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산 두꺼비

by 永樂 posted Jan 20, 2006
[9년산 두꺼비 드디어 말문을 열다]  한송이 무궁화꽃을 피우기위해 17만원 썼던 행자부 / kfc 2006-01-19 오전 10:36:45 | 89 명 읽음 | 덧글 4 | TrackBack 0 정창수.jpg
9번째 밑빠진독상 후기
한송이 무궁화꽃을 피우기위해 17만원 썼던 행자부

저는 올해로 예산감시운동을 시작한지 9년이 되었습니다. 밑빠진독을 막는 두꺼비의 삶을 살기시작한지 9년동안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도대체 이해할수 없는 사례들과 모두가 아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 평범한 시민으로부터 시작했던 두꺼비로서 참지 못할 일도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공식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것이 또한 예산감시운동이라 그동안 밑빠진독상등에도 명확한 것 그리고 이야기해도 되는 것만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어디에 이야기 할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두꺼비 생활 10년이 되기 전인 올해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풀어내어 보렵니다. 더 이상 참으면 응어리가 생겨버릴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먼저 경험한 것이 앞으로 생길 또 다른 많은 두꺼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연한 그러나 우연하지 않은 발견
2001년 1월29일 아침 시민행동의 김지영팀장은 어떤 메일을 보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민행동의 두꺼비들에게 말을 꺼냅니다. 행자부가 매일보내는 뉴스레터에 의하면 2002년 월드컵을 맞이하여 우리의 무궁화를 외국인들에게 보이기 보여주기 위해서 550억원을 들여 <전국토 무궁화심기사업>이라는 것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왜 무궁화를 그렇게 많이 심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든다는 것입니다. 항상 국가주의적인 사고방식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다른‘불온한’두꺼비들도 역시 의문을 갖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무궁화는 법으로 정해진 국화가 아니더군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국가주의의 우려 때문에 국화나 국가 등을 법으로 정하지 않은 나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밑빠진독상 히트작중의 하나인 무궁화사업이 우리의 감시망에 포착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연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거의 매일 항상 시민들의 제보에서 언론의 보도와 정부의 보도자료까지 꼼꼼히 살피던 과정에서 찾아진 것이지요.

안타까움이 분노로 바뀌다.
원래 두꺼비는 몇가지 삐딱한 시각을 경험 속에서 키워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시성사업과 이벤트입니다. 그런 것은 으례 계획부실로 허점을 보이기 마련이기때문이지요. 그래서 행정부가 자랑하는 사업도 항상 유심히 삐딱하게 보는 노력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역시나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이사업은 행자부가 교부세가 국세의 13.27%에서 15%로 증액되면서 1조원 가량이 늘어났고 이에따라 교부세의 11분의 1인 천여억원의 특별교부금이 생기자 이를 쓰기위해 갑자기 등장한 사업이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아주 간단한 인터넷검색에서부터 발견되었습니다. 무궁화가 8월에 핀다는 놀라운 사실을 찾아낸 것입니다. 월드컵은 5월에 열리는데 말이지요. 한마디로 월드컵대회에 무궁화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런 명확한 문제점을 발견하자 즉시 행자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관련한 전문가들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던 전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안타까웠습니다. 이왕 들어간 돈 최소한의 목적이라도 달성해야하는데 아예 꽃을 보여줄 수 없다니요.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자부의 대책을 보고는 안타까움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사업을 중단하기는 커녕 한그루에 1200원밖에 하지 않는 무궁화를 17만원이나 들여 어떻게든 피워보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코메디였습니다. 잘못도 한번이면 모르지만 두 번이면 용서할 수 없게 되는 거지요. 자기돈이라면 저럴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무궁화 업계는 갑자기 들어온 돈으로 돈벼락을 맞고 있었습니다. 50억 원도 되지 않던 국내무궁화 시장에 500억이 풀리니 주체를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갑자기 기계 찍듯 무궁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 결국 대량의 중국산 무궁화를 수입하게 됩니다. 문제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새로시작하는 것보다 중단하는 것이 어렵다
예산감시를 하면서 터득하게 된 법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예산사업을 중단시키는 것보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훨씬쉽다는 것입니다. 관료사회의 보수성의 심각한 폐해를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사업도 그렇습니다. 문제가 발견되었으면 중단시켜야 하는데 어떻게든 꽃을 피워보려 하고 더구나 중국산 무궁화문제도 업자들을 단속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정말 할말을 잊게 합니다. 그들은 시장원리에 충실한 것일 뿐인데요.
아무튼 조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언론들이 눈치를 채고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서 일단 행자부에 밑빠진독상 후보로 추천되었음을 공문으로 알렸습니다. 보통 3배수의 후보가 추천되면 각 기관에 반론을 요청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밑빠진독상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합니다.
행자부의 해명은 결국 잘 할려고 하다 보니 생긴 문제이니 무궁화가 피는 것과 상관없이 계속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사업의 성공을 장담하다가 말을 바꾸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마침내 밑빠진독상 시상을 하다
많은 분들이 밑빠진독상을 어떻게 주는 지 궁금해 합니다. 원래는 상만 발표하고 시상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이름도 파격적인데 퍼포먼스를 하면 더 진지함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상을 꼭 보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요구 때문에 원칙을 바꿔 시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상이 선정되고 난후에 행자부에 장관앞으로 시상사실을 알리는 공문을 보냅니다. 당연히 묵묵 부답이지요. 그래서 시상의 날인 4월30일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 상장과 상품인 밑빠진 독을 들고 시상을 위해 3인의 두꺼비들이 섰습니다. 광화문역부터 독을 들고 행진하는 두꺼비의 무리를 보고 놀란 경찰들이 커다란 곤봉까지 들고 우리를 막습니다. 우리의 호통에 곤봉은 치웠지만 일찌기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3인의 두꺼비들을 어쩌지 못하는 많은 경찰들의 모습도 참으로 착찹했습니다.
정부종합청사는 후문으로 출입합니다. 점심시간 쏟아져 나온 공무원들은 독을 들고 후문을 가로 막고 서있는 두꺼비를 피해가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분들은 참으로 생각이 많을 것입니다.
더구나 방송3사의 카메라와 기자들이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몰려 있으니 기묘한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계속 행자부는 장관님이 안계시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3시간을 버틴 후 독을 후문에 내려놓았습니다. 시민들의 뜻이다. 전달해 달라 그러면서 경비를 보시는 분에게 드리고 물러나왔습니다.
뒤에 듣기로는 청사경비실은 한참을 어쩌지 못하다가 청소하시는 분이 쓰레기 더미에 버렸습니다. 물론 밑빠진독을 어쩌나 보자하고 계속 기다린 방송카메라에는 찍혀 방영됐구요. 인정하든 안하든 받아주는 정도의 여유도 열린 마음도 없었던 겁니다.

