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부터 집에 화분을 가꾸기 시작했다. 본디 주변의 자잘한 일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하는 스타일이고 내 것을 잘 챙기지 못해 사소한 것들을 아내가 많이 챙겨주는 편이라 화분을 키우는 일은 정말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큰 딸이 세살이 되면서 뭔가 아빠랑 아이랑 같이 하는 일을 만들고 싶었다. 뭐가 좋을지 생각해보다가 늘 저녁 늦게까지 시간에 쫓기는 나로서 밤에 아이들 자기전에 할 수 있는 책 두세권 읽어주는 일 외에 쉽사리 뭘 같이 하자고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할 수 있는 것, 아이한테 세상을 알게 해주는 것, 그게 뭘까 생각해보다가 문뜩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화분 가꾸기가 생각난 것이다.
매일 화분의 식물들을 귀엽다고 쓰다듬게 하자. 물도 조금씩 주면서... 꽃이 피면 아이 이모네 집에도 나눠 주고... 음... 좋겠군.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강원도 양양에서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하셨고 농업고등학교 출신이시기 때문에 집 근처 텃밭에는 항상 뭔가가 심어져 있었다. 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개중에는 앵두나 살구나무, 대추 나무도 있었던 것 같다. 먹을 배추도 심으시고 고추나 오이도 심고, 가을에는 무우도 수확을 하셨던 것 같다. 나와 동생들은 밭 갈 때, 잡초 뽑아줄 때 퇴비나 거름을 주실 때, 비료 뿌릴 때, 수확할 때 함께 일하는 즐거움과 수확의 즐거움(내가 딴 오이로 어머니는 오이지를 해주셨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을 사실 아버지한테 배웠던 것 같다. 퇴직을 하시고 소일거리로 요즘도 화분을 여러개 가꾸시는데 재작년인가에는 방울토마토를 키우시고 계셨다. 시장에서 사는 방울토마토와 달리 어찌나 달던지.
음. 다. 좋지만 상당한 결심이 필요했다. 이건 그동안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그런 일 같았다. 우물쭈물하며 한두 주일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다가 작년 4월 언제가 어느 일요일 아침 드디어 결심을 하고 아이를 차에 태우고 시내로 나가 화분 예닐곱개 가량과 꽃씨, 백합꽃 구근, 배합토와 꽃삽 같은 것 등을 사왔다. 아이는 화분에 흙 담고 거기다 다 자란 꽃을 심는 줄 알았나 보다. 아빠가 흙부터 구해와야 한다고, 배합토랑 섞어서 화분에 담고 거기다 꽃씨를 뿌리는 거라고 하고 야산에서 흙을 구해와서 돌을 골라내고 어쩌고.... 이게 시작을 하려니까 하루 종일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세살짜리 아이는 쳐다보다 못해 지루해져서 오후가 되자 방에서 잠들고... 씨를 뿌리고 물까지 뿌려주니까 일요일 해가 다 지려고 한다. 그래도 흐믓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딸은 아빠랑 물을 주면서 새싹이 움트는 것, 옮겨 심는 것, 키우다가 잘못해서 줄기를 부러뜨려 죽은 것. 물을 안줘서 죽은 것.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썩어 죽은 백합(참 아까왔다 꽃까지 다 폈었는데), 여름 가을까지 잘 자라 환하게 핀 꽃들을 다 보게 되었다.
