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운동을 한다는 것

by 손동주 posted Aug 22, 2005
한국사회에서 ‘동포’란 말 자체는 결코 낯설지 않다. TV에서도, 신문 지상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고 듣게 되는 말이 ‘우리 동포’라는 말이다. 운동선수, 예술가 등을 빗대어 한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떨쳤느니 하면서 온갖 매체를 장식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동포’라는 말. 하지만 그 말의 이면에는, 특출한 능력을 갖지 못한, 그래서 별 볼일 없는 동포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 동포일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외면당하고 심지어는 덜어버릴 짐처럼 여기는 지난 날, 그리고 오늘날까지의 우리 한국사회와 정부의 부끄러운 모습이 있다.

2005년 현재, 우리는 흔하게 700만 재외동포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재력과 능력을 가진, 한국사회에 보탬이 될 만한 동포들에게만 시선이 멈추어져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민족적 양심과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너무 불쌍한 동포들로 못 박은 채, 우리가 도와주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그렇게 가진 동포와 못 가진 동포의 이분적 사고로 재외동포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재외동포들이 갖고 있는 역사성을 철저히 외면하면서 알려고 들지 않는 무지와 편견의 시각에서 출발한다.

무지와 편견의 이름, 재외동포

재외동포의 역사는 우리 과거사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200년, 300년 전의 이주를 재외동포의 형성으로 볼 수는 없다.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 재외동포의 형성은 길게 보아 19세기 말의 북방 이주, 대체적으로는 일제 식민지 시기부터의 이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된 기술이민, 투자이민은 논외로 하더라도 대다수 재외동포사회의 형성은 타의에 의하거나, 적어도 어쩔 수 없는, 때로는 강요된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폭정과 기아에 시달리다 북쪽으로 이동해간 사람들이 있고, 식민지 시기 강제 징용 및 강제 동원을 포함한 일본으로의 이주, 그리고 독립운동을 위한 해외 유민들이 있었다. 남미의 재외동포 형성 역시 식민지시기에 그 뿌리가 시작되었다. 박정희 정권 시기의 월남 파병, 독일 광부와 간호사 취업 등에 의해 형성된 유럽의 재외동포 역시 순수한 자의로 보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다. 유럽의 재외동포들은 고국의 민주화 투쟁에 큰 기여를 하였지만 정작 고국에 돌아오기까지는 숱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타 지역의 동포들도 큰 차이는 없지만 특히 일본, 중국, 구소련 지역의 동포들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불쌍한 동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우리에게는 그들이 모국에서 외면당하고 현지에서 핍박받으며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잃어버린 역사를 다시 찾아주고 올바르게 정립시켜야 할 분명한 역사적 책임이 있다. 그 역사적 책임이 돈 몇 푼 쥐어주는 것으로 끝나서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역사를 이야기 할 수 없고 더 이상 민족을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5년 째 재외동포 운동을 해오고 있다. 내가 재외동포 운동을 하는 이유와 목적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 몇 가지 중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의 하나가 바로 쌍방의 소통이 전제된 ‘함께 열어가는 민족의 미래’이다.

재외동포 문제의 접근과 해결은 기본적으로 재외동포와 함께여야 한다. 재외동포와 모국사회의 관계는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주거나 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함께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가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런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바르게 알아야 한다. 재외동포는 모국에 대한, 자신의 뿌리에 대한 정체성의 확보가 담보되어야 하고, 한국사회는 재외동포의 역사적 형성과 그 의미에 대해 왜곡 없는 사실 그대로를 알아야 한다.

재외동포와 함께 민족의 긍지와 희망찾기

또 하나 내가 재외동포 운동을 펼쳐 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한 전제인 ‘올바른 역사의 회복’이다.

이제는 과거를 잊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노력하자는 헛된 구호가 아닌,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면서 바로 잡을 것을 바로 잡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긍지의 역사에 대해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냉철한 판단과 적극적 실천을 안고 가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사회 전반에 역사 청산의 목소리가 높지만 왜곡된 역사의 피해를 누구보다도 많이 겪은 재외동포에 대해서는 선뜻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없다. 산적한 문제들이 많은데 재외동포 문제까지...라는 생각으로는 더 이상 민족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없다. 재외동포 문제는 40년, 60년, 100년, 그 이상의 세월 동안 애써 모른 척 해왔을 뿐 늘 우리와 함께 했던 문제이다. 재외동포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나중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내일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풀고 가야할 문제이다.

내 자신 언제까지 재외동포 운동에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두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오늘, 재외동포 운동에 몸담을 수 있다는 것은 내게 너무 소중하면서도 기꺼운 의무이며, 내가 꿈꾸는 희망으로 밝혀지는 민족의 미래를 향한 미약하나마 의미있는 한 걸음이 되리라고 믿는다.

손동주(운영위원, 지구촌동포청년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