씁쓸한 승리. 하지만 시민의 승리
아무튼 무궁화라는 소재가 소재인지라 커다란 화재가 되었고 행자부장관은 매일아침 실무부서에 대책을 물을 정도로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공무원들이 문제의 17만원짜리 무궁화를 들고 시민행동사무실에 들이 닥쳤고 저희와 장시간의 토론도 했습니다.
요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하는 일인데 문제가 있더라도 계속 추진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었고 저희는 국가와 민족은 우리도 걱정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결국 여론의 압박에 무궁화사업은 대폭 축소되었고 300억원 지출로 감액되고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그리고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담당했던 촉망받던 모 과장은 지방의 부군수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정부의 조치는 끝이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도 주의조치가 끊이었고 누구도 사과의 말 한마디, 사업실패인정 등 어떠한 조치도 없었습니다. 1조 5천억을 쏟아 부었던 시화호도 아직도 실패를 인정안하고 있는데 고작 550억 원사업에 차마 그럴리야 없겠지요.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250여억원의 낭비를 막았으니 시민의 승리이고 두꺼비들도 제 할일을 한 것이지요. 당시에 많은 지지를 보내준 시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분들도 역시 숨어 있는 두꺼비 들입니다.

후일담입니다만 몇 달후 담당했던 행자부의 모 과장으로부터 한밤중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모일간지에 무궁화사업보도되는것을 막아달라는 것입니다. 자식들보기도 창피하다 등등 저희가 죄인 인것 같이 찜찜해지는 말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해도 충분히 됩니다. 그래서 못할짓을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해된다고 용서할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 나라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해 2002년 월드컵 국민들이 4강의 신화에 열광의 그늘에서 17만원짜리 무궁화들이 피지 않았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두꺼비들은 살아 있습니다.


[한국][시민행동] '4월의 밑빠진독 상'에 행자부 선정(2001.04.30)
[9번째 밑빠진독상보고서] 한송이 무궁화꽃을 피우기 위해 17만원을 쏟아붓는 행정자치부
[MBC] 2001. 4. 8 시사매거진 2580 이상호 기자 20분-중국산 무궁화의 비밀 “무궁화 다른나라 꽃?”중 소개
2001. 5. 3 MBC화제집중10분 - 밑빠진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