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KG 주자들 통일로를 달리다

by 김정대 posted Oct 12, 2005
코리아글로브 마라톤대회 참가기

10월 2일 전날까지 내리던 가을비가 그치고 한마디로 화창한 아침. 파주 임진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3회째를 맞는 KG마라톤(문화일보 통일마라톤대회)에 자그마치 20명의 회원이 참가신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얼마나 모일까? 그리고 별 탈 없이 모두 완주할 수 있을까?

말로는 2050년을 내다보는 지구문명의 그랜드디자인을 그리자고 외치지만, 정작 2010년의 건강도 염려되는 배불뚝 또는 빼빼로 회원들이 다수 존재하는 文弱의 기풍을 단호히 끊자고, 지난 1년간 우리는 꾸준히 외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회원들의 마라톤 참가가 3회째. 자의반 타의반 참가신청서를 작성한 20명의 단체등록으로 자랑스런 플래카드도 마련되었습니다. “8천만의 운명과 62억의 안위를 염려하는 코리아글로브” 좋은 카피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이 ‘염려’라는 두 글자에  염려를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13명의 회원이 비장한 각오(?)로 출발선에 모였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KG가 집담회가 되었건, 술자리가 되었건, 모꼬지가 되었건 KG의 깃발이 올랐을 때 적어도 두 자리 수의 인원은 항상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이 되어야 제대로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기뻤습니다. “그래 우리는 달리고 있구나, 이제 어디로 어떻게 잘 달릴까?” 하는 생각을 하며 통일로를 달렸습니다. 땀방울이 흘렀지만 길가의 코스모스도 좋았고 무엇보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도시에서는 돈을 주고도 맞을 수 없는 바람이었습니다.

오후에 인라인대회에 또 참가해야 한다며, 등록 당시 5km를 신청했던 허건 회원이 갑자기 에너지가 넘친다면서 10km로 종목변경을 강력히 요구해 와서 제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주고 대신 5km를 달렸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KG 회원 중, 1등 골인라인 통과의 영광을 제가 담당했지요. 러닝타임은 20분대 후반이었습니다.

뒤를 이어 에너자이저 허건 회원이 10km를 달렸음에도, 5km를 걸어온 예비부부 권혜선-박종희 부부를 앞질러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 김관태, 박미화, 서준호, 강성룡 회원과 하프코스에서 10km로 종목 변경한 이주원 회원이 사이좋게 무더기로 들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샛길로 빠지는데 일가견을 보여줬던 이왕재 회원을 윤여진 회원이 견인해(?)  들어오면서 10km 참가자들이 모두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다시 시간이 흐른 후 …. 출발한지 2시간 19분여가 지난 시각에 김현인 회원이 휘청거리는 긴 다리를 끌고 하프코스를 완주하였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보였습니다만 쓰러질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절대로 하프는 뛰지 않겠다고 혼잣말을 이어가더군요. 그리고 회원들은 풀코스를 홀로 외로이 달리고 있는 김석규 회원을 버려두고 가까운 식사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통일전망대 부근, 성동리 맛집촌에 위치한 ‘옛날시골밥상’집에서 회원들은 맛있는 보리밥 정식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대부분 황금연휴 오후 일정이 있었던 다른 회원들은 모두 서울로 돌아가고, 김석규 회원의 풀코스 무사귀환을 축하하기 위하여 박미화와 아이들, 김정대, 윤여진-이왕재 부부는 다시 골인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마침내 마라톤 풀코스에 처음으로 도전한 김석규 회원이 4시간 50여분 만에 골인지점을 통과하였습니다. 많이 힘들어보였지만, 가족들에 둘러싸여 완주의 기쁨을 당당히 누리고 있는 김석규 회원의 늠름한 모습을 보며, 5년여 전 처음 석규 선배를 만났을 때의 그 통통하고 귀여웠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한편 같은 시간,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은 이호준 화요대화마당지기는 박소희 회원과 오붓한 곳으로 밤을 따러 갔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엉덩이를 다쳤다더군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애초에 참가신청을 했던 조박사님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다음에는 보다 많은 회원들(특히 시니어들)과 함께 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10월 2일은 숨가쁘게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그날 KG의 이름으로 13명의 회원이 함께 흘렸던 땀과 골인지점에서의 밝은 미소는 KG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