 명목으로든지 귀국시킨다. 그리고 주재국에 은밀히 양해를 구하면서 후임자를 신속히 임명한다. 그 직후 언론은 그 전직 대사의 과거 비리에 대한 보도를 하고, 정부는 국가 공인의 신분을 떠나 사인이 된 전직대사의 과거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여 처리한다.
우린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함께 반성해 본다.
민병석 / 전 국제연합 UNCRO 단장
민병석 전 체코대사 2005. 7. 28(목) 문화일보 포럼
불법 도청으로 노출된 불법 정치자금 배포 혐의와 관련, 홍석현 주미대사가 사임의사를 밝혔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6자회담을 고려, 홍 대사는 당분간 워싱턴에 머무르면서 제한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홍 대사의 외교관 생활은 5개월 만에 끝나게 됐다. 문제의 발단이 된 도청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홍 대사의 법적 책임에 대해 예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이는 추후의 문제이다.
그러나 그는 법적 책임 이전에 이미 개인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 희망했던 유엔 사무총장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게 됐고, 법적 책임 여부가 결말나기까지는 다른 사회적 공직을 맡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 대사 개인에게 불행한 후유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야기된 후유증은 홍 대사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국가 체통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나라 체통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도적 구성원들의 무관심과 지나친 국내 경쟁 우선주의 때문에 나라의 체통도 함께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홍 대사의 개인적 과거 비리 혐의를 덮었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인(公人)의 행동에 대한 평가 잣대는 사인(私人)들에 대한 잣대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한 유력 종합일간지 대표 시절 홍 대사의 행위에 대해 사인에 대한 기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잣대로 재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판명된다면 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권대사로서 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대사에 대해서는 나라의 체통을 고려한 절차가 있었어야 한다. 국익과 나라의 체통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관도 전권대사로 부임하기 전에는 일반적 공인이다. 그러나 대사로 부임하는 순간부터 그는 일반적 공인이 아니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가 아니라 국가원수로서 그의 능력과 인격을 보증한 국가적 공인이다. 내가 이를 보증하니 나를 대신한 사람으로 대우해 달라는 내용의 신임장을 우리 국가원수가 직접 서명하여 주재국의 최고 통치자에게 보낸다. 홍 대사의 경우도 이러한 과정을 다 거쳤다. 그러한 국가 공인이 불법 비리 혐의를 받아 국내에서 큰 문제가 됐다면 우리 대통령의 신임장 무게와 그 진실성은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 우리 사회의 지도적 구성원들은 이러한 점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만약 국제적 감각이 있는 정치문화적 선진사회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면 어떻게 처리했을지 생각해 보자. 그리하여 외국과 관련된 국내 문제 처리에 우리 사회의 지도적 구성원들에게 좀더 신중할 것을 호소해 보려 한다. 먼저, 국제적 감각이 있는 정치문화적 선진사회에서라면 이런 불법 도청 행위가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에 의해 이런 도청이 발생했고 이를 언론사가 알았다면 그 언론사는 이를 조급하게 기사화하지 않고 먼저 관계 당국에게 이 첩보 내용을 알려준다.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기초조사를 은밀히 한 후, 혐의 사실이 어느 정도 인정되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대통령은 이를 참모와 의논한 후, 문제의 대사를 어떤 명목으로든지 귀국시킨다. 그리고 주재국에 은밀히 양해를 구하면서 후임자를 신속히 임명한다. 그 직후 언론은 그 전직 대사의 과거 비리에 대한 보도를 하고, 정부는 국가 공인의 신분을 떠나 사인이 된 전직대사의 과거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여 처리한다.
우린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함께 반성해 본다.
민병석 / 전 국제연합 UNCRO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