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세계민주주의회의’ 참가기
세계민주주의회의(World Movement for Democracy)가 4월 2일부터 5일까?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렸다.
이번 터키행은 비행기 e-티켓을 잘못 받는 바람에 가는 길에 고생이 많았다. 사실은 3월 31일에 출발해야 하는데 여행사의 실수로 4월 1일에 출발하는 e-ticket을 받은 것이다.
덕분에 터키로 가는 비행기는 예정되어 있던 비행기가 아니라 1시간 이후 다른 비행기를 타야했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서 이제는 터키를 가나 보다하고 있는데 이게 웬걸, 탑승 후 1시간쯤 지나 비행기 기체에 결함이 있어 다른 비행기를 갈아타라고 한다. 그 덕분에 예상되어 있던 출발 시간은 다시 3시간 가량 늦춰졌다.
터키로 가는 비행기는 독일 뮌헨에서 갈아타야 했다. 그러나 비행기가 세 시간 연착하는 바람에 터키행 비행기도 놓치고 7시간을 더 기다려 다음 비행기를 타야 했다.
다행히 공항에서 그리스로 여행 가는 미국 교포 부부 두 쌍을 만났다. 그 분들도 나랑 같은 비행기를 탔는데 그리스로 가는 비행기를 놓친 것이다. 항공사에서는 공항에서 체류할 동안 점심, 저녁 값을 식권으로 지불했다. 나는 그 두 부부랑 점심,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그나마 공항에서 무료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부부 중에 한 선생님 부부는 북한에 누님이 두 분 계셨다. 한 분은 평양에, 다른 한 분은 청진에 살고 계셨다. 내가 북한에 라디오 방송을 한다고 소개하니 그 때부터는 화제가 북한 문제로 모아졌다.
한 선생님 내외분은 1996년에 북한을 방문해서 누님 두 분을 만나고 오셨다. 당시 두 분을 만난 이야기를 쭉 들었다. 그리고 요즘도 매 달 100달러씩 북한으로 송금한다고 한다. 캐나다의 New Korea Times라는 회사를 통해서 송금한다고 했다.
북의 누님들도 자주 편지를 보내온다고 했다.
최근에는 편지 내용이 과거와 달리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했다. 과거에는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찬양 문구가 많이 들어갔는데 요즘에는 그런 문구들이 빠지고 자연스런 생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비행기는 연착되었지만 그 분들과 보낸 뮌헨 공항에서의 시간은 참으로 유익했다. 미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하신 그 분들은 1년에 한번은 해? ?여행을 다니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탄불 가면 꼭 여행을 하라고 한다. 그렇게 좋다고 말이다. 그러나 과연 여행할 시간이 있을까?
원래 예정시간 보다 하루 반이나 늦게 이스탄불에 도착해 보니 밤 12시가 가까워진다. 호텔에 여정을 풀고 내일부터의 일정을 보니 하루 종일 일정이 빡빡하고 일정이 끝난 다음날에는 바로 출국이다.
비행기 출발 일정을 좀 늦출까? 그러면 호텔 숙박과 비행기 출발 일정을 미룬 비용을 내가 다 부담해야 하는데 요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서 별 엄두가 안난다. 아무튼 내일부터 시작될 세계민주주의회의가 기대된다.
'세계민주주의회의'는 그야말로 '민주주의' 박람회
세계민주주의회의 첫날이다.
세계민주주의회의는 한 마디로 말해서 전 세계 민주주의 운동을 하는 NGO들이 다 모이는 곳이다. 올 해로 4회를 맞는다. 2년 마다 열리는 이 회의는 1회는 인도 뉴델리, 2회는 브라질 상파울로, 3회는 남아공 더어반에서 열렸다. 본인은 1회를 제외하고 모두 참가했다.
전 세계 NGO에서 다 모이다 보니 약 500명 이상이 참가했다. 물론 여기에 들어가는 경비도 만만치 않다. 이번 회의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곳을 살펴 보니 총 10곳 정도 된다. 미국의 민주주의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스웨덴 국제협력개발기구(Swedish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Agency)를 비롯하여 네덜란드, 캐나다, 대만, 불가리아, 영국, 그리고 주최국인 터키 등 여러 나라들이 재정적 후원을 했다.
