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마음을 얻는 시민언론이 되시길...

by 永樂 posted Oct 25, 2006
모두의 마음을 얻는 시민언론이 되시길...

-언론인권센터 후원의 밤 행사에 다녀와서-



지난 9월19일 (화) 저녁, 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 클럽에서 언론인권센터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뭐랄까. 참 조촐한 자리였다. 그럼에도 단호한 결기와 아늑함이 묘하게 얽히는 만남이었다. 참가자들은 겉멋이 들지않은 수수한 분들이었고 나름대로 소신도 확고했으며 또 서로를 알든 모르든 공동의 유대감 그리고 신뢰가 깔려있음을 은연 중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저는 언론인권센터를 잘 모른다. 그럼에도 그 날 다소 낯설은 그 자리에 간 것은, 우선은 그 곳 일을 맡은 모씨에 관한 절대 신뢰가 컸고 (다시 말해 불문곡직 오라면 가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거대언론을 견제하는 시민의 자구(自救)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냐. 어찌 보면 복잡계에 다름 없는 이 메트로폴리탄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에 명시된 대로 언제나 발언권을 분명하게 보장받고 또 그렇게 보장받으려 하며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에도 여념이 없는데 말이다.

그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당일 울분을 토한 서세원씨의 경우다. 그라면 오지에 사는 대한민국 사람도 이름을 기억할 유명인임에도, 검찰의 기획수사와 언론의 선정 보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함과 그 과정에서 사태의 전말을 번연히 짐작함에도 게임 즐기듯 자신을 내팽개치고 특정 의도로 활용한 수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에게 가졌던 좌절감을 절실하고도 가감 없이 토로했다.

그의 사례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수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쓰레기 만두 소동이었다. 그 옛날의 공업용 우지 라면 파동과 같이 이 또한 전형적인 침소봉대로 시작해서 용두사미로 귀결되지 않았는가. 아직도 팩트를 엄밀히 확인하고 판단을 끝까지 미루기보다 곧장 흥분하고 응징하는, 냄비근성이라 부르는 비칭에 어울리는 세간의 정서를 꿰뚫은 기획수사와 선정보도의 압권이었다.

서세원씨나 만두업계나 라면업계 모두 환란 이후에 그토록 육성을 강조한 한류 그리고 다수 고용을 창출하는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가. 그럼에도 그 누군지 모를 기획수사와 선정보도로 이득을 취한 이들 이면에서 시민들의 해당 업계에 관한 혐오감을 극대화하고 역시 해당 산업의 발전과 해당 기업 임직원에게 무자비한 고통을 안겨준 사건들이었다. 누명 끝에 자살한 사람도 있었지 않았는가.

이상의 사례는 언론에 의한 인민재판과 포퓰리즘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이후에 그 누가 오도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거나 제대로 배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다른 이유를 다 떠나서 이를 광정함에 언론인권센터의 본연의 사명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옥의 티는 눈에 띄었다. 자료집이든 참가자들이든 자꾸 보수언론이란 지칭을 함이 심히 귀에 거슬렸다. 알다시피 보수와 혁신이 있고 그 방법론으로 개혁과 진보는 공히 차용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과거에는 혁신을 이북 정권과 동일시하는, 언론을 동원한 인민재판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에 반해 보수를 수구와 동일시하며 혁신 측에서 개혁과 진보를 자신만이 독점-전유하는 이데올로기로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몇몇 종이언론의 횡포에 관해 팩트와 해석을 통해 꾸준히 견제함은 참으로 옳고 공익을 위한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을 멍들게 하는 백해무익의 이데올로기 전쟁에는 초연했으면 하는 것이 언론인권센터의 무궁한 발전을 바라는 국외자의 소회다.

쌀 한 톨 보탠 것도 없으면서 말이 너무 많았다. 언론의 견제와 시민의 언론 창달을 통해 민주주의의 개혁과 진보를 부단히 추진하는 언론인권센터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며 그 뜻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