올해 4월에 다시 또 시작했다. 다년생 화초들은 그대로 키우고, 말라비틀어진 1년생 화초들은 뽑고 다시 배합토를 잘 섞어 화분을 잘 준비한 다음 작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씨 작은 화초들은 화분에 직접 뿌리지 않고 1회용기 같은 것 밑에 젓가락으로 물구멍 뚫고 고운 흙을 얕게 담아 씨를 뿌려 싹을 틔운 후 조금 자랐을 때 옮겨 심기로 했다. 딸 아이는 지켜 보다가 작년마냥 또 졸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씨뿌리는 것부터 보여주는게 좋겠다 싶어 뿌리지 않고 아이가 깨어날 때까지 다른 화분 일들을 하며 기다렸다. 저녁 다되서야 애가 깨어 났다. "아빠가 씨 뿌릴거야. 아빠가 혼자서 뿌릴까?" "아니, 나도 같이 해."사온 꽃씨 중 나팔꽃의 씨앗은 물에 하루쯤 불려서 심어주는게 좋단다. 그래서 접시에 물을 조금 넣고 씨를 담갔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몇개는 벌써 싹이 트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일찍 퇴근한 아빠랑 신이 난 아이는 나팔꽃 노래(아빠하고 나하고 하며 시작하는 동요인데 제목은 맞는지 잘 모르겠다)를 부르며 아이가 화분 흙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낸 곳에 싹이 난 씨를 넣고 흙을 덮었다. 그리고 아빠는 아이와 물 그릇을 같이 잡고 물을 준다. "꽃에 왜 물을 줘야 하니?" 딸이 하는 말 "꽃이 목이 마르니까" "꽃한테 물을 안주면 어떻게 되지?" "죽어" 한 살 더 먹은 아이는 벌써 세상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 화분의 식물들을 귀엽다고 쓰다듬게 하자. 물도 조금씩 주면서... 꽃이 피면 아이 이모네 집에도 나눠 주고... 음... 좋겠군.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강원도 양양에서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하셨고 농업고등학교 출신이시기 때문에 집 근처 텃밭에는 항상 뭔가가 심어져 있었다. 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개중에는 앵두나 살구나무, 대추 나무도 있었던 것 같다. 먹을 배추도 심으시고 고추나 오이도 심고, 가을에는 무우도 수확을 하셨던 것 같다. 나와 동생들은 밭 갈 때, 잡초 뽑아줄 때 퇴비나 거름을 주실 때, 비료 뿌릴 때, 수확할 때 함께 일하는 즐거움과 수확의 즐거움(내가 딴 오이로 어머니는 오이지를 해주셨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을 사실 아버지한테 배웠던 것 같다. 퇴직을 하시고 소일거리로 요즘도 화분을 여러개 가꾸시는데 재작년인가에는 방울토마토를 키우시고 계셨다. 시장에서 사는 방울토마토와 달리 어찌나 달던지.
음. 다. 좋지만 상당한 결심이 필요했다. 이건 그동안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그런 일 같았다. 우물쭈물하며 한두 주일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다가 작년 4월 언제가 어느 일요일 아침 드디어 결심을 하고 아이를 차에 태우고 시내로 나가 화분 예닐곱개 가량과 꽃씨, 백합꽃 구근, 배합토와 꽃삽 같은 것 등을 사왔다. 아이는 화분에 흙 담고 거기다 다 자란 꽃을 심는 줄 알았나 보다. 아빠가 흙부터 구해와야 한다고, 배합토랑 섞어서 화분에 담고 거기다 꽃씨를 뿌리는 거라고 하고 야산에서 흙을 구해와서 돌을 골라내고 어쩌고.... 이게 시작을 하려니까 하루 종일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세살짜리 아이는 쳐다보다 못해 지루해져서 오후가 되자 방에서 잠들고... 씨를 뿌리고 물까지 뿌려주니까 일요일 해가 다 지려고 한다. 그래도 흐믓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딸은 아빠랑 물을 주면서 새싹이 움트는 것, 옮겨 심는 것, 키우다가 잘못해서 줄기를 부러뜨려 죽은 것. 물을 안줘서 죽은 것.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썩어 죽은 백합(참 아까왔다 꽃까지 다 폈었는데), 여름 가을까지 잘 자라 환하게 핀 꽃들을 다 보게 되었다.
올해 4월에 다시 또 시작했다. 다년생 화초들은 그대로 키우고, 말라비틀어진 1년생 화초들은 뽑고 다시 배합토를 잘 섞어 화분을 잘 준비한 다음 작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씨 작은 화초들은 화분에 직접 뿌리지 않고 1회용기 같은 것 밑에 젓가락으로 물구멍 뚫고 고운 흙을 얕게 담아 씨를 뿌려 싹을 틔운 후 조금 자랐을 때 옮겨 심기로 했다. 딸 아이는 지켜 보다가 작년마냥 또 졸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씨뿌리는 것부터 보여주는게 좋겠다 싶어 뿌리지 않고 아이가 깨어날 때까지 다른 화분 일들을 하며 기다렸다. 저녁 다되서야 애가 깨어 났다. "아빠가 씨 뿌릴거야. 아빠가 혼자서 뿌릴까?" "아니, 나도 같이 해."사온 꽃씨 중 나팔꽃의 씨앗은 물에 하루쯤 불려서 심어주는게 좋단다. 그래서 접시에 물을 조금 넣고 씨를 담갔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몇개는 벌써 싹이 트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일찍 퇴근한 아빠랑 신이 난 아이는 나팔꽃 노래(아빠하고 나하고 하며 시작하는 동요인데 제목은 맞는지 잘 모르겠다)를 부르며 아이가 화분 흙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낸 곳에 싹이 난 씨를 넣고 흙을 덮었다. 그리고 아빠는 아이와 물 그릇을 같이 잡고 물을 준다. "꽃에 왜 물을 줘야 하니?" 딸이 하는 말 "꽃이 목이 마르니까" "꽃한테 물을 안주면 어떻게 되지?" "죽어" 한 살 더 먹은 아이는 벌써 세상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