이 회의는 그야말로 ‘민주주의 박람회’라고 할만하다. 주제별로, 지역별로 다양한 회의가 동시에 진행된다. 그래서 모든 회의를 다 가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기가 관심이 있는 회의에 오전 한 곳, 오후 한 곳 정도 참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회의 주제에는 민주주의와 미디어, 민주주의 교육, 반 부패, 청년 운동, 하이테크 기술과 민주주의, 선거 감시, 여성 문제, 반테러, 인권 운동 전술, 민주주의 지수 개발, 정당과 시민 사회 등 그야 말로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이런 주제별 회의와 함께 지역별 즉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지역별 회의가 개최된다.
이 처럼 전 세계 민주주의 NGO들이 모이는 장으로는 세계민주주의회의 이외에
민주주의 공동체 회의 NGO 프로세스(Community of Democracies Non-Governmental Process)와 국제시민사회 포럼(International Civil Society Forum for Democracy)이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자주 만나게 되면 정도 들고 친해진다. 필자도 세번째 이 회의에 참가하다 보니 이제 웬만한 아시아 사람들은 다 알고 몇몇 사람들과는 꽤 친해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로 미디어 관련 회의에 참가하였다. 아무래도 본인이 열린북한방송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디어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미디어 관련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북한을 위해 만들어진 ‘닫힌 사회(Closed Society)’ 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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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제 회의를 그렇게 많이 다녀 보진 않았지만 북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회의에 참가할 때 마다 느끼는 공통된 점들이 있었다.
우선 북한이라는 나라의 인권, 민주주의 수준은 세계 평균과 비교해 볼 때 너무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그 나마 북한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나라라면 쿠바, 버마 정도가 있다. 그러나 미국 마이애미에서 활동하는 한 쿠바 민주주의 활동가는 “북한과 비교할 때 쿠바는 천국과 같은 사회”라고 말할 정도이다.
이처럼 북한은 세계 평균 수준에서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나는 곳이기 때문에 종종 회의의 공통 관심사에 끼지 못할 때가 있다.
한 예로 미디어 관련 회의의 주제 하나가 ‘어떻게 독립적인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성을 높일 것인가’였다. 이는 독립적인 미디어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회의 주제였다. 북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탄압을 받더라도 독립 민간 미디어는 존재한다. 때문에 이런 주제는 여러 나라들의 공통 관심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독립 미디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독립 미 디어의 사회적 책임성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주제를 북한만을 위해서 독립 미디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잡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독립 미디어라는 것은 이미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 2회 브라질 회의 때 부터는 북한과 같이 극도로 억압적인 나라들의 관심사를 주로 다룰 수 있게 하나의 세션을 따로 만들었다. 바로 ‘닫힌 사회(Closed Society)’라는 세션이다. 닫힌 사회 세션에는 북한, 버마, 쿠바를 주로 다루고 때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나라들도 다룬다. 그러나 주로 북한, 버마, 쿠바가 핵심 타겟 국가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닫힌 사회를 다루는 세션이 하나 있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가 이 회의를 주관했다. 쿠바, 버마 등도 발제 국가로 참가했다.
버마 민주화 운동 경험은 북한에 많은 도움이 돼
특히 버마 운동 경험은 북한 민주화 운동 입장에서 많은 교훈을 준다. 물론 버마와 북한이 처한 조건은 많이 다르지만 세부 이슈별로 들어가 보면 참고할 사항이 많다. 사실 본인이 열린북한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두고 있는 ‘버마 민주화 소리 방송(Democratic Voice of Burma)’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방송 뿐만 아니라 버마는 북한처럼 심각한 난민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70만 정도의 난민이 버마 인근 국가인 태국, 인도, 중국 등에 흩어져 있다. 버마는 실제로 난민촌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 난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버마의 난민 문제를 해결해왔던 경험은 주요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또 북한인권법처럼 미국 의회는 버마 민주화 법안(Burma Democracy Act)을 2003년에 통과시켰다. 버마민주화법의 핵심 내용은 버마 집권층의 경제 활동을 봉쇄하는 것이다. 사실 내용으로 보면 버마 민주화 법안은 북한인권법 보다도 훨씬 그 강도가 강하다. 그리고 모든 버마 민주화 운동가들은 미국의 버마 민주화법 통과를 크게 환영하고 고마워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일부 시민단체들은 버마 민주화 운동은 ? 痴置玖庸??북한 민주화 운동은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버마민주화법은 지지하면서도 북한인권법은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필자와 친한 버마 민주화 활동가들에게 이런 한국 시민 단체들의 더블 스탠다드를 이야기해주니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 뿐만 아니라 버마에는 인도주의적 지원의 분배 투명성 이슈에 있어서도 북한과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마약 생산과 밀수 문제도 북한과 공통점이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필자는 버마 활동가들과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래서 또 친해진 것 같다.
세번째 세계민주주의 회의에 참가하면서 필자가 느낀 점 한 가지는 북한 인권, 민주화 운동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버마는 1988년 반민주 쿠테타 사건,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세계의 집중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으면서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지금은 버마, 중국의 민주화 운동의 모멘텀이 예전과 같지 않다.
그에 비해 국제 사회? 【?북한 민주화 운동은 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북한처럼 극도로 폐쇄되고 억압적인 사회에서는, 민주화 운동의 모멘텀이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먼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내부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게 되면 감옥 가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3대가 몰살당하는 사회에서 남한처럼 대중적인 민주화 운동이 자발적으로 가능하리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시각이다.
햇볕정책 지지하던 북유럽 3국도 북한인권에 관심
북한 인권, 민주화 운동이 국제 사회로 뻗어나게 된 데에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이하 ‘시민연합’)의 공로가 아주 크다.
윤현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시민연합은 1996년에 북한 인권을 기치로 창립되었다. 아무도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없을 때에 광야의 모세처럼 깃발을 치켜든 것이다. 시민연합은 1999년부터 매년 북한인권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작년까지 총 6회를 개최했으며 올 5월에는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7차 회의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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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연합의 국제 회의는 전 세계인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환기시키는 촉매와 같은 역할을 했다. 제 3회 도쿄, 4회 프라하, 5회 바르샤바를 돌아가며 국제 회의를 진행했고 그 때마다 국제 사회에서는 새로운 북한 인권 활동가들이 하나씩, 둘씩 늘어갔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활동하는 북한 인권 활동가들은 사실 시민연합의 북한 인권 국제 회의를 통해서 발굴되고 성장해 간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시민연합은 매년 유엔 인권위에 활동가들을 파견하여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시민연합의 노력은 드디어 2005년 유엔 총회에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됨으로써 북한 인권 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 오게 된다. 시민연합이 깃발을 든 지 10년 만에 북한 인권, 민주화 문제는 국제 사회의 핵심 이슈가 된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시민연합이 모태가 된 북한 인권, 민주화 운동은 여러 시민 단체, 탈북자 단체, 문화 단체로 확산되었고, 최근에는 민간 대북 방송까지 생겨났다. 북한 인권 문제에 별 관심이 없던 민주노동당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 나고 있다. 2005년 민노당 대표 선거에서 핵심 쟁점 중의 하나는 북한 인권 문제였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 삼아 토의하기 시작했다. 북한 인권 문제가 한국 사회의 주류 의제가 된 것이다.
앞으로 북한 인권 운동은 더욱 가속도를 받을 것 같다. 특히 유럽권에서 강한 조명을 받고 있다. 바로 지난 3월 브뤼셀에서 처음으로 북한 인권 관련 유럽의회 청문회가 열렸다. 유럽의회의 한반도 관련 위원회가 주관하여 직접 청문회를 개최했으며 5명의 유럽의회 의원들이 참가하였다.
또 5월에는 노르웨이에서 북한 인권 회의가 열린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구 3국은 유럽에서도 인권, 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나라들이다. 이 북구 3국은 그 간 햇볕정책을 지지해온 나라들이다.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노르웨이에서 북한 인권 회의가 열린다는 것은 북구 3국도 조만간 북한 인권 운동 대열에 합류할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이번 세계민주주의회의 기간 중에도 노르웨이 북한 인권 회의를 주최하는 라프토 하우스의 테레사 젭슨(Therese J ebsen)이 참가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노르웨이 회의에 참가해 줄 것을 독려하였다.
한국 인권, 민주화 운동도 이제 세계로 나가야
5일 세계민주주의회의가 끝났다.
최근 여러 해 동안 국제회의를 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국제 회의에서 자기들끼리만 어울린다는 말을 종종 들어 왔다.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먼저 다들 짐작하는 것처럼 영어 실력이다. 말이 안통하면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국제회의에서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를 많이 쓴다. 물론 영어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때문에 이 어느 외국어에도 익숙하지 않으면 한국 사람들과만 지내기 쉽상이다. 이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반드시 언어 문제 만은 아니다. 가령 영어에 능숙하더라도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회의에 온 사람들 중에 친숙? ?사람들이 없는 경우이다. 아무리 외국어를 잘하더라도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면 금방 친숙해지기는 어렵다. 본인의 경우는 이번 세계민주주의회의에 세 번째 참석한다. 그래서 지금은 친숙한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4년전 처음 참석한 회의에서는 아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해서 참 힘들었다. 때문에 이런 국제회의에도 적응을 잘 하려면 자주 참여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한결 회의 참여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또 다른 이유는 ‘공통의 관심사’이다. 공통의 관심사가 없으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세계민주주의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나라의 민주주의 문제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다. 때문에 자국의 관심사에만 집착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가 힘들다. 모두 자국의 문제는 자신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타국의 현실과 그들의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나라 상황을 묻고 그 단체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귀를 기울일수록 자기의 문제와 타인들의 문제의 교집합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대화는 한결 편안하고 부드럽게 풀어진다. 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서로 연락하며 정보 교환도 하고 의견이나 조언도 구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아시아권과 가깝게 지내게 된다. 그래서 나도 주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아시아권 사람들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버마의 경우는 북한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자주 어울리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의 경우는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들이지만 최근 개혁, 개방을 진행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점진적이지만 사회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해당 정부들도 국제 사회 압력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는 활동가들은 국제 사회의 지원을 얻어 내기가 쉽지 않다. 티벳, 위구르, 대만의 경우는 민주화 운동이라기 보다는 독립 운동에 가깝다. 물론 최근 티벳과 위구르 지역의 독립운동은 자치운동으로 전략적 방향을 수정했다. 티벳은 중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위구르 지역은 별 진전이 없다고 한다.
먼저 지역 내 편차가 너무 크다. 북한처럼 전체주의 전근대적 사회에서부터 티벳, 위구르처럼 자치 독립을 지향하는 흐름, 그리고 버마,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개혁, 개방을 추구하고 있는 사회의 공통 분모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시아의 활동가들이 자주 만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느슨하나마 연대 의식이 생기고 있다. 적어도 우리도 뭔가 협력해서 같이 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공유되기 시작했다.
아시아 민주주의 연대를 위해서 한국과 일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권에서 가장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가 발달한 곳이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 민주주의 진흥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 많은 아시아의 반체제 망명자들을 받아들인 곳은 모두 미국과 유럽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아시아의 저명한 정치적 망명자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필자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양한 세계 민주주의 지원 기금과 조직들이 존재한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에서 민주주의 기금을 지원하는 단체가 처음 만들어졌고 최근 인도에서도 비슷한 단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도 이 대열에 늦었지만 동참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어디를 가나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것으로만 유명하다. 자국 내의 문제에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큰 세계를 놓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아시아의 나라들에 그 많은 경제 개발 자금을 쏟아 부었으면서도 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이런 일본의 교훈을 철저히 되새겨야 한다. 한국의 시민 사회는 아시아권에서 독보적일 정도로 발전해 있다. 이런 시민 사회 에너지를 이제 바깥으로도 발산해야 할 때이다. 한국도 대만처럼 정부가 한국 시민 사회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시민 사회도 이제 눈을 바깥으로 돌려야 한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을 연구하고 그 나라 사람들과 연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자유무역지대 등 아시아권을 하나로 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여기에 시민 사회의 영역의 연대까지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아시아는 우리에게 훨씬 가까운 지역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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